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338화 (338/1,498)

338화 계략에 걸린 진남

"적풍운?"

진남은 당황했다.

'적풍운이 왜 나에게 서신을 보내왔지? 설마 내 신분을 알아차렸나?'

짙은 의문을 가지고 진남은 진법을 물리고 서신을 손에 들고 훑어보았다.

서신을 읽은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서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후배 적풍운입니다. 선배님이 지난날 성진하에서 엄청난 수를 보인 것과 또 공법을 수련하여 이상을 만들어내는 걸 봤습니다. 실로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선배님을 초대하여 무도에 대해 의논하고 싶습니다. 선배님께서 응해주시길 바랍니다.

말투가 매우 진지했다.

"적풍운이 나를 선배라고 부르다니? 또 나더러 가서 무도에 대해 의논하자고?"

진남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적풍운은 분천고국의 제 일 천재이고 지금은 백호영 영장이다.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하고 전도를 가늠할 수 없다. 게다가 봉황영과 주벽화의 일까지 더하면 이자와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원수나 마찬가지다.'

"아직 나의 신분을 모르는 것 같구나."

진남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빠르게 알아차렸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서신을 남기고 성진각을 떠났다.

시녀가 우성 방을 두드리자 적풍운은 다급히 진법을 물리고 서신을 받았다.

그는 살짝 숨을 들이쉬고 서신을 펼쳤다.

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만나지 않겠다!

"음……. 선배님과 관계를 맺기는 불가능한 것 같구나."

적풍운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만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

이때, 그의 영패에서 빛이 반짝였다.

적풍운은 신념으로 훑어보더니 영패를 한 편에 던지고 대답하지 않았다.

전음 영패에 따르면 허오 등은 단청을 공격하려고 했다.

적풍운은 단청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그러나 단청은 등급이 너무 낮아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주벽화!"

적풍운의 눈에 불꽃이 용솟음치고 한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언젠가 주벽화에게 불사봉황술을 나에게 전수하지 않은 것이 그가 평생 범한 가장 큰 잘못이라는 걸 알려줄 것이다!'

* * *

진남은 백호성의 큰길을 걸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수불식을 수련하여 마음의 경지가 높아졌다.

모든 것을 더욱 선명하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매우 옅은 살기를 느꼈다.

"도대체 누구지? 살수인가? 아니면 다른……."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서 뇌광이 반짝이더니 빠르게 방원 삼십 장 이내의 모든 무인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곱사등의 노인을 발견했다. 못생긴 노인은 존자 삼 단계였다.

옅은 살기는 그의 몸에서 전해온 것이었다.

"살수를 파견하다니? 그런데 경지가……."

진남의 머릿속에 자그마한 의문이 생겼다.

"죽어라!"

곱사등 노인은 진남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보고 신분을 들킨 것을 알아차렸다.

노인은 바로 크게 외쳤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모든 경지를 드러내 최강 일격을 이루어 허공을 가르며 무섭게 달려들었다.

백호성 거리가 살짝 흔들리고 거리에 있던 몇천 명의 무인들의 눈에도 놀라움이 드러났다.

'여기는 백호성이다!'

'감히 백호성에서 손을 쓰다니!'

"죽으려고!"

진남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폭노 고도를 뽑아 최강 일격을 이루어 곱사등 노인을 무섭게 내리쳤다.

쿵!

엄청난 도광이 썩은 나무 꺾듯 노인의 공격을 순식간에 찢었다.

나머지 도기는 곱사등 노인의 몸에 세게 부딪혀 그를 날려버렸다.

진남은 상대방을 죽일까 봐 일부러 힘을 줄였다.

"진압하거라!"

진남이 크게 소리쳤다.

봉황시혼화가 온몸을 뒤덮더니 커다란 종으로 변해 곱사등 노인을 심하게 내리눌렀다.

이때, 이변이 다시 일어났다.

곱사등 노인은 몸이 굳어져 땅에 쓰러지더니 숨이 멎었다.

진남은 눈을 찌푸리고 걸음을 멈추었다.

'이 자식……. 자살하다니?'

"설마 사시인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여러 고적에서 사시에 관한 문장을 본 적이 있었다.

사시란 바로 여러 세력들이 어릴 때부터 키운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충성했다. 그들은 임무를 실패하면 전혀 망설이지 않고 자살했다.

그러나 이상한 건 존자 삼 단계의 사시가 그를 암살하려 했던 것이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대방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 왜 파견했을까? 죽으라고 파견한 건가?'

쿵!

이때, 강한 기운이 강림했다.

백호성, 분천고국 황도에 분천고국 황실과 상도맹 본부의 양대 세력이 모였다.

성 전체는 치안이 엄하여 아무도 와서 일을 벌일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대낮에 존자 삼 단계의 강자가 최강일격을 폭발하여 암살을 시행했다.

고요한 호수에 천둥이 내리친 것 같았다.

수많은 신념이 순식간에 용솟음쳐 눈길이 일제히 쏠렸다.

다른 거리의 무인들도 순식간에 모였다.

이때, 그림자가 기세를 활짝 펼치고 강림했다.

중년 남자였다.

중년 남자는 눈썹이 두껍고 표정이 엄숙하고 꽤 위엄 있었다.

그는 몸에 흰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다.

흰색 두루마기 속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큰 칼이 있었다.

"집법대! 집법대에서 왔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무인들은 눈빛이 흔들렸다.

"모두 조용하거라!"

중년 남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존자 오 단계 경지의 외침이 사람들의 귓전을 때렸다.

