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시혈난해와 관련이 있소
황자들은 단청의 대단한 전력을 보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은 잠깐 사이에 연거푸 일어났다.
"엉?"
이황자는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단청이 강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요극이 단청 앞에서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단청, 너 나를 부상 입히다니! 내 너를 죽여버리겠다!"
요극은 발광했다.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고 눈이 시뻘게져 진정한 산짐승이 된 것 같았다.
어흥!
그의 등 뒤에서 일곱 개의 금빛이 뿜어 나오더니 몸집이 크고 날개가 달린 호랑이가 떠올랐다.
시뻘건 눈에서 엄청난 혈광이 뿜어 나왔다.
요극의 무혼 쌍익혈안호(雙翼血眼虎)였다.
쌍익혈안호는 호족 중에서 천성이 제일 포악했다.
"인호합일!"
요극이 사납게 소리치자 쌍익혈안호가 그의 체내로 뛰어 들어갔다.
요극의 몸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수많은 흰색 털이 자라나고 두 눈은 시뻘건 범 눈으로 변했다.
"계속 싸우려고?"
진남의 눈에 한기가 비꼈다.
'그렇다면 상대해주마.'
윙!
진남의 손에 쥐고 있던 장도가 심하게 떨렸다.
도광이 반짝이더니 싸늘한 기세가 대전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양대 천재가 생사대결을 펼치려 했다.
황자들과 공주들은 모두 의식적으로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여 눈을 크게 뜨고 조금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
쿵!
요극은 몸을 날려 진남을 공격했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그가 소리쳤다.
"반구! 손을 써! 이 자식을 죽이자!"
반구가 허허 웃더니 예상했던 것처럼 성큼 내디뎠다.
커다란 몸집에서 엄청난 힘이 폭발해 큰 산처럼 진남을 덮쳤다.
그들은 좌우 양편에서 협공했다.
상황이 너무 빨리 일어나 사람들은 모두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여러 황자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기습을 하다니!'
'연합하여 단청을 기습하다니!'
"염치없구나!"
삼황자는 버럭 화를 냈다.
그러나 협공하는 기세가 이미 이루어져 잠깐이면 승부가 갈릴 수 있었다.
그는 미처 막지 못했다.
"염치없다고?"
상석에 있던 이황자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기습하면 어때? 염치없으면 또 어때? 단청을 죽일 순 없지만, 중상을 입히는 건 전혀 문제없다. 단청이 중상을 입으면 황자들 중에서 누가 나의 앞길을 막을 수 있을까?'
"단청, 네가 어떻게 도망치나 보자!"
지척에 있는 단청을 바라보는 요극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이번에 그는 영장의 명령을 받고 궁전에서 단청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는 자신이 단청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진작에 중요한 순간에 둘이 연합하여 함께 기습하기로 반구와 작당했었다.
단청에게 중상을 입히기만 하면 그는 큰 공을 세울 수 있고 영장이 크게 상을 내릴 것이었다.
번개가 번쩍였지만, 진남은 손을 쓰지 않고 오히려 표정이 침착했다.
"접니다."
진남이 반구에게 신념을 전했다.
반구는 바로 사마공이었다.
사마공은 원래 이황자를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부의 명령이라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극과 함께 불의의 습격을 하여 단청에게 중상을 입히기로 했었다.
진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자 사마공은 순간 당황했다.
'헉! 단청이 진남이었다니!'
"악!"
비경전의 분위기가 굳어졌을 때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과 거리가 한 장밖에 안 되던 사마공이 불시에 바닥에 쓰러져 배를 끌어안고 데굴데굴 구르며 가슴에 사무치도록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아파! 배가 아파! 누군가 독을 탔어. 누군가 내가 먹은 닭 다리에 독을 탔어!"
사마공의 커다란 몸이 바닥에서 뒹굴었다. 그 바람에 크게 먼지가 날렸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황자도 마찬가지였다.
