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화 칠신액(七神液)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시끄러운 목소리가 좋은 술과 고기 향과 섞여 날아왔다.
방원 몇천 장 대전에 연회석이 차려져 있었다. 연회석 주위의 무인들은 사대 세력에서 나온 자들도 있고 유명한 무인들도 있었다. 또 난씨 가문의 제자들도 있었다.
대청에 들어간 진남은 기운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걸음을 빨리 해 모퉁이에 앉고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는 척했다. 진남의 왼쪽 눈에서는 전광이 반짝거렸다.
"음, 이 몇 명은 기운이 매우 강하다. 경지가 존자 정상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고술도 수련했구나. 무혼 등급도 지급 육품이나 지급 칠품에 도달했고……."
진남은 대충 훑어보고 서른여 명의 무인들이 매우 강하고 얕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문도산, 상도맹, 만향루의 제자들은 서른여 명의 무인들과 비하면 모두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이 제자들은 수준이 목성야, 설몽보다도 못했다. 시혈난해와 같은 금지는 사대 세력의 진정한 인재들의 주의를 끌 수 없었다.
진남은 양대 세력이 거슬렸지만, 제자들이 등급이 너무 낮기에 그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삼성자와 축항은?"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장내를 훑어보았지만,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상도맹의 다른 보통 제자들뿐이었다.
이때, 대청의 문 앞에 방대한 기세를 가리지 않은 제자 셋이 걸어왔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석풍이 왼쪽에 서고 가운데는 석풍보다 키가 좀 크고 외모가 석풍과 비슷한 청년이 서 있었다. 오른쪽에 선 청년은 생김새가 성숙했고, 기운이 깊은 골짜기처럼 깊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대청 안의 많은 사람들은 거의 순식간에 그들을 바라봤다.
"전 삼성자의 우두머리 석평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축항 사형은 급한 일이 생겨서 폐관하고 수련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하여 오늘 오실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보기에는 마치 사과하는 것 같았지만 말투는 전혀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축항이 안 온다고? 기운 빠지네!"
"됐어. 난 가겠어!"
"음……, 하지만 삼성자가 이번에 동시에 온 것만도 이미 매우 보기 드물어."
대청 안의 많은 무인들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물러갔다. 그들은 진남이 관철한 서른 명 중에 있었다. 그들은 축항의 강인함을 보기 위해 왔는데 축항이 오지 않는다니 바로 떠나갔다.
다른 무인들은 축항을 보지 못했지만 삼성자가 동시에 나타난 걸 보는 것만 해도 이미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교제에 능한 무인들, 그리고 다른 양대 세력의 보통 제자들은 빠르게 좋은 술을 들고 석평, 석원, 석풍의 옆에 모였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세력을 이루어 시끌벅적했다.
석평, 석원, 석풍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첫째 석평, 지급 팔품 무혼이고 두 개의 성도지기와 왕도지기도 좀 있고 경지가 존자 팔 단계에 도달했구나. 둘째 석원은 지급 팔품 무혼이고 역시 두 개의 양도지기가 있고 왕도지기는 석평만큼 많지 않고, 석풍은 지난번에 이미 겨뤄본 적 있지."
다들 즐기고 있을 때 모퉁이에 있는 진남은 눈이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이들의 체내에 있는 기운은 매우 비슷하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이들은 비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연합하면 힘이 배로 증가할 것이다."
여기까지 보고 진남은 삼성자의 전력에 대해 어느 정도 장악하게 되었다.
"아쉽다. 축항이 오지 않아 그의 경지를 꿰뚫어 볼 수 없구나."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 계속 여기에 있는 것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때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 분천고국의 제 일 천재 단청이잖아? 지금 가려는 거야?"
석풍이었다. 석풍은 진남이 군룡회에 온 것을 알고 있었다. 하여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주위를 훑어보며 진남을 찾았다.
진남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석풍은 그를 발견했다.
그의 말에 많은 무인들은 당황하며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저자가 바로 주벽화의 후계자이고 적풍운보다 강한 단청이란 말인가?'
"헉, 진짜 단청이구나. 얼마 전에 그가 상도맹을 털었다는 소문을 들었어. 삼성자와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설마 사실인가?"
"재미있구나. 설마 이번에 삼황자와 축항은 단청을 상대하기 위해 온 것인가? 그렇다면 상도맹은 준비를 단단히 했구나."
무인들은 모두 총명한 사람들이었기에 작은 점에서도 많은 것을 보아냈다.
마찬가지로 문도산, 만향루의 제자들도 진남을 관찰하고 있었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석평, 석원, 석풍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냐고?"
삼성자의 첫째 석평이 눈을 크게 떴다. 짙은 살기가 터졌다.
"감히 우리 상도맹까지 와서 도둑질하느냐? 극악무도하고 죄가 크다. 설사 네가 주벽화의 후계자라 해도 가만 둘 수 없다. 내가 상도맹을 대표해 너를 붙잡겠다."
휙!
석평은 바로 공격했다. 존자의 힘이 순식간에 천지의 힘을 움직여 보이지 않는 큰 손을 이루어 진남을 잡으려 했다.
그는 존자 팔 단계의 위력으로 진남을 진압하려 했다.
"아니……!"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대단하구나! 바로 트집 잡고 공격하다니!'
석평은 삼성자의 우두머리로서 경지가 존자 팔 단계에 도달했고, 잠룡방에서 서열이 이십오 위였다.
존자 오 단계의 단청이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차이였다.
진남은 극도로 긴장되었다. 체내의 존자의 힘이 미친 듯이 움직이고 왼쪽 눈에서 전광이 반짝이며 궤적을 꿰뚫어 보고 몸을 피하여 공격을 피했다.
