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화 도둑맞았다고?
"그럼 단청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는 갑자기 떠올라 진남과 제구성에서 겨루고 봉황영에 들어갔다. 분명한 것은 그가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를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수단이 있다는 건 그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제천대전에서 우리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의 비밀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 건은 이번에 사대 강자가 자취를 감췄고 태자도 사라진 것이다. 우리 밀정(密探)에 의하면 사라진 그날 밤에 단청이 황궁에 들어갔다고 하는구나. 아마 단청은 뭔가 알고 있을 것이다. 분석해보면 이 모든 것은 선제의 지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상도맹 맹주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도. 차천초는 이미 진남이 얻었으니, 지도를 얻어야 한다. 지도를 단청이 가져가면 우리 상도맹은 목부와 관계를 맺을 기회가 사라진다."
그 자리에 있던 강자들은 얼굴빛이 싸늘해졌다.
그 지도는 매우 중요했다.
"한마디로 단청의 비밀, 그가 알고 있는 비밀, 지도까지 우리 손에 넣어야 한다. 내가 보기엔 그가 이번에 시혈난해로 갈 것 같구나. 우리가 어떤 세력을 갖춰 단청을 상대해야 할 것 같느냐?"
상도맹 맹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물었다.
옆에 서 있던 석풍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같은 지급 팔품 무혼의 천재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지급 팔품 무혼이 상도맹의 강자들을 한데 모아 대책을 논의하게 했다. 진남을 제외하고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삼성자(三星子)를 파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삼성자를 보내 단청을 상대하면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단청은 분천고국 강자의 비호를 받고 있어 우리가 무력을 사용하면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삼성자가 그를 상대하게 해야 합니다."
강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자는 상도맹의 제자 중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삼성자는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석풍은 그중 한 명이었다.
다만 석풍은 삼성자 중에서 능력이 제일 약했다.
다른 두 명의 경지는 석풍보다 강했다.
그 세 사람이 손을 잡는다면 잠룡방 십오 위에 드는 사람도 물리칠 수 있었다.
"삼성자라……."
상도맹 맹주는 중얼거리더니 별안간 물었다.
"축항(祝航)이 직접 나서게 하는 건 어떠냐?"
강자들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단청을 상대하는데 축항까지 나설 필요가 있을까?'
* * *
그 시각, 육호 장보전.
"초무성식부(悄無聲息符), 일생일세상애부(一生一世相愛符), 사심탑지부(死心塌地符)……."
용호는 눈에서 빛이 나고 마음이 마구 떨렸다. 그 부적들은 그에게는 그야말로 지보였다.
진남과 사마공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놈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넋을 잃고 쳐다봤다.
부적, 진반은 대개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그중엔 두 번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이들은 법보처럼 영부(靈符), 왕부(王符), 성부(聖符), 제부(帝符)로 나뉘었다. 능력은 법보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부적은 때로 법보보다 쓰기에 더욱 편했다.
"응?"
진남은 손바닥 세 개만 한 부적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부적마다 비뚤어진 선홍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그 줄무늬들은 타오를 것 같았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면 뜨거운 기운이 꿈틀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적은 백 장이나 되었다. 모두 왕부였는데, 왕도지기와 비교할 만했다.
"이건 폭열광염부요. 뇌정주와 쓰임이 비슷하오. 진남, 어서 받으시오. 뇌정주와 같이 쓰면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거요."
사마공은 웃으며 말했다.
"네. 봉황시혼화가 있으니 함께 쓰면 위력이 더 강해질 것 같군요."
진남은 폭열광염부를 모두 가져갔다.
육호 대전, 대진에 둘러싸인 방원 오 리 범위 안에는 무려 삼백여 개의 왕부와 진반이 있었다. 진남이 한꺼번에 백 개를 가진다 해도 충분했다.
육호 대전에서 수련 중인 대머리 사내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무언가를 느낀 듯 눈꺼풀이 끊임없이 떨렸고 당장이라도 눈을 뜰 것 같았다.
세 사람은 회오리바람처럼 천여 개의 부적과 잔반을 훔친 뒤 칠호 대전으로 향했다.
"칠호 대전에는 여러 가지 단약이 숨겨져 있소. 앞의 두 개 대전에 비하면 훨씬 값어치가 있소."
사마공은 말하면서 칠호 장보전으로 들어갔다. 장보전 깊숙한 곳에서 장발의 중년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폐관 수련하고 있었다.
진남은 주위를 힐끗 쳐다보더니 눈에 빛이 났다.
전체 대전에는 여러 가지 옥병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속에는 단약들이 들어있었다. 단약마다 기세가 강하고 여러 가지 쓸모가 있었다. 요양, 하독(下毒, 독을 풀다), 증강 등 쓸모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사마공은 대진을 펼치더니 이내 단약을 골랐다.
* * *
같은 시각, 상도맹의 총전, 의사전.
사람들의 의문 가득한 시선을 느낀 상도맹의 맹주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단청에게 무슨 비장의 수가 있는지 모르니, 삼성자가 나서면 축항도 나서야 한다."
그 말에 현장에 있던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축항은 잠룡방 서열 십삼 위, 지급 구품 무혼에 경지는 존자 정상에 도달했다. 그는 상도맹 천재 중 서열 이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축항 급의 천재는 보통 쉽게 나서지 않는다. 한데, 지금 단청 때문에 상도맹 맹주가 축항과 삼성자를 동시에 내보내겠다고 한 것이었다.
