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겠다
"닥치시오!"
계무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온몸에서 기세가 솟아올랐다.
그는 엄청난 위엄을 풍기며 교철에게 살초를 날렸다.
교철은 몸에서 빛이 나와 그의 몸을 덮더니 엄청난 속도로 살초를 피했다.
진남과 범심여는 어안이 벙벙했다.
"음모라니?"
진남은 이 모든 것이 음모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교철은 결코 함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었다.
오는 내내 범호와 계무명의 태도가 이상하기는 했었다.
"아버지, 이 모든 게 설마……."
범심여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범호가 진남에게 잘해주는 것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음모일 줄은 몰랐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솟아올랐다.
그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진남이 외쳤다.
"이 모든 게 저를 모함하려는 거였습니까?"
진남의 외침은 마치 천둥과 같았다.
가주 대전이 흔들려 쿵쿵 소리가 났다.
범호와 계무명은 깜짝 놀랐다.
사흘 동안 진남의 경지가 적지 않게 제고되었다.
고작 일갈이었지만, 그들은 심장이 떨렸다.
"진남, 그만 따지고 빨리 가거라! 이들 양대 가문의 노조가 곧 도착한다."
교철이 크게 외치자 입에서 빛이 나와 큰손 모양으로 변했다.
손은 진남을 잡더니 태고 현공을 펼쳐 진남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
이때, 또 다른 이변이 생겼다.
제구성의 하늘에 두 번의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조용하던 허공 시커먼 동굴이 두 개 나타났다.
시커먼 동굴 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두 형상은 존자의 엄청난 위엄을 풍겼다.
이 둘은 범씨 가문의 노조와 계씨 가문의 노조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존자가 오다니!"
"쉿! 저분은 범씨 가문의 노조이고 저분은 계씨 가문의 노조야! 근데 둘이 같이 나타나다니……."
"응? 저 둘은 백호성에 간 게 아니었어? 어떻게 같이 왔지?"
"제구성에 무슨 일이 있나?"
"가보자!"
제구성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범씨 가문과 계씨 가문이 제구성에서 자리를 잡은 건 두 노조 덕분이었다.
이 두 노조는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동시에 나타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둘은 눈을 마주치더니 성큼성큼 날아서 범씨 가문 위에 도착했다.
범씨 가문의 크고 작은 제자들은 갑작스러운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 쳐다봤다.
그들은 적어도 몇 년은 두 노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지난번에 나타난 것은 제구성이 요수 떼의 습격을 받아 위험에 처했을 때였다.
* * *
같은 시각 범씨 가문 가주 대전.
"이런!"
교철은 안색이 변했다.
'늦었어, 두 노조가 도착했다.'
진남은 굳은 시선으로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두 노조가 있었다.
"존자 이 단계, 존자 삼 단계……."
진남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드디어 눈치챘다.
봉황영 심사관은 그저 범호와 계무명이 노조들이 올 때까지 그를 잡아두는 핑계였다.
"하하하!"
이때 범호가 크게 웃었다.
"진남, 이제 알겠소? 이 모든 게 다 음모요. 내가 자네를 속였소!"
진남을 바라보는 계무명의 눈빛에도 차가움이 가득했다.
"노조께서 오셨으니 정세는 정해졌다. 진남, 눈치껏 행동하거라.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전부 내놓거라!"
그들의 태도가 바뀌는 속도는 가히 제일이라고 불릴 만했다.
조금 전까지 진남과 이야기꽃을 피우더니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
"그래요?"
진남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이번 일은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겨우 두 존자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쿵!
이때 진남의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뜨거운 열기가 그의 모공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대전 전체에 몰아쳤다.
전신의 원영이 진남의 진압에 대항하고 도겁을 하려는 것이었다.
"아버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진남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범심여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은인은 개뿔! 저놈을 얻으면 범씨 가문은 실력이 하늘에 닿을 거다."
범호는 시큰둥했다.
딸의 목숨을 구한 것과 범씨 가문의 앞날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펑!
그때 굉장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범씨 가문의 노조가 손바닥을 날려 가주 대전의 지붕을 날렸다.
두 노조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네가 진남이냐?"
그들의 목소리가 천둥이 친 듯 범씨 가문에서 울려 퍼졌다.
범씨 가문의 제자들과 소문을 듣고 구경 온 강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
'여기서 진남이 왜 나와?'
"맞습니다."
진남은 얼굴빛이 담담하고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무릎 꿇어라!"
계씨 가문의 노조는 성질이 급하여 버럭 화를 냈다.
그는 개미를 보듯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존자 삼 단계의 힘을 뿜었는데, 힘이 마치 큰 산처럼 대전을 짓눌렀다.
교철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러나 진남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릎 꿇으라고? 존자의 위엄으로 나를 제압하려고? 사망대제와 문도 노조도 나를 무릎 꿇게 하지 못했다.'
두 노조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역시 평범하지 않구나.'
그러나 아무리 훌륭해도 그들의 결심을 흔들 수는 없었다.
"물건을 내놓으면 오늘은 죽이지 않으마!"
범씨 가문 노조가 호통쳤다.
범씨 가문 제자들과 무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두 노조는 진남에게서 물건을 얻으려고 온 거야?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길래?'
