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화 항아리로 주시죠
"실로 짙은 힘이구나!"
진남은 칠신액이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작 한 잔에 이렇게 방대한 힘이 생길 줄 몰랐다. 만약 존자 삼 단계의 존재라면 아마 바로 몸이 터졌을 것이다.
진남도 취기가 올라왔다. 몇 잔 더 마시면 취해 쓰러질 것 같았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그의 체내의 존자 정석이 무언가 느낀 것처럼 강한 흡인력을 폭발하여 방대한 힘을 순식간에 안으로 끌어들였다.
잠시 후 정석이 존자의 힘을 뿜었다.
"이건……?"
진남은 볼이 상기되었지만, 좀 전의 취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정신이 더욱 맑아졌다.
'존자 정석은 역시 대단하구나. 술의 힘을 삼켜 존자의 힘으로 변화시키고, 심지어 취기마저 모두 삼켜버리다니!'
진남의 눈에 희열이 스쳤다.
존자 정석은 그에게 더 많은 놀라움과 기쁨을 주었다.
"아쉽다. 칠신액이 조금 부족하구나……."
진남은 옥병을 보았다. 나머지 술은 한 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난성걸 그리고 난씨 가문의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해 무례하게 찾아가 칠신액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설령 달라고 한다고 해도 준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때, 석풍이 무언가 생각난 듯 석평과 석원에게 신념을 전했다. 그들은 눈이 반짝거렸다.
"단청!"
석평이 크게 외쳤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난성걸은 미간을 찌푸렸다.
'삼성자는 또 뭐 하려는 거지?'
"단청! 방금 난 가주께서 오셔서 널 톡톡히 혼내주지 못했다. 난 마음속의 원한이 풀리지 않는다."
석평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자. 우리 이 칠신액으로 술 마시기 시합을 하여 누가 더 많이 마시는가 겨루자, 어떠냐?"
동주의 무인들은 술 내기로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왜냐하면 좋은 영주는 경지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많이 마시게 되면, 되려 영주에 침식되고 심지어 몸이 폭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인들은 석평이 단청과 술 내기를 하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석평은 존자 팔 단계이고 단청은 존자 오 단계밖에 안 되어서 둘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전혀 공평하지 않았다.
"난 가주님, 만약 단청이 술 내기를 하겠다고 하면 가주께서 칠신액을 더 제공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만약 가주께서 원하시면 제가 우리 태상 장로를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 태상 장로께서도 가주님을 뵙고 싶어 하실 겁니다."
석풍과 석원이 동시에 난성걸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용은 지불할 필요 없다. 술은 내가 제공하겠다."
난성걸은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상도맹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칠신액을 더 제공할 수 있었다. 또 삼성자가 자신에게 빚을 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고작 몇 병의 칠신액이 무슨 대수겠는가.
"어때, 단청? 할 거냐?"
석평은 기세가 매우 높아져 멸시하는 눈길로 진남을 보았다. 도발하는 뜻이 매우 짙었다.
진남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난성걸도 웃으며 말했다.
"단청 도우, 이런 술 내기는 우리 난씨 가문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일이다. 갈등이 있으면 대부분 술 내기로 승부를 가르고 원한을 푼다! 그러니 석평과 갈등을 해결하려면 싸우기보단 술 내기를 하거라. 칠신액은 충분히 제공하겠다."
진남은 난성걸을 흘겨보았다. 그는 난성걸이 석평 일행의 편을 들 줄은 생각지 못했다.
'석평,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동의한다. 그럼 술 내기를 하자."
진남은 안색이 평온했다.
무인들 그리고 문도산과 만향루의 제자들은 모두 얼떨떨했다.
'단청이 또 동의하다니?'
"좋다!"
석평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건방진 녀석! 톡톡히 혼내주겠다.'
"하하! 단청 소우, 뛰어난 인재라 패기 넘치는구나. 여봐라, 칠신액을 가져오거라!"
난성걸은 이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대전 문 앞에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대전 안에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타난 기운은 난성걸보다 더 강했다.
"그 술 내가 마시지!"
그 한마디는 끝없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말한 사람은 축항이었다.
잠룡방은 보기에는 서열 순위인 것 같지만 기실 세 개 등급으로 나뉘었다. 각각 지급 팔품, 지급 구품, 지급 십품이었다.
예를 들어 지급 팔품 무혼의 천재는 경지가 존자 정상에 도달했다 해도 영원히 서열 십오 위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창림혼한에서 지급 팔품은 평생 반보 무조 경지에 밖에 도달하지 못하고 오직 지급 구품만이 무조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축항이 오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아무도 축항이 문득 나타나 단청과 술 내기를 하려 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사형!"
석평 등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축항을 불렀다. 좀 전의 오만함은 모두 사라지고 매우 겸손했다.
"축항 도우, 자네가 어떻게……."
난성걸도 거만하게 굴지 않고 오히려 동년배 대하듯 축항에게 말했다.
진남도 축항을 바라봤다.
문 앞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금색 머리에 눈썹은 날카롭게 치켜 올라가고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 경지를 숨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또 오만함도 숨기지 않고 남김없이 드러냈다.
