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화 대체 누구지?
"시끄럽다!"
설몽은 능무쌍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로 대전 중앙으로 걸어가 큰 검을 땅에 꽂았다.
펑 하는 큰 소리가 났다.
그녀는 기지개를 펴더니 바로 큰 검에 기대어 쿨쿨 잠을 자기 시작했다.
심지어 코도 골았다.
"멋있다! 진짜 멋있어! 진남, 아니 단청, 난 참사랑을 찾았다!"
이 광경을 본 용호는 두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용호요종은 포악한 여인을 좋아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연무전 안의 분위기는 양대 천재가 오자 무거워졌다.
전의와 적의가 끊임없이 퍼졌다.
"삼영 시험관들 입장하시오."
이때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대전 안의 모든 천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이 층을 바라보았다.
탕! 탕! 탕!
귓전을 때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높이가 삼 장인 거한이 현무가 새겨진 갑옷을 걸치고 걸어왔다.
큰 눈에 핏줄이 섰고 난폭한 기운이 충족하여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너희들은 나를 웅 부 영장이라고 부르면 된다. 현무영의 심사관이다!"
훑어보던 진남은 눈빛이 살짝 굳었다.
웅 부 영장은 경지가 무존 정상에 도달했는데, 보통의 무존 정상이 아니었다.
예전의 손의보다 적어도 네다섯 배는 강했다.
이어 흰색 형상이 빠르게 나타났다.
백발이었는데 전에 진남하고 만난 적 있는 왕노였다.
"나를 왕노라고 부르면 된다."
왕노는 간단하게 말했다.
눈을 반짝이며 장내를 훑어보았다.
그는 진남을 발견하지 못하자 눈에 실망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그자는 오지 않았나?'
"무엇이라고? 왕노가 직접 왔다고?"
아래의 인재들은 호흡마저 살짝 멈췄다.
능무쌍 그리고 설몽마저 눈빛이 굳었다.
왕노, 봉황영 부 영장, 분천고국의 유명한 존재였다.
그들은 십대 제후 못지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삼영 선발대회에 왕노 등의 인물은 직접 올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직접 왔다.
"하하하! 왕노, 오랜만입니다."
이때, 큰 웃음소리와 함께 안색이 조금 어두운 중년 사내가 걸어왔다.
중년 사내의 가슴에는 기세가 위압적인 백호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백호영 부 영장 허오(許傲)다!"
중년 사내는 뒷짐을 지고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왕노를 보며 말했다.
"잠시 후에 심사를 시작하겠다. 왕노의 눈에 든 사람이라면 우리 백호영은 두 배의 이익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말에 천재들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두 배의 이익이라니?'
'백호영은 대놓고 봉황영의 뒤통수를 치는구나!'
왕노는 표정이 담담했다.
마치 이 일이 전혀 그를 슬프게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흠! 흠!"
현무영의 웅 부 영장이 헛기침하더니 높은 소리로 말했다.
"이제 곧 삼 영 선발대회를 시작하겠다. 삼영 선발대회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잠시 후 연무전 안에 수라환경이 펼쳐질 거다. 그 안에서 한 개 향이 탈 때까지 버티는 사람은 현무영의 예비 제자가 될 수 있다. 두 개 향이 탈 때까지 버티는 사람은 모두 현무영에 들어갈 수 있다! 세 개 향 이상이 탈 때까지 버티는 사람은 삼대 영에서 바로 선택할 것이다!"
"수라환경?"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느낀 것처럼 문득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연무전의 천장에 선홍색의 구슬이 한 알 떠 있었는데, 구슬에서는 핏빛들이 뿜어져 나왔다.
핏빛들이 한데 모여 천천히 높이가 네 장이나 되었다.
이내 핏빛은 등 뒤에 날개가 달리고 머리에 뿔이 나고 온몸이 시커멓고 두 눈이 시뻘건 수라를 이루었다.
수라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싸움을 좋아하고 살인을 좋아했다.
악마라고도 불리었다.
이 수라는 기운이 존자 일 단계 정도에 도달해 모든 천재들을 오싹하게 했다.
크허허헝!
수라는 날개를 세게 저으며 포효했다.
수많은 붉은 빛이 솟구쳐올라 순식간에 대전 전체를 뒤덮었다.
분노, 살심, 투지, 광기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불꽃처럼 천재들의 마음속에서 점점 더 세게 불타올랐다.
이것이 바로 수라환경이었다.
수라의 고함을 통해 대진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 주었다.
심신이 강하지 않으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침범하여 상처를 입게 될 수 있었다.
"시합을 시작한다!"
웅 부 영장의 큰 외침에 천재들은 정신을 차렸다.
순식간에 수많은 법보, 무혼, 공법의 빛이 대전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천재들은 모두 자신의 수단을 드러내 수라환경을 막았다.
진남, 용호, 설몽, 능무쌍, 그리고 몇 명의 뛰어난 천재들은 모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천장 꼭대기의 수라만 보고 있었다.
'재미있구나, 마침 나의 심신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 보자."
진남은 안색이 담담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이 융합되고 후에 청룡 성주를 만나 갖은 풍운을 겪어 심신이 매우 강인했다.
"삼영 선발대회에 그래도 괜찮은 천재들이 몇 명 있군."
연무전 이 층,
웅 부 영장, 허오, 왕노는 차례로 진남 등을 훑어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크허헝!
수라는 무언가 느끼기라도 한 듯 이마에 핏대가 솟은 채로 다시 크게 소리쳤다.
뿜어 나온 시뻘건 빛은 더욱 빛났고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짙어졌다.
펑! 펑! 펑!
순식간에 족히 스무 명 되는 천재들의 안색이 크게 변하고 몸은 보이지 않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대전 밖으로 날아나 피를 가득 토했다.
