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화 제구성에서 멀어져야 해
"이건……."
계씨 노조는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범씨 노조와 함께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구성의 무인들도 그 장면을 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천지뇌겁? 설마 천지뇌겁이야?"
"설마! 삼백 리잖아! 삼백 리나 되는 뇌겁이라고? 존자가 될 때도 이렇게 엄청난 뇌겁을 부르지는 못했어!"
"……."
충격받은 목소리가 제구성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
"설마 저자가?"
계씨 가문 노조와 범씨 가문 노조는 그리고 범호와 계무명은 충격을 받고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떠올라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을 확인한 그들은 냉기를 들이마셨다.
오탑진황 대진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풍겼다.
'삼백 리의 뇌운, 이건 저자의 뇌겁이다!'
"네가 삼백 리 뇌겁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
계씨 노조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호통을 치더니 타요편을 휘둘러 수많은 채찍 그림자를 만들어 진남을 가두었다.
범씨 가문의 노조가 큰소리로 외치더니 존자의 힘을 운행시켜 하나 또 하나의 진법을 펼쳐 범씨 저택을 감쌌다.
그는 진법으로 뇌겁의 힘을 대항하려고 했다.
"삼백 리밖에 안 된다고? 죄송합니다. 모든 게…… 이제 시작입니다!"
마지막 말을 마친 진남의 기운이 폭발하더니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제구성 사람들은 뇌겁이 어떤 자극을 받은 것처럼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보았다.
삼백오십 리!
사백 리!
뇌겁은 육백 리가 되어서야 드디어 멈추었다.
거대한 먹구름은 어둠으로 덮였다.
그중에서 엄청난 기운이 드러났다.
으르렁!
별안간 제구성의 기영이 엄청난 뇌겁의 기운을 느끼고 깨어나서 포효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계씨 가문 노조와 범씨 가문 노조 그리고 범호, 계무명은 눈앞에 벌어진 일에 경악했다.
육백 리나 되는 뇌겁이었다.
그들은 존자였지만, 이렇게 강한 뇌겁은 처음 봤다.
"뇌겁은 내려오너라!"
우르릉 쾅!
길이가 육백 리나 되는 먹구름 속에서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마치 홍수가 터진 것처럼 밀려오더니 양대 선조와 그 일행을 뒤덮었다.
엄청난 뇌정의 기운이 제구성을 전부 덮쳤다.
"아뿔싸!"
"이런!"
범씨 가문 노조와 계씨 가문 노조는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존자의 힘을 다급히 움직이고 방어 법보를 사용해서 여러 가지 빛을 만들어 사람들을 감쌌다.
하지만 양대 존자여도 육백 리가 되는 뇌겁의 힘을 당하기는 부족했다.
쿵! 쿵! 쿵!
무수한 뇌정이 쏟아져 내리더니 양대 노조의 기운을 쳐냈다.
제구성은 전부 흔들렸다.
"육백 리 뇌겁!"
"허, 저자는 괴물이야?"
무인들은 마음속에 한기가 떠올랐다.
그들은 더 이상 진남을 무시하지 못했다.
진남의 강인함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거……."
교철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진남의 안위를 걱정했는데 진남에게 뇌겁이 내려졌다.
그것도 엄청 강대한 뇌겁이 내려왔다.
이제 진남이 도겁을 하는 건 문제도 없었다.
범씨 노조 일행도 죽지 않으면 크게 다칠 것이었다.
교철은 저도 몰래 진남을 살폈다.
진남은 전혀 즐거운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무거웠다.
"응?"
교철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의 표정이 왜 이렇게 무겁지?'
진남은 양대 노조와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정신이 온통 전신 원영에 꽂혀있었다.
'전신 원영은 아직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육백 리의 뇌정을 불러왔다. 만약 힘을 전부 드러낸다면…….'
진남은 전신 원영이 삼 분의 일도 안 되는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안 돼, 제구성은 적어도 수만 명의 무인이 있어. 무인들은 나와 아무런 원한이 없다. 두 가족이 밉기는 하지만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돼…….'
진남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전신 원영을 진압했다.
진남은 자신을 건드리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복수를 했다.
상대방이 어떤 신분인지를 막론하고 물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는 냉혹한 살수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원한이 없는 사람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진남, 멈추거라!"
"진남, 우리가 잘못했다. 다시는 너에게 손을 대지 않으마!"
계씨 가문 노조와 범씨 가문 노조의 다급한 소리가 뇌운 속에서 울려 퍼졌다.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엄청난 뇌정에 맞아 연신 뒤로 물러섰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범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크게 다칠 게 분명했다.
두 노조는 고개 숙이고 잘못을 빌었다.
"이제야 잘못을 알았습니까?"
진남은 차갑게 웃었다.
쿵!
진남의 전신 원영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원영이 격렬하게 몸부림칠수록 진남의 심신도 흔들렸다.
"제구성의 무인들을 봐서 더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그 말만 남기고 성큼 걸음을 내딛더니 온 힘을 다해 제구성 밖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도중에 그는 범우를 힐끗 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뒀다.
범우는 순간 번개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몸을 덜덜 떨었다.
진남이 움직이자 육백 리가 되는 뇌겁도 같이 움직였다.
하늘 가득한 뇌정도 진남을 향해 내리꽂혔다.
진남의 몸에서 수많은 성공지뇌가 솟아올라 뇌정의 힘을 전부 막았다.
범씨 가문의 노조, 계씨 가문의 노조, 범호, 계무명은 진남이 뇌정을 끌고 가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표정에 여운이 남아있었다.
뇌겁의 힘은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진남을 놓치면 안 됩니다. 얼른 진남의 소식을 문도산에 전합시다. 그럼 우리는 어마어마한 상을 받을 수 있어요."
