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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62화 (362/1,498)

362화 제천대전

봉황영, 황토 도장.

"제천대전이 열리면 왕노 자네가 그들을 책임지시오."

주벽화가 나타나 한마디하고는 바로 허공을 가르더니 사람들을 휘감고 백호성으로 향했다.

제천대제은 모든 국민이 함께 경축했다.

열리는 곳은 황궁 내원의 제천도장이었다.

주벽화는 분천고국의 삼대 강자 중 한 명이고 봉황영 영장으로써 미리 도장에 도착해야 했다.

진남과 왕노 등은 신분이나 지위가 평범하지 않지만, 반드시 제천도장의 규정에 따라 황궁 정문으로 들어가 아흔아홉 개의 거리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었다.

제천대제에서는 성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날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였다.

"여기가 바로 제천도장이다!"

왕노는 걸음을 멈추고 앞을 가리키며 진남 등에게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도장 사방에는 단목 의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대충 봐도 적어도 몇천 개는 됐다. 중앙에는 홍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 홍목 의자 안에는 백옥 의자이고 제일 가운데에는 금룡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들을 통해 사람들의 신분과 지위를 정확하게 갈라놓았다.

도장의 중앙에는 아흔아홉 개의 계단이 있는 커다란 제단이 있었다. 제단은 어둡고 각종 신비한 정석이 박혀 있었다. 시뻘건 정석들은 끊임없이 강대한 힘을 방출했다.

제단의 뒤에는 조각상이 우뚝 솟아 있었다.

조각상은 높이가 십 장이고 전체가 흰색이었다. 갑옷을 걸치고 손에 큰 검을 든 중년 사내는 고개를 살짝 들고 있었다. 마치 창공을 응시하는 듯했다. 태고의 패기를 뿜어 도장을 압도했다.

"이 조각상이 바로 우리 선제의 영정이다! 소문에 만약 분천고국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면 선제의 영정이 신비한 위력을 펼쳐 위험한 상황을 타개한다고 한다! 그리고 선제의 영정 안에는 지보가 숨겨져 있다. 이 지보는 지금까지 아무도 얻지 못했다. 인연이 닿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한다."

왕노는 낱낱이 설명해줬다.

진남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두근거렸다.

두근거림은 마신포에서 온 것이었다.

"선제는 이미 죽었다."

진남이 중얼거렸다.

"안심하거라. 선제가 나에게 한 당부를 난 반드시 완성할 것이다. 네가 나를 따랐으니 나는 너의 영예가 이렇게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마신포는 침묵하더니 가볍게 소리를 냈다. 마치 그의 말에 대답하는 것 같았다.

제기는 영혼이 있었다. 완전히 그것을 순종하게 하려면 반드시 그것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제천도장에 대해 설명한 후 왕노는 진남 등을 거느리고 한 구역으로 왔다. 중간에 가까웠지만, 의자는 단목 의자였다.

진남 등은 모두 봉황영에서 새로 받아들인 제자들이기에 신분이나 지위 면에서 아직 많이 부족했다.

그는 오늘 주인공이 아니었다.

진남은 의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마침 이 기회를 빌어 여러 강자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열 명은 기운이 모두 엄청나구나. 그중 한 명은 경지가 반성에 도달했다.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십대 제후일 것이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통해 홍목 의자의 상석에 앉아있는 여덟 명의 사내와 두 명의 여인을 훑어보고 속으로 놀라워했다.

경지가 반성에 도달한 제 일 제후는 무언가 느낀 듯 고개를 돌려 진남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서둘러 공수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인사했다.

이어 형부상서, 병부상서 등등 유명한 권신들이 제천도장에 걸어 들어와 홍목 의자에 앉았다.

이어 어림군 거물들, 여러 성의 성주들, 그리고 여러 가문의 거물들이 모두 차례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단목 의자에 앉았다.

제천도장은 시끌벅적했다.

"아직 적풍운이 오지 않았다."

진남은 백옥 의자를 보았다.

백옥 의자는 수량이 제한되어 있었다.

주벽화, 임풍소 이런 거물들만 앉을 수 있었다.

주벽화와 임풍소는 진작에 도착했는데 적풍운은 아직 오지 않았다.

휙!

문득 사람 형상이 허공을 넘어 강림했다. 적풍운이었다.

수많은 눈길이 저도 모르게 적풍운에게 쏠렸다. 적풍운은 아무런 표정 없이 위풍당당하게 백옥 의자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적풍운은 무언가 발견한 듯 고개를 돌려 보았다. 진남이 보였다.

진남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단청……."

적풍운은 순식간에 안색이 새파랗게 되더니 이가 부서질 정도로 꽉 깨물었다.

그는 이 며칠 매우 답답했다.

단청에게 놀림을 당한 걸 생각하면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손을 써 단청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소일백호가 말렸다.

후!

적풍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백옥 의자에 앉았다. 주벽화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는 지금 절대 충동해서는 안 되었다. 아니면 일을 그르칠 수 있었다.

어흥!

이때, 천지를 진동하는 외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청난 기세가 광풍처럼 제천도장을 휩쓸었다.

커다란 물건이 허공에서 나와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바로 소일백호였다.

소일백호의 본존은 분신보다 몸집이 세배는 크고 경지도 무성 정상이었다.

"소일백호 대인이다!"

제천도장의 수많은 대신과 강자들은 마음이 섬뜩했다.

동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서 열광의 빛이 흘렀다.

그들에게 있어 소일백호는 삼대 강자일 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정신이고 믿음이었다.

"소일백호……."

