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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26화 (326/1,498)

326화 다시 후계자를 들였다!

새는 봉황이었다.

봉황을 본 진남은 그 속에서 생명을 느꼈다.

"이건 바로 혈익봉황으로, 원신이다."

주벽화는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분천고국이 만들어질 때 분천 황제는 서주의 삼대 신수의 도움을 받았다. 싸우는 도중에 혈익봉황은 중상을 입고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나중에 혈익봉황이 완전히 죽었는데, 죽기 직전 봉황영을 만들고 자신의 원신을 내 몸에 주입했다.

이제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봉황 원신은 나를 따라 여러 차례 싸웠다. 그러나 힘을 계속 사용한 탓에 이제는 허약해졌다. 다만, 나는 혈익봉황을 회복시킬 수 없기에 이대로 몇 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 말한 주벽화의 말투에 아쉬움과 슬픔이 드러났다.

"주 영장님의 뜻은……."

진남이 입을 열었다.

"영감탱이가 그러는데 네가 원신을 부활시킬 수 있다더구나. 혈익봉황을 다시 인간 세상에 나타나게 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봉황 원신이 안정되고 더 이상 사라지지 않으면 충분하다."

주벽화는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

청룡 성주의 실력이 강했지만, 주벽화는 진남이 봉황 원신을 부활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봉황의 원신을 인간 세상에 남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안정을 찾고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주벽화가 이런 일을 부탁할 줄 몰랐다.

그러나 청룡 성주가 한 말이 있었으니, 반드시 해내야 했다.

'아마도 혼돈지기겠지.'

진남의 머릿속에 예전 일이 떠올랐다.

십육봉 대비에서 그는 혼돈지기로 선공뇌수와 화익조의 경지를 돌파시켰다.

즉, 혼돈지기가 요수들에게 큰 작용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 혼돈지기 외에 진남에게 주벽화를 도울만한 좋은 것이 없었다.

"선배님, 일단 해보겠습니다. 우선 구백 개의 원석을 주십시오."

잠시 생각하던 진남이 입을 열었다.

현재 그의 혼돈지기는 구리거울이 싹 가져가서 원석으로 보충해야 했다.

"원석 구백 개?"

주벽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바로 원석 구백 개를 꺼내 진남에게 건넸다.

진남은 원석을 받아 삼켰다.

그리고 체내의 신비한 태고 세계와 교류를 했다.

세 개의 혼돈 지기가 생겼다.

"자, 선배님, 이제 가만히 계세요!"

진남은 당부하고 손바닥을 주벽화의 등에 있는 봉황의 그림에 가져갔다.

진남의 기운을 느꼈는지 봉황 그림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원석 구백 개를 먹고 봉황 원신을 안정시킬 수 있어?"

주벽화가 물었다.

"그럼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벽화의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엄청난 무성 경지의 기운에 대전이 서늘해졌다.

"원석 구백 개라……. 고작 원석 구백 개로 봉황 원신을 회복할 수 있다니? 너는 내가 얼마나 많은 진귀한 영약과 보물을 사용했는지 아느냐?"

진남의 행동에 그는 속은 기분이 들었다.

'청룡 성주는 진남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진남이 고작 원석 구백 개에 의지한다니? 장난하나?'

"선배님, 해보면 압니다."

진남은 표정이 평온했다.

"좋다, 한번 해보자."

주벽화는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억눌렀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으니 진남이 해보게 해도 괜찮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안 되면 그는 직접 진남을 잡아 백호성 황궁으로 가서 황제에게 바칠 것이다.

진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혼돈지기 세 개를 주벽화의 몸에 주입했다.

"응?"

주벽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 개의 기운은 이상했다. 그는 힘의 내력을 읽어낼 수 없었다.

웅.

봉황 그림에 빛이 반짝거렸다.

봉황의 모습이 점점 또렷해지더니 밝아졌다.

"진짜……. 진짜 된다고?"

주벽화는 당황했다.

