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벽원정석(碧源晶石)
범우는 제구성 정상급 인재였고 계천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역에서 온 진남이라는 사람이 범우를 무시하는 건 그를 무시하는 것과 같았다.
범호와 계천명은 진남이 이미 상도맹에서 여럿과 싸워 이겼다는 소식을 막아버렸다.
아니면 계천효는 배짱이 아무리 두둑하다고 해도 진남에게 손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펑!
가만히 서 있는 진남의 어깨에서 터지는 소리가 났다.
계천효는 깜짝 놀랐다.
진남은 뜻밖에도 그의 힘을 막아냈다.
계천효는 팔뚝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온 힘을 다했다.
펑!
진남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계천효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계천효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다 놀았어? 겨우 그 정도냐? 썩 꺼져!"
진남의 어깨가 진동하더니 계천효를 때렸다.
쿵!
폭발음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곧이어 계천효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몇십 장 밖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져 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이게……."
사람들은 놀라서 어리둥절했다.
'계천효가 밀려나다니?'
멀리 떨어져 있던 범우는 숨을 멈추었다.
계천효가 진남에게 맞아 날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진남의 경지가 이 정도로 대단하다고?'
"감히 나를 날려 보내다니, 내 너를 죽이겠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날아난 계천효는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기운을 뿜으며 달려들 준비를 했다.
"뭐 하는 짓이냐!"
호통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계무명이었다.
"아버지……."
계천효는 몸을 움찔했다.
그는 아버지를 매우 두려워했다.
"얌전히 있거라."
계무명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진남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진남의 표정이 차분해지자 그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벽원동천은 일 년에 한 번 열린다. 벽원동천에 들어갈 열 명의 인재들은 제구성의 영예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벽원동천을 열겠다."
계무명의 손에 영패가 나타났다.
영패는 용 모양이었는데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제구성은 내 명을 받들어 동천을 열어라!"
계무명은 크게 외치며 존자의 힘을 영패에 주입했다.
쿵!
남쪽 거리의 궁전들이 하나둘 내려앉으면서 무려 방원 몇십 장이나 되는 구멍이 생겼다.
그 속에서 녹색 빛이 반짝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계천효는 더 이상 화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자!"
그는 범우와 시선을 교환하더니 영패를 꺼내서 안으로 뛰어들었다.
"진남 오라버니, 우리도 가요."
범심여가 두 사람을 노려보더니 진남을 데리고 검은 구멍에 뛰어들었다.
그 뒤로 여섯 명의 인재들이 연거푸 뛰어들었다.
* * *
진남은 들어오자 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바뀐 걸 발견했다.
커다란 구멍 안에 더없이 깨끗한 매우 녹색 빛이 나타났다.
녹색 빛은 검은 구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저건……."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피더니 표정이 흔들렸다.
녹색 빛들은 거대한 녹색 수정에서 뿜어 나온 것이었다.
녹색 수정은 정방형이었는데 방원 일 리가 되는 수정 도장 같았다.
녹색 수정 아래에는 대진이 운행되고 있었는데 제구성의 기운과 이어졌다.
"촌놈."
범우와 계천효는 냉소를 짓더니 녹색 수정 위로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들 등 뒤에서 세 개의 금빛이 동시에 번쩍였다.
무혼이 허공에 떠서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녹색 수정에서 힘을 빨아들였다.
이 광경을 본 다른 여섯 명의 인재들도 얼른 무혼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현급 구품 이상이었는데, 모두 수정에 앉아 힘을 빨아들였다.
"진남 오라버니, 저들을 상대하지 마세요. 이건 벽원정석(碧源晶石)입니다. 제구성의 기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정화의 힘이라서 흡수하면 경지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돼요. 우리도 얼른 가요."
범심여는 말하며 수정 위에 자리를 잡더니 지급 일품의 무혼을 드러내고 힘을 빨아들였다.
벽원동천은 일 년에 한 번 사흘 동안만 열리기에 매우 소중했다.
"기영?"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제구성의 깊숙한 곳에 엄청난 대물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물은 끊임없이 힘을 내보냈고 진법을 통해 벽원정석에 전달했다.
"한번 해보자."