'독을 탔다고?'
요극은 섬뜩한 미소를 짓던 표정이 굳었다.
두 명이 연합하여 기습하면 단청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혼자만 남았다.
"기습하려고?"
진남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마귀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는 왼쪽 팔을 들었다.
쿵!
요극은 백호의 위엄으로 단청의 왼팔을 내리쳤다.
그러자 마치 개미가 거인에게 부딪힌 것처럼 커다란 충격이 튕겨져 나왔다.
아무리 강한 공격도 전신의 왼팔을 돌파할 수 없었다.
이때 진남이 오른팔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더니 사정없이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쿵!
요극은 바로 쓰러졌다.
그는 곤두박질치며 바닥에 큰 구멍을 냈다.
장내는 조용해지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위풍당당하고 염치없이 습격하던 요극은 땅에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사마공은 창백한 얼굴로 두 손은 배를 잡고 옆에서 뒹굴고 있었다. 뒹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행동이 점점 커졌다. 마치 태고의 강한 독에 중독된 것 같았다.
이때 구황자 송옥 그리고 여러 황자들의 시선이 용호에게 향했다.
현무영 구십구 기 영장은 전에 획주 겨루기에서 중도에 단청에게 패했을 때 자신의 독소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 그렇다고 했었다.
지금 반구도 중독되었다.
"흠흠."
용호가 기침했다. 그는 반구가 사마공인 걸 진작에 알아차리고 속으로 욕했다.
'이 자식, 하필이면 중독된 척하다니.'
진남마저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놈들, 연기가 다 형편없군.'
"좋다!"
별안간 삼황자가 정적을 깨고 손뼉을 치며 웃으며 말했다.
"하하, 둘째 형님, 요극은 실로 대단합니다. 단청의 공격을 받고도 죽지 않다니요. 탄복합니다. 진짜 탄복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극은 경지가 진짜 대단합니다."
"만약 다른 천재가 단청의 공격을 받았다면 바로 죽지 않았겠습니까?"
"역시 백호영 구십구 기 영장입니다!"
황자들과 공주들은 정신을 차렸다.
일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황자와 구황자 그리고 몇몇 황자들은 죽이 척척 맞아 일제히 말했다.
진심 어린 목소리는 마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감탄 같았다.
정신을 차린 이황자는 자신만만하던 표정이 시퍼레졌다.
'이 자식들! 이게 어딜 봐서 칭찬이야? 놀리는 거잖아!'
그러나 그는 전혀 반박할 수 없었다.
"이황자, 반구 도우가 이상한 독에 중독되어 자칫하면 죽을 것 같습니다. 마침 저에게 한가지 해독약이 있어 반구 도우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벼락 치듯 원석을 꺼내 사마공의 입에 넣었다.
반드시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사마공이 계속 뒹굴게 할 수 없었다.
쿵!
사마공은 연기가 절정에 도달했다.
체내의 온갖 기세가 뿜어 나와 안색도 시커메졌다, 퍼레졌다 하더니 점차 빨갛게 상기되었다.
고통스런 표정도 점차 사라졌다.
"고맙소! 단청 도우 도와줘서 고맙소!"
사마공은 서둘러 진남에게 공수하고 인사했다. 그의 얼굴에는 감격한 표정이 역력했다.
"별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태연자약하게 손을 저었다.
황자들은 그들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이 자식들, 진짜 연기를 잘하는구나!'
'반구는 상도맹의 내문 제자인데 어떻게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중독되다니? 그리고 단청에게 마침 해독약이 있다고? 이건 반구가 손을 쓰기 싫은 게 너무나도 분명하잖아!'
이황자도 당연히 눈치챘다.
그는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상도맹은 무슨 뜻이지? 반구의 이런 행동은 또 무슨 뜻이지? 설마 나와 연합하고 싶지 않은 건가?'
그러나 의심일 뿐 그는 반구를 질책할 수 없었다. 증거가 없었다.
