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화 수불식
진남은 피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응?"
진남은 눈을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피가 들끓는 거지?'
그는 무언가 생각났다.
지난번에 묘묘 공주가 환상의 경지를 통해 강림했을 때도 피가 들끓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피에서 현묘한 힘이 용솟음치더니 그의 앞에 보이지 않는 거울이 나타났다.
"소남자, 내가 누군지 맞춰보거라."
은방울 굴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진남은 머릿속이 시커메졌다.
'내가 누군지 맞춰보라니?'
삼 개월 후 다시 나타난 환상의 경지에 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묘묘 공주는 시공을 넘어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욕했다.
"이 자식, 너 단청으로 변했어? 피부는 일부러 이렇게 하얗게 한 거야? 왜 이렇게 여인 같지?"
묘묘 공주가 끝없이 떠들어댔다.
진남이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준비한 물건은?"
진남이 다급히 말했다.
"몇 달 동안 나는 너를 위해 많은 걸 준비했다. 중심액, 오화신액양……."
진남은 술을 꺼내 거울을 보며 흔들었다.
"와!"
그녀는 눈이 반짝거리며 흥분하여 말했다.
"진남! 너 진짜 대단하구나! 이렇게 많은 좋은 술을 준비하다니! 역시 나의 하인답구나! 잘했어!"
"네가 강요했잖아."
진남은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욕먹지 않는다면 내가 어찌 술을 찾았을까? 어찌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을까?'
묘묘 공주는 기쁨이 사라지고 뾰로통해서 걱정스레 말했다.
"소남자, 어떡하지? 어떡하지? 마시고 싶다……."
진남은 그녀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참."
묘묘 공주는 한숨을 쉬었다.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며칠 전에 우연히 옥간을 보았는데, 거기 적혀 있는 공법이 너에게 맞는 것 같아 이렇게 왔다. 잘 듣거라……."
묘묘 공주가 현묘한 문자들을 내뱉었다.
"공법이라고?"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묘묘 공주가 하는 말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했다.
일 주 향이 지난 후, 그는 공법을 모두 기억했다.
진남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법은 하나의 고술이었다. 게다가 예사롭지 않은 고술이었다.
"하하, 놀랐지?"
묘묘 공주는 의기양양하여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오해하지 말거라. 이건 내가 일부러 너를 위해 가져온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준 거다. 그자는 엄청 열정적으로 나에게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자비롭잖아?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진남은 입을 삐죽거렸다.
"아, 시간이 됐다."
묘묘 공주는 눈을 깜빡이며 진남을 보고 말했다.
"소남자, 술을 잘 보관하거라."
말이 끝나자 환상 거울이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백호성, 제 일 제후부.
"각주, 첫날 성진하가 열렸을 때 단청은 세 번 손을 썼습니다. 번마다 점점 더 대단해져 첫 번째에는 칠십 개의 성진석을 잡고, 두 번째……"
갑옷을 입은 시위가 말했다.
"알겠다. 물러가거라."
상석에 앉은 남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시위가 서둘러 물러가고 대전은 평온을 되찾았다.
"형님의 마음에 든 사람이라 실로 평범하지 않습니다. 적풍운을 포함한 여러 강자들이 모두 그의 상대가 안 됩니다."
남자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적풍운아 적풍운, 좌성 최상품 방의 주인이 단청이라는 걸 알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남자는 중얼거리더니 다시 침묵했다.
"봉황영에 그가 나타났으니 희망이 생겼다. 적어도 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만약 이자가 풍운을 일으키려고 하면 너희들이 어찌 봉황 성영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
남자는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쉽다, 아쉬워. 단청은 지급 육품 무혼밖에 안 된다. 아직 많이 차이 난다.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분천고국에서 어찌 적풍운이 이렇게 건방질 수 있을까……."
남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 * *
같은 시각, 성진각 안.
좌성 최상품 방.
환상 거울이 사라진 걸 보고 진남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묘묘 공주가 말했지만, 그는 전혀 믿지 않았다.
'이 고술은 공주가 나를 위해 찾아온 것일 거다. 무척 공을 들였을 거야.'
"앞으로 좋은 술을 보게 되면 다 챙겨 나중에 그녀가 한꺼번에 실컷 마시게 해주자."
진남은 결심하고 공주가 전해온 고술에 정력을 기울였다.
고술은 수불식(睡佛式)이었다.
서쪽 하늘에는 보살이 있는데, 일 년 내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보살은 잠을 자면서 큰 도리를 깨닫고 꿈속에서 수련했다.
수불식은 살초나 방어 등 종류가 아니었다.
마음과 정신을 수련하는 술수였다.
이것을 전부 장악하면 살초를 이용하여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수불, 이 술수의 오묘함은 바로 자는 것이구나."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한번 훑어보고 고술을 대부분 장악했다.
"다만 이 잠은 진정한 잠이 아니라 심신이 깊은 경지에 도달하여 꿈을 꾸는 것 같은 현묘한 느낌을 말하는 것이구나."
진남은 손에 성진석을 쥐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수불식의 수련방식을 일일이 정리했다.
성진석의 도움으로 한 시진 만에 진남은 수불식을 완전히 장악했다.
"일심이용, 수중문신, 육체연존!"
