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화 삼황자
사대 세력 문도산.
"단청? 단청은 또 웬 놈이오!"
문도 노조는 음침한 표정으로 낮게 으르렁거렸다.
"진남은 지금 어디 있소? 삼 개월이나 지나지 않았소? 사대 세력이 연합해도 머리카락 하나 찾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오?"
대전에는 문도 노조의 화가 난 목소리만 맴돌았다.
문도 삼노는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았다.
진남만 없어진 게 아니었다.
진남과 함께 죽음의 바다에 참가했던 당청산, 묘묘 공주, 궁양, 용호, 조방도 전부 사라졌다.
"반드시 찾아야 하오! 현상금을 또 배로 올려서 찾으시오!"
문도 노조는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또 배로 올리자고?"
문도 삼노는 표정이 변했다.
지금은 진남의 종적을 발견한 사람에게 문도 노조의 제자가 될 기회와 성도지기 네 개를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배로 올리면 무려 성도지기 여덟 개였다.
"시간이 없소!"
문도 노조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차갑게 말했다.
"알겠소!"
단청의 이름이 상역 동주에 각인이 될 때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퍼졌다.
진남을 찾으면 상품이 배라는 소식이었다.
"뭐? 상품을 배로 늘린다고?"
"성도지기 여덟 개야! 세상에나!"
"진남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
"하하하, 성도지기 여덟 개를 준다니 내가 진남을 만나면 반드시 잡을 거야."
"오늘은 참 조용하지 않은 날이구나. 사대 세력이 진남을 쫓는다는 소식에 단청이 주벽화의 제자가 됐다는 소식까지."
* * *
봉황영 수행 대전.
설몽 일행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들은 핏빛에 휩싸였는데 그 빛은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타오를 때마다 그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기운을 변화시켰다.
"봉황의 피는 신비해……."
진남의 눈이 빛이 났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봉황의 피를 삼켰다.
우르릉.
거대한 힘은 뜨겁게 진남의 사지와 뼈에서 솟아올랐다.
어떤 신비한 힘이 진남의 몸속에서 떠다녔다.
그 기운은 저승에서 온 것 같기도 하고 태고에서 온 것 같기도 했다.
"응?"
진남은 그 기운이 이끄는 대로 몸속을 샅샅이 누볐다. 그 기운이 지나가는 곳마다 피가 끓었다.
전신의 혈맥이었다.
"봉황의 피를 삼키니 혈맥이 더 단단해졌구나."
진남은 눈 앞이 환해졌다.
전신의 혈맥은 전신의 왼쪽 눈과 왼팔을 융합할 때 생긴 것이었다.
전신의 혈맥은 처음에는 힘이 너무 작아서 잘 느껴지지도 않았다.
진남의 추측이 맞는다면 혈맥은 힘이 무척 강해서 전부 각성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신의 부위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시간은 점점 흘러서 진남이 봉황의 피를 삼킨 지 열흘이 지났다.
커다란 폭발음이 진남의 몸에서 터졌다.
진남의 육체에 허황된 불꽃이 타오르더니 등 뒤에 봉황의 형상이 떠올랐다.
봉황의 피를 연화하자 그의 육체도 크게 제고되었다.
"내 육체는 이제 일반 존자 일 단계보다 강하겠구나."
진남은 기뻤다. 그러나 곧 차분하게 심신을 다잡고 이 층 대전으로 향했다.
봉황의 피를 연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불사봉황술이었다.
목성야 같은 초월급 천재들도 무척이나 탐내는 공법이었다.
이 층 대전에는 주벽화 외에 왕노도 와 있었다.
왕노는 진남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단청, 지난 열흘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러 왔는지 아느냐?"
진남이 폐관 수련을 한 열흘 동안 백호영, 현무영 그리고 분천고국의 여러 강자들은 봉황영에 와서 단청을 만나려고 했다.
그들은 단청이 대체 어떤 재간을 가졌기에 주벽화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주벽화는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너에게 불사봉황술을 가르치기 전에 알려줄 게 있다. 봉황영도 많은 적을 두었다. 그들이 너를 공격할 것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거라."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이거라!"
주벽화가 호통치자 그의 미간에서 붉은빛이 나왔다.
붉은빛을 자세히 보면 수많은 글자가 그 속에서 맴돌았다.
글자마다 의미가 깊어서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웅!
진남은 붉은빛에 맞아 머리가 울렸다.
술법이 너무 신비하고 내포한 도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주벽화의 기운이 차분해졌다.
그는 당부했다.
"이 공법은 평범하지 않다. 엄청 어려울 거야. 정상급까지 되려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수련할 때 급해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진남은 신심을 거뒀다. 그는 공법을 급하게 연구하지 않고 오히려 입을 열었다.
"선배님, 봉황 원신을 부활시키려면 대량의 원석이 필요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진남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주벽화는 분천고국의 삼대 강자였다.
그에게 원석을 얻어오라고 하면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까?
엄청난 원석이 있다면 많은 양의 혼돈지기를 만들 수 있고 전신의 혼도 승급할 수 있었다.
"원석?"
주벽화와 왕노는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고작 원석으로 봉황 원신을 부활 시킨다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이 요구를 하니 충족시켜줄 수밖에 없었다.
"봉황영에는 원석이 많지 않다. 구십여만 개를 전부 가져가거라."
주벽화는 바로 저장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구, 구십여만 개요?"
진남은 흠칫 떨었다.
"선배님들, 잠깐만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잠시 후 다시 부르겠습니다."
진남은 심장이 빨리 뛰어서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좋다."
주벽화와 왕노는 더 묻지 않고 돌아서서 나갔다.
진남은 대진을 치고 모든 기운을 차단했다.
이제 아무도 그를 엿볼 수 없었다.
