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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75화 (375/1,498)

375화 상도맹을 텁시다

진남이 당당하게 나온 것은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대 강자들은 진법을 펼친 일로 기운을 다 써서 회복 중이었다. 진남이 영패를 사용해도 강자들은 올 수 없었다.

검존자와 교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남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상도맹 맹주와 같은 거물 앞에서 침착하게 기선제압을 하는 것도 보통 천재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둘은 더 이상 상도맹에 있을 수 없을 텐데……."

진남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상도맹이 이런 곳이라면 더 이상 있을 필요도 없다."

검존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교철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교철, 마침 나를 따라 동주를 돌아다닐 검동(劍童)이 필요하다."

교철은 얼굴이 환해지며 공수하고 말했다.

"저는 좋습니다."

검존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남에게 공수했다.

"단청,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자!"

"인연이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

진남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둘을 분천고국에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갈 길을 선택했다.

그들과 헤어진 후 진남은 사마공을 만나러 길을 떠났다.

북쪽 거리에서 진남은 상도맹을 잘 살폈다.

백호성의 북쪽 거리는 상도맹 소속이었다. 서른여 개의 궁전들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모두 웅장했다.

궁전들은 쓰임이 다양했다.

경매장도 있고 교역각(交易閣)도 있으며 보물과 영약도 있었다.

"어라? 저건 뭐지?"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먼 허공에 커다란 눈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마치 북쪽 거리를 전부 굽어보는 것 같았다.

"상도맹 본부에 핵심 궁전이 몇 개 있는데 그곳엔 보물들을 저장한다고 했어. 저 눈은 아마 핵심 궁전을 감시하는 걸 거야. 몸을 숨기거나 땅속에 들어가거나 여러 술법을 사용해도 저 눈이 다 알아보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북쪽 거리의 어떤 골목에서 사마공이 보낸 신념대로 한 정원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용호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리 늦게 온 거야?"

"진남, 얼른 오시오. 천안(天眼)에 발견되겠소."

사마공이 옆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은 방 안에 들어가서 사마공을 보았다. 오늘따라 사마공이 다르게 보였다.

그는 본 모습을 드러내고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흰옷은 반짝거리고 기품이 당당하며 기운이 평범하지 않았다.

"허허, 녀석. 이제 무슨 큰일인지 말해보거라. 내가 만족할만한 소식이 아니면 단단히 혼날 줄 알아!"

용호는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전음을 받기 전에 그는 현무영에서 사매와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진남, 상도맹에서 보물을 몇몇 대전에 감춘 걸 알고 있소?"

사마공은 용호를 무시하고 진남에게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

진남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공은 왜 저런 질문을 한 거지? 설마……."

사마공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오늘 우리 셋은 엄청난 일을 할 거요. 그 대전들을 전부 텁시다!"

그의 말에 진남과 용호는 화들짝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상도맹의 장보전(藏寶殿)들을 털자고?'

'장보전 주변에 틀림없이 함정들이 있을 거고 지키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고작 우리 셋이 달려든다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상도맹을 털자고? 미쳤어? 죽으러 가자는 거냐? 난 따라갈 수 없……!"

용호는 욕설을 퍼부었다.

동주에서 이름 있는 도적들이 상도맹을 털려고 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하지만 한 번도 예외 없이 도적들은 전부 붙잡혀 죽었다.

상도맹의 본부에는 무성 경지의 강자들이 수두룩했다. 하역에 있는 상도맹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 사마공의 기운이 변하더니 제위(帝威)를 드러냈다. 그의 미간에 금색 인이 천천히 드러나 눈이 부시게 빛이 났다.

금색 인을 본 용호는 충격을 받았다.

"저건 도제인(盜帝印)? 네, 네가 도제 후계자야?"

'도제?'

'물건을 훔치는 도제?'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알아차렸다. 사마공은 상도맹 역사 이래 처음으로 다섯 개의 흑인을 가지고 상도맹에 들어간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상도맹의 보물을 얼마나 많이 훔쳤는지 모른다.

용호는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아서 말했다.

"도제의 후계자면 뭐하냐? 그놈들은 무성 경지이다. 미친 짓을 하려거든 혼자해라 나는 빠지겠다."

사마공은 진남을 향해 또박또박 물었다.

"진남, 같이 하겠소?"

"그게, 훔치는 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진남은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전신의 혼을 진급하려면 아직 엄청난 원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도맹은 내 적이잖아.'

진남은 실력을 충분히 갈고닦고 나면 단청이 아닌 본 모습으로 돌아가 상도맹에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그런 상도맹의 물건을 훔쳐 적에게 타격을 주는 일을 왜 하지 않는단 말인가?

"합시다!"

"좋소!"

사마공은 표정이 활짝 폈다. 진남이 도와준다면 이번 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진남, 장난하지 마. 이번 일은……."

용호는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 녀석들이 미쳤어.'

"용호, 대전에 진귀하고 가치가 엄청난 이보들도 있는데 안 갈 거요?"

사마공이 그를 쳐다봤다.

용호는 멈칫했다. 머릿속에 저도 몰래 장면이 그려졌다. 커다란 대전에는 보물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모두 가치가 엄청났다.

용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만약 훔치는 데 성공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에잇, 우린 형젠데 어쩔 수 없지. 자네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으니 해야지 어쩌겠어!"

용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입으시오."

사마공은 그를 보더니 손을 휘둘러 빛이 나는 장포, 갑옷을 꺼냈다. 용호는 당황했다.