그는 봉황의 원신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주벽화는 입을 뻐끔거렸지만,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작 구백 개의 원석으로 봉황이 사라지는 것을 막다니? 아니야, 내가 이놈에게 속은 게 맞아. 고작 구백 개의 원석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이 녀석은 다른 수단을 숨겼을 거야.'

주벽화는 정신을 차리고 봉황 원신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렸다.

웃음은 그의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봉황 원신을 부활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봉황 원신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썼는데, 그를 막을 수 있으니 주벽화는 기뻤다.

"걱정 말거라.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너를 사대 세력에게 넘기지 않겠다. 그러나 너는 봉황의 원신을 평온하게 했을 뿐 부활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니 사대 세력이 너를 발견한다면 나는 네 편을 들지 않을 것이다. 알겠느냐?"

주벽화는 진남을 보며 말했다.

"물론, 불사봉황술은 전수해주겠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안색이 평온했다.

그와 주벽화는 거래를 한 것이었다.

서로 도움이 되는 거래가 끝나면 서로 엮이는 게 없었다.

"좋다. 이제 봉황의 피를 먼저 복용하거라. 내 불사봉황술을……."

주벽화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돌발 상황이 생겼다.

주벽화의 등에 있던 봉황 그림이 갑자기 찬란한 빛을 뿜었다.

눈부신 빛은 뜻밖에도 봉황의 형상으로 변해 날개를 젓고 울음소리를 냈다.

이뿐만이 아니라 봉황 그림도 생명력이 더 강해졌다.

"이것은……."

주벽화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봉황 원신의 모든 것을 느끼며 마음속에 파도가 일었다.

생명력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것은 봉황 원신이 회복된다는 증거였다.

진남이 그에게 넣은 세 개의 기운이 봉황 원신을 안정시켰을 뿐만 아니라 회복시킨 것이었다.

'그럼 더 많은 신비한 기운을 봉황 원신에게 넣으면 원신이 부활할 수 있고 혈익봉황의 절세 자태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흡!

주벽화는 헛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드디어 깨달았다.

몇백 년 전 청룡 성주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

진남은 봉황 원신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부, 부활……. 혈익봉황이 다시 동주에 나타났다……."

주벽화는 중얼거렸다.

그는 호흡이 가빠진 채로 진남을 쳐다보며 외쳤다.

"오늘부터 네가 내 후계자이다! 누가 되었든 사대 세력이라고 해도 너를 죽이려고 한다면 내가 반드시 보호해줄 거다! 어떠하냐?"

분천고국이나 상역 동주를 통틀어 어떤 일이 주벽화를 이토록 이성을 잃게 할 수 있을까.

그의 유일한 제자가 배신했을 때도 이처럼 흥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혈익봉황은 의미가 훨씬 중요했다.

분천고국이 생길 때 백호영, 봉황영, 현무영 중 왜 백호영이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겠는가.

삼대 신수들 중 유독 백호만이 세상에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백호는 전성기 때 반보 요조의 경지였다.

그러나 이제 백호의 실력도 대폭 줄어들어 주벽화와 비슷했다.

그러나 백호 자체가 상징이고 분천고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존재였다.

만약 혈익봉황이 부활하고 정상급에 도달할 수 있다면 봉황영에는 반보 무조 경지의 엄청난 강자가 나올 수 있었다.

게다가 봉황영도 스스로의 의지를 지니고 상징이 있으니 사람들도 더욱 단합될 것이었다.

그런 날이 오면 백호영 따위가 감히 봉황영과 비교할 수 있을까?

상역 동주에서 봉황영은 대단한 존재가 될 게 분명했다.

때문에 주벽화는 사대 세력의 미움을 사더라도 진남을 제자로 받아들이려는 것이었다.

진남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그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공수했다.

"선배님, 저를 제자로 들이겠다는 말은 거둬주십시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저는 봉황영의 일원으로 혈익봉황을 부활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 제자가 되기 싫다는 게냐?"

진남의 말에 주벽화는 놀라움을 누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역 동주에는 그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거절하다니.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스승이 한 명 그리고 반은 마음에 두는 스승이 있었다.

반은 마음에 두는 스승은 바로 당청산이었다.

