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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10화 (310/1,498)

310화 나중에 보자

"분천고국에서 전해 온 소식이 진짜였소. 진남이 여기 도겁을 하여 이곳의 뛰어난 무인들을 모두 죽였소."

문도 일노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 무왕 경지 정상의 무인을 잡아보더니 사납게 말했다.

"진남은 어디 갔느냐?"

"존, 존자가 어디론가 보냈습니다."

무인은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보냈다고?"

문도 일노는 어리둥절했다.

다시 물어서야 진남은 뇌겁이 제구성의 모든 무인들을 전부 죽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봉황영의 강자더러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봉황영이라! 제구성의 폐물들을 죽이는 게 무슨 상관있다고 진남을 보내다니! 진남을 붙잡은 후 다시 결판을 내야겠다!"

문도 삼노는 모두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난 천험산맥으로 가겠소. 자네들은 동서 방향으로 가보시오!"

그들은 갈라져 자신이 맡은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떠난 후 분천고국, 만향루, 상도맹의 무성들이 잇따라 도착했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동시에 흩어졌다.

하루 사이에 상역의 사대 세력들이 모두 놀랐다.

그들은 한 명의 제자를 쫓기 위해 무성 강자들이 전부 나선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사대 세력의 거두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무성을 파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건 반드시 진남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남은 만 리 뇌겁을 일으키고 청룡 성주, 차천초와 연관이 있었다.

만약 그가 계속 성장하면 그들 사대 세력에게는 엄청난 재난이 될 것이다.

* * *

천험산맥.

진남은 상역에서 벌어진 일을 몰랐다.

그는 한참 침묵한 후 갖고 있던 혼돈지기를 전부 구리거울에 주었다.

구리거울 속 여인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나는 아직도 너무 약하다. 계속 강해져야 한다. 청룡 성주와 전신의 왼쪽 눈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결심하고 한참 고민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맞아, 아까 봉황영의 백발 왕노가 나에게 영패를 주셨지."

진남은 영패를 꺼냈다.

영패는 주홍색이었는데 봉황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봉황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하여 보기만 해도 두려웠다.

진남이 기운을 뿜어 영패 속에 주입하자 빛이 반짝이더니 백발 왕노로 변했다.

"진남, 네가 지금 사대 세력의 추격을 받고 있는 걸 안다. 그러나 우리 봉황영은 너의 신분을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네가 성공적으로 도겁하면 난 부영장의 신분으로 너를 봉황영에 들어오게 하겠다. 이 영패는 봉혈영(鳳血令)이다. 이 영패가 있으면 넌 백호성으로 들어와 봉황영의 책임자를 찾을 수 있다."

백발 왕노는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백발 왕노는 진심으로 요청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범의 입으로 끌어들이는 걸까?'

"만약 그가 정말로 나를 해치고 싶다면 제구성에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쓸 수 있었어. 이렇게 애를 써 나를 천험산맥까지 불러올 필요가 없었어. 이 사람의 말은 어느 정도 믿을 만해."

한참 분석을 거쳐 진남은 계획을 세웠다.

'봉황영에 가든 어쩌든 백호성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우선 가보자. 때가 되면 다 해결되겠지."

진남은 몸을 날려 빠르게 날아갔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의 피에서 꿈틀거림이 전해왔다.

"뭐지?"

진남은 살짝 당황하며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진남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의 피에서 광점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광점들은 그의 피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경맥을 지나 모공으로 뿜어 나왔다.

광점의 떨림은 작은 벌레 같았다.

잠깐 후 광점이 스스로 모여 진짜 같은 거울로 변했다.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이 거울은 분명 법보인데……. 어떻게 내 피에서 나왔지?'

"야, 진남."

낭랑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울에 예쁜 얼굴이 나타났다.

묘묘 공주였다.

"묘묘 공주? 너……."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 못났어."

묘묘 공주가 귀찮다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건 환상 거울이다. 우리 둘은 혈서를 맺지 않았느냐? 나는 혈서를 통해 이 법보를 너에게 전달했다. 그럼 어디에서도 전음할 수 있다."

"그렇구나."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놀란 표정을 짓고 물었다.

"신기한 법보구나. 어떻게 얻었느냐?"

"어떻게 얻긴. 당연히 빼앗았지."

묘묘 공주의 눈에 멸시가 가득했다.

'이 자식은 하인 노릇을 어떻게 한 거지? 나의 이런 온화한 작풍도 잘 모르다니.'

"……."

진남은 뭔가 생각난 듯 다급히 물었다.

"공주, 지금 어디 있느냐?"

"나? 알려줄 수 없다."

묘묘 공주는 뾰로통해서 말했다.

"누가 너더러 함부로 나를 보내버리라고 했느냐?"

"그건……."

진남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장난하지 않을게."

묘묘 공주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있는 곳에 너는 아직은 올 수 없다. 때가 되면 말해줄게. 아참……."

묘묘 공주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방금 소식을 받았다. 네가 제구성에서 도겁한 사실을 사대 세력이 이미 알게 되었다. 그들은 많은 무성들을 파견하여 너를 찾고 있다."

"많은 무성?"

이 말을 듣자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의 눈에 싸늘한 한기가 반짝거렸다.

'사대 세력이라……. 나를 죽이기 위해 자신들의 무성 강자들을 파견하다니!'

"우선 숨어있어라. 내가 목씨 아가씨를 치료한 후 너와 함께 사대 세력을 상대할게."

묘묘 공주가 아래턱을 쳐들고 말했다.

그녀의 말투로 보아, 그녀는 사대 세력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목씨 아가씨를 치료한다고?"

진남의 마음속의 의문이 더 커졌다.

