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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22화 (322/1,498)

322화 봉황격천술

왕노는 목성야와 다른 천재들도 살펴보았다.

그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여전히 고술에 깊이 빠져있었다.

"왜요?"

진남은 살짝 놀랐다.

'고작 고술의 기초만 익혔을 뿐인데 왕노는 왜 이렇게 크게 반응하지?'

"아, 아니다."

왕노는 심호흡을 하더니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한 시진에 고술 하나를 익히다니. 무예 천부가 너무 대단하구나! 지급 칠품 무혼을 가진 초월급 천재가 아니라 지급 구품 무혼을 가진 천재라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왕노, 봉황영에서 원석을 얻을 수 있습니까?"

봉황영은 제자를 받은 후 삼 개월 동안의 훈련 시간이 있었다.

첫 두 달은 공법을 수련하고 마지막 한 달은 실전 대결을 진행했다.

진남은 봉황격천술의 기초를 이미 익혔기에 공법 훈련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에 진남은 최대한 무혼 등급을 진급시킬 생각이었다.

무혼 등급이 높을수록 수련 속도도 더 빨랐다.

그래서 무혼 등급을 진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원석을 원하느냐?"

왕노가 말했다.

"원석을 얻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좀 어렵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이름 없는 산맥이긴 하나 꽤 많은 요수들이 살고 있다. 만약 요황 정상급의 존재를 죽일 수 있다면 백 개의 원석을 얻을 수 있다."

"요황 정상급이요? 좋습니다. 그럼 저는 요수들을 죽이러 가겠습니다."

비록 교환 가치가 적기는 하지만 진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원석을 얻고 도법을 연마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그는 바로 걸음을 옮겨 봉황영을 떠났다.

왕노는 제자리에 서서 진남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봉황영의 원로인 그는 많은 천재들을 만나봤다.

그러나 진남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 * *

산맥에는 고목들이 엉켜있었다.

진남은 번개처럼 그사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번뜩이고 손에 폭노 고도를 들고 있었다.

"어? 요종 경지 육 단계다. 음……, 등급이 너무 낮아."

진남은 그냥 지나치더니 계속 산맥으로 깊숙이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봉황영을 떠난 지 삼 주 향의 시간이 흘렀지만, 실력이 비슷한 상대는 만나지 못했다.

"찾았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앞을 바라봤다.

고목에 원숭이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크기가 다섯 장이나 되고 온몸에 피처럼 시뻘건 털이 났으며 두 눈은 초록빛을 뿜었다.

그것은 요황 경지 팔 단계의 기운을 감추지 않고 풍겼다.

덕분에 방원 오 리에 요수가 한 마리도 없었다.

"힘을 전부 사용하면 저놈은 한 칼에 죽겠지? 경지를 한 단계 누르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훌쩍 뛰어오르더니 원숭이를 향해 칼을 날렸다.

봉황격천술이었다.

봉황격천술은 세 개 경지로 나뉘었는데 각각 봉명(鳳鳴), 황무(凰舞), 파천(破天)이었다.

진남이 사용한 것은 봉명이었다.

칼을 휘두르자 카랑카랑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봉황이 강림한 것 같았다.

요황 경지 팔 단계인 원숭이는 털이 곤두서고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청룡, 봉황, 백호, 현무는 혈통이 존귀하고 옛날 민간에서 사대 신수라고 불리었다.

원숭이는 혈통이 이 네 신수에 미치지 못했기에 봉명을 듣자 겁을 먹었다.

그러나 검기를 본 원숭이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봉황영의 파렴치한 놈이구나! 감히 나를 속이다니, 오늘 혼 좀 나야겠다!"

원숭이는 버럭 화를 냈다.

진남이 경지를 한 단계 눌렀기에 원숭이는 그저 무황 경지 칠, 팔 단계의 힘밖에 느끼지 못했다.

원숭이는 고함을 질러댔다.

말이 끝나자 원숭이는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허공에 그림자만 남아 진남의 칼을 피했다.