무인 중에 존자 정상급이 몇 명 있었지만 모두 여전히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집법대는 백호성의 안전을 지키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이 있었다.

중년 남자가 진남을 훑어보더니 물었다.

"자네는 단청인가?"

그의 말에 또 시끄러워졌다.

단청은 주벽화가 새로 받아들인 후계자였다.

단청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맞습니다. 제가 단청입니다."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자가 방금 저를 암살하려 했습니다. 방어하기 위해 저는 손을 썼습니다. 제가 이 자를 잡기도 전에 이자는 자결했습니다."

무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의 광경은 그들도 보았다.

"거짓말입니다!"

어디선가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한 청년이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냉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삼황자의 저택에서 진남이 한 잔의 술로 물리친 백호영의 천재 윤정(尹程)이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윤정은 진남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전 방금 한창 이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봤습니다. 단청이 손을 써 이 곱사등 노인을 죽이려 했습니다! 곱사등 노인은 무존 삼 단계의 경지밖에 안 되고 단청의 상대가 아니라,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보았습니다!"

윤정이 말하자 무인들이 잇따라 나서서 진남을 가리켰다.

짧은 시간 내에 무려 몇십 명이 나섰다.

그들은 윤정의 말이 진짜인 것처럼 표정이 확고했다.

사건의 진상을 본 무인들은 살짝 당황하더니 무언가 알아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청, 네가 말한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본 것과 다르다! 집법대의 규정에 따라 우린 반드시 너를 감옥에 삼 일을 가두어야겠다. 삼 일 내에 집법대에서 사건의 전반 과정을 조사할 것이다. 네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조사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중년 남자가 한걸음 크게 내디디며 진남 앞으로 다가와 존자 오 단계의 기세를 뿜었다.

진남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삼 일을 가두겠다고? 내일이 바로 용연비경이 열리는 날인데 만약 삼 일을 갇힌다면 어떻게 용연비경에 참가하냐는 거야.'

그는 그제야 왜 상대방이 존자 삼 단계의 사시를 파견하여 그를 암살하려 했는지 깨달았다.

이번 일은 음모였다.

상대방은 경지가 강한 사시를 파견하여 그를 완전히 죽일 수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봉황영의 주의를 불러일으키게 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존자 삼 단계의 사시를 파견해서, 사시가 공격을 일으킨 후 진남이 손을 쓰면 사시더러 자살하라고 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윤정 등을 파견해 사실을 왜곡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집법대의 사람들이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정당한 명분으로 그를 삼 일 가두면 그는 용연비경에 참가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계략이었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외쳤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음모입니다! 집법대는 반드시 사흘이라는 시간을 들여야 진상 조사를 마칠 수 있습니까?"

무인들은 모두 눈빛이 반짝였다.

백호성의 거리에는 모두 기억대진을 설치했기에 하루 내에 발생한 일을 전부 펼쳐볼 수 있었다.

"규정이 있다! 음모가 맞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정확히 조사할 것이다! 넌 지금 반드시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 아니면 넌 백호성에 반항하는 거다!"

집법대의 중년 남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진남을 잡으려 했다.

"간이 부었구나!"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노였다.

무인들은 모두 마음이 떨렸다.

왕노마저 나타난 걸 보니 일이 커진 것 같았다.

"너희 집법대는 진짜 간이 부었구나. 감히 다짜고짜 봉황영의 사람을 가두려 하다니?"

왕노는 기세등등하여 집법대 중년 남자를 바로 압박했다.

"허허, 왕노. 집법대는 공정하게 법을 집행했을 분입니다. 그들이 잘못한 게 있습니까?"

차가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오였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시끄러워졌다.

이번 암살사건이 두 영의 싸움으로 번질 것만 같았다.

진남은 눈빛이 사나워졌다.

'허오……. 이자는 끝이 없구나.'

"허 영장 말이 맞소. 왕노, 이것들은 모두 정해진 규정이요. 단청이 봉황영의 사람이라고 하여 집법대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되오!"

이때, 송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음모는 송옥이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단청을 용연비경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는 허오 부 영장 편에 섰다.

"아홉째의 말이 맞소."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대황자였다.

대황자는 송옥과 같은 생각이었다.

단청이 용연비경에 참여하지 않으면 삼황자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무인들은 이 광경에 심장이 떨렸다.

'양대 황자, 백호영, 집법대! 이들이 모두 연합하다니!'

이번 풍파는 그들이 짐작했던 것보다 더 클 것 같았다.

"왕노, 집법대는 법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오. 자네가 이렇게 역성낼 필요 있소? 우리는 사흘 동안 단청을 조사할 것이오. 사실의 진상이 밝혀지면 그를 풀어줄 것이오! 설마 봉황영이 대놓고 백호성에 반항하려는 것이오?"

위엄 있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사람 형상이 나타났다.

이 사람이 나타나자 무인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온 사람은 분천고국의 권력자 중 한 명인 집법대 대장이었다.

백호성에서 집법대는 권력이 매우 컸다.

앞에 있는 집법대 대장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신분이나 지위가 왕노, 허오보다 한 급 더 높았다.

왕노의 표정이 굳어졌다.

진남은 외침이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검은 머리의 노인이 엄숙한 표정으로 뒷짐을 쥐고 허공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보이지 않는 위압이 퍼졌다. 모든 무인들은 큰 돌에 눌린 것처럼 매우 답답했다.

집법대 대장 하룡, 경지가 존자 정상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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