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전승에 모인 천재들
"단청! 다음번에는 행동하기 전에 내 말을 끝까지 듣거라!"
난풍이 소리쳤다.
"마양화는 마혈(魔血)이 묻어 완전히 마귀로 되었다. 성자가 이 꽃을 정화하지 않는 한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아니면……."
진남은 난풍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때 그의 체내의 존자 정석이 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존자 정석은 흡인력을 끊임없이 뿜어 마양화를 체내로 끌어들이더니 미친 듯이 기운을 삼키기 시작했다.
"단청, 너!"
난풍은 안색이 변했다.
단청이 자신의 당부를 듣지 않을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죽음을 자초하다니!'
화르륵!
진남 체내에 존자의 힘이 여섯 개나 많아졌다. 꽃잎의 힘, 마혈의 힘, 할 것 없이 전부 빨아들였다.
잠시 후 난풍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왜 아무렇지 않지? 설마 마양화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건가?'
"다음."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며 몸을 날릴 준비를 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윙 윙 윙.
미약하게 떠는 힘이 바닥에서 울려 퍼졌다. 주위의 돌, 부서진 갑옷 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난풍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시혈난해 옆에서 몇백 년을 살고 태고 싸움터에도 수없이 들어왔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태고의 싸움터에 널려있던 축항 등 몇천 명의 무인들도 미간을 찌푸렸다.
쿵! 쿵! 쿵!
땅의 떨림이 세지기 시작했다.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천지가 진동하고 기세가 엄청났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싸움터 전체가 심하게 떨리고 있어!"
난풍의 목소리도 언제부턴가 떨리고 있었다.
"뭐? 싸움터 전체가?"
진남은 숨이 멎었다. 강벽난이 나타났다 사라진 일이 생각나고 구리거울이 기다리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우르릉!
이때 싸움터의 가운데에서 찬란한 흰색 빛이 태고의 용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수많은 허망을 뿜어 바다를 뒤덮은 광막을 뚫고 끝없는 허공으로 들어갔다.
태고의 싸움터에 엄청난 이변이 일어났다.
축항, 삼성자 등 모든 무인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가운데의 빛줄기를 보고 있었다.
"저, 저건 뭐지?"
진남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먼 곳에 있는 빛줄기에 엄청난 힘이 있는 걸 발견했다.
힘은 무성을 초월했다.
땅!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태고의 싸움터에서 울려 퍼져 모든 사람들의 귀에 전해졌다.
가운데의 커다란 빛줄기가 하늘로 솟아올라 터지더니 끝없는 흰색 광점으로 변해 빠르게 한데 뭉쳤다. 잠시 후 하늘을 찌를 듯한 커다란 흰색 문이 우뚝 솟았다.
몇천 리, 몇만 리 떨어져 있는 이들도 고개를 들면 흰색 문을 볼 수 있었다.
"문? 왜 문이 생겼지? 난풍, 너 어떻게 된 일인지 아느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고개를 돌려 난풍을 바라봤다.
"몇백 년이 되도록 우리는 태고의 싸움터에 문이 있는 걸 몰랐어.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신비한 전승이 지금 나타났다는 거야."
난풍이 빠르게 말했다. 그녀의 눈에 찬란한 빛이 반짝거렸다.
'상역 동주에서 몇백 년 전해 내려왔지만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설마 진짜 나타난 건가?'
난풍의 말을 들은 진남은 잠시 생각하고는 마음을 정했다.
그는 구리거울이 기다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설마 전승이 스스로 나타나기를 기다리라는 건가? 의심되는 부분이 많지만 우선 문이 있는 곳에 가보자!'
"어서 가보자!"
"좋아!"
난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 외에 태고의 싸움터의 사방에서 거닐던 축항 등 무인들도 모두 가운데로 빠르게 움직였다.
* * *
난해성 성주 부.
"가주, 이번에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장로가 뭔가 말하려다 멈췄다.
"여러분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아오."
난성걸은 장로들을 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도를 내놓는 것이 나도 가슴 아프오. 그러나 옥간의 분부가 있었소. 우리는 거역할 수 없소. 아니면 엄청 큰 재난이 닥칠 거요."
이때, 시혈난해에서 쿵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지?'
난성걸과 장로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을 나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들은 하늘로 솟아오른 빛줄기와 빛줄기가 부서지면서 천천히 흰색 대문을 이루는 것도 보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순식간에 놀라움이 번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전승이 나타났나?"
"왜 지금 나타난 거지?"
난성걸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잠시 후 난씨 가문과 난해성은 놀라움에 빠졌다.
시혈난해의 일은 폭풍우처럼 동주 전역에 퍼졌다.
동주 전체가 그것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시혈난해의 전승이 나타났어!"
"그곳에 진짜 전승이 있다니. 어서 가보자!"
"소문에 전승을 얻으면 동주의 정상에 오를 수 있대!"
무인들 외에 상도맹, 분천고국, 문도산, 만향루 사대 세력도 거의 동시에 흔들렸다. 거물들은 회의를 열고 명령을 내렸다.
* * *
한 시진 후, 시혈난해 옆의 바닷가.
난씨 가문과 성 안의 무인들이 모두 모였다. 고개를 들고 태고 싸움터의 흰색 광문(光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르릉!
큰소리에 허공이 갈라졌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무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바라봤다. 무명옷을 입고 향기롭고 오관이 반듯하고 피부가 하얀 여인이 웃으며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맨 앞에 선 사람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만향루다. 만향루 제자들이 왔다!"