'이렇게 많은 방어지기를 입어 뭐하지?'

"무슨 계획이 있습니까?"

진남이 물었다.

사마공은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손을 쓴다는 건 이미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상도맹에 몇 달 동안 있으면서 지형을 전부 관찰했소."

사마공이 허허 웃었다.

"상도맹의 수비는 무척 삼엄하오. 천안이 주변을 살피고 강자들이 수호하오. 어떤 기관들에는 금제 대진이 처져 있소. 그중 일부는 내가 해결할 수 있지만, 대진과 금제는 자네가 처리해주오."

사마공이 진남을 찾은 원인이었다.

진남은 동술로 대진과 금제를 손쉽게 뚫을 수 있었다.

"문제없습니다!"

진남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출발합시다!"

사마공의 미간에서 금인이 빛을 발하더니 신비한 금광이 진남과 용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진남과 용호도 기운이 달라졌다.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아무리 강한 신식도 그들을 느낄 수 없었다.

'신비한 도제인이군!'

진남은 깜짝 놀랐다.

"둘 다 은신 부적이 있소?"

사마공이 물었다.

기운만 숨긴다고 될 게 아니었다. 형체를 아예 감추어야 했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무언가 생각이 났다. 그는 존자의 힘으로 마신포를 움직였다. 마신포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마신포에서 투명한 파문이 일더니 진남을 감싸고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마신포라? 보물을 얻었군……."

사마공은 부러운 시선으로 운이 좋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고작 몸을 숨기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용호는 몸을 흔들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사용한 건 용족의 고술이었다. 모습을 숨길 때 사용했는데 마신포와 효과가 비슷했다.

"갑시다. 절대 다른 사람이 우리의 몸에 닿으면 안 되오."

사마공은 당부했다. 미간의 도제인이 금빛을 반짝이더니 그도 모습을 감추었다.

셋은 상도맹으로 향했다.

북쪽 거리에는 사람들이 오가서 북적거렸다. 셋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무존 경지 정상급의 강자가 그들 곁을 지난다고 해도 그들을 알아채지 못했다.

"상도맹에는 대전이 여덟 개 있소. 거기에 수많은 보물들이 있지. 우리가 이번에 갈 곳은 삼호 대전이오. 삼호 대전 밖에는 존자 정상급의 강자들이 폐관 수련 중이오. 말이 폐관 수련이지 신식으로 삼호 대전을 덮고 있소. 여덟 대전의 깊숙한 곳에 태상 장로가 폐관 수련 중이라고 하오."

가는 동안 사마공이 그들에게 설명했다.

"그곳엔 기관들이 많으니 나를 잘 따라오시오. 풀잎도 꽃잎도 함부로 건드리지 마시오."

이 말은 사마공이 용호에게 당부하는 것이었다.

용호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내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도착했소!"

셋은 상도맹의 경매장 등을 지나 어떤 정원에 도착했다.

정원은 크기만 방원 삼십 리가 되었다. 정원에는 기이한 꽃과 나무들을 심어 향기가 가득했다. 정원의 중앙에는 잔잔해 보이는 호수가 있었다.

정원의 뒤쪽에는 여덟 개의 작은 길이 있었는데 각각 여덟 개의 대전과 이어졌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훑어보다가 안색이 변했다.

어느 하나 평범한 정원이 없었다.

여러 기관과 고술들이 얽힌 정원은 무성 경지 강자가 와도 도망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더구나 정원의 위쪽에 천안이 시시각각 훑어보고 있었다.

약간의 이상한 움직임만 있어도 상도맹의 주의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상도맹 맹주, 부 맹주와 무성 경지 강자들이 강림하면 누구도 도망갈 수 없었다.

"따라오시오."

사마공은 둘에게 말하고는 움직였다.

진남이 전신의 왼쪽 눈으로 보니 사마공의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다. 닭 다리를 뜯던 뚱보가 아니라 절세대도(絕世大盜)로 변했다.

사마공은 힘껏 발을 딛더니 정원으로 향했다. 그의 두 손은 옅은 금빛을 풍기며 빠른 속도로 소리 없이 익숙하게 기관들을 부쉈다.

진남과 용호는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정원의 뒤쪽에 도착했다. 몇 걸음만 있으면 정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진남!"

사마공이 나지막이 소리쳤다.

진남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왼쪽 눈으로 대진들을 전부 살피기 시작했다.

"좌 삼, 우 사, 앞 오……."

진남은 대진에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존자 정상급도 죽일 수 있는 대진을 피했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사마공, 이 기관들을 전부 없애면 상도맹에서 눈치채지 않겠습니까?"

진남이 사마공에게 물었다.

"허허, 진남, 내가 무력은 자네에게 안 되지만 도술은 상역 동주에서 나에게 비할 자가 없을 것이오."

사마공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보고 안색이 변했다. 방금 부순 기관들은 이미 처음처럼 회복이 되었다. 그러니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다.

"삼호 대전 문 앞에 도착했어!"

용호는 흥분했다.

방금 대진을 부수자 그들은 드디어 정원을 나와서 대전 문 앞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기만 하면 수많은 보물들이 있었다.

진남은 살펴보더니 표정이 차가워졌다. 삼호 대전의 문은 현무영의 핵심 대전과 똑같았다. 대문 전체가 법보였다. 마땅한 열쇠나 익숙한 기운이 없으면 누구라도 건드리기만 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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