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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67화 (367/1,498)

367화 분노한 전신의 혼

제천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주벽화, 소일백호, 분천황제, 임풍소, 적풍운, 삼황자 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공 속에서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도 경악했다.

'거절했어! 단청이 선제를 거절했어!'

선제 무혼은 지급 십품이라 얻은 사람은 무조 경지가 될 수 있었다.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창람혼한에서 높은 경지의 무혼이 없다면 운명을 거스르고 자신의 무혼을 포기하고 새 무혼을 얻지 않는 한 전설의 경지에 이를 수 없었다.

그러나 운명을 거스르려면 큰 기연을 만나야 가능했다.

단청은 이런 기연을, 적풍운과 소일백호가 미친 듯이 욕심 낸 기연을 거절했다.

"싫다고? 이유가 무엇이냐?"

선제의 영혼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이 청년이 기뻐서 활짝 웃을 거라고 생각했다. 거절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네."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정중하게 대답했다.

"선배님, 저는 제 무혼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진남의 말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저 녀석 미쳤어? 지급 팔품 무혼을 포기하지 않겠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지급 팔품과 지급 십품 무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거야?"

강자들은 이상하리만치 화가 났다.

이런 제안을 받은 게 그들이었다면 지급 팔품이 아니라 지급 구품이라고 해도 포기할 것이다.

어차피 다 지급 십품 무혼보다 낮은 무혼이었다.

주벽화 일행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었다. 단청이 선제를 거절했기에 선제는 절대 다시 진남에게 무혼을 주지 않을 것이다.

분명 이기는 싸움이었는데, 지게 됐다.

"저 녀석!"

분천황제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지급 팔품 무혼 때문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소일백호와 적풍운 그리고 백호영의 강자들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창백해졌던 안색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단청, 잘했어!'

그들은 단청에 대한 원망이 사라졌다. 그들은 단청을 한껏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지급 팔품 무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고작 지급 팔품 무혼 때문에 이렇게 큰 기연을 포기하겠다는 게냐?"

강자들이 분노하고 선제의 영혼도 분노했다.

다른 이유라면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단청의 말에 선제는 수모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죄송합니다만, 제 무혼이야말로 제 인생의 최대 기연입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웃기는군. 세상에 많은 무혼들이 있다지만 어떤 무혼이 전신의 혼에 비교할 수 있을까?'

"네 뜻은 내가 지급 팔품 무혼보다 못하다는 게냐?"

선제의 영혼은 진남의 말에 더 화가 나 고함을 질렀다.

"고작 지급 팔품 무혼이 뭔 대수냐? 네 무혼 따위는 내가 살짝 공격하기만 해도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선제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지급 십품 무혼은 지급 팔품 무혼을 당연히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제 무혼을 이긴다고 하셨습니까? 고작 지급 십품 무혼이요? 선제의 지급 십품 무혼은 별거 아닙니다.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굴지 마십시오! 그리고 경고하는데 제 무혼을 도발하지 마십시오!"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선제의 영혼은 선배이기 때문에 진남은 체면을 생각해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선제의 영혼이 감히 전신의 혼에게 도발할 줄이야.

'전신의 혼을 무시할 자격이나 있어?'

강자들은 이런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드디어 화가 폭발했다.

"단청은 정신 나간 게 확실해! 선제의 영혼을 안중에 두지 않다니!"

"저렇게 멍청할 줄은 몰랐어!"

"자신의 무혼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감히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제천도장은 단청을 꾸짖는 소리로 가득했다.

"지급 십품 무혼이 별거 아니라고? 거기다 나에게 경고를 해? 네놈의 무혼을 도발하지 말라고? 좋다, 아주 좋아!"

선제의 영혼은 진남의 말을 반복했다. 그는 엄청난 위압을 가했다.

"이놈! 오늘 너에게 가르쳐주마! 지급 십품 무혼이 어떤 건지, 창람혼한이 무엇인지 말이다!"

쿵!

끝없는 위압이 진남을 덮쳤다.

선제의 영혼이 성큼 나서서 주먹을 쥐고 전신의 혼을 향해 힘껏 달려들었다.

적풍운의 무혼은 선제의 위압에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

바로 무혼을 제압하려는 것이었다.

"제 무혼을 공격하실 겁니까?"

진남은 멈칫하더니 곧 두 눈에서 살기를 뿜었다.

'선제의 영혼, 이렇게 나온다 그거지? 요구를 거절했다고 이렇게 화를 내고 전신의 혼을 공격하려고 하다니!'

"전신의 혼은 지급 팔품이지만 선배님이 도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진남은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의지가 전신의 혼에 들어가더니 선제의 영혼을 공격했다.

"진압하라!"

선제의 영혼은 천신이 강림한 것처럼 손으로 전신의 혼을 내리쳤다. 엄청난 진기가 느껴지고 무혼과 무혼 사이의 힘이 퍼지더니 전신의 혼을 아래로 눌렀다. 마치 전신의 혼을 바닥에 누르려는 것 같았다.

"봤느냐? 이게 바로 지급 십품 무혼의 힘이다! 고작 지급 팔품이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당장, 무릎 꿇거라!"

선제의 영혼은 우레 같은 호통을 쳤다.

