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312화 (312/1,498)

312화 영패 하나만 줄 수 있소?

"너!"

여인은 용호의 말을 듣자 부끄럽고 화도 났다.

하지만 한심객잔에서 그녀는 손을 쓸 수도 없었다.

"됐다. 그만하거라."

진남이 걸어가 용호의 어깨를 쳤다.

이어 그 여인을 향해 공수하고 말했다.

"아가씨, 방금 저의 형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주십시오."

"쳇!"

여인은 진남을 힐끔 보더니 콧방귀를 뀌면서 돌아섰다.

"응?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느냐? 진……."

용호는 진남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뭔가 말하려 했다.

그는 진남이 눈을 부릅뜨자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이상하게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너 잡히지 않았어?"

'이 자식 때문에 동역 전체가 시끄러운데, 무사히 두 번째 성에 나타나다니.'

진남이 눈을 흘기며 물었다.

"너는 무슨 일로 두 번째 성으로 왔느냐?"

용호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전에 현무영의 사람이 나를 만난 후 줄곧 자신들 백호영에 가입하라고 부탁했어. 영감탱이가 나이도 있고 가여워서 동의했어."

"현무영?"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어떠냐? 대단하지?"

용호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안심하는 빛이 드러났다.

'이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상역에 와서도 풍류를 일으킬 수 있구나.'

이때, 한심객잔 이 층에서 소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영의 천재들은 이 층으로 모이시오. 여기 좋은 술이 몇 주전자 있는데 여러분하고 같이 맛보고 싶소."

말이 끝나자 방금 용호와 말다툼하던 여인, 석개, 그 외에 두 청년이 마치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이 층으로 올라갔다.

"가자, 우리도 가자. 백호성에 들어가는 영패를 얻으려면 저 자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용호가 진남의 어깨를 두드리며 형이 도와주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백호성에 들어가는 영패?"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용호가 말했다.

"백호성은 매일 천 명의 인원밖에 못 들어가. 네가 들어가려면 설령 네가 삼영의 제자라고 해도 반드시 영패가 있어야 한다. 영패를 얻으려면 오천 개 원석이 필요하지. 허허, 작은 성이 이렇게 격식을 따지다니……."

용호의 말투는 마치 백호성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듯했다.

"그렇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용호를 따라 이 층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겨우 반쯤 갔을 때 하인이 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공자, 정말 죄송한데 공자는 삼영의 사람이 아니기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호가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너 눈치가 이렇게 없느냐? 내 아우인 게 안 보이냐? 설마 이 내가 사람 한 명을 데리고 가는 것도 안 된다는 거냐?"

하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이 층에서 소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분을 올라오시게 하거라."

"흥! 많이 배우거라. 네 주인이 얼마나 일 처리를 잘하느냐."

용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상역에서 진남을 만났으니 그는 진남 앞에서 잘난 체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인이 나서서 저지하여 그는 체면이 많이 깎였다.

진남은 용호를 따라 이 층에 들어갔다.

이 층은 진법으로 일 층과 나뉘어져 있었다.

가운데 가짜 산이 하나 있고 가짜 산 아래에 맑은 물이 흐르고 양옆엔 여인이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다.

뒤에는 옥돌로 만든 커다란 상이 놓여 있었다.

소칠이 옅은 미소를 짓고 상석에 앉아 있었다.

용호가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더니 또 껄껄 웃었다.

다른 천재들은 참지 못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여인의 눈에도 혐오스러움이 나타났다.

"이 층은 오직 삼영의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데 넌 뭐 하러 왔느냐?"

석개는 방금의 광경을 다 보고 있었다.

그는 진남을 보자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다른 천재들은 진작에 진남을 관찰했었다.

무종 기운이라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뭐? 내 아우가 들어오는데 너에게 보고까지 해야 하느냐?"

용호가 눈썹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승복하지 못하면 우리 한번 겨뤄보자!"

"천박하구나!"

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걸핏하면 싸우겠다고 하지 말거라."

석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반격했다.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유명한 분들이고 모두 현무영에서 모집한 천재들이다. 이따 소칠 공자도 우리와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 것 같은데 삼영에 속하지도 못한 네 아우가 이 층으로 올라오는 게 말이 되느냐?"

석개는 건방졌지만 총명해 말에 실수가 없었다.

다른 여러 천재들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호는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그는 온몸의 기세를 펼쳐 손을 쓰려했다.

이때, 소칠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괜찮소. 싸우지 마시오. 괜찮으니 중요한 일을 상의합시다."

주인이 말하자 석개는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용호도 석개를 째려보더니 손을 쓰지 않았다.

"다들 알겠지만 백호성에 들어가는 정원은 하루에 천 명뿐이요."

소칠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현무영의 천재이고 곧 백호성으로 들어가 백호영에 가입하기를 신청하려는 것이죠. 내게 마침 영패가 몇 개 있어서 여러분에게 나눠줄 수 있소. 다만, 여러분이 정식으로 현무영에 들어간 후 제가 어떤 일들을 부탁하려고 하는데 여러분이 사양하지 말았으면 하오."

