389화 모든 것은 분부대로
"천기부조가 뭐야?"
진남은 망연한 표정으로 난풍에게 물었다.
"너 천기부조가 뭔지 몰라?"
난풍은 경악했다. 그녀는 동주의 사람 중에 천기부조를 모르는 사람을 처음 봤다.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동주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금지가 있는 건 알고 있겠지?"
"그건 알아!"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주에는 금지가 수두룩했다. 시혈난해는 금지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었다.
"천기부조는 동주의 제 일 금지 천기도(天機道)와 연관 있어!"
난풍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뜨거운 눈길로 말했다.
"천기도는 십 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무혼이 아무리 강하고 경지가 높다 해도 안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천기도에 들어가려면 오직 천기부조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어. 동주에 천기부조가 있는 사람은 세 명뿐이고, 그들은 잠룡방 서열 일 위, 이 위, 삼 위야."
"뭐라고?"
진남은 깜짝 놀랐다.
'잠룡방 서열 삼 위 안에 들었으면 상역에서 가장 센 사람이잖아. 무혼은 지급 십품에 도달했을 거다. 도대체 천기도는 얼마나 강하길래?'
"천기도는 매우 신비롭고 강해. 사대 세력도 그것에 대한 요해가 무척 적어. 우리도 하역 동주의 한 천재가 천기도에 들어가 운명을 바꾸어 무제가 되고 중주에 가서 창람대륙에서 손꼽히는 거물이 되었다는 것밖에는 몰라."
난풍의 눈에 선망의 빛이 드러났다.
상역 동주에서 무성은 거물이었다. 무조 경지의 강자는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무제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이들 중 누가 운명을 바꿔 무제가 되어 대륙을 휩쓸고 싶지 않을까?
"그렇구나."
진남은 깨달은 듯 눈길이 평온해졌다. 그는 천기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운명을 바꾼다는 건 무혼의 등급을 높여 끝없이 높아지고 오묘함이 가득하여 천급 무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남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인재들과 무인들은 눈길이 매우 뜨거웠다. 천기부조는 얻기만 하면 잠룡방 서열 삼 위 안에 든 자들과 함께 천기도에 들어가 운명을 바꿀 기연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유혹은 축항 같은 천재도 떨쳐낼 수 없었다.
"천기부조는 진귀하지만 한 개밖에 없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오직 한 명만 가질 수 있다."
수호지령은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또 천기부조를 얻으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에 통과해야만 문에 들어가 천기부조를 찾을 수 있다."
무인들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냉정해졌다. 수호지령의 말이 맞았다. 천기부조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
"심사를 통과하면 문 안에 들어갈 수 있나?"
"이번 심사는 매우 간단하다. 기한은 한 달이다. 나는 오천 개의 혈옥 영패를 발급하여 태고의 싸움터의 여러 보물이 있는 곳에 뿌릴 거다. 혈옥 영패의 수량에 따라 서열 삼십 위 안에 들면 연무대 시합에 참가할 수 있다. 연무대 시합에서 서열 오 위에 들면 문에 들어가 천기부조를 쟁탈할 수 있다."
수호지령은 손을 번쩍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오천 개의 혈광이 동시에 뿜어 나와 엄청난 속도로 허공에 들어가 사라졌다. 태고 싸움터의 사방에 떨어졌다.
"일 주 향 후에 대진을 움직여 너희들을 태고 싸움터에 임의로 보낼 거다. 기한은 한 달이다. 한 달 후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수호지령은 무성의 위압을 드러냈다.
* * *
같은 시각, 시혈난해, 바닷가.
상도맹의 태상 장로, 진국현무, 만향루의 태상 장로, 문도산의 음노 등 거물들과 무인들은 여전히 이곳에 모여있고 흩어지지 않았다.
"음? 소식 있나?"
상도맹의 태상 장로가 영패를 들어 힐끗 봤다. 그는 경악했다.
"어떻게 된 거야. 시혈난해의 전승이 천기부조라니!"
그의 말은 큰 벼락이 내리친 것 같았다.
진국현무의 얼굴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잠시 후 이 소식은 폭풍우처럼 사대 세력에게 퍼졌다. 분천황제, 만향루 루주, 문도 노조, 상도맹 맹주 사대 거물은 가만 있지 못하고 직접 움직여 난해성으로 왔다.
동주 전역에 엄청난 폭풍이 일어났다.
천기부조가 얼마나 진귀한지, 짧은 시간에 난해성은 거물들이 집결하는 곳이 되었다. 거물들이 수단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시혈난해 안의 상황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기다리면서 의논하고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 * *
하역, 낙하왕국, 현령종.
하늘 위에 누각이 보일 듯 말 듯했다. 무연각이었다.
"노친네가 뭔가 발견했나……?"
무연각 안에서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그 시각 태고 싸움터의 한 가운데.
수호지령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가라앉았다.
여기 온 사람들은 다들 수많은 싸움을 겪고 손에 비장의 수가 있었다. 누구라도 얕보면 안 되었다.
"오천 개의 혈옥이 각 보물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나는 난씨 가문에서 준 지도가 있으니 보물이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존자의 정석을 경지를 높이지 않고도 혈옥을 얻을 수 있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눈길이 사나워졌다.
