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화 아직 죽지 않았다
쿵!
거대한 폭발음이 단장산에 울려 퍼졌다.
빨간빛은 방원 몇백 장이 되는 버섯구름 모양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엄청난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았다.
진남의 몸이 순식간에 날아가서 산에 부딪히고 호수에 떨어졌다.
"단청!"
용연수는 심신에 충격을 입었다.
단청의 생명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청이 죽었구나!'
"하하!"
소일백호가 이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용연수, 단청도 죽었으니 자네와 놀 시간이 없소. 그러나 오늘 감히 내가 사람을 죽이는 걸 방해했으니 다음에는 직접 와서 나뭇가지들을 전부 부숴버리겠소!"
말을 마친 소일백호는 찢어진 허공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그의 분신이 오늘 나타난 것은 단청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단청이 이미 죽었으니 그는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백호, 이대로 갈 생각하지 마시오!"
용연수는 정신을 차리고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다. 수많은 가지들이 절세의 신검처럼 허공을 뛰어넘어 소일백호를 꽉 잡았다.
"죽고 싶소?"
소일백호가 발끈했다.
'고작 반보 무성 경지가 감히 내 발길을 막다니!'
반보 무성 경지인 둘이 하늘에서 엄청난 전투를 펼쳤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단, 단청……."
삼황자, 강벽난, 용호는 멀지 않은 곳에 생긴 구덩이를 보며 눈이 바늘처럼 가늘어지고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단청이 죽었어?'
'단청이 이렇게 쉽게 죽었다고?'
"단청!"
용호가 비통한 표정으로 포효했다.
'묘묘 공주에게 뭐라고 전하지?'
공주가 알게 된다면 크게 충격받을 것이었다.
"하하하!"
이황자는 크게 웃으며 기운을 폭발시켰다.
"셋째야, 단청이 죽었다. 이제 나를 어떻게 막을 테냐!"
그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쾅!
이황자의 힘이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존자 삼 단계가 되었다.
이 단약은 마화분신단(魔化分神丹)이라는 아주 귀한 단약이었다.
복용하면 짧은 시간에 경지가 제고될 수 있었다.
물론 약효가 사라지면 부작용도 컸다.
"죽어라!"
이황자가 길게 외치며 몸을 창처럼 놀려 삼황자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삼황자, 용호, 강벽난의 눈에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금제문인(金帝門印)!"
"수명연소!"
"용호본신!"
삼황자가 고함을 지르자 그의 몸에서 수많은 금빛이 뿜어 나왔다.
강벽난은 직접 수명을 태우며 죽음의 기운을 모았다.
용호는 포효하더니 용두호신으로 변해 힘을 발휘했다.
"응?"
이황자는 안색이 변하더니 곧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
"단청도 죽었는데 너희 셋이 나의 상대가 될 거 같느냐? 주제 파악도 못 하기는! 빙봉왕좌!"
이황자는 손바닥을 한 번 휘둘렀다.
냉기가 거대한 왕좌를 만들었다.
왕좌가 셋을 내리누르고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였다.
"단청과 함께 죽거라!"
용호는 용머리로 입을 벌리고 빛을 뿜었다.
삼황자는 제술로 허공을 찢고 강벽난은 사신으로 변했다.
황자들의 최종 결전이 드디어 막이 올랐다.
* * *
백호성 황궁의 금령전.
"축하드립니다!"
"적풍운 대인, 축하합니다."
대신들은 빨간빛이 단청을 뚫고 지나자 돌아서서 적풍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다들 멍청하지 않으니 눈치챘다.
단청이 죽었으니 이제 봉황영에는 인재도 없고 희망도 없었다.
즉 백호영은 점점 더 대단해질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적풍운은 대신들의 축하 인사를 듣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왕노를 바라보며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왕노, 이거 미안하오. 요극이 소일백호 대인의 분신을 불러 진남을 상대할 줄 몰랐소."