전신의 혼은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는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주벽화와 왕노를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진남은 저장 주머니를 보더니 호흡이 가빠졌다.
구십여 만 개의 원석!
'전신의 혼은 이번에 어떤 경지를 돌파할까?'
"차분하게, 차분하자!"
진남은 연신 중얼거렸다. 감정이 차분해지자 진남은 스스로 비웃었다.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이 정도의 원석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진남은 손을 휘두르더니 구십육만 개의 원석을 전부 꺼냈다.
원석은 작은 산을 이루었다.
그의 손은 원석을 와락와락 잡아서 삼켰다.
만 개!
이만 개!
오만 개!
단숨에 십만 개의 원석을 삼킨 진남은 행동을 멈추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십만 개의 원석을 먹었는데 왜 전신의 혼이 아무런 반응이 없지?
"한 번에 다 삼켜보자!"
진남은 이를 악물고 행동을 더 빠르게 했다.
삼십만 개!
오십만 개!
팔십만 개!
구십오만 개를 삼켰을 때 전신의 혼이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일곱 번째 금빛이 솟아올랐다.
전신의 혼이 진급해, 그 위엄이 전보다 더 무서워졌다.
"드디어, 지급 칠품이야!"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지급 육품의 무혼은 상역 동주에서는 정상급 천재였다.
그러나 지급 칠품 무혼은 초월급 천재였다.
"이제 봉황 원신을 회복 시키자!"
진남은 금제를 풀고 신념으로 주벽화 혼자 이 층에 오게 했다.
"응?"
주벽화는 올라오자마자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진남의 기운이 더 짙어진 것을 느꼈다.
예리한 빛이 진남의 체내에서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혼돈지기!"
진남은 손가락을 튕기더니 예순여섯 개의 혼돈지기를 날려 보냈다.
혼돈지기는 전부 주벽화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등에 있던 봉황 그림은 생기가 점점 더 강해지고 왕성해졌다.
"응?"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폈다.
봉황의 원신은 생기가 회복되고 있었지만, 아주 희박해서 깨어나기까지는 한참 멀어 보였다.
"혼돈지기 오백 개!"
진남은 손가락으로 혼돈지기 오백 개를 튕겨냈다.
쿵!
주벽화의 등 뒤에서 방대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봉황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생기가 대전을 뒤흔들었다.
"이게……."
주벽화는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그는 봉황 원신의 생기가 십 분의 일은 회복된 것을 느꼈다.
'십 분의 일이나 회복되다니! 진남의 이 신비한 기운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선배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진남은 혼돈지기를 더 넣지 않았다.
혼돈지기는 강한 힘이라서 한꺼번에 봉황 원신을 깨운다면 불필요한 시끄러움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진남은 조금 여유를 남겨두었다.
"그래, 그래."
주벽화은 대답했다. 그는 흥분해서 얼굴이 상기되었다.
"이번에는 네 덕이 크다. 진남,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봉황 원신이 깨어나면 너는 봉황영과 분천고국의 은인이……."
"선배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우리 사이에 너무 격을 차리십니다."
진남이 손을 흔들었다.
"하하, 그럼 더 말하지 않으마. 녀석, 원석이 필요하지? 걱정 말거라. 내 당장 가서 충분하게 얻어오마!"
주벽화는 크게 웃더니 바로 허공을 찢고 그 사이로 사라졌다.
"영장은 엄청난 양의 원석을 얻어 올 거다. 그럼 원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 그럼 실력을 제고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구나."
진남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사대 세력이 그를 죽이려고 찾았다.
그는 끊임없이 강해져야 차후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대 세력을 누를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은 심신을 가다듬고 불사봉황술을 감오하기 시작했다.
불사봉황술은 고술과 달리 봉황 종족의 가장 강한 무예였다.
원래대로라면 불사봉황술은 봉황만이 수련할 수 있었다.
그때, 커다란 목소리가 봉황영에 울려 퍼졌다.
"삼황자께서 오셨다!"
'삼황자? 분천고국의 삼황자?'
이어 왕노의 목소리가 진남의 식해에서 들렸다.
"단청, 얼른 내려오너라. 삼황자가 너를 만나려고 친히 오셨다."
"나를 만나러 왔다니?"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삼황자를 만난 적도 없고 교류도 없었다.
'왜 나를 만나러 온 걸까?'
의문을 품은 진남은 황도 도장에 왔다.
황도 도장에는 두 청년이 있었다.
그중 한 청년은 남루한 삼베옷을 입고 머리를 올렸는데, 칼날 같은 눈썹에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부드럽고 우아한 것이 딱 가난한 수재였다.
그러나 진남이 왼쪽 눈으로 살펴보니 청년은 방대하며 굳고 깊은 금빛 기운을 숨기고 있었다.
전신의 왼쪽 눈도 속을 엿볼 수 없었다.
주루에서 만난 소칠도 이런 금빛 기운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청년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단청 도우, 또 만났소."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청년은 바로 소칠이었다.
"어찌 된……."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하, 단청, 기억 안 나시오? 한심객잔은 우리 셋째 형님이 지은 거라고 했잖소. 나는 셋째 형님 대신 관리를 한 거였소."
소칠은 입을 헤 벌리고 웃더니 한마디 보탰다.
"나는 셋째 형님의 외사촌 동생이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들의 관계는 의외였다.
"단청 도우, 이름은 이미 들었다."
삼황자는 미소를 머금고 봄날의 바람처럼 따뜻한 말투로 말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느라 아무런 선물도 준비 못 했구나."
"삼황자, 격식을 차려 말할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삼황자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그건 내 마음에 쏙 드는구나."
삼황자는 살짝 놀라더니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말을 잇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소칠은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신비한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에서 빛이 나오더니 황도 도장을 전부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