이어 천재들이 또 연거푸 날아갔다.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됐을 때쯤 원래 몇천 명이던 천재들이 칠백 명밖에 남지 않았다.
웅 부 영장은 이 광경을 보자 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천재들 축하한다. 너희들은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을 버텼다. 너희들은 모두 현무영의 예비 제자가 되었다. 지금부터 두 번째 단계의 심사를 시작하겠다!"
적지 않은 천재들은 이 말을 듣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천장 꼭대기의 수라의 기세가 미친 듯이 폭등했다.
수라 등 뒤에 또 한 쌍의 날개가 천천히 체내에서 뛰쳐나왔다.
완전히 뛰쳐나온 순간, 수라는 경계를 돌파한 듯 기세가 다른 단계까지 올라갔다.
크헝!
수라가 크게 소리치자 혈색 빛이 폭풍처럼 변해 장내를 휩쓸었다.
모든 천재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설몽과 능무쌍도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헉, 수라! 대단하구나!"
용호는 표정이 떨렸다.
체내의 용호지의가 꿈틀거리며 부정적인 감정을 막았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진남을 보더니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진남은 안색도 변하지 않고 매우 담담했다.
"이 자식은 추격을 당하면서도 경지가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높아지다니, 진짜 대단하구나……."
용호가 속으로 몇 마디 욕하더니 조금 후회됐다.
'일찍 알았으면 진남하고 같이 심사에 참가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인기를 진남이 빼앗아 갈 게 뻔하잖아. 그럼 어떻게 여자를 꼬시지?'
"응? 청심옥적(淸心玉笛) 무혼, 호마신공(護魔神功), 어신환(禦神環)……."
부정적인 감정이 강했지만 진남에게 여전히 아무런 영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진남은 한가하게 제자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공법과 무혼을 보고 견식을 넓혔다.
이 층의 웅 부 영장, 허오, 왕노도 진남을 발견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의 표정만 봐도 설몽 등급의 천재들보다 약하지 않은 것 같았다.
두 번째 향이 타는 시간도 매우 빠르게 지났다.
그동안 탈락한 이들이 크게 증가해 사백여 명의 천재들이 모두 일 층 대전에서 물러났다.
용호, 설몽, 능무쌍도 체내의 기운을 점차 드러내서 통과했지만, 첫 번째 관문처럼 그렇게 담담하지 않았다.
"축하한다. 너희들은 현무영의 제자가 되었다."
웅 부 영장이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알려주도록 하마. 수라환경은 모두 오 단계로 나뉜다. 너희들은 앞의 두 단계를 성공적으로 버텨냈다. 이제부터 세 단계는 조심하거라!"
그 말에 천장 꼭대기의 수라가 뿜던 빛이 다시 한번 폭등하고 등 뒤에 세 번째 날개가 나타나 육익수라(六翼修羅)로 되었다.
크헝!
수라의 한 쌍의 피에 굶주린 눈으로 아래쪽을 보며 포효했다.
그의 입에서 뿜어 나온 핏빛이 혈기로 변했다.
혈기들은 마치 영성이 있는 것처럼 하늘 땅을 뒤엎고 사납게 아래에 있는 삼백여 명의 천재들에게 달려들었다.
혈기는 사람의 모공을 통해 체내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천재들은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펑 펑 펑!
부딪히는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세 번째 단계가 시작되는 순간 적어도 백여 명의 천재들이 저항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잘 왔다!"
설몽과 능무쌍 양대 천재가 거의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그들의 등 뒤에 여섯 개의 금빛, 다섯 개의 금빛이 반짝이고 온몸의 무혼을 최대한 드러냈다.
"크롸아아!"
용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용호였다.
그는 용호의 힘을 최대한 움직여 용의 울음소리를 냈다.
다른 천재들도 잇달아 비장의 수를 드러내 세 번째 환경에 저항했다.
"좋다, 좋아. 이번 삼영 선발대회의 천재들은 작년의 천재들보다 훨씬 높구나. 세 번째 단계의 환경을 열어서야 일부는 무혼을 드러내고 일부는 비장의 수를 써 저항하는구나."
웅 부 영장이 아래 천재들의 표정을 훑어보더니 칭찬을 금치 못했다.
왕노와 허오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시선을 움직이던 웅 부 영장의 목소리가 뚝 끊어지더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왕노와 허오도 모두 당황했다.
웅 부 영장은 현무영 부 영장이다.
실력이 그들보다 못했지만, 이렇게 경악한 적은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은 의심스런 눈빛으로 웅 부 영장의 눈길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들은 호흡이 살짝 멈췄다.
'세 번째 단계의 환경에서 이렇게 침착하다고?'
침착한 사람은 진남이었다.
수라환경은 세 번째 단계로 높아졌지만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그의 체내에 주입되자 바로 보이지 않는 원신에 눌려 부서져 전혀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설몽과 능무쌍은 대단하구나."
진남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설몽의 무혼은 바로 거추였다.
강렬하고 포악하고 사악한 기운이 침범할 수 없었다.
능무쌍의 무혼은 장검이었다.
위력이 설몽의 무혼과 비교가 되지는 않았지만, 장검은 깨끗하고 강직한 기질이 있었다.
악마를 잘 제압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저자는 대체 누구지? 어디서 튀어나온 자지……?"
설몽과 능무쌍은 모두 진남을 발견하고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천재들의 경악한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그들은 양대 천재 외에 또 한 명의 천재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겉으로 봐선 양대 천대보다 더 강한 것 같았다.
펑! 펑! 펑!
세 번째 단계 환경의 위력은 엄청났다.
천재들이 연속으로 대전 밖으로 밀려났다.
한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오직 칠십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