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311화 (311/1,498)

311화 저놈이 왜 여기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세 개의 큰 성이었다.

이 세 개의 큰 성은 모두 제구성보다 족히 한 배는 컸고 기운이 엄청났다.

세 개의 성도지기였다.

세 개의 큰 성 중심에 크고 넓은 검은 성이 우뚝 솟아있었다.

마치 태고에서 온 신령스러운 큰 짐승이 땅에 내려앉은 듯했다.

세 개의 큰 성은 이것과 비하면 완전히 아이와 사내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검은 큰 성은 전혀 화려하지 않고 아무런 눈부신 빛이 없었다.

그러나 얼핏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백호성이었다.

두 번째 성, 세 번째 성, 네 번째 성에 둘러싸여 마치 많은 별들이 달을 받들고 있는 것 같았다.

백호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 세 개의 성지를 통과해야 했다.

"백호성은 과연 대단하구나.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조금밖에 볼 수 없구나. 이는 백호성이 성도지기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야!"

진남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성도지기보다 더욱 대단한 것은 바로 제기(帝器)였다.

법보 중의 황제, 무도의 황제와 같아 제기라고 불리었다.

"가자, 먼저 두 번째 성으로 갔다 다시 백호성으로 들어가자!"

진남이 마음을 조절하고 가라앉은 후 몸을 날려 빠르게 다가갔다.

두 번째 성 성문어귀로 왔을 때 수위가 앞을 가로막았다.

"백 개의 원석."

수위는 진남을 훑어보았다.

그는 진남이 무종 경지밖에 안 되자 싸늘하게 말했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구성으로 들어올 때는 원석이 필요하지 않았잖아. 갖고 있던 원석은 이미 거의 다 먹어버렸는데……. 설마, 내가 고작 백 개의 원석 때문에 두 번째 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박대 당한단 말인가?'

"너 돈 없어?"

수위가 경멸하는 눈길로 바라봤다.

이때, 진남의 등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의 뒤에서 한 쌍의 마차가 달려왔다.

마차들은 범상치 않았다.

말은 신풍(神風)이고 요종 정상의 경지이고 차는 태고의 돌로 만들어져 무황 경지 강자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다.

"멈추거라! 두 번째 성 안에서는 마차가 달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

수위가 사납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차 안에서 청색 영패가 불쑥 튀어나와 수위를 향해 흔들었다.

진남은 그 영패에 현무신수가 새겨져 있는 걸 보았다.

"헉!"

수위는 놀라 태도가 확 바뀌어 말했다.

"현무영의 천재군요, 들어가십시오."

"그래."

마차 안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풍마가 큰 소리로 울더니 고의인지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 두 발을 들어 땅을 마구 밟더니 땅이 부서지더니 돌 부스러기들이 주위에 날렸다.

진남도 돌에 얻어맞았다.

"허, 왜 이렇게 건방지지……."

수위는 마차의 뒤 모습을 보며 낮은 소리로 욕했다.

한쪽에 서 있던 진남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현무영의 사람은 지나갈 때 원석을 바치지 않아도 되오?"

수위가 그런 진남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됐다, 작작 꾸물대거라. 원석이 있으면 들어가고 없으면 꺼……."

진남은 수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패 꺼내 그를 향해 흔들더니 돌아서 두 번째 성 안으로 들어갔다.

"너 서……."

수위는 말하려다 붉은 영패를 다시 자세히 생각해 보더니 안색이 크게 변했다.

'봉황영!'

* * *

분천고국 두 번째 성은 첫 번째 성인 백호성과 가장 가까웠다.

성 안에서 고개를 들면 백호성의 거무칙칙한 넓은 성벽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패가 꽤 쓸모 있구나."

진남은 거리에 서서 훑어보았다.

두 번째 성은 역시 달랐다.

그는 적어도 열세 명 존자의 기운을 느꼈다.

그중에는 존자 정상의 존재도 세 명이나 있었다.

"우선 좀 알아보자."

진남은 길을 따라 중앙으로 걸어갔다.

성 중앙에 분명 상도맹 분맹이 있을 것이다.

"응?"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중앙에는 상도맹 분맹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잡상인도 없었다.

커다란 한심객잔(閑心客棧) 하나뿐이었다.

객잔에는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 매우 흥성했다.

거기에도 무황 강자가 적지 않게 있었다.

진남이 방금 발을 들여놓자 어디선가 하인이 나타나 의젓하게 말했다.

"도우, 오늘 우리 한심객잔에서는 특별히 사람을 파견해 삼 영에서 제자를 모집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오. 들어가려면 원석이 천 개 필요하오."

"천 개의 원석?"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봉황영을 사용해보려 했다.

이때,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구나, 방금 백 개의 원석은 냈나 몰라?"

진남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허리춤에 현무영을 걸고 기질이 차가운 한 청년이 보였다.

그자는 실눈을 하고 사람을 볼 때 항상 고개를 쳐들고 있어 보는 사람의 기분을 불쾌하게 했다.

청년이 다가오자 하인이 눈이 반짝이더니 말했다.

"석우진의 제 일 천재인 석개시군요, 지금 객잔 안에 이미 네 분의 현무영의 천재께서 와 계십니다. 어서 안으로 드십시오."

"응."

석개는 살짝 고개를 끄떡이더니 기세 당당하게 진남을 힐끔 보더니 한심객잔으로 들어갔다.

"제정신이 아니군."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자식에게 호감이 없었다.

방금 성밖에서도 수위를 놀라게 하기 위해 아마 일부러 말발굽을 들었던 것 같았다.

"뭐라고?"

