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화 난해지기
열일곱 번째 병을 들었던 진남은 축항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축항 도우, 먼저 물러나거라. 나 혼자 마시면 된다."
'혼자 마시겠다니!'
사람들은 모두 입가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미 열여섯 병이나 연거푸 마셨으면서……. 괴물이구나.'
"단청, 너 감히 나를 모욕하는 거냐?"
축항은 자존심이 상한 듯 온몸의 솜털이 곧게 일어서고 눈에서 분노가 용솟음쳤다.
'혼자 마시겠다니? 나를 모욕하는구나!'
진남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축항이 칠신액을 몇 병 마셔버리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나에게 남겨주게 하는 것이 나은데……. 더 마시면 내가 존자 육 단계로 진급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혼! 드러나거라!"
축항이 크게 외치자 등 뒤에서 아홉 개의 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무혼 위압이 미친 용처럼 장내를 휩쓸었다!
'축항이 무혼을 드러냈다!'
다들 마음이 떨렸다. 동시에 그들의 무혼도 떨기 시작했다.
"사형……."
석평 등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의 축항 사형이 완전히 실성했다.
"됐다!"
이때, 매우 위압적인 목소리가 머나먼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성자의 위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돌아가자!"
큰 손이 허공에서 내려와 축항을 잡아 허공으로 잡아당겼다.
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도맹의 태상 장로잖아? 태상 장로가 술 내기에 간섭하다니?'
"우리도 가자!"
석평 등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떠났다.
그들은 단청이 자신들과 술을 마시자고 할까 봐 한시도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재미없군."
진남이 적막을 깼다. 그는 고개를 젓더니 열일곱 번째 칠신액을 마시더니 또 열여덟 번째 병을 들었다.
"난 가주, 칠신액은 맛이 좋습니다. 오늘 맛볼 수 있게 되다니 정말 큰 영광입니다. 무리한 부탁이 있습니다. 난 가주, 오늘 제가 마음껏 마시게 해줄 수 있겠습니까?"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그는 난성걸이 대답하기도 전에 열여덟 번째 병을 마시고 열아홉 번째 병을 들어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전부 마셨다.
좀 전의 놀라움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하마터면 턱이 빠질 뻔했다.
'설마 더 마시려는 건가?'
얻기 힘든 기회이기에 진남은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정신을 놓고 있는 틈을 타 두 손을 번갈아 가며 칠신액을 전부 끌어다 빠르게 마셨다.
잠시 후 칠신액이 전부 바닥났다.
엄청난 양의 술이 깨끗한 힘으로 변하여 그의 체내에서 꿈틀거렸다. 존자의 정석이 힘을 모두 빨아들였다.
'전부 마셨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단청은 존자 오 단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은 칠신액을 마셨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난 가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다른 일 있어서 저 먼저 돌아갑니다."
진남은 발걸음을 내딛더니 연기로 변하여 떠나갔다.
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되어 그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난성걸은 심장이 통증을 느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모두 칠십 병의 칠신액을 제공했다. 난씨 가문은 일 년에 기껏해야 스무 병의 칠신액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전부 마셔버리다니!'
진남이 떠나고 잠시 후, 군룡회에서 일어난 일이 폭풍우처럼 전체 난해성을 휩쓸었다.
"들었어? 단청이 축항과 삼성자를 격파했대!"
"그들은 넷이 연합하여 단청과 술 내기를 했는데 단청에게 졌대!"
"마지막에는 상도맹의 태상 장로가 축항을 데려갔어! 축항이 참패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겠지?"
난해성이 시끄러워졌다.
군룡회 전의 단청의 명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면, 지금은 모든 이들이 단청을 기억했다.
* * *
단청은 성주부를 떠난 후 빠르게 객잔의 방으로 돌아왔다.
"대단하구나."
진국현무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는 축항이 술 내기에서도 단청에게 질 줄 생각지 못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럼 전 먼저 수련하겠습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빠르게 빠져들었다.
그가 방금 마신 그렇게 많은 칠신액은 모두 존자 정석에 의해 존자의 힘으로 변했다. 지금 그의 체내의 존자의 힘은 이미 육백아흔아홉 개나 되었다.
'무도 지존, 존자의 힘으로 세상을 통제하거라…….'
진남의 머릿속에 현묘한 문자가 스쳤다.
존자의 힘은 충분했지만, 힘을 안정시키고 진정한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야만 진짜로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세 시진이 지난 후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현묘한 기운이 진남의 몸에 퍼졌다.
완전히 존자 육 단계로 진급했다.
"후, 드디어 존자 육 단계로 진급했다. 이번 군룡회에서는 허탕 치지 않았구나."
진남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 기쁨이 드러났다.
존자로 진급하는 건 매우 어려웠다. 이번에 한 번에 진급할 수 있던 건 칠신액과 축항 일행들 덕분이었다.
축항 등이 이번 일로 그의 경지가 진급할 걸 알면 아마 화가 나 피를 토했을 것이다.
"계속 수련하자. 나중에 난해지기를 빼앗아야 해."
진남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술 내기에서 축항을 이겼지만, 축항과 삼성자는 경지가 진짜 대단하였다.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조금의 시간이라도 아껴 제대로 수련해야 했다.
* * *
그 시각, 상도맹이 묵은 객잔 안.