그는 지급 십품 무혼의 위압을 드러내 전신의 혼을 눌렀다.

진남의 두 눈이 순간 시뻘게졌다.

'선제의 영혼, 감히 전신의 혼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하다니!'

별안간 조각상, 제천도장, 분천고국, 동주…… 그리고 모든 대륙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만물이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전신의 혼 왼쪽 눈이 반짝하고 빛을 뿜더니 왼팔이 실체로 변했다.

엄청난 분노가 끝없는 시공간에서 전해온 것처럼 전체 대륙을 휩쓸었다. 대륙의 모든 것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전신이 분노했다.

선제의 영혼은 천지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주변이 온통 어둠에 휩싸이더니 끝없는 허공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기가 마음에서 시작되어 온몸 구석구석에 번졌다. 그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느낀 선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위를 확인한 그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단청은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런 단청의 뒤에 거대하고, 엄청나며, 포악하고 웅장한 사람 형상이 서 있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선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는데 왼쪽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

선제의 영혼은 생전에 분천고국을 건립하면서 많은 강자들을 만나고 무조 경지의 강자들과 싸워본 적도 있었다. 심지어 무제 경지의 강자를 직접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그의 영혼은 두려움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떨었다.

선제는 마치 개미가 된 것 같았다.

"이, 이게……."

선제 영혼은 입을 벌리고 파르르 떨었다.

'이 엄청난 무혼이 고작 지급 팔품이라고? 천급 무혼이라고 해도 이렇게 기운이 엄청나지 않을 거다!'

"무지하다!"

이때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제부턴가 어둠 속에 구리거울이 나타났다. 구리거울은 위쪽에 떠 있었는데 엄청난 위엄으로 선제의 영혼을 굽어봤다.

"분천황제! 눈을 제대로 뜨고 보거라! 아니면 네가 저지른 죄를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화가 난 고함이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 오래된 누각이 생겨났다.

누각은 무연각이었다.

"이건……."

선제의 영혼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는 구리거울에게서 무존 경지를 뛰어넘는 위엄을 느꼈다.

게다가 눈앞의 누각은 전설 속의 무연각이었다.

'단청의 곁에 왜 이렇게 엄청난 존재들이 있는 거지? 단청의 지급 팔품 무혼 때문에 엄청난 두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정신 차려라!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구리거울 속 여인이 꾸짖었다.

진남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촤르륵!

어두운 공간이 사라지고 제천도장의 강자들은 화가 나 진남을 꾸짖었다.

소일백호 일행들은 기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선제의 영혼은 조금 전 상황을 확실하게 느꼈다. 선제는 실체가 있었다면 이미 바닥에 주저앉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 너무 무서웠어!'

진남은 구리거울과 무연각의 출현 그리고 전신의 혼에게 생긴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진남은 전신의 혼이 분노하고 자신도 화가 났다는 것만 알았다.

구리거울의 꾸짖음에 화가 가라앉은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말해보십시오!"

화는 가라앉았지만, 진남의 눈에 있는 살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몸속에 모든 힘이 모여 최강 살초인 취천일격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선제의 영혼은 부르르 떨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얼른 말했다.

"단청, 방금 내가 한 말에 대해 사과하마.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말기 바란다. 네 무혼은 나보다 훨씬 강하다. 내가 보는 눈이 없었다."

선제의 사과는 마음속에서 우러난 진심이었다.

조금 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진남은 몰랐지만, 그는 직접 겪었다.

전신의 혼이 풍기는 엄청난 힘, 구리거울과 무연각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대못처럼 그의 영혼에 박혀 잊혀지지 않았다.

선제의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선제가 단청에게 사과를 했어?'

"응?"

진남도 어리둥절했다.

'선제의 영혼이 왜 사과를 하지? 설마…….'

진남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전신의 혼이 신위를 펼쳐 선제의 영혼을 진압한 게 분명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잘 듣거라! 오늘 일은 아무도 다시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선제의 영혼은 돌아서서 제천도장의 사람들을 훑어보며 힘 있는 목소리로 호통쳤다.

"기억하거라! 감히 어기는 자가 있으면 분천고국과 척을 지는 것이다!"

선제의 말에 모두들 넋이 나갔다.

'선제의 영혼은 조금 전까지 단청의 거절에 살기 등등 했잖아? 눈 깜짝할 사이에 변했어?'

"단청 아우, 아까 일은 내 잘못이다. 네가 너그러이 용서하기 바란다. 그럴 수 있겠느냐?"

선제의 영혼은 돌아서서 진남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강자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나! 선제의 영혼이 단청에게 사과를 했어! 그것도 두 번씩이나!'

"괜찮습니다."

진남은 선제의 태도에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럼 됐다."

선제의 영혼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는 깊이 반성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눈이 삔 거야! 단청이 이렇게 신비한 무혼을 가지고 있고 무연각과 신비한 구리거울과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어! 미리 알았더라면 단청에게 호통치지 않았을 텐데!'

"됐다. 이번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자꾸나!"

선제의 영혼은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단청이 나를 거절했다. 그러니 내 후계자를 다시 선택하겠다!"

선제의 말에 강자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선제가 별안간 태도를 바꾸고 단청에게 두 번이나 사과한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후계자를 다시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선제 무혼을 얻는 자는 실력이 승승장구 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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