그것은 날카로운 손가락을 쫙 펼치고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좋다!"

진남은 눈이 빛나고 피가 들끓었다.

그는 칼을 휘두르며 마주 달려들었다.

봉황의 울음소리와 원숭이의 화난 고함이 수림에서 연신 울려 퍼졌다.

그런 상태가 여덟 시진이나 계속되었다.

여덟 시진 동안 진남과 원숭이는 계속 엉켜서 싸웠다.

진남은 약간의 힘과 봉명만 사용했다.

그래서 원숭이를 죽일 수 없었지만, 봉황격천술에 대해서는 더 잘 알게 되었다.

원숭이는 억울했다.

아무리 힘을 다해 진남을 때려도 커다란 산을 내리친 것처럼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진남을 어쩔 수 없었다.

진남이 힘을 한 단계 누르긴 했지만 존자의 육신은 그대로였다.

"이 칼은, 이 칼은, 이 칼은……."

진남은 제 자리에 서서 귀신이 들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 광경을 본 원숭이는 분노에 차서 포효하더니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원숭이가 아무리 공격해도 진남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고 뒤로 밀려나지도 않았다.

"알겠어!"

진남은 눈에 신광이 번뜩이더니 손에 쥐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쿵!

엄청난 검기는 봉황의 형상으로 변해 훨훨 날아오르더니 무섭게 내리꽂혔다.

"악!"

원숭이는 봉황의 형상을 보더니 얼음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인간이 어떻게 봉황의 혈통을 가지고 있지?'

원숭이는 걸음아 나 살려라 멀리 도망갔다.

"두 번째 단계는 역시 경지가 평범하지 않구나. 고작 한 방에 원숭이를 죽일 수 있어. 그럼 세 번째 단계는 경지가 또 얼마나 강할까?"

진남의 눈에 빛이 번뜩였다.

그는 쉬지 않고 산맥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검법을 다시 수련하면서 그의 체내에는 무한한 힘이 생긴 것 같았다.

그는 미친 듯이 수련하고 무예를 연마했다.

몸과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무아지경이었다.

그는 땀을 흠뻑 흘린 듯이 시원했다.

* * *

같은 시각 산맥의 위쪽.

주벽화가 수피 외투를 걸치고 방금 벌어진 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루도 안 돼 봉황격척술 두 번째 단계를 익혔구나. 이 녀석 무예 천부가 대단하다. 불사봉황술을 전수해주면 전설의 경지까지 연마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주벽화의 눈에 이상한 빛이 연거푸 스쳤다.

한참이 지난 후 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쉽다, 아쉬워! 지급 육품 무혼은 등급이 너무 낮다. 상역 동주를 휘저을 천부적 자질이 안 된다.'

창람대륙은 잔인한 곳이었다.

"아무렴 어떻겠느냐, 너에게 기회를 한번 줘보마……."

주벽화는 한참 침묵하더니 혼잣말을 했다.

그는 더 구경하지 않고 발을 구르더니 사라졌다.

* * *

산맥은 굽이굽이 이어지고 요수는 끝이 없었다.

진남의 형상은 회오리바람처럼 지나가는 곳을 모두 휩쓸어서 요수들이 난리가 났다.

그는 쉬지 않고 전진하면서 끊임없이 칼을 휘두르고 끊임없이 싸웠다.

모든 것이 오직 자신을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 *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여드레가 되었다.

여드레 동안 목성야 일행과 설몽, 심비, 소선은 모두 자신의 고술과 공법을 익히고 함께 산맥에 들어가서 실전으로 갈고 닦았다.

특히 목성야는 눈을 뜨자마자 진남이 보이지 않으니 심장이 다시 한 번 강한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의 지급 칠품 무혼이 진남보다 공법을 터득하는 속도가 늦다는 말인가?'

타격을 받는 목성야는 미친 듯이 수련했다.

* * *

같은 시각 산맥 깊은 곳.

