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세 초식을 양보하겠다
일어나서 소리친 천재는 십일황자 곁에 있는 백호영 천재였다.
그는 무황 경지 구 단계, 지급 사품 무혼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괜찮은 편이었다.
삼황자는 십일황자를 힐끗 쳐다봤다.
십일황자는 잔을 들고 담소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약속대로 하려 했다.
바로 그때, 백호영의 천재 두 명이 일어섰고 그중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알겠지만, 단청 도우는 주 영장의 후계자이다. 주 영장은 지금까지 단 두 명의 후계자를 받은 적이 있다. 한 명은 우리 영장이고 다른 한 명은 단청 도우이다. 단청 도우는 무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데, 우리 영장 못지않다. 이런 천재라서 나 혼자선 상대가 안 된다. 그러니 우리 셋이 손을 잡고 술잔을 기울이며 공경을 표하자."
그 천재는 빠르고 재치 있게 말을 이어갔다.
황자들은 귀신에 홀린 듯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단청 도우."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백호영 천재는 아무런 반응의 시간도 주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뒤로 한 명의 지급 사품, 두 명의 지급 오품의 무혼을 반짝이며 술잔을 들었다.
그중 한 천재의 무혼은 일종의 독초였다.
독초는 푸른빛을 뿜어내며 술잔의 술에 녹아들었다.
"술을 받아라!"
다른 두 명의 천재들은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그들이 무혼을 움직이자 그 술잔은 순식간에 눈부신 빛으로 변했다.
술잔이 엄청난 힘으로 단청에게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백호영은 잔인하구나!"
삼황자가 화가 나 책상을 두드리자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세 사람이 손을 잡고 펼친 무혼 능력은 존자라도 술을 받을 때 크게 상하게 할 것이었다.
게다가 단청은 술을 받는다고 해도 그 술을 마셔야 했다.
'독이 든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셋째야. 진정해라."
대황자의 눈에 희색이 번뜩였다.
그의 두 손바닥 위에는 빛이 타올랐다.
그는 삼황자에게 마음을 진정시키라고 했다.
황자와 천재들은 정신을 차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술잔을 단청은 어떻게 대응할까?'
펑!
큰 소리에 사람들은 벌벌 떨었다.
의기양양하던 백호영 천재 세 명은 움찔했다.
진남이 그 술을 잡았다.
진남은 한 손으로 손쉽게 잡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단청의 육체가 저리도 강하다니!'
어두운 얼굴의 송옥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용호가 그를 속이지 않은 것 같았다.
단청의 실력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기세가 온 대전을 감쌌다.
대황자 곁에 있던 흑포인도 고개를 들었다.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손바닥에 불꽃을 피우더니 술잔을 날려 보냈다.
쿵!
거대한 화염이 술잔 위에서 솟아올랐다.
펑!
허공에서는 술잔이 세 조각으로 갈라지며 세 천재의 가슴을 쳤다.
펑! 펑! 펑!
세 천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엄청난 힘이 그들에게 부딪혔다.
그들은 날아가 대전 벽에 부딪히며 다시 펑펑 소리를 냈다.
"미안하지만, 너희 백호영이 준 술은 안 마시겠다."
진남이 손바닥을 살짝 흔들자 손안의 화염은 사라졌다.
주위 사람들은 전부 놀랐다.
술 한 잔에 세 사람을 패퇴시켰다. 그것도 백호영의 삼대 천자들을 말이다.
'단청은 실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지?'
"분천고국에 이런 역천무황이 있을 줄 몰랐는데, 재미있구나."
대황자 옆의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중얼거렸다.
두 눈은 흥미가 있는 듯 진남을 주시했다.
바로 사망대제였다.
사망대제가 이번에 대황자에게 협조한 것은 바로 용연나무에 달리는 용연과(龍淵果)가 탐났기 때문이었다.
강벽난의 영혼의 힘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반드시 용연과에 다른 몇백 가지 영약을 배합하여 금약을 만들어야만 했다.
금약을 삼켜야 강벽난의 영혼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대황자가 연 연회에 관심이 없었다.
분천고국의 천재들은 수준이 엉망이라 용연비경에 온다 해도 그에게 아무런 위협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단청이 나타나자 사망대제의 주의를 끌었다.
사망대제는 잘 알고 있었다.
무황 경지 십 단계에도 구분이 있었는데 단청은 역천무황이라 무황 경지에는 그의 상대가 없었다.
"하하하, 단청 도우 실력이 이렇게 강하여 가볍게 백호영의 세 천재를 휩쓸 줄 몰랐다. 역시 주 영장이 점 찍은 후계자답구나."
대황자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정적을 깼다.
웃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단청이 실력이 강한 건 당연하다. 하나,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할 수 있단 말이냐? 설마 단청이 진짜 적풍운과 겨룰만하단 말인가?'
"단청, 여기는 황궁이지 봉황영이 아니다! 너는 황법을 무시하고 저들을 다치게 했다. 이건 우리 분천고국에 대한 멸시이다!"
십일황자가 나서서 진남을 나무랐다.
"황법을 무시했다니!"
삼황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저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합하여 공격하고 또 술에 독을 탄 건 정당하다는 거냐? 만약 단청의 수가 납득되지 않으면 형당에 상서를 올리거라!"
황자들은 살짝 당황했다.
그들은 삼황자가 이렇게 화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들은 순식간에 삼황자의 기세에 눌렸다.
