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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86화 (386/1,498)

386화 생각지 못한 도움

상도맹 사람들이 축항의 인솔하에 몸을 날려 옥배에 올라탔다.

진남은 진국현무에게 공수하며 인사하고 몸을 날려 금색 배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무인들도 잇달아 왔다.

"노 젓는 사람은……."

진남이 배에 올라오자 검은 그림자가 노를 저어 천천히 태고의 싸움터로 출발했다.

"응……?"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훑어봤다. 그런데 신비한 검은 그림자는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남이 탄 배는 다른 배들과 점점 멀어졌다. 사방의 시뻘건 바닷물에 흰색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주위의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사람마다 위치가 임의로 정해지는 것 같구나."

진남은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같은 입구라면 축항 일행의 공격을 받으면 그는 뇌정주, 폭열광염부를 사용해 상대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그가 도둑질한 일이 탄로 날 수 있었다.

잠시 후 금색 배는 육지의 변두리에 도착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검은 그림자에게 공수하여 인사하고 성큼 발을 내디뎌 땅에 올라갔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검은 그림자도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바로 사라졌다.

"모든 것이 이상해. 경계심을 높여야겠어."

진남은 긴장되었다.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의 땅은 갈색이었다. 깊고 옅은 골짜기가 가득했다. 산들바람이 스치자 우우우 소리를 내며 싸움의 처참했던 광경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무런 위험도 발견하지 못하자 진남은 구리거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선배님, 저는 지금 시혈난해의 태고의 싸움터에 있습니다. 당청산 등의 위치를 알고 싶습니다.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요구든 모두 말씀하십시오."

그의 말은 공손했다.

구리거울은 이번에는 반응했다. 빛이 반짝이더니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다려라!"

"기다리라고요? 뭘 기다리라는 겁니까?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어리둥절해 서둘러 되물었다. 그러나 아무리 물어도 구리거울은 대답이 없었다.

"에라이……."

진남은 말문이 막혔다.

'아예 말하지 말든가, 그저 기다리라고만 하면 어쩌라는 거야…….'

"방금 현무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다. 신비한 전승은 태고의 싸움터와 연관 있다고. 그럼 태고의 싸움터에는 전승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을 거다. 그건 스스로 찾아봐야겠구나."

진남은 결심했다. 그는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었다.

휙!

그는 그림자로 변해 태고의 싸움터에서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응……?"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을 튕겨 흙을 날려 버렸다. 흙에서 군청색의 손가락뼈가 나타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손가락뼈에는 여전히 강한 의지가 흐르고 있었다.

"이 손가락뼈의 주인은 아마 쌍둥이였던 것 같구나. 손가락뼈의 강도만 봐도 반보 성도지기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구나. 뼈에 담겨있는 의지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선배님 죄송하지만,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진남은 손을 뻗어 손가락뼈를 주머니에 넣었다.

보물을 만났는데 어찌 줍지 않는단 말인가?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의 단전 속의 존자 정석이 윙윙 소리를 내며 떨기 시작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존자 정석이 엄청난 흡인력을 폭발해 억지로 손가락뼈를 빨아들였다.

후루룩,후루룩.

존자 정석은 굶주린 늑대처럼 손가락뼈를 끊임없이 빨아들였다. 존자 정석은 얼마 안 돼 손가락뼈 안에 있던 힘을 전부 삼켰다.

진남 체내의 존자의 힘은 많아지지 않았지만, 기운이 무척이나 강해졌다.

"어……."

이 광경을 본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존자 정석은 모든 물건의 힘을 삼킬 수 있나? 지난번에는 영주를 삼키더니 이번에는 손가락뼈 안에 있는 힘을 삼키다니!"

정신을 차린 진남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진짜라면 너무 대단하잖아!'

크르르르!

문득 위기감이 진남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환상 속에서나 볼 법한 악어가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부서라!"

진남은 소리치며 큰 종을 만들어 세게 쳐서 악어를 내리쳤다.

"이 악어는 일반적인 존자 삼 단계를 죽이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겠구나. 아마 예전의 싸움이 끝난 후 남겨진 기운이 모여 이루어진 영체(靈體)인 것 같네."

진남은 중얼거렸다.

태고의 싸움터는 위험도 있고 기우도 있었다.

진남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구나!"

진남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엄청난 검광이 허공에서 반짝거리며 솟아올랐다. 한기를 꿈틀거리며 진남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

검이 기세등등하게 공격해왔다.

"태워라!"

화르륵!

진남의 몸에서 봉황시혼화가 용솟음쳐 올라 불 장벽을 이루어 검을 막았다. 잠깐 사이에 진남은 몸을 돌려 왼쪽 눈에서 전광을 번쩍이며 공격해오는 몇백 개의 검 그림자를 뚫고 지나갔다. 그는 손을 뻗어 상대의 목덜미를 잡았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아니면 죽는다!"

목덜미가 잡힌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엉?"

진남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잡고 있는 목덜미는 매우 매끈했다. 진남은 앞에 있는 사람을 주시했다. 얼굴이 하얗고 피부가 매끌매끌했는데, 머리를 높게 땋고 선비 모자를 쓰고 있는 습격자는 눈빛이 차가웠다.

그를 습격한 사람은 여인이었다.

"단청, 오해하지 말거라. 나는 너를 도와주러 왔다."

여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진남이 자신에게 빚진 것처럼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나를 도와준다고? 넌 누구냐?"

진남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나를 죽이려 하고도 나를 도와준다는 거라니?'

