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복에 겨운 줄 알아
'이 세계는 실로 위험하구나. 사대 세력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또 순찰조를 만들어 나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으면 모두 끝까지 조사했다. 만약 무연각이 낙하왕국을 지키지 않고 나의 형제들이 비범하지 않다면 아마 나 때문에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진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평생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 때문에 형제, 가족, 친구들이 죽는다면 진남은 평생 자책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성주께서 예전에 말씀하신 대로 이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해지는 것이다!'
진남은 눈길이 확고하고 예리해졌다.
강해져야만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지킬 수 있었다.
강해져야만 모든 규칙을 깨고 그의 꿈을 좇을 수 있었다.
'강해져야만 이 사대 세력을 뒤엎을 수 있다!'
진남의 눈에 불꽃이 튕겼다.
주벽화는 조용히 진남을 보고 있었다.
진남의 표정 변화를 그는 낱낱이 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예전의 나와 너무 비슷하다.'
'그런데 청룡, 이 자식은 겨우 지급 육품 무혼이요. 동주의 최고 천재일 뿐이고 초월급 천재 순위에도 들 수 없소. 자네는 이 자식의 뭐가 마음에 든 거요?"
주벽화는 뭔가 생각난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됐소. 자네 이전에 이 녀석이 내가 혈익봉황을 깨우는 희망이라고 했으니 그가 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보겠소.'
주벽화의 눈은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따스했다.
수련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진남의 눈만 예리한 빛이 반짝였다.
무도 경계 중 무황 이상은 무존, 무성, 무조 등이었다.
사대 세력의 정상급 전력, 문도 노조 등은 경지가 모두 무성 정상급에 도달했다.
진남이 지금 무황을 넘고 전력이 무존 일 단계와 맞먹는다고 해도 문도 노조 등과 비하면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는 전신의 혼이 있었다.
전신의 혼의 등급을 높여야 수련 속도를 대폭 빨릴 수 있었다.
주벽화는 빙목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눈은 늪처럼 깊었다.
진남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말했다.
"설마 너 사대 세력에게 복수하려는 거 아니겠지?"
그의 물음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주벽화가 일어섰다.
커다란 몸에서 강대한 압박감을 뿜으며 말했다.
"충고하는데 생각을 거두거라. 상역 동주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주벽화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창람대륙, 천도가 불공평하여 무인들은 무혼으로 천지와 교류한다. 만약 무혼 등급이 부족하면 강자가 될 수 없다. 우리 상역 동주는 창람혼한이라고도 불린다."
"창람혼한이 뭡니까?"
"지급 사품 무혼 이상은 무성에 오를 수 있다. 지급 육품 무혼은 우리 상역 동주에서는 정상급 천재라고 불린다. 지급 칠품 무혼은 초월급 천재라고 불린다!
그리고 지급 팔품 무혼만 무성을 돌파하고 반보무조에 오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우리 상역 동주에서 종자 천재(種子天才)라고 불린다! 지급 구품 무혼만 무조에 오를 기회가 있다!"
그의 말은 벼락처럼 진남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진남은 상역 동주에서 등급에 따라 천재들을 나눌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주벽화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말해 너는 지급 팔품 무혼이 안 되기에 평생 반보무조 경지에 오를 수 없다. 반보무조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어떻게 사대 세력을 상대하겠느냐? 사대 세력은 무성 정상의 강자들이 있고 여러 가지 반보제기도 있고 여러 가지 내막이 있다. 그러니 반보무조가 되어야만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다!"
진남은 그제야 완전히 깨달았다.
창람혼한이 뭐지?
무혼 등급이 지급 사품이 되지 않으면 무성 강자가 될 수 없고, 지급 팔품이 되지 않으면 반보무조가 될 수 없다.
이건 철 같은 규칙이었다.
이 규칙하에 궁양처럼 큰 기연을 만나 운명을 바꾸지 못하는 한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하고 버텨도 깰 수 없었다.
주벽화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진남은 무혼이 지급 육품이라 기껏해야 무성 경지밖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주 숙부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제겐 생각이 있습니다."
그는 하역에서 창람혼한에 대해 들은 적 있었다.
이는 창람대륙의 사람에게는 철 같은 규칙이고 넘을 수 없는 높은 담장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전혀 달랐다.
전신의 혼은 자원만 충족하면 천급 십품 무혼으로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이에 대해선 더 말하지 맙시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치더니 말했다.
"지금 사대 세력이 저를 쫓고 있는데, 숙부가 저를 사대 세력에게 넘기지 않은 건 청룡 성주 때문만이 아니죠?"
주벽화는 바닥에 앉았다.
그는 그윽한 눈길로 진남을 한참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맞다, 삼 개월 후 네가 봉황영의 훈련을 끝내면 너에게 부탁이 있다. 그 영감탱이가 이 일은 너만 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그 영감탱이가 나를 속인 것이고 네가 할 수 없으면 나는 너를 사대 세력에게 넘길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주벽화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네가 해내기만 하면, 그리고 네가 신분을 잘 가리면 설사 사대 세력이 쫓아온다 해도 나는 너를 지켜줄 수 있다!"
그의 말은 패기가 엄청났다.