십일황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남은 장내를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올라와 저와 획주를 겨룰 천재들이 더 있습니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송옥은 얼굴에 비꼈던 그늘이 사라지고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용호가 중독된 척했기에 망정이지, 맞아서 떨어져 나갔다면 진짜 체면이 깎였을 것이다. 오늘 일은 틀림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아무도 없습니까? 그럼 연회를 계속합시다."
진남은 무심코 대황자를 힐끗 보더니 물러가려 했다.
대황자는 진남의 시선을 느꼈다.
대황자는 진남의 시선이 너무 뜨거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는 결심하고 말했다.
"잠깐!"
황자들의 시선이 모두 대황자 옆에 있는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에게 쏠렸다.
황자들은 진작부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의 내력이 궁금했다.
진남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대황자, 하실 말씀 있습니까?"
"당연하지."
대황자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획주 겨루기를 어찌 대충 끝낼 수 있느냐? 단청 도우, 너는 실력이 강하여 많은 천재들이 모두 너의 상대가 안 된다. 아마 너도 재미없었을 거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강도우라는 천재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너와 획주 겨루기를 하면 좋겠다. 모두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황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자들은 모두 그의 뜻을 따랐고 심지어 손뼉 치며 좋다고 했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황자의 총애를 받다니, 강도우는 틀림없이 뛰어난 인재일 거야."
"하하, 형님 고맙습니다. 오늘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 같습니다."
황자들의 태도에 삼황자는 일이 이미 정해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바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단청, 대황자가 말했으니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삼황자는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무리하지 말거라."
'단청이 전력을 이미 드러냈는데 대황자가 감히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틀림없이 매우 강할 것이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바라던 바였다.
그는 사망대제의 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사망대제와 대결하여 일전의 설욕을 풀고 싶었다.
"잠깐."
대황자가 뭔가 생각난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셋째야 이렇게 하자. 획주 겨루기만으로는 재미없을 것 같다. 나는 오화신액양(五花神液釀)을 내놓고 너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중심액(衆心液)을 상품으로 내놓는 게 어떠냐? 지는 자의 상대방에게 술을 주자."
'통이 크구나!'
황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대황자가 말한 오화신액양, 그리고 삼황자가 갖고 있는 중심액은 모두 진귀한 명주였다.
열 개의 왕도지기로도 한 병을 바꿀 수 없었다.
이런 좋은 술은 대황자와 삼황자도 평소에 아까워 마시지 않고 부황이 올 때만 내놓았다.
'형님은 이번 획주 겨루기에 이길 확신이 있나 보구나.'
황자들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삼황자도 이를 느끼고 표정이 굳어졌다.
'동의했다가 지면 손실이 크다. 그런데 동의하지 않으면 방금 단청이 삼대 백호영의 천재를 날려버린 것이 예사롭지 않은 일이지만 기세가 떨어질 것이다. 전해지면 다들 내가 두려워하고, 대황자를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삼황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동의하십시오."
이때 진남이 삼황자에게 전음했다.
삼황자는 살짝 당황하여 고개를 들었다.
진남은 이길 확신이 있는 것처럼 눈길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길에 삼황자는 문득 생각났다.
몇십 년 동안 그는 겉으로는 참았지만 언제 한번 이길 확신이 없었던 적 있었던가.
삼황자는 순간 마음속의 갈등이 연기처럼 사라져 손을 흔들며 말했다.
"형님이 이렇게 즐기는데 제가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그럼 중심액과 오화신액양을 상품으로 겁시다."
다른 황자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똑바로 앉았다.
이번의 획주 겨루기는 더는 간단한 획주 겨루기가 아니라 대황자와 삼황자의 신경전의 시작이었다.
대황자의 눈에 희열이 스쳤다.
그는 이번 획주 겨루기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다.
강도우는 경지가 비록 반보 무존밖에 안 되었지만 무존 경지 이 단계와도 맞설 수 있었다.
가문의 무존 정상의 집사마저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단청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강도우보다 더 강할까?'
"강도우, 잘 부탁하오. 이기면 이 중심액을 주겠소."
대황자가 공손한 말투로 사망대제에게 전음했다.
'중심액? 내가 어찌 이런 싸구려 술이 눈에 찰까.'
강벽난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아니, 몇천 년 동안 술을 마신 적 없는 것 같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제의 풍채가 어떤 건지 한번 보여주자.'
이런 생각을 하며 강벽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검은 두루마기 속에서 기다란 눈을 드러내 진남을 주시했다. 하찮은 눈빛이었다.
"단청이라고 했지? 넌 그나마 괜찮구나. 아쉬운 대로 나의 상대가 될 수 있겠다. 이렇게 하자. 너는 최선을 다하거라, 나는 세 초식을 양보하마."
그의 말투는 건성건성 했다. 마치 개미를 보는 것 같았다.
'세 초식을 양보한다고?'
황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강도우가 단청 앞에서 이렇게 건방지다니.'
삼황자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감히 이렇게 건방질 수 있는 건 무식하거나 아니면 충분한 내공이 있는 것이다. 이자는 후자인 게 분명하다.'
삼황자가 생각한 대로 사망대제는 충분한 내공이 있었다.
그는 강벽난의 육신을 점유하여 운명을 바꾸고 무존을 다시 수련하여 진작에 역천무황의 경지에 도달했다.
게다가 대제의 솜씨까지 더하면 단청이 어찌 그의 상대가 되겠는가?
세 초식이 아니라 열 초식, 스무 초식도 그는 양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