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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19화 (319/1,498)

319화 네가 진남이지?

음노가 큰소리로 호통치자 손바닥 위에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은 매우 낡고 소박했다.

거울 중앙에는 수많은 핏발이 선 눈이 걸려 있었다.

그 눈은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하늘 땅을 비추고 보아 진신을 드러내거라!"

음노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울에 빛이 폭발하더니 핏발이 선 눈에서 핏발이 뿜어 나와 진남의 몸에 주입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끊임없이 훑어보고 진남의 영혼마저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주위에 있던 왕노 등 천재들 그리고 송옥, 육간 등은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히 보고 있었다.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조천경의 눈동자가 비추자 그는 들킨 기분이 들었다.

'원신, 음양을 바꾸거라!'

진남은 속으로 소리쳤다.

자신의 원신을 움직여 엄청난 의지를 폭발해 사지의 모든 골격 안에 퍼뜨렸다.

윙!

조천경의 눈동자가 훑어보기를 끝내자 거울도 다시 조용해졌다.

아무런 이상한 징조도 없었다.

왕노는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조천경으로 보면 단청은 절대 진남이 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안색이 싸늘해져 호통쳤다.

"음노, 설사 무성 강자가 변화술을 써도 조천경은 모두 보아낼 수 있소. 단청은 이제 혐의가 없는 거 맞소? 우리 봉황영은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오!"

왕노의 말투에 살기가 솟아올랐다.

"그게……."

음노와 송옥도 이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조천경마저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다니. 그럼 단청은 절대 진남이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잠깐만!"

이때 허오가 앞으로 나서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조천경도 어찌 됐든 법보일 뿐입니다. 법보면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가지 물건은 시종일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건 바로 무혼……."

허오는 눈길이 사나워졌다.

"무혼을 드러내는 건 쉽습니다. 단청 소우가 무혼을 드러낸 후 진남이 갖고 있는 무혼이 아니면 우리는 떠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제구성에서 일이 있은 후 전신의 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급 육품이었다.

게다가 송옥, 육간, 묘어심과 음노 등은 모두 그가 무혼을 드러내는 걸 본 적 있었다.

'만약 무혼을 드러낸다면 진실이 폭로되지 않을까?'

허오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그는 한 번도 단청이 진남이 변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건 단청을 약 올려 단청의 정확한 무혼 등급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잠깐 사이에 진남은 눈치채고 싸늘하게 말했다.

"허오 부 영장! 나의 무혼은 비밀이라 쉽사리 보여주지 않습니다. 조천경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혐의를 벗기에 충분합니다. 부 영장이 이렇게 말하시는 건 일부러 꼬투리를 잡는 것입니다!"

음노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조천경을 드러낸 후 단청을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무혼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하하!"

허오가 얼마나 노련한 사람인가. 그는 크게 웃더니 말했다.

"단청, 너 무혼을 드러낼 용기가 없는 건 아니겠지? 무혼을 드러내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 설마 진짜 진남이 변한 거냐? 이렇게 하자. 네가 무혼을 드러낸 후 진짜 진남이 아니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 너에게 사과하겠다."

'기왕 왔는데 어떻게 이대로 간단 말인가? 적어도 단청의 무혼 등급을 알아내야 한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봉황영 세 대전 중 하나인 수련전에서 엄청난 붉은 빛이 솟아올라 대전의 모든 틈을 지나 강물처럼 흘러나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차가운 느낌이 회오리바람처럼 봉황영 전체를 휩쓸었다.

허오는 목소리가 굳었다.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저 어르신은 폐관하지 않으셨나?'

'이런 작은 일이 어떻게 어르신을 깨운 거지?'

허오 뿐만 아니라 음노 등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핏빛이 반짝이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이 어르신이 그들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왕노가 한숨을 쉬며 싸늘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직도 꺼지지 않느냐?"

"그게……. 가자!"

음노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이번에 단청을 조사하러 온 건 허오가 충분한 이점을 주었기에 겸사겸사 조사하러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어르신까지 놀라게 하고 계속 있으면 후과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진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이번 위기를 넘겼다.'

윙!

이때 육간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영패가 눈부신 빛을 뿜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육간은 어리둥절해 빨리 영패를 꺼내 신식으로 훑어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음노, 상도맹의 그림자가 새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낙하왕국에 반성 강자가 현령종을 지키고 있습니다."

"뭐라고?"

음노, 송옥, 묘어심은 일제히 깜짝 놀랐다.

'전에 죽음의 바다에서 청룡 성주가 신위를 발휘해 비양 일맥을 전부 죽여 하역에는 반성 강자가 거의 없다. 게다가 그 작은 낙하왕국, 그것도 현령종에 어떻게 반성 강자가 나타난 거지?'

"가자!"

음노가 호통치며 소맷자락을 휘둘러 사람들을 휘감고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켁켁……. 나도 가겠다……."

이 광경을 본 허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순찰조의 사람을 불러왔지만, 그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되려 일을 망쳤다. 그는 바로 몸을 솟구쳐 하늘로 날아갔다.

그들은 방금 육간의 말이 천둥처럼 진남의 머릿속에 떨어진 걸 몰랐다.