이황자는 요극을 구했다.
요긍은 중상을 입어 사나운 눈길로 진남과 반구를 째려보며 옆에서 상처를 치료했다.
이번 풍파로 이황자는 기염이 많이 꺾이고 삼황자는 위엄이 더 높아졌다.
많은 황자들이 그와 가까이하려 했다.
대황자와 구황자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빠졌다. 도무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진남과 사마공, 용호는 떨어져 있었지만, 신식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
"사마공, 이 미련한 자식, 하필이면 중독된 척했느냐?"
용호가 욕을 퍼부었다.
"뭐, 그럼 어떻게 하라고? 중독된 척하지 않으면 죽은 척이라도 해야 했단 말이오?"
사마공은 조금도 지지 않고 반격했다.
"어쨌든 나는 기분이 나쁘다! 너희 상도맹은 미녀가 많으니 내게 몇 명 주거라. 아니면 너를 죽이겠다!"
"흥! 언제든지. 자네처럼 팔다리가 가느다란 자들은 한꺼번에 세 명도 당해낼 수 있소."
진남은 두 사람이 입씨름하는 걸 듣더니 화를 냈다.
"쓸데없는 소리들 그만하고, 중요한 일이나 얘기합시다. 까먹고 알려주지 못한 게 있는데 대황자 옆에 있는 자식이 바로 사망대제입니다. 다만 사망대제의 영혼은 깊은 잠이 들었고 지금은 강벽난이 육신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진남은 강벽난이 한 말이 진짜인지 의심했었다.
하지만 사망대제가 만약 그의 진신을 발견했다면 틀림없이 온 세상에 알렸을 것이었다.
다만, 강벽난이 왜 알리지 않았는지는 아마 용연비경에 들어가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망대제라고?"
사마공과 용호는 몸이 떨렸다.
그들은 대황자 옆에 있는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뭔가 느낀 것처럼 고개를 들고 그들을 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저 천한 것!"
사마공은 아무 반응 없었지만, 용호는 화가 나서 이가 떨렸다. 그는 강벽난에게 조금의 호감도 없었다.
"진남, 그보다 다른 중요한 일이 있소."
사마공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우리 상도맹은 원래 대황자를 지지했었소. 그런데 나중에 이황자를 지지하기로 했소. 며칠 전에 이황자가 지도를 하나 얻었기 때문이오."
사마공이 말했다.
그 말에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며칠 전에 이황자가 백호성을 떠나더니 바로 지도를 얻으러 간 것이었구나.'
"그 지도는 시혈난해(弑血亂海)와 연관 있소. 거기에 어떤 영약이 있는데 정확히 무슨 영약인지는 나도 모르오."
사마공은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그런데 한 장의 지도일 뿐인데 우리 맹주마저 나섰소. 이 지도가 매우 중요한 것 같소."
사마공의 말에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시혈난해? 당청산 등이 있는 곳이잖아? 그런데 이황자가 갖고 있는 지도가 그곳과 연관이 있다고?'
"시혈난해는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진남은 낮은 소리로 외쳤다.
사마공과 용호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진남이 반응이 이렇게 클 줄 생각지 못했다.
의심스러웠지만 사마공은 묻지 않고 말했다.
"상역 동주에는 크고 작은 금지들이 있소. 금지들은 강자들이 죽은 후 설치한 거요. 하늘과 땅이 스스로 만든 것도 있고 종류가 엄청 많소. 시혈난해는 많은 금지들 중에서 앞자리를 차지하오. 열리지 않았을 때 들어가면 설사 무성이라도 엄청 위험하오. 이제껏 시혈난해가 열릴 때마다 사대 세력의 천재 제자들이 스스로 그곳으로 가 연마해 왔다고 했소.
그것이 마지막으로 열린 건 이 년 전이었소. 이제 열릴 때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소. 내가 알아본 바로는 시혈난해 안에 강대한 전승이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도 얻지 못한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