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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28화 (328/1,498)

328화 진남 일행의 행방

진남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나침반의 빛은 무성 경지라도 엿볼 수 없게 하고 소리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삼황자가 이렇게 하는 건 무슨 일 때문일까?'

"단청 도우……."

삼황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결심을 내린 듯 또박또박 말했다.

"네가 나를 도와 빼앗아 주길 바란다……. 황위를!"

그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황위를 빼앗아 달라는 말입니까?"

진남은 깜짝 놀라 삼황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다.

'황위를 빼앗고 분천고국의 통치를 무너뜨리는 것은 엄청난 일인데 왜 나에게…….'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단청 도우, 오해하지 말거라."

진남의 표정을 본 삼황자는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황위를 빼앗아 달라는 건 황제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황태자의 자리를 말하는 거다. 분천고국은 황제는 백 년 동안 재임하면서 이미 세자를 정했다. 우리 황실에는 서른여 명의 황자와 공주들이 있다."

삼황자가 설명하자 진남은 비로소 이해했다.

황태자는 분천고국의 다음 황제가 될 사람이었다.

그래서 황자들과 공주들이 황태자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진남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삼황자,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황자들이 황태자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데 봉황영 구십구기 영장인 내가 도울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진남은 어리석지 않았다.

황태자의 자리싸움은 여러 세력이 가담하기 때문에 매우 치열했다.

삼황자가 그를 찾아온 것은 봉황영의 세력이 필요하고, 또 진남이 주벽화의 후계자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삼황자는 웃음을 머금고 진심으로 말했다.

"단청 도우, 황태자 자리싸움에 널 연루시키지는 않을 거다. 다만 곧 열릴 용연비경(龍淵秘境)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하니 함께 들어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거다."

"용연비경이요?"

진남은 되물었다.

곁에 서 있던 왕노가 입을 열었다.

"단청, 용연비경은 분천고국의 제일 비경이다. 안에는 위기와 기우가 가득하다. 다섯 해에 한 번 열리는데, 황자들을 연마하는 용도이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삼황자에 말에 의하면 이번 용연비경에서 각 황자가 거둔 성적이 황태자의 자리싸움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삼황자가 진남을 특별히 찾아온 것이다.

진남은 망설이다가 물었다.

"삼황자, 용연비경에서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난 분천고국의 황실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비경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지?'

"이번 용연비경은 예전 같지 않다. 황자마다 두 명의 천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삼황자가 설명했다.

"게다가 용연비경에 들어가려면 무존 경지 아래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바로 답하지 않고 왕노를 바라봤다.

지금 그는 주벽화의 후계자이고 봉황 성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가 황태자들의 싸움에 휘말린다면 봉황영이 삼황자를 지지한다는 걸 의미했다.

"단청, 이번 비경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가든 안 가든 우리 봉황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왕노는 전음했다. 그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꺼냈다.

"삼황자는 인품이 괜찮은 사람이라 주 영장이 마음에 들어 한다. 게다가 나도 네가 용연비경에 참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용연비경에 용연수(龍淵樹)라는 나무가 있다. 네가 나무에서 나는 용연과(龍淵果)를 먹는다면 당장 무황 장벽을 돌파해 무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용연과를 삼키면 무황의 장벽을 돌파할 수 있다고?'

그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왕노와 삼황자는 말없이 조용히 그를 쳐다봤다.

잠시 후, 진남은 삼황자를 바라보며 공수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삼황자를 따라 용연비경으로 가겠습니다."

진남은 심사숙고한 끝에 용연비경에 꼭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그의 경지는 역천 무황 경지에 도달했고, 봉황의 피까지 마시면서 한계에 도달했다.

그러니 용연과를 얻어오면 무존 경지를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용연비경은 황자마다 두 명의 천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러니 천재들이 가득 모일 것이 분명했다.

'이런 기회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혈익봉황이 부활하는 일은 천천히 진행해도 되었다.

삼황자는 진남의 대답에 기뻐서 말했다.

"단청 도우가 도와준다면 이번 용연비경에서 삼 위 안에 분명 들 수 있다."

'삼 위 안?'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단청 도우, 이번에 급하게 와서 줄 선물이 없구나. 동편(銅片)이 하나 있는데 십 년 전에 우연히 얻은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동편의 내력을 알 수 없었다. 이 동편을 너에게 주겠다."

삼황자는 동편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에 위쪽이 파랗고 오래된 기운을 띠고 있었다.

옆에 있던 소칠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셋째 형님, 이건……."

삼황자는 소칠을 보며 말을 제지했다.

그는 동편을 진남에게 건네주었다.

"삼황자, 선물은 괜찮습니다. 받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된다. 꼭 받아둬야 한다."

삼황자는 진지하게 말했다.

"난 많은 황자 중에서 세력이 약해 진귀한 보물을 내놓지 못한다. 봉황영의 천재 신분으로 용연비경까지 따라가는데 내가 어찌 푸대접하겠느냐?"

"그럼……. 알겠습니다. 받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삼황자가 마음에 들었다.

작은 동편 때문이 아니었다.

삼황자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진남은 마음이 편안했다.

진남이 그 동편을 손에 넣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그의 식해 중의 구리거울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웅웅 거리며 많은 빛을 뿜어냈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얼굴빛이 달라졌다.

'멀쩡하던 구리거울이 갑자기 왜 이래?'

"왜 그러느냐?"

삼황자는 이상한 표정의 진남을 보고 얼른 입을 열었다.