범우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두 노조가 직접 나서서 진남을 혼내니 아무리 대단한 인재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범호와 계무명은 날아오르더니 두 노조의 곁에 서서 싸늘한 미소를 짓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물건을 내놓으라고요? 대체 어떤 물건을 말씀하시는지……."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말을 채 마치지 않았는데 몸속에서 뜨거운 바람이 점점 더 거칠게 불었다.
심지어 번개가 번쩍이며 모공을 통해 나오려고 했다.
"응? 뇌겁?"
두 노조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내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직접 손을 써주마."
두 노조는 잠깐 흠칫했지만, 이내 몸을 날렸다.
둘은 엄청난 기세로 범씨 저택을 흔들었다.
그리고 존자의 힘을 발휘해 진남에게 돌격했다.
"잠시만요!"
진남이 큰 소리로 외쳤다.
두 노조는 잠시 멈추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 녀석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됐군.'
범호와 계무명의 눈에도 비웃음이 드러났다.
'지급 육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도 별거 아니구먼.'
진남은 숨을 들이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레처럼 제구성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양대 노조, 범씨 가문과 계씨 가문에서 저를 벽원동천에 들여보낸 정을 봐서 한마디 충고하겠습니다. 지금 저에게 손을 대지 말고 물러나십시오. 아니면 제구성이 전부 뒤집힐 겁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제구성이 전부 뒤집힌다고? 뭐라는 거야?'
* * *
같은 시각 제구성에서 이만 리 떨어진 곳.
슉슉!
세 개의 웅장한 그림자가 허공을 가르며 움직였다.
그들이 지난 곳은 허공이 무너져 내렸다.
그들이 가진 기운은 범씨, 계씨 두 가문의 노조보다 더 대단했다.
세 사람이 가는 방향은 뜻밖에도 제구성이었다.
"몇 년 동안 제구성에는 인재가 거의 없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우리가 미리 이곳에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세 그림자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귀찮음이 가득했다.
진남이 이곳에 있었다면 그를 알아봤을 것이다.
그는 분천고국의 구황자 송옥이었다.
그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모두 흰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흰색 도포의 중앙에는 날개를 활짝 펼친 붉은 색 봉황이 있었다.
봉황영에서 앞당겨 온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제구성.
"뭐? 제구성이 무너진다고 했느냐?"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
제구성의 무인들은 어이가 없었다.
제구성은 성도지기였다.
많은 무인들도 있는데 이를 전부 뒤집으려면 적어도 무존 경지 정상급의 강자가 되어야 했다.
고작 진남이 어찌 무존 경지의 정상급과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양대 노조와 범호 그리고 계무명은 얼떨떨했다.
그들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었다.
이미 상황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남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거만하게 구는 걸까?'
"제구성을 뒤집겠다? 한 번 보자꾸나! 대체 어떻게 뒤집는지!"
범씨 노조은 노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손바닥에 파동이 생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대진이 되어 진남의 위를 덮었다.
"오탑진황(五塔鎭皇)!"
범씨 가문의 노조가 외치자 대진의 위에 다섯 개의 거탑이 생겨나더니 진남을 꽉 눌렀다.
쿵!
진남의 기운이 다섯 개 탑 아래에 눌렸다.
마치 쇠사슬을 채운 것처럼 진남의 육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원영의 힘도 운행되지 않았다.
"하하하! 진남, 이게 제구성을 무너뜨린다는 능력이냐?"
범호와 계무명은 그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정말 웃긴 놈이구나! 죽기 직전에도 막말하다니!'
"타요편(打妖鞭)"
계씨 가문의 노조가 손을 휘두르더니 손바닥에 신비한 채찍이 생겨났다.
채찍에는 여러 가지 무늬가 엮여있었는데, 날카로운 가시들이 박혀있었다.
검은색 가시들은 음침한 빛을 뿜었다.
"허허! 진남, 네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럼 타요편이 맛을 한번 느끼게 해주마. 지난번에는 존자 일 단계인 자가 타요편에 맞아 미치광이가 되었지……."
계씨 노조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타요편은 이보였다.
타요편을 맞은 사람은 요수들이 달려들어서 몸을 물어뜯는 기분이 들었다.
계씨 노조는 자신만만했다.
타요편을 맞으면 진남은 얼마 못 버티고 굴복할 게 뻔했다.
휙!
계씨 가문 노조는 손목을 놀리더니 타요편에 엄청난 힘을 실어서 날려 보냈다.
"안 돼!"
범심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교철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달려가서 진남을 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범호와 계무명은 미리 눈치채고 시선이 날카로워지더니 반보 무존 경지의 위엄을 뿜어냈다.
"진남, 너도 오늘 같은 결과가 있구나, 하하!"
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범우였다.
범우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달려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진압을 당하는 진남을 보았다.
범우는 무척 기뻤다.
그는 양대 노조와 양대 세력이 왜 진남을 공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이 진압을 받고 곧 벌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니 속이 시원했다.
벽원동천에 있을 때 진남은 그를 무시했다.
"좋습니다. 옛정을 생각해서 경고했더니 듣지도 않고, 또 나를 괴롭히는군요. 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진남의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전신 원영의 심신을 순식간에 빼냈다.
쿵!
그 순간 이변이 갑자기 일어났다.
전신 원영이 강렬한 흡입력을 발휘하며 천지로 달려들었다.
진남의 위쪽 방원 삼백 리의 하늘에 수많은 천지의 힘이 모이더니 커다란 먹구름이 되었다.
먹구름 때문에 사방팔방이 어두워지고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