사대 세력 앞에서 진남의 안전을 지키는 걸 보통 사람이 어찌 해낼 수 있겠는가?
진남은 저도 모르게 전신의 왼쪽 눈으로 주벽화를 훑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만 보아낼 수 있을 뿐 자세하게 볼 수 없었다.
'청룡 성주가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으면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을 거다. 나중에 주벽화의 지지를 얻으면 나는 상역 동주에서 진급하기 더 쉬울 거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뜸 중요한 걸 깨닫고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청룡 성주는 삼백 년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신의 왼팔이 되었지만, 그는 나에게 많은 길을 깔아주었다.'
"그러니 잘 보여주거라. 삼 개월 동안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안에서 나왔다.
그가 안에서 나오자마자 예리한 빛이 그의 몸을 겨누었다.
"단청, 영장께서 무슨 일로 너를 찾으셨느냐?"
이 말에 황토 도장 위의 여러 천재들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목성야였다.
목성야는 지급 칠품 무혼이었다.
전체 상역 동주에서도 초월급 천재로 불릴 수 있었다.
그는 성격이 차가워 거의 다른 사람과 말하지 않았다.
이번은 그가 처음 스스로 입을 열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별말 없으셨어."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목성야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에서 나눈 대화를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
목성야는 묻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확신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파란 눈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한기가 반짝였다.
"다들 조용하거라."
이때 위에 서 있던 왕노가 호통쳤다.
"삼 개월 동안의 구십구기 봉황영 제자들의 특훈을 지금 시작한다. 조장들은 조원들을 거느리고 나와 함께 공법전으로 가서 공법을 선택하자. 명심하거라, 한 사람이 공법을 선택할 기회는 한 번뿐이다."
"네!"
"알겠습니다!"
천재들의 눈에 빛이 드러났다.
그들은 다 잘 알고 있었다.
봉황영, 백호영, 현무영, 분천고국의 천재들이 가입한 것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더 많게는 삼대 영 안의 공법 때문이었다.
진남은 삼대 영에 대한 요해가 너무 적어 설몽을 바라봤다.
"삼대 영의 공법은 삼대 호국신수에게서 전해온 것이다. 어떤 것은 태고의 유적이다. 공법마다 모두 진귀하다. 만약 운이 좋으면 고술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설몽의 눈은 불같이 이글거렸다.
"고술?"
앞에 있던 천재들은 걸음을 멈추고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단청은 고술도 모르나?'
왕노는 뭔가 생각난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청, 네가 잘 모르나보구나. 공법 무예는 처음에는 하, 중, 상, 최종 급으로 나뉘었다. 그 위에 한 등급이 있는데, 그것이 고술(古術)이다."
왕노의 설명을 듣고 진남은 그제야 깨달았다.
진남이 수련한 청심당마결, 열염금갑체결은 선노에게서 전수받았는데 불완전했다.
진남이 수련을 거듭하고 경지가 높아지면서 두 공법은 봉황시혼화와 성공지뇌와 결합되어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고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진남은 공법의 신비함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심비와 소선은 한숨을 쉬었다.
단청은 실력이 대단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출신이 비천한 것 같았다.
아니면 이런 상식적인 일들을 모를 리 없었다.
출신이 비천한 건 괜찮지만 중요한 순간에 안목 때문에 좋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었다.
목성야 일행도 똑같이 느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왕노의 안내를 받으며 진남과 사람들은 공법전에 들어섰다.
공법전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깜짝 놀랐다.
공법전은 엄청 넓고 어두컴컴했다.
고개를 들자 하늘의 별 같은 크기가 머리만 한 빛이 허공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빛은 적어도 몇만 개는 되는 것 같았다.
빛 가운데는 옥간이나 책이 걸려 있었다.
"너희들이 봤다시피 이 빛들은 모두 공법 무예이다."
왕노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만 칠천 권의 공법 무예에서 진정한 공법 무예는 천 권밖에 되지 않는다. 만 육천 권은 다 가짜라 안이 텅텅 비어있다. 천 권의 공법에는 팔십여 개의 고술이 기록되어 있다.
빛들은 금제에 뒤덮여 있는데 너희들은 금제를 깨면 안 되고 공법만으로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마다 한 번의 기회가 있다. 빈 것, 평범한 공법 혹은 고술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기회는 한 번뿐이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여 향 한 주가 다 타면 끝이다."
왕노가 손을 휘두르자 향 한 주가 불을 붙이지 않고도 스스로 타기 시작했다.
스무 명의 천재들은 규칙을 듣자 동술을 사용해 공법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비, 소선, 설몽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들은 동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마침 잘 됐어. 빙동(氷瞳)을 사용해서 너희들에게 공법을 가져다줄게."
이때 목성야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여러 천재들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목성야가 직접 나선다면 그들이 고술을 얻을 확률이 컸다.
목성야는 지급 칠품 무혼을 가진 초월급 천재이니 그의 동술도 보통이 아닐 것이다.
심비, 소선, 설몽은 저도 몰래 진남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나를 믿는다면 내가 공법을 가져다줄게."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전신의 왼쪽 눈으로 이런 공법들을 들여다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게……."
심비와 소선 심지어 설몽도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이때 목성야가 말했다.
"단청 도우가 도와주겠다는데 너희들은 뭘 망설이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