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백호성
소칠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광막을 바라봤다.
광막을 본 그는 바로 어리둥절했다.
그뿐만 아니라 석개 그리고 다른 천재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왜냐하면 광막에 천천히 나타난 모습은 단청의 모습을 한 진남이었다.
"풉!"
이 광경을 본 용호가 입안의 술을 바로 내뿜었다.
'진남은 사대 세력이 연합하여 추격하고 있지 않나? 어떻게 봉황영의 제자가 된 거지?'
"이거……"
소칠, 석개 등은 당황하여 입을 벌리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 자식이 봉황영의 제자라니?'
이 광경을 본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두 번째 성으로 들어올 때 이미 여러 세력이 노리고 있었구나. 나는 아직 봉황영에 들어갈지 결정하지 않는데…….'
"네, 네가 어떻게……."
제일 놀란 것은 석개었다.
그는 무종 경지인 자의 신분이 봉황영의 천재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왜 불가능하지?"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방금 누군가 방해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난……."
석개는 정신을 차렸다.
이 정보는 절대 틀릴 리 없었다.
진남이 겨우 무종 경지밖에 안 되는 건 그가 경지를 숨겼기 때문이었다.
석개의 마음속에서 한기가 솟아올랐다.
성문 어귀에서든 주루 안에서든 그는 번번이 진남을 몰아세웠다.
만약 진남이 참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일찍 재수없는 일을 당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석개는 이마에 식은땀이 나고 몸도 떨렸다.
"꺼지거라!"
진남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보았다.
석개는 몸이 싸늘해졌다.
방금 진남이 뿜던 살기를 생각하자 계속 남아있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황급히 떠나갔다.
다른 천재들은 이 광경을 보자 눈에서 안도의 빛이 드러났다.
방금 그들은 진남을 멸시했지만 석개처럼 대놓고 조롱하지 않았다.
아니면 지금 진남의 신분을 알게 되고 틀림없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소칠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를 속이셨군요."
만약 진남이 일찍 신분을 밝혔다면 그가 어찌 석개가 이렇게 건방진 걸 보고 있었겠는가?
아마 진작에 석개를 쫓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진남에게 영패를 줬을 것이다.
물론 소칠은 진남이 신분을 밝히려고 했을 때 자신이 그의 말을 끊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단청이요. 소칠 공자 영패를 줄 수 있겠소?"
진남이 공수하며 말했다.
"단청 도우, 도우는 봉황영의 사람이라 백호성에 들어가는데 영패가 필요 없소."
소칠이 머쓱해서 말했다.
"그렇군요."
진남이 침묵하더니 방금 석개가 한 말이 생각나 물었다.
"소칠 공자, 삼영 선발대회는 무엇이요?"
"설마 도우는 삼영 선발대회에도 참가할 생각이요?"
소칠은 살짝 당황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천재들도 당황했다.
'설마 단청이 백호영에도 들어가려는 건가?'
봉황영은 기초나 여러 면에서 백호영 못지않았다.
다만 봉황영에서 매년 천재 제자를 모집하는 수가 너무 적었기에 봉황영은 서열 이 위였다.
소칠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바로 대답했다.
"삼영 선발대회는 규칙이 아주 간단하오. 여러 천재들이 백호성 안에 들어가 심사를 하오. 그리고 삼영의 심사관들이 선발하오. 내일 백호성 안에서 삼영 선발대회가 진행되오."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삼영 선발대회는 전에 진행했던 양대 성지 제자 선발대회와 같고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금 봉황영으로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소. 내일 선발대회에 가도 괜찮소."
진남이 마음을 정했다.
소칠이 진남의 눈치를 보더니 떠보듯 물었다.
"이렇게 합시다. 단청 도우, 오늘은 우리 한심객잔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내가 도우들을 데리고 가겠소. 어떻소?"
"그럼 잘 부탁하오."
진남이 공수하며 말했다.
그는 백호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소칠이 안내한다면 꽤 편리할 것 같았다.
술자리가 계속됐다.
그 사이 용호가 마음에 들어 한 여인은 여러 번 진남에게 말을 걸었다.
용호는 우울해졌다.
소칠이 사과의 뜻으로 진남에게 백 병이나 되는 화영주를 준비해 주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진남은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아침, 소칠의 안내하에 백호성으로 향했다.
* * *
백호성 방원 오십 리 내에서는 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빠른 걸음으로 오갔다.
성문 아래에 이르자 사람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성문은 온통 시커멨다.
위에 커다란 쇠못이 박혀 있었다.
성문 중앙에는 "백호성"이라는 큰 글자가 쓰여 있었고 큰 글자 아래에 길이가 몇십 장인 용머리가 걸려있었다.
영패를 내보인 후 그들은 성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정경을 보자 진남마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백호성의 도로는 매우 넓었고, 사방으로 통해있었다.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궁전의 중앙에는 커다란 금색황궁이 있었다.
황궁은 눈부신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짙은 제황의 위압을 느낄 수 있었다.
백호성의 큰길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매우 흥성했다.
대부분 무황 경지 강자였고 무존 강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무종 강자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방대한 백호성에 무인이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 힘들구나. 마치 온 상역의 강자들이 모두 모인 것 같다. 게다가 여기는 그저 황도일 뿐이잖아.'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방금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주위를 훑어보았다.
어느 궁전이나 제대로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우리 백호성에서는 황실이 첫 번째이고, 상도맹 본부가 두 번째이고, 십대 제후가 세 번째요. 삼대 천재군단도 황실의 휘하에 속하오."
소칠이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용호만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을 뿐 진남 등은 모두 자세히 듣고 있었다.
백호성의 세력 분포에 대해서도 점차 뚜렷해졌다.