"맨 앞에 선 사람은 잠룡방 서열 십사 위 옥나찰이잖아?"
"뭐라고? 옥나찰? 그녀가 직접 오다니!"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잠룡방 서열 십 사위의 옥나찰은 지급 구품 무혼에 경지가 존자 육 단계였다. 일 년 사이에 동주에서 빠른 속도로 떠오른 천재였다.
"만향루는 행동이 빠르구나!"
노인의 목소리가 다른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그 뒤로 커다란 손이 허공을 가르더니 청년들이 연거푸 걸어 나왔다. 청년들은 기운이 웅장하고 바다처럼 방대했다.
"문도산의 제자다! 저자는 잠룡방 서열 이십오 위의 곽노다!"
"곽노 옆의 청년은 잠룡방 서열 이십 위의 구길이다."
"맨 앞에 선 자를 봐. 잠룡방 서열 십 위의 양공이다!"
감탄하는 소리가 바닷가에서 울려 퍼졌다.
무인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짧디짧은 몇 시진 사이에 잠룡방의 인물이 네 명이나 왔다. 게다가 두 명은 서열 십오 위 안에 들었다.
태고 싸움터의 축항까지 하면 세 명이나 되었다.
"양궁 사형, 오랜만이에요."
만향루 제자들 중에서 맨 앞에선 옥나찰은 면사포에 가린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지었다.
"그래. 오랜만이다. 소문을 듣자 하니, 그 자식이 태고 싸움터에 있다고?"
선비 차림의 양궁이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는 파란색 옷을 입고 나무 바구니를 메고 있었다. 나무 바구니에는 기운이 신비한 책이 아홉 권이나 있었다.
두 세력의 천재들은 전혀 싸우지 않았다.
"양공, 축항, 옥나찰, 구길, 곽노, 단청, 석평, 석원, 석풍, 난풍……."
난성걸은 하늘에 있는 인재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몸이 세게 떨리고 있었다.
'잠룡방에 든 열 명의 천재가 모두 시혈난해에 오다니!'
쿵! 쿵! 쿵!
이때, 성자의 위압이 연거푸 강림했다. 표정이 어두운 노인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바닷가에 나타났다.
문도 삼노 중 한 명인 음노와 만향루의 태상 장로였다.
"두 분 오랜만이요."
상도맹의 태상 장로는 이변이 일어난 후 다시 다급히 돌아왔다.
"진짜 오랜만이오."
음노와 중년 여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 사람은 눈빛이 반짝이며 신식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
'단청아, 이번에는 오직 네 자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진국현무는 그들을 보자 속으로 생각했다. 분천황제가 적풍운, 목성야 등을 보내 단청을 돕게 하려고 했지만 진국현무가 거절했다. 그는 천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단청이 성장하는데 좋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대 거물이 직접 왔구나!"
바닷가의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점점 많은 무인들이 소식을 듣고 동주의 각 곳에서 허공을 가르고 강림했다. 무인들의 강림에 시끄러워졌다. 문도산과 만향루의 제자들은 묘한 눈길을 했다.
동주에는 강한 천재가 그들 사대 세력만이 아니었다.
스르륵!
이때 시혈난해를 덮고 있던 광막이 찢어지더니 금빛이 반짝이는 배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백아흔아홉 척뿐이었다.
"출발하자!"
양궁과 옥나찰이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양대 세력의 제자들을 이끌고 금색 배로 날아갔다. 다른 무인들도 잇달아 강한 법술을 드러내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양대 세력과는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대 거물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별안간 높은 외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두 손을 날개처럼 펴고 빛처럼 하늘로 솟아올라 금빛 배에 올라갔다. 금빛 배는 흔들리더니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고응이구나. 저자도 들어가다니!"
상도맹, 문도산, 만향루의 삼대 거물들은 동시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래의 적지 않은 무인들도 표정이 흔들렸다.
"고응이라고? 고응은 잠룡방 서열 십일 위잖아."
"고응은 혼자 움직여. 소문에 저자는 사대 세력을 제일 싫어한대. 잠룡방에 오른 천재가 적어도 세 명이나 저자의 손에 죽었대!"
"저자가 들어가게 됐으니, 천재들이 큰 봉변을 당하는 게 아니야?"
무인들은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사대 세력을 좋아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들의 말에 삼대 거물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눈을 흘겼다. 한기가 퍼졌다. 시끄럽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천재들은 난해지기가 없지만, 틀림없이 여러 가지 수단을 써 태고 싸움터의 압박을 이겨낼 거다. 단청아, 우리 난씨 가문은 모든 희망을 너에게 걸었다."
모든 광경을 본 난성걸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시혈난해, 태고 싸움터.
진남과 난풍은 폭풍우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가는 길에 많은 요수의 영체들은 그들과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강풍에 휘말려 산산조각 났다.
"압박감이 점점 더 세지는구나……."
진남이 중얼거렸다.
태고의 싸움터는 가운데로 갈수록 바닥 색이 점점 짙어졌다. 옅은 부정적 감정이 마귀가 포효하는 것처럼 그들의 신식에 쳐들어왔다. 부정적인 감정은 난해지기를 움직여야만 없앨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한 진남과 난풍의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그들과 일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커다란 흰색 문이 우뚝 서 있었다. 흰색 문은 엄청난 위압을 드러내고 있었다. 흰색 문 아래에는 백옥을 깔아 만든 것 같은 도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