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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50화 (350/1,498)

350화 소일백호

진남은 깜짝 놀랐다.

용연수가 그의 몸속에 있는 혼돈지기를 원할 줄은 몰랐다.

"선배님, 혼돈지기를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 참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황자에게 제가 원하는 물건이 있는데 반드시 가져와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진남은 결단을 내렸다.

용연수는 분천고국에서 숭고한 위치에 있으며 반보 무성 경지의 존재이다.

혼돈지기를 주고 그가 무성 경지를 돌파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음……."

용연수는 진남이 흔쾌히 혼돈지기를 주겠다는 말에 기뻤다. 그러나 진남의 요구를 듣자 난감했다.

단장산에서 무력을 쓸 수 없다는 규정은 그가 정한 것이었다.

'……원칙을 깨야 하나?'

그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웃음소리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용연수와 다른 사람들은 그쪽을 쳐다봤다.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이황자였다.

그는 걸음을 내딛더니 경멸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용연수, 단장산에서 무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까? 하지만 저는 오늘 무력을 꼭 사용해야겠습니다. 저를 어찌할 수 있는지 봅시다!"

그의 말에 진남 일행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황자가 대놓고 용연수를 건드리다니?'

'미친 건가?'

"건방진 놈이구나!"

용연수의 두 눈에 노기가 번졌다.

분노와 함께 그의 거대한 몸집이 마치 모두 활짝 펴진 것처럼 하늘을 막고 바람을 흔들었다.

엄청난 기운이 드러났다.

"네 아비 대신 내가 혼내줘야겠구나!"

슉!

나뭇가지 하나가 벼락같은 기세로 이황자를 공격했다.

고작 나뭇가지지만 무척 신비한 힘이 있어 무적 경지나 무황 경지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황자는 나뭇가지에 맞기만 하고 반항조차 못 했다.

"요극! 얼른 백호 대인을 모시거라!"

이황자는 안색이 급변하더니 고함을 질렀다.

"무혼! 공명을 일으켜 제단을 이루거라!"

존재감이 없던 요극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등 뒤에서 일곱 개의 금빛이 반짝이고 쌍익혈안호가 떠올랐다.

별안간 수많은 검은 빛이 쌍익혈안호에게서 퍼져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빛은 검은색 제단을 이루었다. 쌍익혈안호가 제단 진법의 중심이 되었다.

"백호 강림!"

요극이 입을 벌리고 정혈을 토했다.

정혈이 쌍익혈안호에게 떨어지자 검은 제단은 순식간에 끝없는 빛을 뿜어 신비한 힘을 허공에 보냈다.

신비롭기 그지없는 외부로 통하는 큰 길이 열린 것 같았다.

용연수는 행동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혼으로 제단을 만들고 무혼과 공명을 일으키다니……."

강벽난은 이 광경을 노려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안색이 변했다.

"안 돼! 요극의 무혼은 쌍익혈안호다! 그가 펼친 공명술은 자신의 무혼으로 제단을 만들고 통로를 만들어 더 강한 백호족의 강자를 불러들이는 거다!"

강벽난이 사납게 소리를 질렀다.

진남을 비롯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무혼으로 제단을 만들고 통로를 열어 더 강한 백호족의 강자를 부른다고?'

번개가 번쩍이더니 하늘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인이 허공을 넘어오는 것 같았다.

쿵!

허공이 산산조각 나더니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나타났다.

어흥!

커다란 울음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방원 몇천 리가 되는 호수에 파도가 일렁이고 사방이 울음소리에 부서졌다.

울음소리 한 번에 천지가 변했다.

진남 일행과 용연수는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 * *

백호성 황궁의 금령전.

대신들은 이황자가 공격을 하려는데 용연수가 끼어들어 단청과 거래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용연수는 반보 무성 경지였다.

이황자는 용연수의 앞에서 발언권이 없었다.

이황자가 단청 일행과 싸우려고 어떤 준비를 했든 상관없었다. 싸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심사도 역시 이황자가 졌다.

