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고기방패
사마공은 용호를 흘겨보더니 흰색 기운을 불어 대문에 주입했다.
"응?"
진남은 그 흰색 기운이 안개처럼 조용히 대문의 핵심 진법에 스며들어 운행되지 못 하게 하는 걸 봤다.
"동천술(洞穿術)!"
사마공은 손을 휘둘러 신비한 힘으로 진남과 용호를 감쌌다.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대문으로 지나갔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들어온 거야?"
용호는 더욱 흥분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그는 안색이 변했다.
삼호 대전의 깊숙한 곳에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노인의 호흡 하나에도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노인은 존자 정상급의 강자였다.
'저자가 여기 있다니…….'
"벽천대진(碧天大阵)."
사마공의 미간의 도제인이 금빛을 내뿜었다. 금빛은 소리도 없고 힘의 파동도 없었다. 도제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진법을 이루어 삼호 대전 안 방원 오 리의 보물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진법을 중심으로 안팎은 두 개의 세계가 된 듯 모든 것이 단절됐다.
"진법은 절반 향이 타는 시간밖에 유지할 수 없으니 빨리 움직여야 하오."
사마공이 말했다.
"그런데 이 진법은 투명하잖아."
용호는 목소리가 떨렸다. 대전의 깊은 곳에서 폐관 수련하고 있던 노인이 눈을 뜨면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폐관하고 있는데 왜 눈을 뜨겠습니까?"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그는 즉시 삼호 대전을 힐끗 쳐다봤다.
삼호 대전은 무려 방원 백 리나 차지하고 법보가 걸려있었다. 법보마다 매우 강한 힘을 수없이 내뿜고 있었다. 대략 보아도 수만 개가 되었다.
그들의 대진은 방원 오 리를 뒤덮었고 그 안에도 수천 가지의 법보가 있었다.
"이런……."
진남은 저도 몰래 욕이 나왔다.
상도맹은 정말 부유했다. 대전의 깊은 곳에 있는 저 노인만 아니라면 대전을 다 털어가고 싶었다.
"우린 진법 안에 있는 것만 가져갈 수 있소. 법보들마다 특수한 금제 처리가 되어 있소. 만약 다른 것을 가져가면 오히려 해를 입을 것이오. 그러니 최대한 작은 것을 잡으시오."
사마공이 입을 열었다.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담을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저장 주머니라 작은 것을 잡는 것이 좋았다.
사마공이 삼호 대전을 고른 것도 이곳의 법보는 크기가 작아 많이 가지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슉!
사마공은 번개같이 수백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그는 대진의 법보 위에 잇달아 떨어지면서 법보를 둘러싸고 있는 금제를 깨뜨렸다.
사마공은 불꽃을 뿜어 모든 법보를 뒤덮었다.
쿵! 쿵! 쿵!
법보의 두 번째 금제가 폭발하더니 엄청난 공격을 이루었다. 그것은 거대한 홍수처럼 사마공을 덮쳤다.
"용호!"
사마공은 고함을 질렀다. 그는 손을 내밀어 어리둥절한 표정의 용호를 당겨 앞을 막았다.
"사마공, 빌어먹을……."
용호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는 사마공이 왜 방어영기를 그렇게 많이 입혔는지 드디어 알아차렸다. 그를 고기 방패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쿵! 쿵! 쿵!
폭발음에 용호의 방어법보는 일제히 부서졌고, 용호는 마지막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마치 불에 탄 듯 시커멓게 변했다.
다행히 용호는 몸집이 크고 살이 두꺼웠다. 그렇지 않으면 죽었을 것이다.
"이…… 런…… 빌어먹을……."
옆에 있던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그는 법보의 반격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모두 당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엄청난 파동이 생겨 벽천대진을 그대로 폭발시킬 것이었다.
용호를 방패로 삼아야만 강경하게 싸울 수 있고 대진이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을 수 있었다.
"하하, 잘했소. 진남, 법보를 골라보시오."
사마공은 진남에게 눈짓을 했다.
두 사람은 무자비하게 용호를 버리고 법보를 고르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법보가 있었지만 서로 원하는 것이 다 달랐다.
"으윽."
용호는 그 모습을 보고 어디서 힘이 났는지 벌떡 일어났다. 그는 굶주린 늑대처럼 정신없이 둘러보더니 보물만 보이면 저장 주머니에 넣었다.
"이렇게 작은 왕도지기에까지 부적이 있다니. 상도맹은 정말 돈이 많구나……."
참다못한 진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끊임없이 훑어봤다. 수천 개의 보물에는 무려 수백 개의 왕도지기가 있었다.
삼호 대전의 왕도지기는 천 개가 넘었다.
다른 일곱 개의 대전은 아직 포함하지 않았다.
"도둑질하는 것도 재미있네."
진남은 대전 깊은 곳의 노인을 힐끗 쳐다봤다. 그 노인은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수련하고 있었다. 그는 설마 도둑들이 자신의 코앞에서 도둑질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진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노인에게 들킨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빨리 보물을 가져야지."
진남은 빠르게 손을 써 땅에 숨는 등 오묘한 쓰임이 있는 왕도지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삼십여 개를 거두어들였다.
"응?"
진남은 머리만 한 크기의 금속 원구가 바닥에 얌전히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내부에는 엄청난 뇌정의 힘이 요동치고 있었다. 만약 방출한다면 존자 일 단계도 무서워서 벌벌 떨 것이었다.
원구는 무려 수백 개나 쌓여있었다.