그는 현령종에서 진남에게 취천일격을 가르쳐서 이미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와 당청산은 사제 사이기도 하고 벗이기도 했다.

그러니 당청산은 절반은 스승인 셈이었다.

진남이 생각하는 스승은 청룡 성주였다.

그는 진남이 인정하는 유일한 스승이었다.

"그럼 너를 굳이 제자로 받지 않으마. 그러나 밖에는 네가 내 후계자라고 하겠다. 내가 너를 보호할 이유가 필요하니까."

주벽화는 호흡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

"진남, 나는 봉황영 영장의 신분으로, 또 네 선배의 신분으로 네가 혈익봉황을 완전히 부활시키길 바란다."

"좋습니다."

진남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첫 번째는 주벽화의 인품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혈익봉황이 부활하면 그에게도 좋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건 봉황 성영이다. 가지고 있거라."

주벽화는 진남의 태도에 시름을 놓았다.

그는 붉은색 영패를 꺼내며 당부했다.

"문제가 생겼는데 내가 없으면 이 영패를 사용하거라. 이 영패를 꺼내면 봉황영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도울 것이다."

"봉황영의 모든 사람들이요?"

진남은 깜짝 놀라서 영패를 받았다. 영패는 묵직했다.

주벽화의 말에 따른다면 어떤 면에서 이 영패는 봉황영을 대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먼저 봉황의 피를 먹거라."

주벽화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재촉했다.

"그게……. 알겠습니다."

진남은 다른 말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태도를 보자 말없이 수행전 일 층으로 향했다.

진남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가만히 보고 있던 주벽화는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는 쾌감과 흥분 그리고 기대가 가득했다.

'혈익봉황이 인간 세상에 다시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 혈익봉황이 다시 나타나고 울음이 하늘에 울려 퍼지면 분천 고국과 상역 동주는 얼마나 큰 충격에 빠질까?'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주벽화는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었다.

"청룡 성주, 이 영감탱이. 참 능력 있구먼. 몇백 년 후의 일도 딱딱 맞추다니……."

주벽화는 중얼거렸다.

"하역에서 벌어진 일은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무연각에서 나더러 끼어들지 말라고 하니 어쩌겠소. 영감탱이, 이번에는 내가 신세를 지겠소. 혈익봉황이 부활하면 사대 세력이 와도 진남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주벽화는 시선이 점점 차가워졌다.

"오늘 단청이라는 이름을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새기겠소!"

주벽화는 봉황 성영을 꺼내서 신념을 주입했다.

* * *

오늘따라 날씨가 화사하고 바람이 포근했다.

백호성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많은 강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위해, 가문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십대 왕후 중 제 일 왕후부.

제 일 왕후는 십대 왕후들의 우두머리이고, 실력이 분천고국 삼대 강자 바로 아래이며 무성 경지에 도달했다.

제 일 왕후의 허리춤에서 영패가 반짝거렸다.

"응?"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신식으로 소식을 듣더니 안색이 변했다.

백호성의 다른 곳에 있던 강자들도 영패가 반짝거렸다.

강자들은 신식으로 소식을 듣더니 다들 안색이 변했다.

얼마 후, 놀라운 소식이 백호성 전체에 퍼졌다.

분천고국의 삼대 강자인 봉황영 영장 주벽화가 후계자를 정했는데 단청이라는 것이었다.

"단청이 누구지? 주 영장이 그를 후계자로 들였다고?"

"설마 단청이 진남이라는 그 천재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것 같아. 아니면 주 영장이 그를 후계자로 받을 수가 없지."

"허, 분천고국에 두 명의 종자 천재가 나타나는 걸까?

수많은 감탄 소리와 추측 소리가 백호성에서 울려 퍼졌다.

한 시진 후 그 소식은 분천고국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또 반 시진이 지나자 삼대 세력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상역 동주의 강자들과 거물들 사이에 파문이 일었다.

'주벽화가 다시 후계자를 들였다!'

단청이라는 이름은 불과 세 시진 만에 빠른 속도로 상역 동주의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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