그런데 아무도 이황자가 갑자기 용연수를 도발할 줄 몰랐다.

게다가 존재감이 없던 요극이 신비하고 강한 술법을 사용할 줄은 더욱 몰랐다.

허공의 틈을 비집고 나온 거대한 그림자를 본 대신들은 표정이 급변했다.

'소, 소일백호(嘯日白虎)다!"

요극은 쌍익혈안호를 통해 신비한 술법을 움직여 소일백호를 불러냈다.

소일백호는 누구인가?

분천고국 삼대 강자 중 하나였다.

분천고국이 세워질 때 이미 존재했다.

초대 황제를 도와 혈익봉황과 진국현무 두 신수와 함께 적을 소탕하고 분천고국을 세웠다.

분천고국을 통틀어 백호는 강한 실력뿐만 아니라 숭고하고 대체할 수 없는 지위를 가졌다.

분천고국의 황제라도 백호를 보면 공손하게 맞이해야 했다.

그런데 소일백호가 직접 용연비경에 나타났다.

금령전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적풍운은 소일백호가 나타난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호탕하게 웃었다.

"다들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소일백호 대인입니다. 다만, 저건 대인의 본 모습이 아니라 분신일 뿐입니다. 요극이 마침 호족 무혼을 가지고 있어서 무혼이 공명을 일으켜 제단을 만드는 비술로 소일백호 대인의 분신을 용연비경에 강림하게 한 것입니다."

대신들은 그 말을 듣자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비록 분신이라고 해도 엄청났다.

'황자들 사이의 대결에 이런 비술을 펼치고 소일백호의 분신까지 불러들이다니?'

'소일백호가 이황자를 도와 태자 자리를 쟁취하려는 걸까?'

적풍운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가 이렇게 큰 판을 벌인 것은 이황자를 태자로 만들려는 게 하나의 이유였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주벽화의 후계자인 단청을 죽이는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용연비경 단장산.

허공에 갈라진 틈 사이로 거대한 백호가 다가왔다.

그가 두 눈에서 시뻘게서 포악한 기운을 풍겼다.

온몸의 털은 눈처럼 하얗고, 이마는 여러 가닥의 금색 무늬가 얽혀 '왕(王)'자를 만들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위압을 풍겼다.

"소일백호! 아니, 저건 분신이다!"

강벽난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그녀도 이런 상황은 뜻밖이었다.

진남과 삼황자도 놀란 표정이었다.

소일백호!

'어떻게 요극이 전설적인 존재의 분신을 불러온 거지?'

백호는 분신이라고 해도 반보 무성 경지와 맞먹는 힘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반보 무성 경지보다 더 강할 수도 있었다.

'설마 백호의 분신이 이황자가 태자 자리를 쟁탈하는 것을 도와주려는 걸까?'

"소일백호 대인,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소?"

용연수는 충격에서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용연비경의 수호자로서 분천고국에서 마찬가지로 숭고한 위치에 있는 소일백호를 잘 알았다.

다만 용연비경은 위치가 신비해서 소일백호와 같은 강자라고 해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질문을 한 후 용연수는 무언가 눈치채고 큰소리로 꾸짖었다.

"소일백호 대인이 숭고한 지위에 비범한 경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규칙은 규칙이오! 용연비경 심사는 황자들의 싸움이요. 자네는 끼어들 수 없소."

"그렇소?"

하늘에 있던 소일백호는 입을 벌리고 살벌한 어금니를 드러냈다.

몇천 리의 호수 속에 있는 요수들이 그의 위압을 느끼고 겁에 질려서 울어댔다.

별안간 소일백호가 움직였다.

그는 커다란 발을 들어 아래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엄청난 빛이 단장산 꼭대기를 향해 날아왔다.

백호의 갑작스런 공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백호 대인! 규칙을 위반하셨소!"

용연수가 호통치자 많은 나뭇가지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보라색의 커다란 나무 장막을 만들었다.

나무 장막이 신비한 빛을 뿜으며 백호의 공격을 막아냈다.