상도맹의 태상 장로가 얼굴을 붉히며 꾸짖었다.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구나! 무혼까지 드러내고 단청과 술을 마실 생각이었느냐? 시혈난해가 곧 열린다. 이번에 다치고 실패하게 된다면 얼마나 큰 손실을 입게 될 줄 아느냐?"
삼성자는 뒤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축항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자신이 지급 팔품 무혼, 경지가 고작 존자 오 단계인 존재에게 격파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태상 장로의 말도 반박할 수 없었다.
"시혈난해가 열리면 반드시 단청을 내 손으로 죽일 겁니다!"
축항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오늘의 수모를 그는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결심했다.
"좋다, 바로 그래야지."
태상 장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축항은 단청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 좌절을 당한 건 나쁜 것도 있지만 좋은 것도 있었다.
"이제 곧 난해지기 쟁탈을 시작한다."
태상 장로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하더니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말했다.
"그러니 수단을 준비하여 단청이 난해지기를 적게 얻게 해야 한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 이틀이 훌쩍 지났다.
진남은 그동안 수련에 깊게 빠졌다. 때로는 난해술을 수련하고 때로는 경지를 안정시키고 때로는 수불식을 감오했다.
그는 심신이 충분히 강했다. 여러 가지 공법을 가볍게 바꿀 수 있었다.
뎅, 뎅, 뎅!
구리종을 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난해성에서 울려 퍼졌다.
수많은 무인들은 일제히 눈을 떴다. 그들의 눈에 예리한 빛이 반짝거렸다.
해마다 많은 무인들이 소식을 듣고 왔지만 난해지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몇천 명밖에 안 되었다.
"드디어 때가 된 건가?"
진남은 중얼거렸다. 눈에 빛이 스쳤다.
'난해지기를 얻으면 시혈난해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당청산 등 선배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데, 당청산, 단목 봉주 그들이 무성으로 진급하는 건 어떻게 됐을까?'
"가자!"
진국현무가 진남의 머리 위에 엎드려 재촉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날려 객잔을 나왔다.
* * *
그 시각, 난해성의 모든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성주부로 달려갔다.
잠시 후 성주부는 군웅이 모여 사람들로 붐비고 매우 시끄러웠다.
"사람이 진짜 많구나……."
진남은 영패를 들고 무리를 따라 성주부의 도장에 도착했다.
도장은 물로 만든 것처럼 파랗고 무척 컸다. 무인들을 몇만 명은 수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도장의 사 분의 일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 경지가 평범하지 않구나."
진남은 맨 뒤에 서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의 눈은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대충 본 바로는 경지가 제일 낮은 사람이 무황 경지 정상이었다. 무황 경지 정상은 매우 적었고 많은 사람들은 경지가 존자 정상에 도달했다.
"상도맹의 사람들은 저기 있구나."
진남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도장의 앞에 상도맹 태상 장로가 하늘에 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축항, 삼성자, 그리고 다른 제자들이 서 있었다. 기세가 매우 세차 문도산과 만향루의 제자들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맞다, 강벽난은?"
진남은 문득 강벽난이 떠올라 정신을 집중하고 꼼꼼하게 장내를 관찰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모든 강자들을 훑어봤지만 강벽난은 없었다.
'난해지기를 쟁탈하지 않으면 강벽난은 시혈난해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럼 그녀는 뭘 하러 난해성에 왔을까?'
왠지 폭풍이 몰아칠 것만 같은 느낌이 진남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휙!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성걸 그리고 난씨 가문의 장로들이었다.
도장 양편에는 난씨 가문의 제자들도 있었다. 모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집중하고 조금도 소홀하지 않고 그 어떤 절차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 이 광경에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무인들이 난해지기를 쟁탈하는 것은 한 차례 명승부였다. 난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통해 제자들을 많이 배우게 하려는 것이었다.
"시혈난해가 열릴 때가 되었소! 영웅호걸들이 우리 난해성에 온 것을 환영하오! 그럼 지금 바로 법보를 움직여 난해지기를 뿜겠소.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여러분의 능력에 달렸소!"
난성걸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등 뒤에서 커다란 동정(銅鼎, 구리 솥)이 우뚝 솟아올랐다.
동정의 표면은 차가운 청색이었다. 마치 깊은 바다에서 온 것처럼 혼잡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난성걸은 체내의 존자의 힘을 빠르게 움직여 동정 안에 주입했다. 순식간에 차가운 청색의 기운이 일제히 날아왔다.
기운이 날아오는 순간 진남의 체내에서 은은한 움직임이 전해왔다. 움직임은 난해술에서 오는 것이었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시했다.
화라락!
수많은 난해지기가 뛰쳐나오더니 파도처럼 하늘로 솟아올라 요룡(妖龍)으로 변하여 도장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속도가 엄청 빠르고 몸짓이 민첩하여 일반 사람은 잡기 매우 어려웠다.
대충 훑어보아도 이번에 난해지기는 적어도 몇만 개는 됐다.
"어떻게 이렇게 많지?"
진남은 당황했다.
"아, 내 기억 좀 봐! 깜빡하고 너에게 알려주지 못했구나. 난해지기를 많이 얻을수록 시혈난해에서 더욱 유리하다! 진남, 공주가 너에게 준 공법을 움직이거라!"
진국현무가 발가락으로 진남의 머리를 치며 빠르게 말했다. 또 무언가 느낀 것처럼 허공을 가로질러 상도맹 태상 장로와 마주 보았다. 태상 장로는 몸을 떨었다. 그는 자신이 공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느낀 것 같았다.
"그렇군요……."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도장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