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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73화 (373/1,498)

373화 다시 만난 인연

"적풍운, 선배님들을 잘 부탁한다."

진남은 당부했다.

"걱정 마십시오. 스승님과 다른 분들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회복하는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적풍운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오각형의 영패를 꺼냈다.

이 영패는 잠룡영인데 잠룡방에서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남이 손을 휘두르자 잠룡방 순위가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삼십삼 위로 변화가 없었다.

"잠룡방 순위가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거렸다.

삼황자는 성공적으로 운명을 바꾸고 지급 십품의 엄청난 천재가 되었다. 진남은 빨리 무혼 등급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의 손에 임풍소가 준 삼백만 개의 원석이 있었다.

"그럼 난 먼저 가마!"

진남은 남은 혼돈지기를 혈익봉황과 진국현무의 몸속에 주입하고 허공을 찢고 자리를 떴다.

진남은 이제 허공을 찢는 일도 마신포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 번이 아니라 한 번에 바로 봉황영에 도착했다.

무존 오 단계는 일 단계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제 원석을 삼키자."

진남은 수행대전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원석을 전부 꺼내고 삼키기 시작했다.

삼십만 개!

팔십만 개!

백만 개!

이백만 개!

진남은 무려 삼백만 개의 돌을 모두 삼켜버렸다. 그러나 전신의 혼은 아무런 반응 없었다. 다만 머릿속의 신비한 태고 세계와 교류해서 만 개의 혼돈지기를 내렸다.

"역시……."

진남은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지난 번에는 사백오십만 개의 원석을 삼켜 지급 팔품으로 진급했다. 그 뒤로 백삼십만 개, 그리고 삼백만 개까지 모두 사백삼십 개의 원석을 삼켰다.

만약 진남의 추측이 맞는다면 지급 구품으로 진급하려면 적어도 두 배 또는 더 많이 삼켜야 할 것이었다.

"나는 사백삼십만 개를 삼켰다. 아직도 적어도 사백삼십만 개, 심지어 더 많이 필요하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더러 나를 도와 찾아달라고 해야겠다……."

진남은 결심했다.

양대 신수의 신분과 지위가 있는데 고작 원석을 얻어오라고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안다면 다들 놀랄 것이다.

이때, 진남의 전음 부적이 저장 주머니 안에서 반짝거렸다.

이 부적은 사마공이 남겨준 것으로 그들끼리 연락하는 수단이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사마공이 왜 나를 찾는 걸까?'

진남은 부적을 꺼내 신식으로 살폈다.

"진남, 빨리 백호성 남쪽 거리에 있는 상도맹에 오시오! 용호도 데리고 오시오. 엄청난 일을 벌입시다!"

"엄청난 일을 벌이자고?"

진남은 얼떨떨했다. 그러나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마공은 상도맹의 역사에서 처음 미간에 다섯 개 흑인이 있는 사내였다. 그의 신분과 내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홍진변신술만 보더라도 그랬다. 진남이 상역에서 신분을 바꾸고 추격을 당하지 않게 된 것도 사마공 덕분이었다.

"얼마나 큰일을 벌이려는 건지 모르겠군. 용호에게 신념을 전하고 북쪽 거리에 가보자."

* * *

진남은 전음하고 허공을 뛰어넘어 북쪽 거리로 왔다.

황궁은 남쪽에 있고 상도맹은 북쪽에 있었다.

두 세력은 백호성의 절반을 차지하고 서로 건드리지 않았다.

북쪽 거리에는 노점상들이 가득하고 무인들이 들락거려서 여간 북적거렸다.

거리는 상도맹이 관리했다. 노점상들은 달마다 상도맹에 일정한 원석을 지불하고 장사를 했다.

진남은 한 번 훑어보고 상도맹 본부로 걸음을 옮겼다.

"어라?"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곁눈질로 익숙한 모습을 보고 한참 살펴보았다. 교철이었다.

교철은 하역의 천재였는데 상역으로 와서 제구성 상도맹 분맹의 맹주가 되었다.

그는 앞서 범씨 가문과 계씨 가문에서 진남에게 덫을 놓았을 때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진남은 교철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진남은 아는 체를 하려다가 손이 그대로 굳었다. 그는 지금 진남이 아니라 단청이었다. 교철은 단청을 몰랐다.

"교철!"

진남은 가볍게 불렀다.

교철은 돌아보더니 어안이 벙벙했다.

"누구시오?"

진남은 단청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분천고국의 사람들은 단청의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잘 몰랐다.

"전에 제구성 상도맹에서 자네를 만난 적 있소. 시간이 꽤 지났으니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소."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그렇소?"

교철은 얼떨떨했다. 앞에 있는 청년은 기세가 비범해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사람일 것인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우, 진짜 미안하오. 지금은 다른 볼일이 있으니 우리 이따가 다른 곳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떻소?"

교철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교철은 이런 사람이었다. 정직하고 예의 바르며 교만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았다.

교철은 돌아보며 겸손하게 말했다.

"검존자 선배님, 이 검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다만, 오늘은 원석이 칠만 개밖에 없습니다. 저는 교철이라고 하는데 제구성 상도맹 분맹의 맹주입니다. 선배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면 나머지는 다음날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진남은 그 말에 놀라서 노점상을 살펴보았다.

가판대에는 검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검고 태곳적 기운을 풍겼으며 대범하고 평범하지 않았다. 교철이 빚을 지더라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해되었다.