보라색 나무 장막은 소일백호의 공격에 산산이 부서졌다.

휙!

소일백호는 단장산 꼭대기 몇백 장 위에 내려왔다.

그는 시뻘건 눈동자로 진남을 노려보았다.

"죽어라!"

소일백호는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입에서 흰빛이 나왔다.

그 빛은 주먹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었지만 엄청난 악기와 살기를 품었다.

빛이 원석처럼 땅 위에 떨어졌다.

"백호! 멈추시오!"

용연수가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백호가 고작 후배를 죽이려고 직접 나타날 줄은 몰랐다.

용연수가 힘을 드러냈다. 수많은 나뭇잎이 동시에 날아가며 바람을 일으켰다.

흰빛은 내려앉기 전에 산산조각 났다.

두 반보 무성 경지의 강자가 싸우면서 뿜어지는 강기는 상상 그 이상으로 엄청났다.

용연수가 흰빛을 부숴버리자 소일백호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혈안이 두 개의 빨간 빛을 뿜었다.

용연수는 깜짝 놀라서 나뭇가지를 뻗어 힘껏 비틀었다.

빨간빛은 부서졌지만 가지도 전부 잘렸다.

다른 하나의 빨간 빛이 무아지경에 빠진 것처럼 진남에게 곧게 날아갔다.

"안 돼!"

용연수는 안색이 변했다. 그는 빨간빛의 위력을 잘못 판단했다.

이제 손을 써도 늦었다.

빨간빛은 속도가 너무 빨랐다.

"단청!"

삼황자와 용호, 강벽난은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소일백호는 단청을 목표로 온 거야!'

'단청을 죽이려는 거구나!'

그러나 그들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빨간빛에 비하면 그들은 마치 파도가 미친 듯이 치는 바다에 떠 있는 쪽배 같았다.

진남을 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짧은 시간에 빨간빛이 진남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쿵!

진남은 영혼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이번 공격에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 * *

백호성 황궁의 금령전.

대신들은 소일백호의 행동에 혼비백산했다.

'소일백호가 단청을 죽이려고 하는구나!'

소일백호가 빨간빛으로 용연수의 방어를 뚫고 진남의 머리를 노리자 모두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모든 것은 적풍운이 단청을 상대하려고 짠 음모였다.

적풍운은 잔인했다.

상황을 눈치챈 대신들은 고개를 저었다.

음모를 꾸몄든 아니든 간에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단청이 죽겠구나.'

어떤 사람들은 고소해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쉬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표정이 안 좋았다.

왕노는 눈 앞에 벌어진 장면에 벼락을 맞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모든 상황이 너무 빨리 벌어져서 그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단청이 죽게 생겼다! 단청이 죽었다…….'

봉황영의 희망이 완전히 꺼졌다.

적풍운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그가 왜 제고를 울리고 대신들을 불러 모았을까?

그는 사람들과 함께 주벽화의 후계자인 단청을 백호영에서 죽이는 걸 함께 지켜보고 싶었다.

단청을 죽이면 봉황영은 희망이 사라졌다.

봉황영의 희망이 없어진다면 그는 봉황영을 차지하고 주벽화의 불사봉황술을 얻을 수 있었다.

* * *

용연비경 단장산.

슉!

빨간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잠깐 사이에 진남의 머리와 몇십 장의 거리도 안 되었다.

모든 시공간이 순간 멈춘 것 같았다.

"하하하!"

이황자는 의도적으로 크게 웃었다.

'탄선충을 다 죽이면 뭐 해? 경지가 대단하면 또 어떻고? 마지막에 이기는 사람은 나야!'

쿵!

빨간빛이 진남의 머리 위에 떨었다.

빛은 마치 엄청난 힘을 한데 모은 것처럼 진남의 몸을 뚫고 지났다.

생사가 달린 시기에 온몸의 털이 곤두선 진남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죽으면 안 돼!"

진남은 고함을 지르며 번개 같은 속도로 왼손을 들어 올려 방패처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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