범호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진남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대로 놓아줄 수는 없었다.
"이제 그 방법밖에 없겠다."
범씨 가문의 노조와 계씨 가문의 노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교철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탄식했다.
'진남은 왜 이들을 용서했을까? 이들은 제 이익만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이고 고마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물론 교철은 여전히 제구성에서 살아야 하기에 침묵했다.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슉!
먼 하늘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 빛이 구름을 뚫고 제구성의 하늘에서 터졌다.
수많은 빛이 번쩍거리더니 커다란 혈색 봉황의 모습으로 변했다.
봉황은 날개를 펄럭이고 하늘에 대고 맑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사라졌다.
그 모습을 목격한 두 노조와 제구성의 사람들은 멍해졌다.
'저 그림은……. 봉황영의 사람들이 온 건가?'
슉! 슉! 슉!
별안간 몇 개의 그림자가 허공을 가로질러 제구성에 내려왔다.
그들은 구황자 송옥과 봉황영의 심사관이었다.
"어찌 된 일이냐? 봉황영이 왔는데 마중 오는 사람이 없다니?"
송옥은 혼란스러운 제구성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게 뭐야? 누가 존자로 승급하는 거냐?"
송옥 옆에 있던 봉황영의 심사관이 고개를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
송곡이 고개를 들고 보니 어떤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그림자의 머리 위에 뇌겁이 따라 움직였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제구성을 벗어났다.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송옥은 어리둥절했다.
그때, 아래에서 범씨 노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구황자! 저 사람은 진남입니다. 진남!"
"진남?"
송옥과 봉황영 심사관은 멈칫하더니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진남!'
'진남이 제구성에 나타났다!'
"다들 내 명을 듣거라. 진남을 막아라!"
송옥은 역시 구황자다웠다. 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호통쳤다.
"진남, 도망가려고 하지 말거라!"
봉황성의 한 심사관은 두 눈에서 빛을 뿜더니 존자 정상급의 기운을 완전히 드러냈다.
제구성이 다시 한번 진동했다.
제구성의 무인들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진남은 대체 어떤 신분이기에 봉황영의 심사관이 직접 나서서 체포할까?'
범씨 가문 노조, 계씨 가문 노조 등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봉황영이 앞당겨 도착했기에 그들은 봉황영에 진남의 소식을 알려 그들의 공로를 인정받아야 했다.
진남의 존재는 그들이 봉황영에 알려준 것이었다.
"응?"
막 제구성에서 빠져나온 진남은 무언가를 느낀 듯 돌아보더니 동공이 움찔했다.
"구황자? 그리고 무존 경지 정상급이 둘이 있구나. 입은 옷이……. 설마 봉황영의 사람인가……?"
진남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에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범씨 가문 노조 일행을 처리하자 봉황영의 사람들이 다시 찾아왔다.
일이 참 난감하게 되었다.
"안 돼, 절대로 제구성 무인들을 다치게 할 순 없어."
진남은 요란하게 움직이는 전신 원영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체내의 봉황 시혼화, 성공지뇌를 움직여 전부 먼 곳으로 날렸다.
'봉황영과 싸우더라도 제구성에서 멀어진 다음이어야 해.'
쿵!
별안간 진남의 머리 위 허공이 무너져 내리더니 사람 형상이 나타났다.
사람 형상은 중년 사내였는데 얼굴이 날카로웠다
측면에서 보면 매부리코가 매우 날카롭고 하나하나 치켜세운 머리카락이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봉황영의 심사관 중 한 명으로 이름은 손의(孫意)이고, 분천고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진남, 네가 감히 제구성으로 올 줄 몰랐다! 진압하라!"
손의 눈에는 희색이 번뜩였다.
사대 세력의 현상금에 그조차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손을 내밀어 엄청난 존자의 힘을 풍겼다.
힘은 진남의 위쪽 방원 일 리를 모두 뒤엎고 짓눌렀다.
"뇌정은 내리치거라!"
진남은 고함을 지르며 손의를 향해 돌진했다.
천지뇌겁은 진남을 따라 움직이면서 손의의 존재를 즉각 알아차리고 사정없이 내리쳤다.
손의는 냉소를 짓더니 몸을 흔들었다.
그의 몸에서 여러 개의 빛이 나오더니 다가오는 뇌정을 모두 없애버렸다.
뇌정은 손의를 전혀 다치게 하지 못했다.
"이깟 뇌정으로 날 상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진남, 곱게 잡혀라!"
손의는 냉소를 지었다.
'어떡하지?'
진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역시 손의는 무존 경지 정상급이라 힘이 대단했다. 문도 노조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웅!
진남 체내의 전신 원영은 심신의 봉쇄를 뚫고 엄청난 흡입력을 폭발시켜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사방의 기운이 더욱 강렬하게 변했다.
"응?"
손의는 눈썹을 치켜들고 하늘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약간 변했다.
방원 육백 리에 이르는 뇌겁은 사방을 향해 빠르게 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원 천이백 리까지 퍼졌다.
쿵! 쿵! 쿵!
먹구름 속의 뇌정은 더 기승을 부리며 손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삼켜버렸다.
"헉……."
제구성의 수사들, 범씨 가문 노조 등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천이백 리라니.'
'뇌겁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우리도 가자!"
송옥은 진남의 삼 중 뇌겁을 본 적이 있어 많이 놀라지 않았다.
천이백 리나 되는 뇌겁은 강하긴 했지만, 삼중 뇌겁과 비하면 어중간했다.
송옥 곁에 있는 봉황영 백발노인 심사관은 눈빛을 살짝 반짝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뻗어 송옥을 잡았다.
그리고 허공을 뛰어넘어 진남의 곁에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