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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53화 (353/1,498)

353화 나는 진남이다

이황자, 요극 모두 죽었다.

용연비경이 정적에 휩싸였다.

'이런…….'

'도대체 왜?'

"너……."

진남은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강벽난이 이황자와 요극을 죽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황자, 요극과 강벽난과의 사이에는 큰 원한이 없었다.

'강벽난이 왜 이렇게 한 걸까?'

바로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쿵!

용연비경의 하늘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몇십 리 되는 허공이 순식간에 부서지고 허공에 비경전이 드러났다.

용연비경이 활짝 열렸다.

펑! 펑! 펑!

허공이 부서지는 소리는 마치 뇌정이 허공에서 폭발하는 것 같았다.

황궁의 어림군, 적풍운, 왕노, 예부상서(禮部尙書), 병부상서(兵部尙書), 형부상서(刑部尙書), 승상, 시위가 동시에 나타났다.

짧은 순간에 몇백 명이 나타났는데 그들의 경지는 존자 팔 단계에 이를 정도로 강했다.

소일백호의 분신과 용연수는 거대한 세력 앞에서 작게 느껴졌다.

이들은 분천고국에서 권력을 쥔 존재들이었다.

이황자가 죽었기 때문에 분천황제와 주벽화를 제외한 분천고국의 강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평소라면 황자가 죽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용연비경에서 황자가 죽은 것은 대놓고 분천고국과 법을 무시하고 도발하는 것이었다.

삼황자와 용호는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거대한 세력 앞에서 개미 같았다.

쿵!

바로 그 순간, 강벽난의 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기운은 거대한 세력과 비교할 수 없었지만, 모두를 누를 만큼의 위압이 더해졌다.

"고작 황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다니. 분천고국도 그저 그렇구나."

강벽난은 날아올라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머리가 흩날리고 포악한 기세를 풍기는 것이 마치 대제의 풍채와도 같았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무엄하구나!"

"황자를 죽여 놓고 이렇게 건방을 떨다니!"

사람들의 얼굴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들이 분노하자 사방 몇백 리의 허공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모든 비경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다.

"어느 쥐새끼 같은 놈이 내 아들을 죽였는지 이름을 말하거라."

그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형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 들어도 복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몇백 명의 대신과 시위들은 깜짝 놀랐다.

이는 분천황제의 목소리였다.

쿵!

높고 큰 형상이 끝없는 허공을 넘어 내려왔다.

형상은 어렴풋했지만, 그가 오자 주변의 모든 것들은 빛을 잃었다.

"이름?"

그러나 엄청난 기운에도 강벽난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겨루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진남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쿵!

강벽난의 기세가 다시 솟구쳐 올랐다.

그녀의 몸과 얼굴이 불꽃으로 변했다. 불꽃이 꺼지자 그녀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청색 옷을 입고 검은 머리에 칼 일곱 자루를 짊어진 청년이 서 있었다.

"나는 진남이다."

진남.

상역 동주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대 세력이 연합하여 그를 찾고 있었는데 누가 잡으면 여덟 개의 성도지기를 얻고 문도 노자의 제자가 될 수도 있었다.

신비한 하역의 인재는 한 달 만에 상역 동주를 휩쓸었고 많은 강자들이 찾아 나서게 했다.

그러나 그는 제구성에 나타난 이후 증발한 듯 동주에서 사라졌는데 어떤 수단을 써도 찾을 수 없었다.

'눈앞의 이자가 그 유명한 진남인 건가?'

분천황제를 포함해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곳에 나타나 이황자를 죽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일촉즉발의 긴장한 분위기이던 용연비경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진남과 용호만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이라니?'

강벽난은 무슨 속셈인지 진남보다 먼저 나서서 이황자와 요극을 죽였다. 그리고 또 변신술을 사용해서 진남으로 변장했다.

"이게……."

용호는 진남을 바라보며 잠시 말이 막혔다.

오늘 강벽난이 한 일은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면 진남을 돕고 있는 것 같았다.

진남도 어리둥절했다.

그가 무연각에서 성과를 이룬 후 강벽난은 자주 그를 공격했다.

그녀는 나설 때마다 목숨 걸고 달려들고 여러 음모를 꾸몄다.

'그런데 갑자기 왜 나를 도우려는 거지?'

한참 뒤 하늘 위의 거물급 대신들은 정신을 차렸다.

"진남! 진짜 진남이야."

"아까 내가 동술로 살폈는데 아무런 변신술도 쓰지 않았소."

"이놈이 왜 여기에 있느냐?"

대신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허튼소리 하지 마십시오. 사대 제국에서 먼저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오늘 이황자를 죽인 건 경고입니다. 분천고국은 저에 대한 추격을 철회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마십시오."

강벽난은 말투가 위엄 있었다. 마치 진짜로 진남이 된 것 같았다.

"생포하거라!"

분천황제의 고함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의 뒤에 있던 대신들도 깜짝 놀랐다.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여 천지를 뒤흔들었다.

쿵!

그 순간 몇십 명의 그림자가 동시에 내려왔다. 그림자마다 존자 팔 단계 이상의 경지를 갖추었다. 초식마다 무존의 힘이 세차게 퍼졌는데 엄청나고 비범했다.

"수명연소(壽命燃燒), 회천신둔(回天神遁)."

강벽난은 사납게 외치며 두 손을 꼭 잡고 현인(玄印)을 형성했다.

수명 연소와 함께 그녀의 몸에 거대한 형상이 떠올랐다.

형상은 그녀의 몸을 붙잡고 허공을 찢어 도망가려 했다.

"안 돼! 도망가려고 하고 있어."

대신들은 놀라기도 하고 화도 났다.

