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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69화 (369/1,498)

369화 결정된 승부

그때,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그림자가 귀신처럼 소일백호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림자는 선제 영정의 호위무사였다.

소일백호는 몸이 굳어서 돌아보려 했다. 호위무사의 주먹이 진멸의 힘을 싣고 날아왔다.

"빌어먹을!"

소일백호는 안색이 변해서 얼른 막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뒤로 몇십 보나 밀려났다. 호위무사는 소일백호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불의의 습격은 적절했다.

밀려난 몇십 보 때문에 소일백호는 단청을 죽일 수 없었다.

"호위무사를 부리다니!"

상도맹과 백호영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단청을 죽이기 이렇게 어려울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좀 전에는 용연수의 도움을 받더니 지금은 또 호위무사가 도와주었다.

"소일백호!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소?"

하늘을 가득 채운 공격들 사이로 상도맹 맹주가 외쳤다.

"좋소!"

소일백호의 눈에 잔인함이 스쳤다.

'호위무사와 용연수를 죽이자!'

"단청! 오늘은 누구도 너를 살릴 수 없다!"

소일백호는 시뻘건 눈으로 단청을 노려보았다.

그들의 계획이 계속해서 단청 때문에 망가졌다. 그의 가슴에는 오랫동안 화가 쌓여 단청을 산산조각 내지 않고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엄청난 기운이 소일백호에게서 솟아올랐다.

그는 금술 살초를 쓸 준비를 했다. 금술 살초라면 모든 것을 한 방에 없앨 수 있었다.

대가가 크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과연?"

진남은 여전히 표정이 담담했다.

곧이어, 하늘에서 두 개의 놀라운 폭발음이 들렸다. 두 개의 엄청난 기운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또 뭐냐……!"

소일백호는 숨이 턱 막혔다. 그는 놀라서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동공은 점점 작아져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위압에 싸움이 잠시 멈추었다. 강자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더니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거대한 요수 두 마리가 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온몸이 불같고 피처럼 시뻘건 날개로 하늘을 가렸다. 한 쌍의 도도한 눈은 아래를 굽어보는데, 모든 것들은 그저 한낱 개미 같았다. 다른 하나는 어두운 빛을 뿜었는데 대지처럼 두껍게 뭉쳐 무거워 보였다.

곧이어, 봉황의 울음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백호성에 울려 퍼졌다.

제천도장의 강자들은 순식간에 정신이 들어 흥분했다.

"혈익봉황! 혈익봉황이다!"

"진국현무야! 진국현무! 신수가 나타났어!"

"세상에! 그림으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보게 되다니!"

"두 신수는 죽었잖아? 어떻게 온 거지?"

분천황제, 상도맹 맹주, 소일백호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혈일봉황과 진국현무는 원신만 남았잖아?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부활한 거야?"

'고작 한 가닥 남은 원신이 부활하는 건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 부활한 거지?'

"봉황영 사람들은 얼른 제자리로 안 돌아오고 뭐 하느냐?"

"현무영! 내가 다시 인간 세상에 나타났다. 다들 명을 받을 준비를 하거라!"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동시에 우레 같은 소리로 포효했다.

쿵! 쿵! 쿵!

폭발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싸움에 참가했던 강자들과 제천도장에 남아있던 강자들의 몸에서 불꽃과 빛이 솟아올랐다. 각각 봉황과 현무의 기운이었다.

봉황영과 현무영의 사람들은 봉황고술과 현무고술을 연마했었다. 봉황과 현무의 포효에 그들이 연마했던 고술이 모두 살아나서 부름에 응하는 것 같았다.

"노조!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저는 봉황영 팔십칠 기 제자입니다. 노조가 다시 강림하셨는데 어찌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움직이자!"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하던 강자들도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 힘을 펼치며 날아왔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죽은 후 봉황영과 현무영은 쇠퇴해졌다.

주벽화와 임풍소가 직접 나서 호소해도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달랐다.

이 둘은 나라를 세운 신수였다.

그것들은 강자들이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신화였다.

더욱이 봉황영과 현무영의 신앙이었다. 두 신수가 있어야 진정한 봉황영과 현무영이었다.

순식간에 강자들이 모여들었다.

주벽화와 임풍소의 뒤로 방대한 세력이 형성되었다.

소일백호와 상도맹으로 이루어진 엄청난 세력도 이들 세력의 기운에 눌리었다.

이게 바로 양대 군영이 연합한 진정한 모습이었다.

"이런 날이 오다니……!"

주벽화와 임풍소는 피가 들끓고 흥분되어 어쩔 줄 몰랐다. 둘은 신수가 부활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강림해서 강자들을 부르는 모습을 보자 몇백 년 동안 참았던 숨을 드디어 내쉬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분노한 포효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소일백호였다. 그는 표정이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이럴 수 없어! 너희 둘이 어떻게 부활을 한 거야! 엄청난 힘으로도 너희를 구할 수 없었는데!"

소일백호는 드디어 이성을 잃었다.

삼대 신수 중 하나인 그는 부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제일 잘 알았다. 그런데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부활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봉황영은 명령을 들어라!"

"현무영은 명령을 들어라!"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하늘에 가득한 패기와 만물을 진압하는 무게가 모든 걸 모으는 것 같았다.

"우리가 부활하고 다시 나타난 것은 모두 단청 덕분이다! 오늘 선제가 단청에게 무혼의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소일백호 등이 나쁜 마음을 먹고 단청을 죽이려고 했다. 그러니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부서진다 해도 네 놈들의 뜻대로 되게 할 수 없다."