전신의 왼쪽 눈이 궤적을 예측했지만, 공격이 너무 빨라 진남은 소름이 돋았다.
"응?"
석평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존자 오 단계가 나의 공격을 피하다니. 실로 평범하지 않구나!'
다른 무인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단청의 실력을 얕잡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컥!
문득 진남은 발끝을 들어 하늘을 베는 것처럼 도기를 무섭게 내리쳤다. 이 한 칼은 매우 예리했다. 석평의 제일 취약한 곳을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또 빠르게 피할 수도 없게 했다!
"단청!"
이때 둘째 석원, 그리고 석풍이 동시에 큰소리로 외쳤다. 그들 둘은 좌우 양편으로 나뉘어 순식간에 진남의 뒤에서 여러 가지 보물을 이용하여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연합하여 진남을 상대하려 했다!
진남은 표정이 변했다. 그는 발끝으로 바닥을 치더니 이상한 자세로 한 번 뒹굴더니 공격을 모두 피했다. 찰나, 아래에서 방대한 힘이 용솟음쳤다. 석평이 기회를 보고 공격한 것이었다. 진남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피할 수 없었다.
화라락!
마신포가 검은빛을 펼치며 진남의 가슴 앞에 모여 석평의 공격을 막았다.
쿵!
진남은 순식간에 밀려났다.
"강한 법보구나!"
석평 등의 눈에 다시 한번 놀라움이 스쳤다. 볼품없는 검은 도포가 비범함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은 세 마리 맹호처럼 동시에 산에서 내려와 진남에게 숨 쉴 기회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전신의 왼쪽 눈!"
진남은 밀려나는 동시에 왼쪽 눈을 움직여 정신을 집중하고 세 사람의 움직이는 궤적을 전부 보아내고 일일이 반응했다.
하지만 삼성자가 동시에 공격하니 위력이 엄청났다. 진남을 연거푸 뒷걸음질 치게 했다.
"진짜 강하구나!"
무인들은 저도 몰래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단청에게 감탄했다. 삼성자는 경지가 각각 존다 팔 단계, 존자 칠 단계, 존자 육 단계였다. 셋이 연합하면 살초를 드러내지 않았다 해도 보통 천재들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진남은 존자 오 단계밖에 안 됐기에,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 것만 해도 이미 매우 대단했다.
"멈추거라!"
그때 큰 외침이 울려 퍼졌다. 방대한 위압이 강림했다.
남색 장포를 입은 중년 사내가 등장했다. 그의 체내에서는 쿵쿵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체내에서 바다가 사납게 포효하는 것 같았다.
현재 난씨 가문의 가주이고 성주부 부주인 난성걸이었다. 존자 정상의 경지였다.
"삼성자, 단청, 내 체면을 봐서 싸움을 멈추거라! 원한이 있다면 난해성 밖, 혹은 시혈난해에서 해결하거라."
난성걸은 존자의 힘을 움직여 네 사람을 바라봤다.
"어……. 알겠습니다! 성주 대인의 체면을 봐서 오늘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석평, 석원, 석풍은 연합하여 단청을 공격했다. 그런데 단청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계속 싸워 살초를 드러내면 별 의미 없었다. 그렇게 되면 분천고국 강자들을 불러올 게 뻔했다.
"후! 실력이 아직 부족하구나. 반드시 방법을 대 경지를 높여야겠어!"
진남은 똑바로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기운이 조금 혼란스러웠다. 일대일로 싸웠다면 석평이라도 그는 압도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시혈난해에서는 절대 일대일로 싸울 리가 없었다. 그가 혼자 한 무리 사람들과 싸우게 될 것이었다.
때문에 실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절실했다.
"고맙다."
난성걸이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말했다.
"오늘 잠룡방에 오른 천재들이 동시에 우리 난해성에 온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선배로서 오늘 너희들에게 우리 난씨 가문에서 제일 진귀한 술인 칠신액(七神液)을 대접하겠다."
그의 말에 주위의 수사들의 눈에서 짙은 부러움이 드러났다. 난씨 가문 사람들은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수계 공법을 수련했다. 때문에 난씨 가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술을 빚는 재간이 있었다. 칠신액은 동주에서도 이름 있었다.
맛이 절묘할 뿐만 아니라 마시면 경지를 높이는 데도 좋았다. 그러니 매우 귀하여 일반 사람들은 마셔볼 기회가 없었다.
석평 등은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술 마시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석평은 그 말에 손뼉 치며 기뻐했다.
"좋습니다! 가주께 감사드립니다!"
"작은 성의다, 사양할 필요 없다."
난성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손을 젓자 네 개의 옥병이 석평, 석원, 석풍과 진남의 앞에 떨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쏠렸다.
진남은 고개를 숙여 보았다. 옥병 안에는 일곱 가지 색상의 술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칠색 빛을 뿜고 있었다. 일곱 가지 술은 일곱 형상처럼 엄청 대단했다.
짙은 술 향기가 순식간에 전체 대전에 퍼졌다. 많은 수사들은 참지 못하고 코를 벌름거리며 향기를 음미했다.
진남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향기만으로도 구미가 동했다.
"좋구나, 마셔보자."
진남은 난성걸에게 공수한 후 한 잔 따라 마셨다.
일곱 가지 전혀 다른 향기가 그의 입에 퍼졌다. 이어 한데 어우러져 말할 수 없는 향기를 뿜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묘하여 잊을 수 없었다.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솟아올라 진남의 사지로 퍼졌다.
"응?"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