진남의 앞에는 길이가 네 장에 달하는 태고의 악어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것은 뾰족한 이빨에서 서늘한 빛을 번뜩이며 진남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진남은 헤엄치는 용처럼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몇십 개의 도기가 생겨나 봉황으로 변해 악어를 내리쳤다.

여드레 동안의 치열한 사투와 수련을 거쳐 진남은 봉황격천술의 두 번째 단계인 오의(奧義) 봉무를 완벽하게 익혔다.

진남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하! 인간아, 스스로 죽을 길을 찾는구나!"

태고 악어는 호탕하게 웃더니 뒷다리를 힘껏 밀며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한 줄의 날카로운 이빨에서 검은빛이 번뜩이며 진남의 목을 힘껏 물었다.

태고 악어의 눈에 기쁨이 떠올랐다.

요황 경지 정상급인 악어는 물어뜯기가 최강 살초였다.

그것의 이빨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어서 물리기만 하면 존자 일 단계라고 해도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내 태고 악어의 눈에 비꼈던 기쁨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

'아니! 목을 물어뜯지 못하다니?'

진남은 그것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심신을 가라앉혔다.

봉황격천술의 많은 문자들이 흐르는 물처럼 진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글자마다, 구절마다 모두 윙윙 소리가 났다.

진남의 눈앞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봉황 한 마리가 산꼭대기에 앉아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안간 봉황의 두 눈에 불꽃이 솟아오르더니 예리하게 빛이 났다.

그것은 울음소리를 냈다.

봉황이 날개를 펼치며 강풍을 일으켜 솟구쳐올랐다.

봉황은 땅을 뒤흔들고 창공에 부딪히고 있었는데, 죽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을 기세였다.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

진남을 힘들게 하던 수많은 생각이 마치 큰 망치에 맞은 듯 산산조각 나더니 새로운 세계의 대문이 열린 것처럼 의문이 풀렸다.

웅.

진남의 등 뒤에 형상이 번쩍이더니, 위풍당당한 봉황으로 변해 세상을 굽어봤다.

"뭐야!"

진남의 목을 물었던 태고 악어는 어안이 벙벙했다.

'봉황이잖아? 인간이 어떻게 봉황으로 변한 거야?'

"죽어라!"

진남이 호통쳤다.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다.

오직 도기만 소용돌이쳤다.

쿵!

태고 악어는 도기에 맞아 반보 무존 경지와도 대항할 수 있던 갑옷이 아무 작용도 발휘하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 한 방은 위력이 엄청났다.

"봉황격천술, 이게 바로 봉황격천술이다."

진남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여드레 동안 그는 드디어 고술을 완전히 익혔다.

"전에 죽인 것들까지 합하면 요황 경지 정상급은 열 마리나 죽였구나……."

진남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악어의 요핵을 가지고 떠났다.

"두 달 동안 훈련한다고 했는데 이제 겨우 아흐레가 지났다. 계속 수련해서 이 도법을 정상급까지 익혀야겠어."

진남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봉황격천술은 엄청난 공법이었다.

진남은 봉황시혼화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봉황시혼화와 봉황격천술을 하나로 합쳐 새로운 도법을 만들 수 있었다.

"잠깐!"

진남은 깜짝 놀랐다.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은 정상급으로 가는 문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봉황시혼화와 봉황격천술을 하나로 합쳤는데……."

진남은 차분하게 같은 말을 곱씹었다.

그는 방금 떠오른 생각이 이 말과 연관이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진남은 그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같은 말을 곱씹었다.

두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무언가 생각난 듯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잊고 있었다. 그걸 잊고 있었어!'

진남은 취천일격을 절반 정도 터득했다.

그는 스스로 힘을 모아 최강 일격을 만들 수 있었다.

'봉황격천술은 봉황시혼화와 합칠 수 있다. 그럼 취천일격의 오묘함을 이용하여 성공지뇌, 청심당마결, 원신의 신비, 자아의지 등을 모두 한데 뭉쳐 봉황천격술과 합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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