이 말은 두 신수가 나타난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단청?'

'또 단청이야?'

'고작 무황 경지 정상급인 자가 두 신수를 부활시켰다고?'

'어, 어떻게 한 거지?'

소일백호의 흉악한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단청, 이 두 글자가 또다시 그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죽여라!"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두 신수는 엄청난 신위를 가지고 급하강하면서 소일백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무성 경지 팔 단계까지 회복하지 못했지만, 연합하면 소일백호를 상대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단청을 지켜라! 적을 공격하라!"

주벽화와 임풍소는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충격을 받고 어리둥절해 있던 강자들도 몸을 부르르 떨더니 두 눈에 전의가 떠올랐다.

진짜건 가짜건 상관없었다. 어떻게 부활시켰는지도 알 필요 없었다. 그들은 오직 두 신수가 부활했고 노조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

"죽여라!"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올랐다. 봉황영과 현무영이 연합하니 기세가 대단했다. 상도맹과 백호영의 사람들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용연수의 신광이 빛나더니 수많은 가지들이 강자들의 몸에 감겨 갑옷으로 변했다. 갑옷이 방어력을 늘려주어 강자들은 전투 의지가 급상승했다.

분천황제가 들고 있는 천자인이 금빛을 뿜었다. 천지의 힘을 움직여 번개, 불꽃, 바람, 우박이 홍수처럼 상도맹과 백호영 사람들에게 밀려갔다.

두 신수는 깜짝할 사이에 소일백호를 진압했다.

호위무사는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주먹을 쥐고 태고의 힘을 실어 소일백호의 가슴팍에 날렸다. 소일백호는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왈칵 토했다.

승부가 결정되었다.

"하하하! 두 신수의 부활을 축하하오! 상도맹은 한 번도 자네들 내부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소. 소일백호 대인, 미안하오! 가자!"

이때, 상도맹 맹주의 외침이 들렸다.

그는 허공을 찢어 통로를 만들었다. 실처럼 기다란 성도지기가 신위를 펼치며 신광을 뿜더니 상도맹의 강자들을 전부 감고 힘껏 당겨 허공으로 끌어들여 도망갔다.

"네놈……!"

소일백호는 그 모습에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부들부들 떨었다.

'역시 상도맹은 믿을 게 아니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남은 냉소를 지었다.

상도맹이 소일백호를 도와주려는 목적은 분명했다. 진남이 가지고 있는 지도 때문에 왔는데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부활한 것을 보고 아무런 희망도 없으니 발뺌을 뺀 것이었다.

'내부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웃기는 소리하네!'

상도맹은 항상 이렇게 염치도 의리도 없었다.

제천도장에서 상도맹이 물러나자 백호영의 강자들은 압박을 두 배로 받았다.

"백호영 사람들은 들어라! 지금 당장 멈춘다면 너희들을 벌하지 않겠다! 황제의 이름을 걸고 하늘에 맹세한다!"

분천황제는 금빛을 뿜으며 위엄을 가득 담아 선포했다.

백호영의 일부 강자들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보면 그들이 질 게 뻔했다. 게다가 황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저는 투항하겠습니다!"

"저도 투항하겠습니다."

"저도 싸우기 싫습니다!"

한 사람이 투항하자 백호영의 강자들은 장군을 잃은 병사들마냥 순식간에 무너졌다.

소일백호는 그 모습을 보자 가슴에서 화가 솟아올랐다. 그는 피를 뿜을 뻔했다.

'저, 저놈들이! 기개라곤 눈곱만큼도 없구나!'

"백호, 너도 그만하는 게 어떠냐? 지금 멈춘다면 없었던 일로 해주마!"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만두라고? 내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했는지 알아? 나더러 지금 멈추라고 하면 멈출 것 같아?"

소일백호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별안간 손을 휘둘렀다.

적풍운의 동공이 한껏 작아지더니 어떤 힘에 끌려 소일백호 앞으로 날아왔다.

적풍운이 눈앞까지 날아오자 소일백호는 그의 목을 꽉 졸랐다. 적풍운은 숨이 막혀 얼굴이 시뻘게졌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려는 거지?'

"주벽화, 보았느냐? 단청에게 선제의 영혼을 내놓으라고 하거라! 아니면 이놈을 죽이겠다!"

소일백호가 살기등등한 말투로 말했다. 큰 손으로 적풍운의 목을 꽉 조이자 혈흔이 나타나고 피가 스며 나왔다.

"사, 살려, 살려줘……."

적풍운은 잔뜩 겁에 질렸다. 그는 소일백호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믿었다.

두 신수와 천하의 강자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적풍운이 주벽화를 배신하고 백호영에 가입한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죽는다고 해도 아쉬워할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 속에서 적풍운은 익숙한 얼굴들이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니 죽음보다 더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온 세상이 그를 버렸다.

"소일백호, 그자로 저를 위협하는 겁니까?"

주벽화는 손을 휘둘렀다. 다른 강자들도 뜻을 알아차리고 소일백호를 둘러쌌다.

다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하하, 맞는 말이다. 이 폐물이 너를 배신했으니 아무런 감정이 없겠지! 그럼, 내 오늘 이놈을 죽여주마!"

소일백호는 크게 웃으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당장이라도 적풍운의 목을 부러뜨릴 것 같았다.

그는 적풍운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단청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니 적풍운을 죽이는 것은 사실 한풀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만요!"

그때 주벽화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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