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화 감히 공격하다니!
"이번에 협력하는 것엔 유실약원이 걸려 있다. 묘묘 공주와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
강벽난은 공격을 계속하려는 둘의 모습에 얼른 입을 열었다.
진남과 용호는 그대로 굳었다.
강벽난이 손을 휘두르자 손바닥에 고권이 생겨났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이 고권에 유실약원의 비밀이 있다. 묘묘 공주에게 엄청 중요한 일이다. 물론, 나도 완전히 확신이 있는 건 아니다. 진남, 나와 협력한다면 이 고권을 주겠다."
용호는 고권을 보자 눈이 반짝였다. 그러나 이내 표정 관리를 하고 비아냥거렸다.
"강벽난, 용을 속이는 게냐? 유실약원의 고권이라니? 유실약원의 비밀은 사망대제 등급이라도 알지 못한다!"
용호요종은 천룡뇌호의 혈통이라서 독특하게 기억을 전승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유실약원에 대해서 그도 조금 알고 있었다.
"닥쳐!"
강벽난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사망대제가 몸에 들어가 있어서인지 그녀의 시선은 무척 날카로웠다.
용호도 그녀의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서 입을 다물었다.
"진남, 이 고권은 유실약원과 연관 있다. 거짓말이 아니니 스스로 결정하거라."
강벽난은 진남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그녀의 두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 저 여인을 믿으면 안 된다.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용호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엇을 도와주면 되느냐?"
"너……."
용호는 눈을 부릅떴다.
진남은 그의 표정을 모른 척하고 강벽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진남은 저도 몰래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는 겨우 충동을 억눌렀다.
용호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강벽난은 그를 속이는 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묘묘 공주가 말은 안 했지만, 고삼으로 변하고 무종 경지의 상태로 삼백여 년 동안 잠이 든 걸 보면 어떤 재난을 겪은 게 분명했다.
유실약원은 묘묘 공주가 살았던 곳이었다.
고권이 유실약원과 연관 있다면 묘묘 공주에게 무척 중요한 일일 수도 있었다.
묘묘 공주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진남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강벽난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를 도와 용연과를 얻어줘. 그게 필요하거든. 그리고 용연비경에서 나를 공격하면 안 된다."
"약속할게."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권을 먼저 줘."
강벽난은 망설이지 않고 고권을 진남에게 넘겨주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고권을 훑어보았다.
고권의 문자와 그림들은 모두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는데 진남의 상식을 넘어섰다.
고권은 정말로 유실약원과 연관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더니 강벽난에게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제부터 내 반경 열다섯 장 내에 있지 말거라."
"알겠어."
강벽난은 열다섯 장 밖으로 날아갔다.
용호는 이 상황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그는 강벽난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고권은 유실약원과 연관이 있었고 묘묘 공주에게 도움이 될만했다.
용호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한 것은 진남의 태도를 보고 싶어서였다.
묘묘 공주가 진남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옆에서 지켜본 용호는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그는 진남이 묘묘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묘묘 공주가 다친 건 항상 진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진남의 마음속에 묘묘 공주는 꽤 높은 자리에 있었다.
"자식, 부럽다……."
용호는 몰래 욕을 했다.
'그때 고삼을 구한 사람이 나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웅!
이때 진남의 허리춤에 있던 금색 영패가 세게 떨렸다.
진남은 신식으로 살펴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삼황자가 소식을 전했는데 용연수의 소재지를 파악했다는 내용이었다.
"가봅시다, 용연수를 찾은 것 같습니다."
진남이 작게 외치더니 앞으로 달려갔다.
"뭐? 이렇게 빨리 용연수를 찾았대? 진남, 같이 가……!"
용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용연수를 탐냈다.
그 뒤로 강벽난도 빨리 쫓아갔다.
* * *
삼황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진남은 모래 지역에 도착했다.
삼황자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금빛이 그의 몸에 드리웠다. 금빛은 마치 용처럼 그의 주변 땅으로 뻗어나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삼황자를 둘러싼 금빛은 눈 모양이었다.
"아니!"
용호는 깜짝 놀랐다.
"저건 금제간천술(金帝看天術)이잖아? 저자가 어떻게 제술(帝術)을 할 줄 알지?"
멀리서 지켜보던 강벽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술이란 무제의 술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망대제의 죽음의 탄식과 사신강림도 제술이었다.
금제간천술은 제술의 한가지인데, 물체의 기운에 따라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는 대단한 술법이었다.
"응?"
삼황자는 눈을 번쩍 뜨고 위엄 있게 용호와 강벽난을 보더니 의아했다.
"용호 도우? 강도우?"
이 둘은 대황자와 구황자가 데리고 있던 인재들이었다.
"이 둘은 제 친구입니다. 지금은 저와 함께 삼황자를 도우러 왔습니다."
진남은 대충 이유를 꾸며댔다.
"좋다."
삼황자는 안색이 환해지며 말했다.
"두 인재까지 가입하니 이번 용연비경 행에서 우리가 반드시 일 위를 할 수 있겠구나!"
이때 삼황자 아래에 있던 금빛이 번쩍이더니 사방팔방의 모래들이 바람을 맞은 듯 쓸려 다녔다.
삼황자는 얼른 심신을 거두고 하늘을 살폈다. 얼마 후 그의 눈이 반짝였다.
"찾았다!"
삼황자를 감쌌던 금빛이 사라지고 평온해졌다.
"용연수는 용연비경의 정 중앙에 있는데 우리와 오백여 리 떨어져 있다."