그는 그녀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여인은 경지가 존자 육 단계이고 무혼 등급은 지급 팔품에 도달하고 체내에 신비한 힘이 있었다. 이런 실력이면 잠룡방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나는 난씨 가문의 명령을 받고 너를 도와주러 왔다."

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믿지 못하겠으면 나를 죽이거라."

"난씨 가문의 사람?"

진남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를 죽이라고? 너는 지급 팔품 무혼, 존자 육 단계이고 신비한 힘이 있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너는 나에게서 도망칠 방법이 적어도 다섯 개는 있을 거다. 헛소리하지 말고 목적이 무엇인지 말하거라. 너는 강하지만 나의 상대는 아니다."

"다 꿰뚫어 봤어?"

여인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 단청은 동술만 봐도 잠룡방에 오른 자들 중에도 상대가 될 사람이 적었다.

"이 영상석(影像石)을 보거라."

여인은 침묵하더니 돌을 하나 꺼내 하늘에 던졌다.

광막이 펼쳐졌다. 광막에는 사람 형상이 나타났다. 난씨 가문 가주 난성걸이었다.

"단청 도우, 길게 말하지 않겠다. 우리 난씨 가문이 시혈난해에 몇백 년 동안 있던 건 예전에 한 가지 보물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보물은 난해지기를 빨아들일 수 있고 엄청난 신위가 있다. 우리를 도와 무성 강자가 꿰뚫어 보는 걸 물리칠 수 있다. 이 보물을 얻기 전에 우리는 보물 옆에서 옥간을 하나 얻었다. 옥간에는 신식이 있었고 많은 수계고술이 있었다. 옥간에는 만약 더 강한 수계고술이 있는 사람이 난해지기를 빼앗아가면 난씨 가문이 전력으로 협조하라고 했다. 나는 너를 협조하라고 난풍을 보냈다."

난성걸은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진남은 깨달았다. 공주가 준 난해술이 난씨 가문을 끌어들였던 것이었다.

"난풍이라고? 난 도움이 필요 없다."

진남은 손을 휘젓고 돌아서 가려 했다.

"잠깐!"

난풍은 한 발 내디뎌 몸을 날려 진남의 앞으로 와 싸늘하게 말했다.

"나도 너를 도와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건 가주의 명령이다. 나에게 지도가 있는데 태고 싸움터의 팔 할의 기우지(奇遇地)가 표기되어 있다. 나의 도움이 필요 없는 게 확실하냐?"

"팔 할의 기우지?"

그녀의 말에 진남은 마음이 떨렸다.

방금 그는 존자 정석이 뼈의 힘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만약 팔 할의 기우지를 전부 찾아낸다면 그의 실력은 틀림없이 크게 제고될 수 있었다. 또 어쩌면 지도를 통해 전승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너를 믿을 수 있겠느냐?"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하늘에 맹세한다. 만약 단청을 해하면 벼락 맞아 죽고 평생 환생할 수 없을 것이다."

난풍은 바로 하늘에 맹세했다. 긴장을 풀고 하찮은 듯 진남을 보며 말했다.

"너 나의 신식에 도장을 찍거라. 만약 내가 너를 공격하면 나의 신식을 부수거라."

진남은 난풍이 이렇게 성격이 시원할 줄 몰랐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신식에 도장 찍는 건 됐어."

진남의 말에 난풍은 눈빛이 반짝였다.

진남이 물었다.

"방금 왜 나를 공격했느냐?"

"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 했어. 실력이 낮으면 가문의 명령을 거역하더라도 절대 너를 돕지 않았을 거다."

난풍이 싸늘하게 말했다.

난씨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는 지도는 가문의 몇백 년의 정혈이 깃들어있었다. 지도에 기록되어있는 크고 작은 기우들을 난씨 가문에서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몇백 년 후 법보의 당부대로 난해지기를 움직인 사람을 돕기 위해서였다.

난풍은 당부를 우습게 생각하고 또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의지를 거역할 수 없어 중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진남의 경지가 높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 지도를 내놓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그렇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지도다. 가져라."

난풍은 진남에게 옥간을 건네주었다.

진남은 지도를 힐끔 훑어보았다. 지도에는 이천여 개의 크고 작은 기우지가 표기되어 있었다. 기우지들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번에 난씨 가문의 도움을 받게 될 줄 몰랐다. 실력이 강해진 후 기회가 되면 제대로 보답해야지.'

진남은 결심했다. 그가 존자 육 단계로 진급하고 또 지도를 얻게 된 건 모두 난씨 가문 덕분이었다.

"가자. 삼 리 밖에 기우지가 있다."

진남은 성큼 한 발 내디디고 연기처럼 앞으로 날아갔다.

난풍은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다급히 쫓아갔다.

가는 길에 진남은 요수의 영체를 몇 마리 죽였다. 난해지기의 기묘한 쓰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난해지기는 태고 싸움터의 기운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그의 난해술의 위력이 더 세지게 해주었다.

"도착했어!"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앞에는 구덩이가 있었다.

구덩이 안은 시커멓고 안에서 요수의 외침이 가끔씩 들려왔다. 또 구덩이 밑에 암홍색 선혈이 묻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기운은 매우 묘했다.

"마양화(魔陽花)야. 경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그런데 전에 이것은……."

난풍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구덩이 안에 훌쩍 뛰어 들어갔다. 순식간에 불꽃을 뿜어 요수의 영체들을 모두 죽이고 마양화를 전부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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