"괜, 괜찮습니다."

진남은 일심이용으로 식해를 살피는 한편 삼황자에게 인사했다.

"삼황자, 잠깐 처리할 일이 좀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래도 된다. 이건 내 영패다. 사흘 뒤에 내 저택에 찾아오너라. 내가 한턱내지."

삼황자는 영패를 내밀었다.

진남은 영패를 받고 삼황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

진남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옮겨 수행전 이 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식해 속에서 움직이는 구리거울을 드러냈다.

여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 동편을 나에게 줘."

구리거울을 얻은 이래로 진남은 그녀가 이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여러 번이나 나서지 않았다.

'작은 동편에 대체 무슨 내력이 있어 구리거울이 이렇게나 흥분하는 거지?'

슉!

구리거울은 진남의 식해에서 날아와 진남의 앞에 떠오르더니 푸른빛을 드리웠다.

표면에서는 파문이 일렁이었다.

그녀는 초록색 눈으로 진남을 응시하고 있었다.

환상이었지만, 차가운 기운이 시공간을 초월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에게 줘."

여인의 목소리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을 띠고 있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언짢아서 말했다.

"이봐. 물건은 내 손에 있어. 가지고 싶으면 말투라도 좀 좋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뭘 원하는지 직접 말해 보거라."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행전 이 층에는 언제부터인가 옅은 서리가 내려앉았다.

진남은 구리거울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진남은 원하는 걸 취하기로 했다.

진남이 전에 어떤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청하면 구리거울도 혼돈지기를 대가로 요구했다.

'지금 가장 큰 걱정은 묘묘 공주, 당청산들의 행방이다. 다른 사람들은 상역 동주에서 어떻게 지낼까?'

진남은 바로 요구를 제시했다.

"구리거울, 당청산과 다른 사람들이 상역 동주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느냐?"

구리거울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인의 목소리는 이내 다시 울려 퍼졌다.

"진남, 잘 생각해 보거라. 내가 자발적으로 너에게 이득을 주겠다고 할 기회는 많지 않다."

"충분히 생각했어."

진남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알 수 있어?"

"당연하지."

여인은 한마디만 던지고 진남의 손에서 동편을 빼앗아 구리거울 속에 넣었다.

곧이어 구리거울에 많은 빛이 반짝였다.

하나의 장면이 갑자기 나타났다.

장면 속에는 큰 산이 나타났다.

선화가 활짝 핀 산속에 한 소녀가 보였다. 소녀는 훤칠한 키에 보라색 긴 치마를 입었다. 그녀는 폭포수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이목구비는 정교했다. 게다가 영특하고 교활한 큰 눈망울을 가지고 있어 마치 장난기 많아 보였다.

"……공주."

진남은 깜짝 놀랐다.

묘묘 공주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열여덟, 아홉 살 정도로 성장했다.

"그녀는 동주 목부에서 지내는데, 위험은 없고 너보다 훨씬 높은 지위에 있다."

차가운 여인의 목소리가 말했다.

"동주 목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거긴 어디지?'

구리거울은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았다.

구리거울 위의 장면이 바뀌었다.

장면 속의 산이 사라지고 망망대해가 나타났다. 바다에서는 기이한 붉은 빛이 나타나더니 많은 요수가 뒹굴고 있었다.

큰 배 한 척이 바다를 항해하고 뱃머리 위에는 검은 칼을 든 남자가 서 있었다. 기세가 엄청났는데, 그 사람은 당청산이었다.

당청산의 뒤에는 단목 봉주가 있었다.

"이들은 시혈난해(弑血亂海)에 있어서 사대 세력이 찾아내지 못했다. 이들은 무예를 연마하면서 경지를 승급시키는 중이다. 당청산의 경지는 곧 무성 경지를 돌파할 거다."

여인의 목소리가 말했다.

"무성 경지를 돌파한다니."

진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청산이 무성 경지를 돌파한다면 그건 보통의 무성이 아닐 것이고 엄청난 실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당청산이 무성 경지를 돌파한다면 상역 동주에서 진남 일행의 힘은 점점 강해질 게 분명했다.

구리거울의 장면은 다시 변했다.

시혈난해 사라지면서 빙산이 나타났다.

빙산 내부에는 궁양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등 뒤에 떠 있는 무혼은 지급 일품을 돌파하고 지급 육품 무혼의 존재가 되었다.

"궁양, 구자전인은 문도산에 들어가서 제일 내문 제자가 되었다. 문도 삼노는 그를 꽤나 중시하는 것 같더군."

차가운 여인의 목소리가 말했다.

"이런."

진남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궁양이 문도산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곧이어 빛이 계속 반짝였다.

사마공은 상도맹에 들어갔다.

그는 본부에서 높은 신분이 되어 있어, 앞날이 기대되는 사람이 되었다.

조방은 한 계승을 받아 만향루에 가입하여 내문 제자 삼 위가 되었다.

용호는 현무영에서 구십구기 영장이 되어 현무영 영장들에게 예쁨을 받았다.

"좋다, 아주 좋아."

진남은 좋다는 말을 연발하며 들떠 있었다.

'사대 세력은 우리를 끊임없이 핍박하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은 동주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면서 점점 강해지고 있어! 우리는 언젠가 힘이 합쳐 문도산을 칠 거다! 사대 세력을 없애버릴 거다!'

진남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감정이 북받쳤다.

그는 혼자 필사적으로 싸우고 노력하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었다.

다른 일행들도 그를 따라 힘차게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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