"여러분, 백호성 내에서는 손을 쓰면 안 되오. 주의하시오. 아니면 자네들이 천재라 해도 집법대가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일 수 있소."
마지막에 소칠이 엄숙하게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제 왜 백호성이 하루에 천 개의 영패만 발급하는지 드디어 알았다.
그건 백호성이 제기이고 또 황실, 상도맹 총부가 있는 곳이라 규칙이 엄격하고 무예를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역 동주에서는 감히 이들을 공격할 사람이 더욱 없었다.
때문에 추격당하던 무인들은 백호성 안에 숨어들어오면 매우 안전했다.
"여기는 연무전이요. 삼영 심사장소이기도 하오. 단청 도우, 이곳에 들어가면 되오."
소칠이 웃으며 말했다.
여인, 그리고 석개 등은 모두 이미 현무영에 선발됐기에 심사할 필요가 없었다.
전문적인 곳에 가서 등록만 하면 누군가 그들을 인솔하여 현무영으로 안내할 것이었다.
"나도 남겠다. 난 믿을 수 없다. 네가 봉황영에 들어갈 수 있는데 내가 들어갈 수 없다니……."
용호가 분노하며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앞에 높이가 사백 장, 면적이 방원 천 리인 대전이 있었다.
대전은 온통 청색이었고 기세에는 옛날의 운치가 가득했다.
아무런 특색이 없었지만, 얼핏 보기만 해도 뇌리에 박혀 잊을 수 없었다.
연무전 문어귀에는 천재들이 안으로 들어가느라 매우 시끄러웠다.
"소칠 공자 감사하오."
진남은 공수하더니 더 말하지 않고 용호를 거느리고 연무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단 도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난 꿈에서도 봉황영에 들어가고 싶은데……."
진남이 떠나자 소칠의 옆에 있던 몇 명 천재가 참지 못하고 한탄했다.
물론 그들이 만약 단청이 바로 진남이고 게다가 봉황영의 사람이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다는 걸 알았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칠은 이 말을 듣자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직감적으로 단청이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봉황영의 마음에 든 천재 제자라는 신분이라도 충분하다. 이 자의 소식을 셋째 형님에게 알리자."
소칠 공자는 영패를 하나 꺼내더니 그 속에 신념을 전했다.
다른 천재들은 이 영패를 보자 안색이 모두 세게 흔들렸다.
'황실의 영패다. 소칠 공자는 신분이 평범하지 않구나.'
* * *
연무전 안은 인파가 넘실대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로 매우 시끄러웠다.
진남과 용호가 들어서자 시녀가 다급히 걸어와 그들에게 영패를 두 개 건네주었다.
각각 천삼 호, 천사 호였다.
"여기는 미녀가 많구나."
용호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여인들을 보자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영 선발일 뿐인데 이렇게 많은 천재들이 오다니."
진남의 왼쪽 눈에 뇌광이 살짝 스쳤다.
대전 안에는 수천 명의 천재들이 있었다.
그중 수백 명만 경지가 무종 정상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황 강자였다.
또 몇십 명의 천재는 무황 팔 단계의 경지에 도달해 기운이 매우 무서웠다.
진남은 적지 않은 사람들의 무혼이 모두 지급 삼품 심지어 지급 사품에 도달한 걸 발견했다.
다만 여기에는 상역 동주의 최고의 천재는 없었다.
왜냐하면 진정한 최고의 천재들은 삼영에서 이미 암암리에 모집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이때, 한 청년이 밖에서 연무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무황 경지 오 단계의 기운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전부 드러냈다.
연무전 안에는 천재들이 모여있었고 숨은 고수들이 많기에 아무도 감히 이렇게 대놓고 기운을 드러내지 못했다.
때문에 청년의 움직임은 바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 능무쌍이잖아? 능무쌍은 지급 오품 무혼을 가지고 있고 진작에 삼대 영의 마음에 들었는데 왜 삼영 선발 대회에 참가하러 왔지?"
한 무인이 청년의 신분을 발견하고 말했다.
그의 말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뭐? 잘못 안 거 아니야? 지급 오품 무혼은 청룡영에도 바로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 와 삼영 선발 대회에 참가하다니?"
"내가 보기에 능무쌍은 일부러 참가하러 온 것 같아. 위엄을 뽐내려는 걸 거야!"
"쉿, 조용해. 지급 오품 무혼이면 그의 앞길은 우리보다 훨씬 좋을 거야."
많은 천재들은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삼영 선발 대회는 삼영에 바로 선택되지 못한 천재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그런데 능무쌍이 와서 그들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 못마땅했다.
"수선 떨지 말고 다들 조용하거라!"
이때, 매우 불쾌한 외침이 밖에서 울려 퍼졌다.
외침을 듣자 능무쌍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누가 건방지게 감히!'
피부가 건강한 구릿빛인 여인이 큰 검을 메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녀는 매우 강한 살기를 뿜고 있어 사람들은 오금이 저렸다.
전신의 왼쪽 눈으로 훑어본 진남의 눈에도 이상한 빛이 드러났다.
이 여인은 육신이 매우 강했다.
마치 한 마리의 사람 형상의 사나운 용 같았다.
그의 존자의 몸에 비해서도 조금 못할 뿐이었다.
이 여인을 보자 능무쌍은 눈을 심하게 찌푸리며 말했다.
"설몽(雪夢)! 네가 삼영 선발 대회에 참가하러 오다니! 봉황영에서 이미 너를 택하지 않았느냐?"
"설몽? 설몽이라고?"
"저 여인은 두 번째 성의 성주의 딸이다. 소문에 지급 육품 무혼을 가지고 있대."
"무엇이라고? 지급 육품 무혼이라고?"
"헉!"
대전 안의 천재들이 안색이 일제히 크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