말을 듣자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소칠, 수단이 좋구나. 백호성의 정원 제한을 이용해 여러 인재들과 관계를 맺고 인재들이 자신에게 빚을 지게 하려는 것이구나.'

"능력 범위 내에서 소칠 공자가 부탁하면 나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돕겠소."

한 천재가 공수하며 말했다.

"전 이견 없어요."

여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석개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여러분 고맙소."

소칠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여러분이 출세하는 걸 축하하기 위해 잠시 후 여러분에게 우리 한심객잔의 좋은 술을 대접하겠소."

천재들이 잇달아 동의했다.

이 광경을 본 진남이 한참 침묵하더니 공수하며 말했다.

"소칠 공자 나에게 영패를 하나 줄 수 있소?"

진남의 말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영패 한 개는 오천 개의 원석이다. 게다가 하루에 천 개밖에 발급하지 않는다.'

'설사 돈이 있다 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현무영의 많은 천재들이 소칠 공자에게 빚을 지더라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종 경지의 존재가 형제의 관계로 이 층으로 올라온 것도 드문 일인데 영패까지 바라다니?'

석개가 제일 먼저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재미있구나. 고작 무종 경지가 영패를 가지려 하다니? 네 수준으로 백호성에 들어가서 뭘 하려는 거냐? 설마 삼영 선발대회에 참가하려는 거냐?"

현무영, 봉황영, 백호영에서 제자를 받아들이는 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사람을 여러 성 혹은 마을에 보내 심사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 백호성에 들어가 심사에 참가하는 것이다.

분천고국이 이렇게나 넓은데 삼 대 영이 어느 곳이나 모두 다녀올 리 없었다.

주위의 천재들은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진남의 경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남이 상황 파악을 못하는 것이었다.

소칠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령 그가 수양이 높다고 해도 기분이 나빴다.

'이 영패는 팔려고 하면 서로 사겠다고 할 것이고 한 개를 만 개의 원석에 판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테다.'

진남은 소칠의 어려움을 보아내고 공수하며 말했다.

"소칠 공자, 만약 이 영패를 나에게 주면 나중에 만약 부탁할 일이 있으면 나는 최선을 다해 돕겠소. 그리고 나는 봉……."

진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칠이 손을 저어 진남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이 영패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들어가고 싶으면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오."

옆에 있던 용호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이 일로 소칠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술을 올려라!"

소칠이 손을 저었다.

일 층에서 아름다운 시녀들이 몰려왔다.

시녀들은 모두 손에 은쟁반을 들고 있었다.

은쟁반에는 붉은 옥병이 놓여 있었는데 옥병 안에는 영기가 넘치는 붉은 술이 출렁이고 있었다.

"이 술은 화영주(火靈酒)요. 화호황(火狐皇)의 타액에서 얻은 것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지보를 넣고 백 일을 걸려 만든 것이요. 오늘 여러분을 만나 기쁘오. 각자 모두 열 병씩이니 걱정없이 마실 수 있을 거요."

소칠이 당당하게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화영주가 배에 들어가면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화영주를 보자 진남은 저도 모르게 묘묘 공주의 부탁이 생각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는 아홉 병을 저장 주머니에 넣고 한 병만 꺼내서 천천히 맛보았다.

그의 이런 행동을 본 사람들은 더욱더 멸시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석개는 이 광경을 보자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

"재미있군, 참으로 재미있어. 이 술은 소칠 공자가 우리에게 마시라고 준 것인데 네가 그걸 챙기다니. 설마 너 그걸 챙겨 영석과 바꾸려는 것이냐? 창피하지도 않느냐?"

소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진남의 눈썹을 찡그리더니 눈에 한기가 스쳤다.

석개가 오는 길에 줄곧 이상한 소리를 하여 진남은 그가 싫었다.

"아이구, 설마 싸우기라도 하려고?"

석개는 진남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계속 놀렸다.

"적당히 설쳐라."

아무런 징조 없이 진남이 폭발했다.

그는 엄청난 살기를 뿜었다.

"너……."

석개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인재들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나타났다.

'무종 경지가 아닌가? 왜 이자의 살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 설마 경지를 숨겼나?'

진남이 막 손을 쓰려고 하는데 백발노인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 방금 우리 소식을 받았는데 봉황영의 한 천재가 우리 두 번째 성에 왔답니다. 게다가 아직 백호성에 들어오지 않고 아직 성 안에 있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봉황영!'

"뭐라고요?"

소칠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드러났다.

봉황영, 백호영의 천재들은 모두 특권이 있어 바로 백호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대개 두 번째 성, 세 번째 성, 네 번째 성에 머무르지 않았다.

백발 노인이 숨을 고르고 말했다.

"이것이 그자의 초상화입니다."

말하면서 그는 정석을 하나 꺼냈다.

정석에서 부드러운 빛이 뿜어 나오더니 천천히 사람 형상을 이루었다.

형상은 점차 뚜렷해졌다.

소칠이 형상을 보면서 강력하게 지시를 내렸다.

"빨리 사람을 보내 두 번째 성을 전부 수색하시오. 봉황영의 천재를 찾아 그를 한심객잔에 모셔오시오. 만약 그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백발노인이 사태의 긴급함을 느끼고 서둘러 물러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