"지급 구품 무혼, 체내에 세 가지 성조지기와 몇백 개의 왕도지기도 있구나. 또 체내에 신비한 기운이 있는데 전신의 왼쪽 눈도 꿰뚫어 볼 수 없어……."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축항은 진짜 강했다. 삼성자는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
축항은 삼성자, 난성걸 등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체했다. 이어 진남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내가 너와 술 내기를 하겠다. 많이 마시는 사람이 이긴다. 할 거냐?"
그의 말에 무인들 그리고 석평 등의 시선이 모두 진남에게 쏠렸다.
축항은 지급 구품, 존자 정상의 존재이고 단청은 지급 팔품, 존자 오 단계밖에 안 됐다. 두 사람이 술내기를 하면 단청은 질 것이 뻔했다.
때문에 그들은 단청의 대답이 궁금했다.
진남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진남의 표정에 축항은 눈길이 사나워져 말했다.
"하기 싫으면 관두거라. 난 네가 능력이 좀 있는 줄 알았다!"
이번 시혈난해에 축행은 오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기우도 없고 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었다. 다만 상도맹 맹주가 강요하여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축항도 맹주가 이 정도로 대하는 단청이 얼마나 강한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단청이 자신과 술 내기를 할 용기마저 없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축항은 순식간에 흥미를 잃고 떠나려 했다.
"나와 술내기를 하겠다고?"
이때, 진남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상도맹에서 누구를 보내든 모두 마찬가지다. 모두 상대해주겠다."
진남은 몸에 존자 정석이 있었다. 때문에 누구와 술 내기를 하든 두렵지 않았다. 축항과 같은 동주의 천재라면 그는 실력으로 승부를 가르고 싶었다. 때문에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축항이 연거푸 두 번이나 말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말에 주위의 무인들, 삼성자 등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단청 진짜 건방지구나!'
'축항 앞에서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 설마 단청은 축항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건가?'
"간이 부었구나!"
석평 등은 화가 나 공격하려 했다.
"멈추거라!"
축항이 말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재미있다는 듯이 진남을 보며 말했다.
"내가 너를 얕잡아 봤구나. 고작 지급 팔품 무혼인 네가 감히 나와 대들 줄은 몰랐다. 너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술을 가져오거라!"
축항은 자리를 잡고 앉더니 화끈하게 오른손을 저었다. 기세가 엄청났다.
난성걸이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술을 올리거라! 아직도 술을 올리지 않고 뭐 하는 거냐!"
시위, 시녀 그리고 난씨 가문 제자들은 모두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술 가지러 갔다. 잠시 후 옥 접시가 상에 올라왔다. 옥 접시에는 스무 병의 칠신액이 있었다. 짙은 술 향기가 순식간에 장내를 휩쓸었다.
"헉! 스무 병이다!"
"설마 한 사람이 열 병씩? 존자 정상도 해낼 수 없을 거다!"
"단청, 건방지게 굴더니 큰 코 다치겠구나."
무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만약 단청이 마신다면 아마 강한 술기운에 육체가 터질 것이고 마시지 않으면 체면이 깎이게 된다!'
'단청아,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구나!'
휙!
이때 축항이 술병을 잡더니 고개를 들고 꿀꺽꿀꺽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칠신액 한 병을 단번에 전부 삼켰다.
무인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축항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옥병을 던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한 병 마셨다."
휙!
축항은 또 두 번째 병을 집어 칠신액을 전부 마시고 옥병을 던졌다. 안색도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두 번째 병이다."
방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칠신액을 축항은 물을 마시는 것처럼 들이켰다.
무인들과 난성걸 등은 모두 마음이 떨렸다.
'칠신액을 두 병이나 마셨다. 존자 정상이라도 한 번에 마시면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 수 없을 것인데…….'
휙!
축항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바로 세 번째 병을 집어 한 번에 마셨다. 안색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또 담담하게 말했다.
"세 병을 마셔 입가심하고 갈증을 풀었다. 이제 네 차례다!"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무인들은 놀란 표정을 짓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병을 마셨다. 한 번에 한 병씩 연거푸 세 병을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만약 다른 존자 정상의 존재라면 이렇게 한 번에 세 병을 마시면 온몸의 힘을 다 써야만 체내의 술기운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축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입가심하고 갈증을 풀었다고 하다니.'
'이것이 잠룡방 서열 십삼 위인가?'
석평 등은 별로 놀라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듯 진남을 보았다.
'축항 사형이 직접 나섰으니 어떻게 할 거냐, 단청?'
'축항의 실력은 과연 범상치 않구나.'
진남은 속으로 칭찬하더니 난성걸을 보며 말했다.
"난 가주,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난성걸은 살짝 당황하더니 말했다.
"말하거라."
축항과 석평 등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단청 이 자식 뭐 하려는 거지?'
그들이 의문스러워할 때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병은 너무 작아 마음껏 마실 수 없습니다. 항아리 같은 것이 없습니까?"
그의 말은 천둥과 같았다.
'항아리?'
무인들은 물론 삼성자, 난성걸, 축항도 깜짝 놀랐다.
칠신액을 담은 옥병은 매우 작았다. 잔에 따르면 두 잔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니 항아리 하나를 채우려면 적어도 몇십 병을 부어야 할 것이었다.
'단청은 한 번에 몇십 병을 마시려는 건가?'
축항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존자 정상이라면 아마 육신이 터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