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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64화 (364/1,498)

364화 선제 영정

"단청!"

삼황자와 용호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색이 크게 변하고 창백해졌다.

강자들의 시선이 모두 폭발이 일어난 곳에 쏠렸다.

"켁, 켁……."

돌무더기에서 진남이 휘청거리며 걸어 나왔다. 먼지투성이이고 얼굴빛도 시커메졌다. 좀 전의 한 방에 그는 중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비수에 강한 독이 있어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죽을 뻔했다.

휙! 휙! 휙!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내려와 그를 둘러쌌다.

삼황자 등은 그가 나타나자 다급한 표정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큰일 났어. 진남이 중상을 입었어!"

진남이 죽지 않을 걸 보자 주벽화는 한숨을 쉬더니 나중에는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내가 상처를 치료해주마."

분천황제는 손가락을 튕겨 천자인을 만들었다. 천자인에서 금빛이 내려와 진남을 천천히 감싸고 진남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천자의 기가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도 있구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청……."

삼황자는 눈시울이 붉어져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 만약 단청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거라!'

분천황제는 손을 휘저으며 진남을 감고 다시 금색 용좌에 돌아갔다.

주벽화 등도 이 광경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단청이 위험하지 않으면 됐다.

그들이 제자리로 돌아간 후 제천도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분천황제 옆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단청을 보는 다른 신하들과 성주들의 눈길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방금 전에는 존자 정상의 살수다. 여러 무성 강자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한데, 살수에 반응했을 뿐만 아니라 필살의 공격을 막다니?'

사람들은 소일백호의 분신이 단청을 죽이려다 실패한 광경이 떠올라 헛숨을 들이켰다.

'단청은 진짜 강하구나!'

강자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단청이 이 한 방을 막을 수 있은 건 어떤 보물을 썼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다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암살 사건은 매우 악랄하다. 그러나 다들 걱정하지 말거라. 어림군이 엄격하게 조사할 거다. 태자가 오늘 목숨을 건진 건 단청이 나섰기 때문이다. 짐은 선포한다. 백호성 저택을 하나 단청에게 주겠다. 단청을 의용후(義勇候)로 봉하고 열한 번째 제후로 명한다. 영원히 분천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분천황제가 선포했다.

분천고국에는 십대 제후가 있다. 다들 큰 공을 세워 임명된 것이었다. 오늘 단청은 목숨 걸고 삼황자를 구해 열한 번째 제후가 되어 황실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이 영예는 단청이 목숨으로 바꾼 것이었다.

"또 선포한다. 이제 정식으로 제사를 시작하겠다. 모든 과정은 간략하고 빠르게 진행하여 빠르게 끝내도록 하겠다."

분천황제가 다시 말했다.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거물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제천대전은 태자 등극, 하늘에 지내는 제사, 선제께 지내는 제사로 나뉜다. 하늘에 지내는 제사는 여러 가지 업무가 매우 복잡했다. 정식으로 집행하면 무척 오래 걸렸다.

모두 생략한다고 하니 암암리에 음모를 꾸미던 사람들의 계획이 뒤틀렸다.

백옥 의자에 앉아있는 소일백호와 적풍운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절차를 앞당기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모든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

진남은 숨결이 평온했다.

매우 부드러운 천자의 기에 그는 온몸의 모공이 열렸다. 방금 전의 아픔도 점점 부드러운 기운이 감싸 사라졌다.

체내의 독소마저 천자의 기에 파묻혀버렸다.

"천자의 기가 이토록 오묘할 줄이야……."

진남은 속으로 감탄했다.

천자의 기의 감싸여 회복하던 그는 분천황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몸을 회복하고 독소를 제거하는 속도를 높여야 할 것 같았다.

'소일백호와 적풍운은 십중팔구 선제께 제사를 지낼 때 손을 써 선제 영정 안의 지보를 가지려 할 것이다.'

* * *

그가 회복하고 있을 때, 제천도장 위.

제사관들이 음식과 술을 가져왔다. 영향(靈香)을 꽂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분위기가 평온했다.

그러나 아래에서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주벽화와 임풍소는 시선이 일제히 소일백호와 적풍운에게 쏠렸다. 그 외에 십대 제후와 다른 신하들도…….

삼황자를 암살하는 건 황자들이나 여러 세력들 모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호영이 가능성이 제일 컸다.

왜냐하면 백호영만 이런 능력이 되었다. 존자 정상의 사시는 보통 사람이 키울 수 없었다.

물론 일부 강자들은 왜 단청을 암살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번 풍파로 단청의 수준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마지막에는 강자들의 싸움이다. 단청이 뭘 할 수 있을까?'

주벽화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한참 망설이더니 적풍운에게 신념을 전했다.

"나요."

적풍운은 몸이 굳었다 회복하고 싸늘하게 전음했다.

"왜? 봉황영 영장이 무슨 일로 나를 찾소?"

"백호를 믿지 마시오."

주벽화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는 자네를 이용하고 있소."

"나를 이용한다고? 하하! 그가 나를 이용하는 걸 내가 어찌 모르겠소? 주벽화. 나를 생각하는 척하지 마시오. 만약 자네가 진짜 나를 후계자로 생각했다면 왜 불사봉황술을 나에게 전해주지 않았소? 내가 불사봉황술을 배우면 죽을 거라고? 그럼 단청은 배우면 죽지 않소?"