'반성 강자면 예전의 청룡 성지의 용맥이잖아? 사대 세력이 이제는 우리 가문까지 노리는 건가?'

순식간에 강렬한 위기감이 진남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이 세계는 원래 이름 없는 규칙이 있었다.

어떤 원한이라도 가문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사대 세력이 낙하왕국을 노리기 시작했다.

사대 세력이 미치면 진천 등을 잡아 그를 핍박할 수도 있었다.

"진남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사대 세력이 이렇게 엄밀하게 지키는 거지?"

"그러게 말이다. 얼마 전에는 사대 세력의 무성 강자가 천험산맥을 수색하고 있었어."

"소문에 그는 정상급 천재라고 한다. 나는 그와 한번 겨뤄보고 싶다."

봉황영의 여러 천재들은 이번 일이 이렇게 변한 걸 보고 시끄러워졌다.

"잠깐!"

이때 좀 쉰 것 같은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대진 밖으로 날아간 허오를 비롯한 사람들은 이 호통 소리에 마음이 몹시 떨렸다.

요술에 걸린 것처럼 제 자리에 굳었다.

"내가 폐관한다고 너희 백호영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쉰 소리는 차가웠다.

쿵!

수련 대전 안에서 엄청난 핏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영지가 있는 것처럼 모여 다섯 손가락이 있는 손을 이루더니 허오를 때렸다.

"악!"

처참한 비명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허오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튕겨났다.

그가 토한 피가 하늘에서 흩어지며 떨어졌다.

봉황영의 천재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방에 백호영 부 영장을 날려버렸다.'

'진짜 대단하구나!'

"단청, 수련전으로 오거라!"

쉰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엉?"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수련전에 있는 사람은 봉황영의 영장, 분천고국의 삼대 강자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왜 나를 들어오라고 하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가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발끝을 튕겨 수련전 안으로 달려갔다.

주위에 있던 봉황영의 천재들은 다시 어리둥절했다.

'단청을 수련전으로 들어오라고 하다니,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수많은 의문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목성야는 이 광경을 보고 차가운 파란 눈동자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가 이번에 온 건 불사봉황술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지급 칠품 무혼으로 봉황영은 그에게 최고의 거처가 아니었다.

오기 전에 그는 주 영장에 대해 여러 번 조사하여 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요해하고 있었다.

분천고국을 위해 공을 세우거나 엄청난 성적을 따내지 않은 이상 설사 지급 팔품 무혼의 천재가 봉황영에 들어가도 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었다.

* * *

수련전, 대전 안.

진남이 안에 들어서자 대전에서 꿈틀거리던 핏빛이 어떤 힘에 끌린 듯 안으로 줄어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대전 중앙에 얼음 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었다.

의자 위에 중년 사내가 앉아 있었다.

중년 사내는 시커먼 머리가 허리까지 드리우고 오관이 칼로 깎은 것처럼 윤곽이 선명하게 알렸다.

그의 어깨에는 붉은색의 수피(獸皮) 외투를 걸치고 가슴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슴에는 흉한 상처가 빼곡했다.

중년 사내의 눈은 이상할 정도로 그윽했다.

진남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는데,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영장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주벽화(周碧華)다. 너는 나를 주 숙부라고 부르면 된다."

주벽화는 입꼬리에 천천히 미소를 띠더니 눈에 엄청난 핏빛을 드러내며 말했다.

"네가 진남이지?"

윙!

진남은 머리가 흔들렸다.

'이자는 어떻게 내 신분을 알지? 설마 내 진신을 알아본 건가?'

주벽화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다. 몇백 년 전에 청룡 성주라는 영감탱이가 나에게 와서 몇백 년 후에 젊은이가 우리 봉황영에 올 거라고 했다."

말하며 주벽화는 손을 휘둘렀다. 고권(古卷, 문서)이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고권 위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태고의 신비로운 기운이 있었는데 전신의 기운이었다.

"청룡 성주?"

진남은 완전히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된 거지? 성주는 어떻게 몇백 년 전에 내가 봉황영으로 올 걸 알았지? 나에게 발생하는 모든 걸 성주는 이미 알고 있었나?'

수많은 의문이 진남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후."

진남은 한숨을 지으며 마음속의 의문을 눌렀다.

청룡 성주든 전신의 왼쪽 눈이든 많은 일들은 그가 지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생각해봤자 헛수고였다.

지금 중요한 건 사대 세력이 낙하왕국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 숙부, 숙부께서 저의 신분을 아시니 저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봉황영을 떠나 하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진남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주벽화가 적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다른 선택할 여지가 없어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필요 없다."

주벽화가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역의 낙하왕국은 무연각이 지키고 있다. 그것의 동의가 없으면 상역의 강자들은 들어갈 수 없다. 아니면 사대 세력은 진작에 너의 가족을 잡아 너를 나타나게 했을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무황 경지의 강자들을 파견해 소식을 알아보는 것뿐이다."

"무연각이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무연각이 낙하왕국을 지키고 있다고?'

주벽화는 그를 속일 필요가 없었다.

사대 세력이 줄곧 손을 쓰지 않는 걸 봐서 뭔가 두려운 게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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