주변이 조용해졌다. 대신들은 고개를 돌리고 흥미진진하게 왕노의 표정을 살폈다.
안색이 창백한 왕노는 그의 말에 심장을 얻어맞은 듯했다.
그는 두 눈이 모두 시뻘겋게 변했다.
'몰랐다고? 네가 몰랐다니! 이 모든 건 네놈의 음모잖아!'
"적풍운! 죽여버리겠습니다."
왕노는 버럭 고함을 지리더니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나를 죽이겠다고? 내가 보기엔 자네가 죽음을 자초하는 같소!"
적풍운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일부러 왕노를 화나게 하고 있었다.
왕노가 스스로 달려들면 그는 아무 문제 없이 그를 죽일 수 있었다.
'단청을 죽인 것만으로 부족해! 봉황영을 다 내 손에 넣을 거다!'
대신들은 그 모습에 눈을 반짝거렸다.
적풍운이 봉황영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대신들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니 왕노를 도와줄 리 없었다.
그때, 놀라 고함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길 좀 보시오!"
대신들과 적풍운이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그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커다란 금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왕노도 우두커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수막에는 여러 가지 광경이 펼쳐졌다.
소일백호와 용연수가 하늘에서 싸우는 바람에 천지가 흔들렸다.
산꼭대기에서는 이황자가 단약을 복용하고 힘이 세져 혼자서 셋을 상대로 생사전을 펼쳤다.
그때 산 아래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온몸이 피투성이이고 기운도 별로 없었다.
그는 몸은 비틀거리고 걸음마다 핏자국을 남기며 산꼭대기를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그림자는 아주 작아져 알아보기 쉽지 않았지만 대신들 눈에는 거인과 같았다.
'단청이 죽지 않았다!'
'고작 무황 경지 정상급인 단청이 살아 있다니?'
흡!
누군가 입을 벌리고 헛숨을 들이쉬며 소리를 냈다.
다른 대신들도 정신이 들어서 감탄했다.
"죽지 않았소! 단청이 죽지 않았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그렇게 맞고도 죽지 않았다니!"
"주벽화가 비장의 수를 남겨 준 거 아니오?"
그들의 소리에 왕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단청이 살아났다! 어떻게 살아났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죽지 않았으면 됐다! '
적풍운은 입가의 미소가 굳었다.
얼굴도 점점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안 죽었지?'
* * *
용연비경 단장산.
"죽여라!"
용호가 하늘을 항해 포효했다.
싸울수록 천룡뇌호 혈통의 대단함이 드러났다.
그는 이황자의 힘을 받아쳤다.
삼황자와 강벽난은 금술을 사용해서 힘을 대폭 늘렸다.
분노 때문인지 둘은 평소보다 더욱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이황자 송입은 연속해서 밀려났다.
"백호 대인, 이놈들을 전부 죽여주십시오!"
이황자는 당황하더니 고개를 들고 외쳤다.
하늘에서 용연수와 싸우던 소일백호는 그 말에 버럭 화를 냈다.
"쓸모없는 놈! 단청이 죽었는데 남은 세 놈도 해결하지 못하느냐?"
소일백호의 혈안에서 두 개의 빨간 빛이 뿜어 나왔다.
"백호! 또 사람을 죽이려고? 어림도 없소!"
용연수가 노하여 소리 지르자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리듯 퍼져서 빛을 막았다.
"용연!"
소일백호가 포효했다.
일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백호는 용연수가 자신에게 저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용연수 자신의 행보를 방해했다.
게다가 단약을 복용한 이황자도 삼황자 일행에게 밀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황자가 태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 같다.
'됐어! 어차피 단청이 죽었으니 봉황영은 해체될 것이다. 삼황자가 태자가 된다고 해도 내가 대업을 이루면 황제도 없앨 수 있다.'
소일백호는 마음을 진정하자 표정이 홀가분해졌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용연비경을 떠나는 것이었다.
단장산 꼭대기에 있던 이황자는 소일백호가 도와주지 않자 얼떨떨했다.