"또한, 만향루와 문도산에 즉시 연락할 거다. 특히 문도산은 분천고국과 여러 해 동안 사이가 나빴다. 그들에게 약간의 이득을 주고 양대 세력의 천재들이 동시에 단청을 상대하도록 할 거다."
강자들은 안색이 모두 변했다. 이제야 그들은 단청에 대한 상도맹 맹주의 필살지심(必殺之心)을 느꼈다.
축항, 삼성자, 여기에 만향루와 문도산의 천재까지.
시혈난해 속에서 단청은 도망갈 길이 전혀 없었다.
* * *
같은 시각, 칠호 장보전.
"해독하는 단약, 마화하는 단약, 독을 넣는 단약……."
진남은 단약을 들고 있었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법보 같은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단약들은 중요한 순간에 다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단약을 가져가 원석과 바꾼다 해도 법보보다 잘 팔릴 것이었다.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법보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단약들은 중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여 알의 단약을 모조리 훔쳤다.
"좋구나."
진남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약탈, 특히 자신의 적을 약탈했다는 만족감은 정말 컸다.
상도맹 맹주와 강자들이 발견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흥미로웠다.
"이만 갑시다. 이놈이 깨어날 것 같소."
사마공은 목소리가 긴장되었다.
진남은 힐끗 쳐다봤다. 역시 장발의 중년 사내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종잡을 수 없이 흐트러졌다.
"갑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떠나려고 발을 내디디자마자 무언가 생각난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남은 종이를 꺼내 용이 날아다니고 봉황이 춤을 추듯 글을 몇 자 남기고 사망공이 부르자 따라갔다.
세 사람은 귀신처럼 빠르게 칠호 장보전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정원을 지나 신속하게 북쪽 거리를 떠났다.
* * *
같은 시각, 칠호 장보전 안.
슉!
장발의 중년 사내가 눈을 떴다. 존자 정상의 엄청난 기운이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 하마터면 무성의 심오함을 느낄 뻔했는데……."
장발의 중년 남자가 욕을 퍼부었다. 그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두계희로, 상도맹의 장로이다. 그는 얼마 전에 성녀를 추행해 상도맹 부 맹주의 불만을 샀다. 그래서 칠호 장보전에 보내 일 년 동안 반성하게 했다.
그는 상당히 굴욕을 맛보았다.
그래서 그는 폐관하고 무성으로 진급해 설욕하려 했다.
다만 중요한 순간에 그는 기분이 나빠지고 심난했다.
"누가 도둑질하러 온 건 아니겠지?"
두계희는 대전을 힐끗 보았다.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자 마음이 놓였다.
물건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실직할 것이고 비참해질 것이다.
"계속 성자의 심오함을 깨달아야지. 무성으로 진급하면 꼭 부 맹주 앞에서 성녀를 한 번 더 추행할 거야……."
두계희는 눈을 감았다. 수련을 계속하려던 그는 문득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응?"
두계희는 대전의 구석진 곳을 바라보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빌어먹을! 진짜로 누군가 물건을 훔쳤잖아! 전체 대전의 십 분의 일이나 훔쳐갔어. 그러니 무성의 심오함을 못 느끼고 마음이 뒤숭숭해졌구나.'
그때, 삼호, 육호 대전에서도 놀라고 화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야!"
"아! 이런!"
그 목소리를 듣자 두계희는 어리둥절해졌다.
'설마……. 도둑맞은 게 우리 대전뿐이 아니었어?'
"이런! 큰일 났다!"
두계희는 깜짝 놀랐다. 그는 빠르게 경지를 폭발해 신식을 전했다. 만약 도둑을 잡지 못하면, 대전을 지키는 그들은 죽지는 않더라도 틀림없이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었다.
신식을 전한 두계희는 대전의 구석진 곳에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저건 뭐지?"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쪽지를 집어 보더니 얼굴이 더 파래졌다.
'누굴 속이려고!'
* * *
같은 시각, 상도맹 본부, 의사전.
"맹주 좋은 생각입니다. 이번엔 단청은 우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손을 쓸 거면 한 번에 제대로 합시다."
"맹주, 영명합니다."
강자들은 잇달아 입을 열었다.
상도맹 맹주는 입가에 웃음을 띠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축항과 삼성자는 성품 등급의 독약을 단청에게 사용할 거다. 몸의 통제를 잃고 무엇을 묻던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이다."
상도맹 맹주의 눈에 냉기가 번뜩였다.
오늘 북쪽 거리에서 단청이 두 개의 영패를 들고 자신을 무시했다. 그러니 상도맹 맹주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청, 이번엔 어떻게 도망가나 보자."
상도맹 맹주 입가의 미소가 점점 잔인해졌다.
그때였다.
땡!
날카롭고 거친 동종소리가 북쪽 거리에서 울려 퍼졌다.
상도맹 맹주 입가의 미소가 굳어졌고 현장에 있던 강자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이 동종소리는……? 혹시 누가 장보전의 물건을 훔쳤나?'
거두들은 일제히 정신을 차렸다. 안색이 크게 달라졌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북쪽 거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전부 완전히 굳어졌다.
'이 소리는……. 누군가 상도맹을 털었단 말인가?'
쿵!
북쪽 거리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누군가 상도맹을 털었다고?"
사람들은 매우 흥분했다.
상도맹은 경계가 삼엄하며 수많은 큰 도둑들이 그 안의 보물을 욕심냈지만 모두 얻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누군가 성공했다. 그러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흥분과 달리 상도맹 본부는 위에서 아래까지 수많은 제자, 호법, 장로, 심지어 태상 장로까지 모두 아수라장이 되었다.
강대한 기운들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