삼황자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서둘러 가야 할 것 같구나. 내 예감에 둘째 형님도 용연비경을 찾아낼 방법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말에 진남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황자 송입은 백호영과 상도맹 두 세력의 지지를 받고 수단도 보통이 아니었다.
삼황자가 용연수를 발견했다면 그도 발견했을 것이다.
"가자!"
삼황자가 손을 휘두르자 배 한 척이 나타났다.
비행 전용의 왕도지기였다.
셋이 배에 오르자 배가 허공을 가로질러 강기를 일으키며 날아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림에 있던 대황자와 구황자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저도 몰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배를 탄 강벽난과 용호, 단청 그리고 삼황자를 보았다.
큰 충격을 받았던 대황자와 구황자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고 피를 토했다.
그들의 표정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저 두 놈은 삼황자가 우리 곁에 심은 간첩이 분명해!'
진남 일행은 두 황자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태자 자리 쟁탈에서 삼황자가 가장 유력했다.
그리고 이황자는 백호영과 상도맹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니 대황자와 구황자 그리고 다른 황자들은 이들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태자는 삼황자와 이황자 둘 중에서 결정될 것이었다.
결국 누가 태자가 되느냐는 용연수 아래에서 마지막 승부가 날 것이다.
배가 허공을 가르고 백 리를 날아갔다.
그동안 진남은 요존을 몇 마리 잡고 용연의 기를 조금 얻었다.
혹여 나중에 이 땅이 그를 배척하고 허공 깊은 곳에 튕겨낼까 봐 대비한 것이다.
"거의 다 왔다."
삼황자는 뱃머리에 서서 아래를 살폈다.
그가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바람에 진남 일행들이 그를 곁눈질했다.
'금제간천술을 장악하고 있는데 기운도 이렇게 강하다니, 역시 삼황자는 보통이 아니야!'
이때, 이변이 생겼다.
와락!
삼황자 일행의 머리 위의 허공이 찢어지더니 그 속에서 덩치가 큰 망령들이 나타났다.
망령들은 형상만 있었는데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그들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응?"
진남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들은 높은 곳에 있고 방원 몇십 리에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공격을 당한 건지 궁금했다.
"고작 저주 술법 정도로 잘난척하기는."
강벽난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죽음의 힘이 퍼져나가더니 망령들이 부서졌다.
"저주 술법은 '저주판'이라는 법보를 사용해서 내리는 것이다. 저주판을 사용하면 망령들은 허공에서 사람들의 기운을 찾아오지. 망령들은 공격력은 약하지만, 추적 효과가 뛰어나다. 우리 위치가 이미 이황자에게 폭로된 것 같다."
강벽난이 느릿느릿 말했다.
"수단이 참 좋군."
진남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둘째 형님은 충분히 준비한 거 같구나. 한데, 우리 위치를 추적하고 소란을 피우기까지 했는데 우리가 반격하지 않으면 우습게 보지 않겠느냐?"
삼황자가 차갑게 웃었다.
그가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금빛이 번쩍이더니 서른여섯 마리의 금룡으로 변했다.
맨 앞에 선 금룡은 머리카락을 물고 허공으로 날아들어 갔다.
"이야!"
용호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금제용추술(金帝龍追術)은 기운이나 혹은 어떤 물품을 통해서 위치를 확인한 후 서른여섯 마리의 금룡이 허공을 뚫고 끝까지 쫓아가 공격을 하는 기술이지."
"자네, 좋은 안목을 가졌군."
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술법은 힘이 세지 않아서 그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소."
"솔직하게 말해보십시오. 금제의 전승을 받은 겁니까?"
용호는 질투 어린 눈빛을 보냈다.
두 가지 제술은 금제의 전승을 받아야만 알 수 있었다.
삼황자는 금제의 전승을 받은 게 분명했다.
금제의 전승은 아주 조금만 받아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진남은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분천고국의 황자들이 실력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삼황자나 이황자 모두 훌륭한 인재들이었다.
모두 엄청난 세력들의 지지를 받고 어려서부터 기우를 만났으며 수단과 계략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났다.
동주를 통틀어도 인재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났다.
그들은 계속 앞으로 향했다.
두 시진 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멀리 커다란 호수가 보였는데 방원 천 리나 되었다.
호수 중앙에 길이가 몇십 리 되는 산봉우리들이 솟아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커다란 검을 세워놓고 사방팔방을 진압하는 것 같았다.
호수에 있는 산봉우리들은 경지가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용연수는 섬에 있다!"
삼황자가 외치더니 경지를 드러내 배를 조종했다.
배는 하늘에서 곡선을 그리며 산봉우리로 날아갔다.
쿵!
이때 호수에서 높은 파도가 일었다. 파도 속에서 요존 삼 단계의 교룡 다섯 마리가 솟아올랐다.
그것들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입을 쩍 벌리고 불을 뿜으며 배를 물려고 했다.
"감히 이 용호 어르신이 있는데 공격하다니!"
용호는 욕을 퍼붓고 변신하더니 흉악하고 거대한 용 대가리를 드러냈다.
크롸아아!
포효 소리에 용의 위엄이 사방팔방에 퍼졌다.
교룡들은 안색이 빠르게 변했다.
배에 진짜 용이 있을 줄 몰랐던 그것들은 비명을 지르며 호수에 숨었다.
용연비경의 모든 요수들은 용의 기운을 가지고 있고 용의 혈통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 용이 아니었기에 용호를 만나면 큰 두려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