'묘묘 공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아, 제구성에 좋은 술이 있더냐?"

묘묘 공주가 기대하듯 눈을 깜빡였다.

"술……?"

진남은 기침을 했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 며칠 줄곧 도겁하느라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공주는 술을 매우 좋아했던 것 같았다

"진남!"

묘묘 공주는 안색이 순식간에 확 어두워졌다.

"너 진짜 너무해! 분명 내가 술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 신경 쓰지 않다니!"

"그게……. 앞으로 꼭 주의할게!"

진남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지금 어찌 됐건 역천무황이고 전신의 왼팔도 각성했다. 그런데 묘묘 공주가 화를 낸다고 내가 불안해하다니?'

"너를 혼내주겠다!"

묘묘 공주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혼내겠다고?"

진남이 물었다.

"어떻게 혼낼 건데?"

"음, 너 앞으로 삼 리 가거라. 다음 왼쪽으로 돌아 다시 삼 리를 가서 그곳에 있는 물건을 뜯거라."

묘묘 공주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뭔가 생각난 듯 위협적으로 말했다.

"너 몰래 먹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너 내게 혼날 줄 알거라."

"……."

진남이 공주의 지휘에 따라 칠성초를 찾았다.

이 풀은 약효가 무화과 못지 않았다.

극품 영약에 속하고 얻기 매우 힘들었다.

"잘 보관하거라. 그리고 많이 약탈하거라, 이것저것 상관하지 말고 손을 써야 할 때면 손을 쓰거라. 경지가 너보다 약하기만 하면 모두 빼앗거라. 그러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거다."

묘묘 공주가 거드름을 피우며 진남을 교육했다.

마지막에 한마디를 더 보충했다.

"물론 모든 물건은 전부 반으로 나눈다. 음, 네가 말이 없으니 허락한 줄 알겠다."

환상 거울은 얼마 버티지 못했다.

대략 한 시진쯤 지나자 거울은 천천히 사라졌다.

공주의 말대로라면 환상 거울이 다음에 열리려면 보름이 걸릴 것이었다.

"공주는 안전한 것 같구나. 정말 다행이다. 지금 사대 세력이 나를 추격하고 있으니 홍진변신술로 신분을 바꾸고 백호성으로 가자."

진남은 단청으로 변하고 기운을 무종 경지로 눌렀다.

그는 경지가 역천무황까지 돌파하여 홍진변신술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다.

적어도 무성 강자는 그의 진면모를 보아낼 수 없었다.

진남은 빠르게 천험산맥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여러 개의 매우 강한 기운이 스치며 천지를 흔들었다.

문도 삼노 등 진남이 아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이 무성들은 신식으로 진남을 훑어보더니 바로 떠나고 신경 쓰지 않았다.

천험산맥은 하역과 상역의 어름이라 평소에도 많은 무인들이 드나들었다.

무종 경지의 무인은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사대 세력, 문도 노조, 문도 삼노……."

진남이 중얼거렸다.

지금 그는 역천무황이기에 일반적인 존자들을 만나면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무성 강자와 겨루기엔 조금 부족했다.

당청산은 하역 존자 중 으뜸가는 사람이었지만 무성 강자 앞에서 조금도 반격하지 못했다.

이를 보아서도 무성 경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보자……."

진남의 눈에 예리한 빛이 스치더니 백호성으로 걸어갔다.

백호성은 분천고국 경내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천험산맥에서 적어도 십만 리는 떨어져 있었다.

진남은 가는 길에 무황 경지의 요조를 항복시켜 요조의 등에 앉아서 이동하며 수련을 했다.

"나의 이 왼팔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전신의 왼쪽 눈이 빛을 펼쳤다.

경지가 돌파한 후 그의 동술은 무성 강자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신의 왼팔을 보면 여전히 희미했다.

진남은 왼쪽 팔을 움직였다.

그는 왼쪽 팔이 오른팔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힘만 더 센 건가?"

진남은 오른손을 들어 왼팔을 튕겼다.

지금 그는 존자의 육신을 이루었기에 손가락의 위력이 매우 대단했다.

무종 경지 정상의 강자를 죽이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펑!

왼팔에서 가벼운 소리가 나더니 아무런 힘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진남의 눈빛이 반짝였다.

"칼로 시험해보자!"

진남이 폭노 고도를 뽑아 들었다.

요조가 놀란 눈길로 보는 앞에서 모든 힘을 폭발해 왼쪽 팔을 내리쳤다.

쿵!

왼쪽 팔 전체가 윙윙하고 떨리는 소리를 냈다.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왼쪽 팔에 칼자국이 조금도 없었다.

"이 칼은 일반적인 무황 정상을 베어 죽이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이번에 진급할 때 왼팔은 방어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구나."

진남의 눈에 예리한 빛이 드러났다.

존자가 제일 강한 공격을 펼쳤을 때 진남은 왼쪽 팔로 막고 조금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저 몸이 흔들릴 뿐이었다.

이렇게 보면 대단한 방어지기가 생긴 것과 같았다.

"다시 다른 힘을 익히자."

진남이 중얼거렸다.

수련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매우 빨리 흘렀다.

스무날이 지나서야 그는 드디어 백호성에 도착했다.

* * *

백호성은 분천고국의 제 일 평원인 장성평원(葬聖平原)에 위치해 있었다.

평원은 드넓어 끝이 없고 녹음이 우거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소문에 분천고국이 성립된 후 적의 협공을 당했다.

그들의 호국신수 소일백호가 신위를 발휘하여 이곳에서 적과 싸워 상대방의 무성 강자 세 명을 죽였다고 했다.

때문에 이 평원은 "장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진남은 초원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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