청각이 예민한 석개가 바로 걸음을 멈추고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에 현무영에서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후 석개는 매우 흥분했다.

일부러 제일 좋은 복장을 한 것도 다른 사람들이 그를 더 존경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목적을 이루었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존경했다.

그는 매우 만족하여 조금 들떠 있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백 개의 원석을 바치는 것마저 망설이고 고작 무종 경지인 자식이 그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욕할 줄이야.

"저……, 석개 도우. 우리 두 번째 성, 그리고 한심객잔에서는 싸움을 하면 안 됩……."

하인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다급히 말했다.

석개가 싸늘한 눈길로 진남을 주시하더니 말했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나에게 사과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겠다."

석개는 온몸의 경지가 무황 삼 단계 정도에 도달했고 또 지급 삼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어 범우, 계천효 등급의 천재와 같았다.

그의 말을 들은 진남은 석개를 발로 차버리려 했다.

이때, 온화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개 도우, 화낼 거 있소? 내 체면을 봐서 오늘 이 일은 없었던 거로 치고 넘어가면 어떻겠소?"

말소리와 함께 피부가 백옥처럼 하얗고 공자 차림을 한 청년이 한심객잔 문어귀에 나타났다.

"넌 또……."

석개는 욕을 퍼부으려 한 순간, 하인이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에게 눈짓을 해서 그는 욕을 멈추었다.

그는 미련하지 않았다.

한심객잔은 신비한 사람이 지었는데 두 번째 성의 성주도 조금 두려워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심객잔에 올 수 있는 사람은 부유하지 않으면 존귀한 사람들이나 또 천재들이었다.

"좋소, 그럼 자네 체면을 봐주겠소."

석개는 가까스로 분노를 삼키며 진남을 향해 눈을 부릅뜨더니 주루 안으로 들어갔다.

"도우, 이름이 뭐요? 난 소칠이요."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좀 전의 일은 미안하오. 내가 한심객잔을 대신해 사과하겠소. 이렇게 합시다. 오늘은 자네의 문표를 받지 않고 들여보내 주겠소. 어떻소?"

"고맙소."

진남은 공수하고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짝 소칠을 훑어보았다.

훑어보더니 진남의 눈에 놀란 빛이 스쳤다.

소칠의 체내에 옅은 금룡지기(金龍之氣)가 있었다.

금룡지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제황의 위압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소칠의 무혼과 경지도 보아낼 수 없었다.

무성 강자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금의 진남이었는데도 말이다.

"우리 함께 들어갑시다."

소칠이 말하면서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은 마음이 가라앉히고 빨리 따라갔다.

객잔에 들어간 후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객잔은 매우 컸다. 일 층은 방원 백 리가 되었다.

백 리 안에 일곱 가지 빛이 떠 있었다.

눈부시진 않았지만 부드러운 빛이 일곱 개 구역으로 나누었다.

모든 구역은 안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 외에 진남은 객잔 아래에 대진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대진은 매우 강했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하여 "한심"이 딱 맞는 이름이었다.

"이 객잔이 어떻소?"

소칠이 물었다.

"괜찮소."

소칠의 눈에 이상한 빛이 드러났다.

'무종 경지의 무인이 이렇게 무덤덤하게 괜찮다고 하는 사람을 처음 보네. 설마…….'

소칠은 진남을 뚫어지게 보더니 손을 흔들어 예쁘게 생긴 시녀를 불러와 그녀더러 직접 진남에게 설명해주라고 하고 자신은 이 층으로 걸어갔다.

시녀의 설명을 듣고 진남은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일곱 개 구역은 각각 하역의 움직임, 강자의 소식, 천재의 소식, 삼영 선발, 태고 비경,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법보 전설을 가리켰다.

구역마다 모두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제공하는 모든 소식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진남이 하역의 움직임 구역에 들어갔다.

산양 수염을 기른 노인이 흥분한 표정으로 자유분방한 기세가 높았다.

"사대 세력이 제구성에 사람을 파견했는데 웬걸? 진남이 아예 없었대! 진남은 어디로 갔을까? 무성 강자들은 천험산맥으로 갔을 거라 생각하고……."

무인들은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진남은 지금 상역 동주에서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다.

진남은 이마에 땀이 흥건하여 삼영 선발 구역으로 들어갔다.

그는 현무영, 봉황영, 백호영에 대한 이해가 매우 적었기에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이해하려 했다.

안에 들어서자 진남은 석개가 보였다.

석개도 진남을 보더니 눈에 비웃음이 드러났다.

석개를 제외하고 진남은 또 적지 않은 천재들을 보았다.

그중 한 여인은 석개보다 강했다.

지급 사품 무혼, 무황 오 단계의 경지였다.

진남은 무심결에 한 청년을 발견하고 표정이 굳었다.

청년은 독특한 표식이 있었다.

이마에 큰 혹을 달고 있었는데 매우 선명했다.

청년은 한창 지급 사품 무혼의 여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가끔씩 허허 웃으며 푹 빠져있었다.

'용호잖아?'

진남이 말하려는데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자식! 계속 보면 네 눈을 뽑아 버리겠다!"

지급 무혼의 여인이 돌아서더니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화를 내는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구역의 모든 천재들이 어리둥절하여 돌아서 조롱 섞인 눈빛으로 용호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 여인이 현무영에서 받아들인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호가 허허 웃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사람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소. 아가씨가 이렇게 예쁘게 생겨 나의 시선을 끌었는데 어떻게 내가 아가씨를 본다고 나무할 수 있소? 아가씨가 너무 예쁘게 생긴 탓이잖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