진남은 분명 무황 경지 정상급인데 엄청난 둔술에 그들도 추격할 수 없었다.

"분천장(焚天掌)!"

분천황제가 크게 외쳤다.

위풍당당한 형상이 앞으로 나서자 모든 것이 빛을 잃었다.

그가 손을 내밀어 온 하늘을 가리자 끝없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허공으로 들어가더니 강벽난을 잡았다.

"백 년 수명! 계속 타거라."

허공 속에서 강벽난은 정혈을 토해냈고 수명은 미친 듯이 타올랐다.

그녀의 형상은 빠르게 커지면서 열 배의 속도로 분천황제의 추격을 피했다.

대신들은 깜짝 놀랐다.

'역시 진남은 대단하다!'

그는 분천황제 분신의 공격에도 도망가려고 했다. 이런 실력이라면 사대 세력의 추격을 받을 만도 했다.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거다. 내 명령을 전하거라. 어림군, 대신들, 백호영, 봉황영, 현무영은 출동해서 분천고국 방원 만 리라도 추격하거라. 반드시 진남을 생포해야 한다."

분천황제는 간단명료하게 명령을 내리고 먼저 허공을 찢어 추격했다.

"추격하라."

대신들은 빠르게 출동했다.

소일백호의 분신과 적풍운도 이 상황에서 추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진남과 너무 많이 얽혀있기 때문에 그를 잡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백호성은 충격에 휩싸였다.

무인들은 백호성의 거리에서 거물들을 목격했다.

진남이 분천고국 도성에 나타났다는 소식은 상도맹을 통해 날개를 단 듯 빠르게 문도산과 만향루에 전해졌다.

문도산의 문도 노조, 문도 삼노 등은 깜짝 놀랐다.

문도 노조는 무성 경지와 존자 이상의 강자들에게 명을 내려 즉시 출동시켰고 분천고국으로 달려가 물샐틈없는 수색을 벌이게 했다.

이번에는 절대 진남을 놓칠 수 없었다.

상역 동주가 떠들썩해졌다.

"진남이 백호성에 나타나 분천고국의 이황자를 죽였대!"

"나도 들었어. 지금 사대 세력의 무성 강자가 다 백호성에 도착했대."

"대단하구나. 무황 경지 정상급을 상역 동주의 강자들이 쫓아다니다니."

"가자, 우리도 백호성으로 가자. 진남을 잡으면 부자가 될 수 있어."

상역 동주에 한순간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많은 강자들이 잇달아 백호성으로 향했다.

진남이라는 이름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그러나 추격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남이 사실은 강벽난이 변신술로 만든 가짜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진짜 진남은 여전히 용연비경에 있었다.

"이번 용연비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아까 감지해봤더니 백호성은 이미 아수라장이 됐다……."

용연수가 감탄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진남은 실로 예사롭지 않습니다."

옆에서 삼황자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진남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진남, 즉 단청이 아니었다면 화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

"우린 이만 갑시다."

진남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강벽난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이건 혼돈지기입니다."

멀리 떠나기 전, 진남은 주저 없이 백 개의 혼돈지기를 용연수의 체내에 들여보냈다.

용연수의 나무줄기는 놀라서 흠칫했지만 이내 기뻐하며 말했다.

"하하! 단청, 이렇게 많은 근원의 힘이 있다니. 무성 경지를 돌파하면 너한테 크게 신세 지는 거다."

진남은 공수했다.

"이만 가자."

삼황자는 일어났다. 더 이상 용연비경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었다.

곧이어 세 사람은 용연비경을 떠나 비경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비경전 밖에는 몇 명의 시위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분천고국 황실의 강자들은 '진남'을 추격하러 갔기 때문이다.

이번 용연비경은 '진남'의 등장으로 빛을 잃었다. 특히 단청이 소일백호 분신의 공격을 맞고도 살아남았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음 날, 백호성.

"일 조는 제 일 성을 추적하고 이 조는 제 이 성을 추적하거라. 삼 조는 천험산맥을 추격하고……."

문도 노조는 허공에서 서서 영패를 들고 명령을 전했다.

사대 세력 강자가 꼬박 하루를 찾았지만, 진남을 잡지 못해 표정이 어두워졌다.

'설마 이번에도 도망쳤는가?'

* * *

분천고국 제 팔 성, 교외.

교외에는 '성월림(星月林)이란 광활한 숲이 있었다. 숲은 별처럼 빛을 발하고 있어 초롱초롱하고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에는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성월림에는 요수들이 많아 일반 무인들도 감히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헉. 헉.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고 얼마 되지 않아 숲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진남으로 변한 강벽난이었다.

"이번에 수명을 너무 많이 태웠어."

강벽난은 나른한 몸으로 나무 밑에 쓰려졌다. 그녀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하루아침에 그녀는 수많은 강자들의 추격을 받게 됐다.

그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대응하고 수명까지 연소하느라 여간 벅찬 게 아니었다.

강벽난은 두 눈을 감고 깊게 잠들었다.

잠시 후 젊은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나무 밑에 있는 강벽난을 보고 나지막이 소리쳤다.

"진남, 너냐?"

강벽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잠이 든 것 같았다.

"드디어 잡았다."

격앙된 표정의 그 무인은 수단을 펼쳐 커다란 그물망을 만들었고 강벽난을 잡았다.

진남을 잡기만 한다면 그는 한평생 영광스러울 것이다.

휙!

강벽난은 눈을 번쩍 뜨더니 살의를 드러냈다.

"죽음의 탄식."

강벽난은 수명을 연소하며 탄식으로 무인을 공격했다.

무인은 두 눈을 부릅뜨더니 얼마 후 숨이 끊겨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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