"진남, 이건 뇌정주(雷霆珠)요. 뇌정주 하나만 있으면 존자 일 단계 강자를 물리치는 건 문제없소. 위력이 별로인 것 같지만 백 개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그 위력이 대단하지. 존자 정상급이라고 해도 벌벌 떠니 적을 물리치는 데 쓰임이 많소."
사마공은 어떤 장면을 환상이라도 한 듯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가지겠습니다."
진남은 뇌정주들을 모두 주머니에 넣었다. 언젠가 쓸 수 있을지도 몰랐다.
대담한 셋은 수천 개의 보물을 훔치느라 정신없었다. 그들은 특별한 보물을 보면 제비뽑기로 누가 가질지 결정했다.
그 시각, 대전 깊은 곳의 노인은 수련하면서 미간을 약간 찌푸려졌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수련이 잘되지 않았다.
* * *
같은 시각, 상도맹, 총전(總殿).
북쪽 거리의 수십 개 궁전 중에서 총전에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 존자 정상 강자뿐 아니라 잠룡방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재도 들어갈 수 없었다.
총전의 의사전에는 거대한 채색 수정 원탁이 있었는데, 사람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진남이 거기에 있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소일백호를 도왔던 제천도장의 부 맹주, 태상 장로, 장로 등 모두 상도맹 본부의 정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원탁의 상석에는 상도맹 맹주가 앉아 있었다.
삼대 무성, 각 무존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단청은 실력이 대단합니다. 한 번 겨뤄봤는데 그는 아직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제 예측이 맞는다면 잠룡방에서 이십팔 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석풍은 자리에 있는 거두들을 보자 난감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장에 있던 거두들은 그 말에 표정이 싸늘해졌다.
'이십팔 위라니. 불과 며칠 만에 삼십삼 위에서 이십팔 위까지 올라가다니.'
"오늘 여러분을 소집한 것은 어떻게 단청을 상대할 것인지 상의하기 위해서다. 물론 진남을 잡는 방안도 우리는 조정을 해야 한다."
상도맹 맹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들은 단청과 진남이 한 사람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이 적으로 여기는 존재가 삼호 대전에서 보물을 고르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을 줄은 더욱더 생각지 못했다.
* * *
같은 시각, 삼호 대전.
"대단하다, 대단해, 대단해……."
흥분된 표정의 용호는 빙왕잠사(氷王蠶絲)로 만든 조끼를 들고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이 왕도지기는 그의 딱 마음에 들었다. 그는 마침 마음에 드는 사매가 있었다.
'이걸 선물하면 그 사매가 거절할 수 있을까?'
한 명을 더 꼬시면 그는 두 사매를 거느릴 수 있었다.
진남과 사마공은 용호처럼 겉으로 보기에 들떠 있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몹시 들떠 있었다.
보물을 그냥 가지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렇게 많은 왕도지기에 또 다른 진기한 보물, 뇌정주까지. 수확이 풍성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눈이 반짝거렸다.
용호는 향이 절반 타는 시간도 안 돼 천여 개의 보물을 싹쓸이했다.
용호는 사마공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의 수단으로 더 많은 보물을 얻기를 바랐다.
"이제 삼호 대전에서는 그만해야겠소. 상도맹의 강자들은 고술을 수련하여 직감이 아주 예리하오. 오래 머물게 되면 알아차릴 거요. 육호 대전, 칠호 대전 두 개만 더 훔칩시다."
사마공이 입을 열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직감은 매우 신비로웠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싸운 사람은 살기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예민하다. 또 예를 들어 수불식(睡佛式)을 수련했다면 직감이 매우 예민하여 강자가 느끼지 못하는 것조차 느낄 수 있다.
진남은 삼호 대전에서 수련 중인 노인을 힐끗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이미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더 지체하지 말고 빨리 갑시다."
진남은 얼른 입을 열었다.
사마공과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조용히 삼호 장보전에서 물러갔다. 벽천대진과 대문의 안개까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천여 개의 보물은 사라졌다.
삼호 장보전의 노인은 찌푸렸던 눈썹을 천천히 풀었다.
세 사람은 곧 같은 방식으로 육호 장보전에 들어갔다.
육호 장보전은 삼호 장보전과 달리 안에 있는 보물 대부분이 부적, 진반(陣盤, 대진이 그려진 원판) 같은 것이었다. 육호 장보전에서 수련 중인 대머리 중년 사내는 숨을 몰아쉬었고 꼭 감은 눈꺼풀에 전광이 번쩍였다.
"벽천대진."
사마공은 아까처럼 대진을 펼쳐 법보의 첫 번째 금제를 풀고 불꽃을 내뿜었다. 모든 법보가 공격할 때, 용호는 무의식적으로 진남의 뒤로 도망갔다. 진남은 용호를 붙잡아 사마공에게 던졌다.
곧이어 진법 안에서 부르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빌어먹을……!"
* * *
같은 시각, 상도맹 총전, 의사전.
"먼저 진남에 대해 이야기하자."
상도맹 맹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
"진남은 신출귀몰이다. 아마 어떤 수단을 얻었기에 상역을 누빌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그를 발견하려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그림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수시켜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이 두 번 나타나면서 사대 세력이 두 번 출동했다. 하지만 잡지 못한 것을 보면 그가 아주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남은 지급 육품 무혼으로 사대 세력을 손아귀에 놓고 놀렸다. 그 자리에 있던 무성강자라 할지라도 몰래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만약 진남을 잡는다면 반드시 뼈를 부숴버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