바닷가에는 사천여 명이 있었다. 그는 지도의 도움으로 혈옥을 얻어 서열 삼십 위에 들어가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혈옥을 얻은 후 연무대 시합을 해야 했다. 시합을 해 서른 명 중에서 다섯 명만 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그의 문제는 경지를 높이는 것이었다. 존자 육 단계는 연무대 시합을 하기엔 너무 낮았다.
"나중에 내가 너를 찾을게."
난풍이 낮은 소리로 진남에게 말하고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풍이 그를 찾든 말든 크게 상관없었다.
이때 축항이 말했다.
"양공, 옥나찰, 너희들과 상의할 일이 있다."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뭘 하려는 거지?'
축항은 싸늘한 표정으로 진남을 힐끔 보더니 양공, 옥나찰, 곽노, 구길에게 전음했다.
"자네들은 단청을 알 거요. 우리 상도맹은 이자와 물과 불같이 상극이요. 지난번에 단청은 우리 상도맹의 물건을 훔쳤소."
궁양과 조방은 축항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말을 시작했는지라 눈을 지그시 감고 듣고 있었다.
잠시 후 궁양과 조방은 무표정했다. 그들 뒤의 만향루와 문도산의 제자들은 눈이 반짝거렸다.
'축항! 수단이 대단하구나! 단청을 상대하기 위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다니!'
축항이 돌아서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여러분, 저와 단청의 갈등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거요. 누구든지 단청을 생포하면 우리 상도맹은 상으로 왕도지기를 세 개 주겠소. 절대 번복하지 않소."
그의 말에 무인들은 놀란 눈을 하더니, 이내 놀리는 눈길로 진남을 바라봤다.
'세 개의 왕도지기! 대가가 적지 않구나! 그리고 단청을 산 채로 잡는 거라 분천고국에서도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단청……."
무인들은 암암리에 중얼거렸다. 그들 몸에서 한기가 뿜어 나왔다.
진남은 이 광경을 보고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대가를 지불하고 나를 죽이라 하다니?'
그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이 아니었다.
'축항아, 얼마든지 해 보거라. 내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
"두 분, 그리고 여러분, 잘 부탁하오."
축항은 양공, 옥나찰 등에게 공수하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청을 생포하면 엄청난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으며 축항이 빚을 지는 것인데 왜 하지 않는단 말인가.
"단청, 너 이제 재수 없게 되었구나."
난풍의 말투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했다.
진남은 표정이 묘했다.
'진짜 재미있구나!'
"잠깐만!"
줄곧 아무 말 없던 조방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우리더러 단청을 죽이라는 거요?"
"에…… 그렇소만……."
축항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도 옥나찰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했다.
"만향루 제자들은 내 명령을 듣거라. 상도맹의 사람들을 만나면 공격하거라. 한 명도 남기지 말거라."
옥나찰의 예쁜 얼굴에 엄청난 살기가 드러났다.
"축항, 자네는 다시 내 눈에 띄지 마시오. 아니면 내 지옥을 경험하게 하겠소."
그 말에 만향루 제자, 상도맹 제자들은 모두 얼떨떨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옥나찰과 축항의 사이가 틀어졌지?'
"우리 문도산도 마찬가지요."
궁양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축항 일행과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만향루과 문도산, 설마 양대 세력이 단청에게 끌린 건가?'
"그리고……."
궁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무인들을 둘러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만약 누구든지 단청을 공격했다는 걸 알게 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요."
"나도 가만두지 않을 거요!"
순식간에 궁양과 조방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분위기가 굳어졌다.
눈앞의 광경에 난풍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지? 저들은 양대 잠룡방 서열 십오 위 안에 든 천재다. 그들이 왜 단청 편을 들고 최선을 다해 단청을 보호하려는 거지?'
"……."
축항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될 줄 생각지 못했다.
축항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네들, 분천고국에서 좋은 점을 준 거라면 우리 상도맹에서는 두 배, 세 배를 주겠소!"
축항은 생각에 빠졌다.
'아마 분천고국에서 손을 써 좋은 점을 주겠다고 했을 거야. 아니면 양대 잠룡방 서열 십오 위 안에 든 천재들이 어떻게 단청을 도우려 할까? 양대 천재가 단청을 공격할 수 없다 해도 도와줄 이유는 없잖아.'
"한마디 권고하겠소."
궁양이 싸늘한 눈길로 진남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했다.
"조용히 지내시오. 고생을 자초하지 마시오. 자네는 저자의 상대가 안 되오."
그 말을 들은 축항은 어이없어했다.
'지급 팔품 무혼, 존자 육 단계인 내가 상대가 안 된다고?'
주위에 있던 무인들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무인들은 진남의 경지가 중급 아래 정도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지만, 금세 진남이 예전처럼 엄청난 풍채를 드러내고 우뚝 솟아올라 정상에 설 거라는 걸 궁양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대진이 열렸다!"
수호지령이 큰소리로 외쳤다.
도장 위의 수많은 금광이 뱀으로 변해 퍼지더니 대진을 이루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진은 수많은 현묘한 힘을 뿜어 무인들을 덮었다.
"단청,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대진이 사람들을 전부 삼키려 할 때 축항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은 대꾸하기도 귀찮아 그를 힐끗 쳐다봤다.
곧이어 대진은 사람들을 태고의 싸움터 곳곳에 데려갔다.
수호지령은 텅텅 빈 도장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문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할멈, 모든 것은 분부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