"셋째야, 왜 이리 고집을 부리느냐? 단청은 죽었다! 너희들도 희망이 없다! 그러니 얌전히 투항하거라. 그럼 내 너희들을 용서해……."
이황자는 정신을 가다듬고 호통을 쳤다.
어렵게 단청을 죽였는데 태자가 못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닥치고 죽어라!"
용호, 삼황자, 강벽난은 더욱 화가 나서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었다.
'음……. 못 이기겠군. 됐다, 됐어. 못 이기면 말라지. 단청이 죽었으니 봉황영은 희망이 없다. 백호영의 실력을 키워서 봉황영을 없애자. 그럼, 셋째가 태자가 된다고 해도 폐위시킬 수 있다.'
상황을 파악한 이황자는 단호하게 결정했다.
삼황자와 싸우는 것보다 목숨을 건지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발을 힘껏 딛더니 날아올라 쓰러진 요극을 잡고 도망치려고 했다.
"도망치려고?"
강벽난은 눈길이 차가웠다.
"하하하, 셋째야, 태자 자리를 놓고 다투지 않겠다. 이 형님이 양보하마! 경고 한마디만 할게. 나를 쫓아오지 말고 단청의 시체를 찾아보거라. 아니면 호수에 있던 요수들이 시체를 먹어버릴지도 모르니……!"
이황자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이황자의 말이 진남 일행의 심장을 두드렸다.
만약 당장 찾지 않는다면 단청의 시체는 아마 뼈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단청의 시신이 요수들에게 먹히게 둘 수 없어. 시신을 찾으러 가자. 그리고 비경이 끝나면 다시 저놈들을 죽이자!"
삼황자는 두 눈이 시뻘게서 이를 갈았다.
용호와 강벽난은 손이 떨렸다.
이황자는 이 광경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의 판단이 맞았다.
'이놈들은 멍청하기 그지없어. 단청의 시체를 찾겠다고 나를 풀어주다니! 다음번에는 네놈들을 확실하게 죽여주마!'
이황자가 날아오르려 할 때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이황자, 실망시켜드려서 미안합니다. 전 아직 살아있습니다."
단장산 꼭대기에 피범벅이 된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휘청거리며 곧 넘어질 것 같았다.
그림자는 진남이었다.
이 순간, 시공간이 모두 굳어 버린 듯했다.
이황자는 펄쩍 뛰더니 그대로 허공에 멈추었다.
얼굴에 걸린 미소도 얼어붙었다. 그의 눈에 충격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황자, 용호, 강벽난도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몸을 흠칫 떨었다.
'단청이 안 죽었어?'
세 사람은 고개를 돌려 익숙한 모습을 보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죽지 않았어! '
'단청이 정말 죽지 않았어!'
그는 소일백호의 공격에 살아남았다.
용연비경의 하늘에서 싸우던 용연수와 소일백호도 어떤 기운을 느끼고 멈칫하더니 동시에 아래를 살폈다.
두 거물은 동시에 경악했다.
'단청이잖아?'
'안, 안 죽었어?'
소일백호는 분천고국의 삼대 강자 중 한 명이고 몇천 년 동안 살아온 존재였다.
그는 인재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나 오늘 처음으로 크게 당황했다.
비록 반보 무성 경지이긴 하지만 그의 힘이라면 단청을 한 명이 아니라 열 명도 죽일 수 있었다.
'단청이 살아 있다니! '
"하하하!"
용연수는 충격받은 와중에 하늘이 흔들릴 것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소일백호! 분신을 보내면서까지 후배를 죽이려고 했는데 뜻밖이지 않소?"
"죽어!"
소일백호는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소일백호가 분신으로 무황 경지도 죽이지 못했다는 말이 밖에 전해지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또 공격하려고? 어림없소!"
단청이 돌아오자 용연수는 기운이 폭등했다.
눈 깜짝할 새에 수많은 나뭇가지가 뻗어나가 채찍처럼 소일백호를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