진남은 낮은 소리로 외치더니 두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숨결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평온해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마 그가 정말로 잠이 든 줄 알았을 것이다.
그 시각, 진남의 체내의 엄청난 원신은 지혜가 생긴 것처럼 끊임없이 흔들며 변화하여 무존의 오묘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수불식의 뛰어난 점이었다.
수불식을 수련은 육체의 수련을 방해하지 않았다.
진남은 완전히 몽롱한 세상에 빠져들었다.
몽롱한 세상에서 그는 실체가 없이 오직 의지만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떠돌아다녔다. 마치 인생만사를 경험하고 오묘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후! 후!
어느새 성진석을 모두 소진했다.
진남은 호흡이 천둥처럼 기복을 일으켰다.
세 시진이 지난 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진남의 기세가 확 달라졌다.
마치 더러운 물이 단번에 깨끗해진 것 같았다.
윙 윙 윙!
진남의 미간에서 금황색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빛은 매우 따뜻했다. 사방에서 불가 제자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점점 커져 눈 깜짝할 사이에 좌성 최상품 방의 진법의 금제를 뚫고 누각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절세의 부처가 허공에 나타나 누각을 향해 경을 읽는 것 같았다.
누각 안의 모든 강자들은 순식간에 이 광경에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어떻게 된 거지?"
"대체 무슨 공법을 수련한 거지? 이렇게 엄청난 광경을 만들다니!"
"도대체 누구지?"
"……."
강자들의 눈에 놀라움이 점점 짙어졌다.
적풍운을 포함하여 모두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성진각의 모든 방은 금제에 덮여있었다.
무성 강자의 신식도 안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그 외에 방음 등 효능도 매우 대단했다.
적풍운도 공법을 수련할 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좌성 최상품 방이다!"
한 강자가 노랫소리가 나는 곳을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강자들도 잇달아 발견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다시 한번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그들은 진작에 좌성 최상품 방 안의 주인이 평범하지 않고 적어도 무성 강자일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설령 일반적인 무성 강자라도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었다.
"설마 분천 황제인가?"
"아마 문도 노조, 상도맹 맹주 등급의 존재인 것 같아!"
"와, 이런 거물이 어찌하여 여기 나타났지?"
"……."
강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적풍운마저 마음이 떨려 물었다.
"좌성 최상품 방 안에는 도대체 어떤 거물이 있는 거지?"
수많은 짐작이 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거물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건 나의 기회일 것이다. 꼭 한번 만나봐야겠다. 어쩌면 나의 계획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적풍운의 눈에 정광이 나타났다.
평소에는 문도 노조, 분천 황제 등급의 거물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기회가 왔으니 그는 당연히 잘 잡아야 했다.
진남은 자신이 수련할 때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킨 줄 몰랐다.
'인생은 어디가 끝이지?'
'이 세계에는 어떤 의미가 있지?'
수많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비 온 뒤에 무럭무럭 솟아나는 죽순처럼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진남은 이런 문제들을 풀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묻는 사이에 그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랫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진남의 꿈도 점점 더 깊어졌다.
문득 신선한 바람이 진남의 식해 속에서 불어왔다.
바람이 식해 속으로 들어가자 식해는 얼음 호수가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의지가 한데 뭉쳐 사악한 기운이 침범할 수 없었다.
* * *
진남이 성진각에서 수련하고 있을 때.
용연비경이 열리는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백호성 황궁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변했다.
대황자와 구황자는 조정에서 삼황자가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황자의 자격을 박탈했다.
예부에서는 여세를 몰아 상소를 올려 이황자를 변경으로 보내려 했다.
분천황제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튿날 예부의 사람들은 공권을 남용한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 전부 관직을 파면당했다.
삼황자가 다시 공격했다.
대황자와 구황자는 수하의 심복들이 일제히 배신하는 바람에 풀이 죽었다.
첫 번째 싸움에서 삼황자가 이겼다.
이황자는 백호성을 떠났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모든 황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황자들 중에서 이황자의 세력은 대황자, 구황자보다 약하지 않다. 한데, 지난번에 집재전에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에 떠나다니.'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흘이 훌쩍 지나 용연비경이 열릴 날까지 하루 남았다.
* * *
윙!
마지막 노랫소리가 멎고 누각은 조용해졌다.
누각에 있는 강자들의 눈에 아쉬움이 드러났다.
노랫소리는 그들의 심신을 평온하게 하여 수련하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
우성 최상품 방 안에서 눈을 뜬 적풍운은 노랫소리가 사라진 걸 발견했다.
"선배님께서 수련을 마치셨나? 그러면 사람을 보내서 알아보자."
적풍운은 바로 시녀를 불러 서신을 넘겨주며 시녀더러 거물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 * *
좌성 최상품 방 안.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금빛이 반짝거렸다.
나흘의 수련을 통해 그는 많은 수확을 얻었다.
그는 마음이 유리처럼 깨끗해졌다.
"대단한 원신이 이루어졌으니 존자의 힘을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구나."
진남은 체내를 훑어보았다.
보이지 않는 원신이 현묘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성진석을 전부 다 썼다. 마침 하루 남았으니 바로 돌아가야겠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진각을 떠나 황궁으로 가려 했다.
이때, 진법이 잠깐 반짝이더니 시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청 대인, 옆방의 적풍운 대인께서 서신을 보내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