진남의 눈에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

다만 그는 빠르게 살기를 누르고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장내를 훑어보았다.

둘러본 그는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적어도 몇십 명의 권신, 그리고 몇백 명의 성주의 눈에서 흥분하거나 열광한 빛을 보았다.

이 사람들은 아마도 모두 백호영에서 나온 사람들 같았다.

바로 이때.

쿵!

허공이 무너지고 끝없는 어두움 속에서 커다란 형상이 걸어 나왔다.

형상은 사방의 모든 빛을 삼킨 듯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경지는 소일백호의 등급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기세는 소일백호보다 약하지 않았다.

온 사람은 분천황제였다.

"백호 대인, 앉으시오."

분천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소일백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한 발짝 성큼 내디뎌 살기가 엄청난 중년 사내로 변하더니 백옥 의자의 상석에 앉았다.

"오늘 모두가 분천고국의 제천대전에 참가하러 와서 짐은 매우 기쁘다!"

분천황제가 제천도장의 중앙에 떠올랐다. 그의 기세가 몇천 명을 휘감았다. 기세가 엄청나고 외침 소리는 천둥 같았다.

"지금부터, 제사관(祭祀官)이 주관하여 첫 번째 의식 태자 등극을 시작하겠다."

"도음(道音)을 울리시오. 황자는 들어오시오!"

흰색 두루마기를 걸친 장엄하고 엄숙한 제사관이 크게 외쳤다.

땅!

제천도장의 양쪽의 서른 개의 왕도지기의 큰 종이 동시에 소리를 냈다. 소리는 허공에서 한데 뭉쳐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엄숙하고 경건해졌다.

입구에서 몇백 명으로 이루어진 큰 세력이 천천히 걸어왔다. 하나같이 정연했다.

삼황자가 맨 앞에 있었다. 은백색의 보마를 타고 등 뒤에는 금빛이 한데 뭉쳐 이루어진 십천대룡이 끊임없이 포효하며 위풍당당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세력은 제단 앞에 도착했다. 삼황자는 말에서 내려 분천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한 쪽 무릎을 꿇고 높은 소리로 외쳤다.

"소신 송비범, 제국의 명을 받아 태자가 되어 영원히 분천고국을 지킬 것입니다. 일편단심,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이시여, 지켜봐 주십시오!"

이 짧은 한마디는 선언임인 동시에 하늘에 대한 맹세였다.

"백호영, 봉황영, 현무영의 구십구기 천재들은 입장하시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제사가 다시 한번 외쳤다.

외침 소리를 들은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태자 등극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지?'

한편에 서 있던 왕노가 이마를 치며 다급히 전음했다.

"깜빡하고 너희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태자가 등극할 때 새로 들어온 천재들은 반드시 양옆에 서야 한다. 이건 분천고국의 새로운 시작을 대표한다. 이따 황제께서 천자인(天子印)을 펼치실 것이다. 너희들은 기회를 빌어 천자의 기를 최대한 많이 빨아들이거라, 좋은 점이 엄청날 것이다."

"천자인?"

진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을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성야, 설몽 등을 거느리고 아래로 걸어갔다.

현무영의 천재들은 용호가 거느렸으며, 세력이 가장 컸다. 서른여 명이었는데, 위풍당당했다.

백호영은 전혀 본 적이 없는 청년이 거느리고 있었는데 열몇 명이었다.

삼대 영의 천재들이 모두 입장하여 삼황자의 옆으로 왔다.

진남은 제단의 사방에서 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어떤 것은 질투가 가득하고 어떤 것은 살기가 가득하고 어떤 것은 자랑스러운 눈빛이었다.

'단청!'

'풍운아 단청이다. 적풍운과 소일백호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다!'

단청은 젊은 세대에서 일 위였다.

물론 동주 사대 세력 중에서 분천고국이 천재가 제일 적고 제일 약했다. 이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단청은 분천고국에서는 대단하지만 상역 동주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풍운마저도 동주를 통틀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폐하! 천자인을 하사하십시오!"

제사관이 높은 소리로 외쳤다.

분천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들 속의 진남을 쳐다보더니 입가에 장난기가 드러났다.

'네가 천자의 기를 얼마나 빨아들일 수 있을까?'

쿵!

생각하면서 분천황제는 번개처럼 손을 뻗었다.

엄청난 금빛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 삼황자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금빛은 큼직한 도장이었다. 도장은 길이가 반 장인 정방형이었다. 온통 금빛이고 수많은 금용, 봉황이 휘감고 있었다. 기운은 더욱더 신비하여 하늘 땅이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응?"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천자인을 꿰뚫어 볼 때 이 도장의 위력이 백호성 못지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이 도장이 반보제기인가?'

목성야는 진남의 의문을 알아챈 듯 신념을 전해 설명했다.

"영장, 이 천자인은 바로 선제께서 남기신 겁니다. 천자인은 정확하게 말하면 법보라고 할 수 없고 이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천자인의 인정을 받고 그 속의 천자의 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삼황자는 진정한 태자로 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자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분천고국의 태자 등극은 속세의 태자 등극과 완전히 달랐다.

반드시 천자인의 도움을 받고 체내에 천자의 기가 있어야만 태자라 불릴 수 있었다. 또 천자인을 완전히 이어받아야만 황제라 불릴 수 있었다.

신세대의 천재들은 태자 옆에 모여 천자인의 인정을 받으면 천자의 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만약 인정을 받지 못하면 천자의 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삼황자가 태자로 등극하는데 이런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천자의 기가 도대체 무엇인지 봐야겠다."

진남의 눈에 기대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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