적풍운은 아픈 곳을 건드린 것처럼 부르짖었다.

주벽화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그자와 다르오."

그가 진남에게 불사봉황술을 전수한 건 진남의 무예 천부가 매우 높고 또 청룡 성주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적풍운이 불사봉황술을 연마한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영장께서 저를 모욕하신 걸 이제 열 배로 갚아주겠습니다."

적풍운은 안색이 싸늘했다. 불사봉황술을 그에게 전수하지 않으면 그를 무시하고 의심하는 것이었다.

주벽화는 깊게 한숨을 쉬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스승과 제자의 남은 정이 이렇게 깨끗이 사라졌다.

제천대전은 계획대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잠깐 사이에 모든 의식이 끝났다.

"선제께 제사를 지내겠습니다. 적풍운 대인께서 직접 주관하실 겁니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제사관이 높은 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은 일제히 쳐다봤다.

적풍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날려 선제의 영정 아래로 왔다.

동시에 복장을 바꾸고 넓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제사관과 똑같았다.

선제께 드리는 제사는 적풍운만 주관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지급 팔품 무혼만이 선제 영정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선제 영정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물론 분천황제도 무혼이 지급 팔품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는 경지가 무성에 도달했고 무성 정상에 도달했다. 그러니 선제 영정의 공감을 얻을 수 없었다.

"삼대 영의 구십구기 천재들은 모두 올라오거라!"

적풍운이 크게 소리쳤다.

용호 등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날아왔다.

태자가 등극할 때 천자인이 천자의 기를 그들의 몸에 주입했다.

선제 영정의 공감을 얻으면 선제의 영정은 얼마나 많은 좋은 물건을 천재들에게 내릴까?

모든 것은 천재들의 마음이 분천고국을 향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선제의 영정에 제사를 지내는데 단청이 참가할까?'

사람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적풍운이 차갑게 말했다.

"단청은 삼황자를 구하기 위해 중상을 입어 잘 요양해야 한다. 선제께 드리는 제사에 참가할 필요 없다!"

적풍운이 단칼에 못 박아버렸다.

"선제께 드리는 제사를 시작하겠다. 제사단은 앞으로 나와 무혼을 드러내고 제곡을 연주하거라."

적풍운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어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젊은 여인 열 명이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들의 등 뒤에는 다섯 개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현급 오품이었다.

열 개의 무혼은 모두 같은 종류의 거문고 무혼이었다.

거문고 무혼이 떠오르자 여인들은 동시에 연주하기 시작했다. 노래가 온 천지에 울려 퍼졌다.

거문고 소리는 물처럼 부드러웠다.

선제의 영정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보이지 않는 위압이 퍼지기 시작했다.

"소신 적풍운 선제를 뵙습니다. 선제께서는 깨어나시어 성스러운 상황과 여기 있는 새로운 천재들을 보십시오."

적풍운이 큰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한발 성큼 나섰다.

그의 등 뒤에서 금빛이 연거푸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여덟 번째 빛이 반짝거리자 사람 형상의 무혼이 떠올라 우뚝 섰다. 패기가 엄청났다.

사람 형상의 무혼은 피가 묻은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기세가 대단했다.

소문에 그의 무혼은 무성 경지의 강자가 죽은 후 환생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했다.

지급 팔품 무혼의 기운을 느끼기라도 한 듯 선제의 영정은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떨림이 점점 퍼져 엄청난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쿵!

위압이 홍수처럼 휩쓸어 모든 것을 눌렀다.

선제의 영정은 깨어난 것처럼 금빛이 반짝이는 두 눈으로 용호 등 천재들을 바라보았다.

백옥으로 된 의자에 앉아있던 소일백호의 눈에 사나운 빛이 스쳤다.

선제의 기운을 느낄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소일백호는 시뻘건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영감탱이, 자네가 남긴 지보가 이제 곧 내 것이 되오!'

쿵!

선제의 영정에서 몇십 개의 금빛이 뿜어 나와 용호 등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금빛은 법보, 영약, 무예 등이었다. 하지만 상품들은 별로 진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금도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상품에서 천재들이 선제의 영정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벽화와 임풍소가 마주 보았다. 예전의 원수가 지금은 한마음이 되었다. 그들은 긴장되었다.

법보를 상품으로 주는 건 작은 일이고 다음 일이 중요했다.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굳어졌다.

내막을 모르는 강자들은 뭔가 느낀 듯 적풍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풀썩.

이변이 일어났다.

적풍운이 한쪽 무릎을 꿇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우레와 같이 소리쳤다.

"위대하신 선제시여, 지금 분천고국은 사대 세력의 하나가 되어 매우 강대하지만, 또 위험하기도 합니다. 분천고국에는 새로운 세대의 천재들이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세력보다 부족합니다.

그러니 소신 적풍운, 오늘 선제께 간청합니다. 진법을 열어 소신이 지보 심사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의 말이 천둥처럼 터져 강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적풍운이 선제 체내의 지보를 얻으려 하다니!"

주벽화와 임풍소는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눈길이 예리해졌다.

'적풍운은 처음 지보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에 그는 첫 번째 관문에서 실패했다. 설마 첫 번째 관문의 진법을 열 비장의 수가 있나?'

윙!

선제의 영정이 심하게 떨렸다.

금빛이 연거푸 반짝거리며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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