'그런데 검존자라……. 호칭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안 되오. 원석이 없으면 이 검은 자네와 인연이 아니오. 가던 길 가시오."

검존자라고 불리는 노점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은 노인을 살펴보았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검은 도포에 먼지 하나 없었다.

노인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기운은 한결같고 등을 꼿꼿이 펴고 있어서 마치 검 같았다.

"검존자, 검존자……."

진남은 중얼거리다가 문득 생각났다.

'하역에서 이름있는 그 검존자잖아?'

진남이 강황성에 있을 때 전신의 왼쪽 눈을 사용해서 검금타누거리에서 고운방으로 가는 길에 보물 세 개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보물이 검존자가 남긴 검보였다.

진남은 그 검보로 사마공의 홍진변신술을 얻었다.

"검존자 선배님……."

교철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아쉬운 듯 그 검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와 이 검이 인연이 없는 겁니다……."

검존자는 두 눈을 꼭 감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때, 진남이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교 도우, 걱정 마시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이 검과 인연이 있는 것 같소."

교철은 얼떨떨했다. 낯선 도우가 끼어들 줄 몰랐다.

교철은 얼른 말했다.

"도우, 이분은 검존자 선배님이시오. 무례하게 굴지……."

"인연이 있다고? 어떤 인연?"

검존자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은 칼집에서 금방 나온 검처럼 날카롭게 빛이 났다.

진남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선배님은 하역에서 왔습니다. 선배님이 하역을 떠날 때 평생의 깨우침을 적은 검보를 남기셨죠? 제가 그 검보를 우연히 얻었습니다. 검보는 아무런 특이한 점이 없는데 불에 태우면 본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검존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검보를 얻었느냐?"

"제가 얻었습니다. 다만 저는 칼을 쓰는 사람이라서 다른 필요한 사람과 바꾸었습니다."

진남은 솔직하게 말했다.

검존자는 살짝 놀라더니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진남의 표정에서 거짓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차가운 그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드러내고 말했다.

"의외구나. 상역에 와서 하역의 두 후배를 만나다니. 됐다. 교철이라고 했느냐? 이 검을 가져가거라. 칠만 개의 원석이면 된다."

"선배님, 그게……."

교철은 얼떨떨했다. 이렇게 큰 반전이 일어날 줄 몰랐다.

"나는 한 번 한 말은 무조건 지킨다."

검존자는 손을 휘둘러 검을 교철에게 넘겼다. 교철은 검을 들고 넋이 나가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얼굴이 환해지더니 원석을 넘겨주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이 도우에게 고마워하거라."

존자는 무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검존자는 진남이 검보를 얻었다고 확신했다. 그 검보는 하역 상도맹 본부의 대사들도 이상한 점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눈앞의 청년은 기운이 비범하여 검보의 신비함을 알아보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도우, 고맙소!"

교철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진남은 손을 흔들었다. 예전에 알던 사람을 만나 도움을 줘서 그는 기분이 좋았다.

"도우의 기운을 보니 평범하지 않구나. 분천고국에서 꽤 유명하지?"

검존자가 물었다.

"저는 단청이라고 합니다."

진남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에 검존자와 교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청? 지급 팔품 무혼을 가진 제 일 천재 단청? 엄청 유명한 사람이었잖아?'

"자네가 단청이요?"

교철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의 눈에 복잡한 빛이 스쳤다.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단청이 막 유명해질 때 진남은 종적을 감추었다.

'이게 우연일까?'

그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북쪽 거리가 시끄러워졌다.

노점상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도맹 맹주시다!"

"그 옆에 서 있는 젊은이를 보게나. 용처럼 강한 기운을 풍기는 것이 상도맹의 천재 석풍(席楓)이오!"

"뭐라? 잠룡방에 올랐다는 석풍? 무예를 다 수련하고 돌아온 건가?"

북쪽 거리가 여러 말소리에 시끌벅적했다.

노점상들은 다들 경지가 낮지 않았다. 게다가 오랫동안 장사했기에 눈치도 빨랐다. 그들은 두세 마디 말로 둘의 신분을 전부 알았다.

진남은 말소리를 듣고는 돌아봤다.

커다란 중년 사내는 검은색 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진남의 마신포와 달리 검은색 바탕에 금색 실이 섞여 있었다. 금색 실은 어둠을 뚫고 나올 것처럼 위압이 엄청났다.

중년 사내는 상아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진남이 왼쪽 눈으로 살펴도 금빛만 보일 뿐 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년 사내는 상도맹 맹주였다.

그의 옆에는 청년이 서 있었다.

청년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두 눈은 진남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동술로 진남을 아래위로 살피는 것 같았다.

청년은 상도맹의 천재이자 잠룡방에 이름을 올린 석풍이었다.

"여기서 맹주를 만나다니 의외입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상도맹 맹주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상도맹 맹주는 진남을 그윽하게 쳐다봤다.

며칠 전, 분천고국 황실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제천대전에서 수많은 풍파가 일어났다. 문도산과 만향루는 잘 모르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소일백호와 적풍운이 진 것은 단청 때문이었다. 두 신수가 부활한 것도 단청과 커다란 연관이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선제가 남긴 지보도 결국 단청이 주인을 정했다고 했다.

그 지보를 생각하자 상도맹 맹주의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소일백호와 협력을 했지만, 결국 소일백호는 지보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상도맹이 분천고국 황실에 심어놓은 첩자들도 순식간에 다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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