진남은 성큼성큼 올라가 무혼을 드러내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벽원정석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진남의 경맥을 타고 전신 원영으로 흘러갔다.
전신 원영은 가볍게 떨더니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 빛이 더욱 짙어졌다.
이 힘이 무척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쓸모가 있군."
진남은 얼굴에 기쁨이 드러났다.
원영을 제고할 수 있다면 무혼을 드러내고 마음껏 힘을 빨아들이려고 했다.
그때 슉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천효와 범소였다.
둘은 좌우로 협공을 했다.
그들 등 뒤로 지급 삼품의 무혼이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며 진남을 감쌌다.
"너희들!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범심여는 그 모습에 화가 났다.
그들은 무혼을 이용하여 진남을 제압하고 진남이 힘을 흡수하는 속도를 늦추려고 했다.
"허허, 너 대단하잖아? 누구의 무혼이 더 강한지 한번 보자고."
계천효는 차갑게 웃었다.
'실력이 대단하면 또 어때? 나는 지급 삼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다. 하역의 사람이 어찌 나와 비교가 될까?'
"내가 말했지. 너를 제대로 기억했다고."
범우도 냉랭하게 말했다.
범심여는 경지를 폭발시키며 빨리 달려왔지만, 그녀의 무혼은 겨우 지급 일품이라 범우와 계천효는 손쉽게 그녀를 막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여섯 명의 인재들은 고개를 저었다.
'저 하역 사람은 불쌍하기도 하지. 벽원동천은 일 년에 한 번만 열리는데 오늘 두 인재의 제압을 받았으니 이번 기회는 그냥 날리겠구나.'
"무혼으로 나를 제압하는 거냐?"
진남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그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지더니 등 뒤로 금빛이 번쩍였다.
전신의 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섯 개의 금빛이 등 뒤에 떠올라 엄청난 빛을 냈다.
길이가 백 장에 달하는 전신의 혼이 커다란 산이 벽원정석 위에 떨어진 것처럼 끝없는 위압을 뿜었다.
"이것은……."
계천효와 범우, 그리고 범심여와 여섯 명의 인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섯 개의 금빛?'
'지급 육품 무혼이란 말인가?'
'하역에서 온 사람이 이렇게 엄청난 무혼을 가지고 있다고?'
"무혼, 진압하라!"
진남이 호통쳤다.
전신의 혼은 지급 오품을 돌파할 때 한 가지 능력을 각성했다.
동급의 모든 무혼은 전신의 혼 앞에서 반드시 굴복해야 하고 능력을 잃으며 진압당할 때 저항해서는 안 되었다.
계천효와 범우는 지급 삼품의 무혼이라서 전신의 혼이 그들을 진압하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웠다.
"아!"
"아악!"
비명 소리가 두 번 들렸다.
계천효와 범우 등 뒤의 무혼은 바닥에 엎드려 전혀 위엄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벌벌 떨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세 개의 금빛도 어두워져 마치 무혼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너, 너……."
계천효와 범우는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무혼이 자신과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소통하려고 해도 반응이 없었다.
'지급 육품 무혼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나?'
"묻겠다. 누구의 무혼이 더 대단하느냐?"
진남이 싸늘하게 물었다.
이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란을 피우며 무혼으로 진남을 제압하려고 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나?'
계천효와 범우는 입을 벌렸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제구성의 양대 인재라고 해도 하역에서 온 진남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들과 진남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앞으로 겸손하게 살아."
진남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들이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 보기 싫다는 듯 전신의 혼에 정신을 집중했다.
"흡수하거라!"
진남은 전신의 혼과 소통하며 외쳤다.
쿵!
전신의 혼은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며 벽원정석을 덮었다.
거대한 정석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은 정석 속에 담긴 순수한 힘을 전부 빨아들였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연거푸 터졌다.
전신의 혼이 힘을 빨아들이는 속도는 엄청났다.
범심여와 여섯 인재들은 놀라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방원 일 리가 되던 벽원정석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백 분의 일로 줄어들었다.
백 분의 일이라는 건 그들이 온 힘을 다해 사흘을 흡수해야만 다 빨아들일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런데 진남은 순식간에 백 분의 일의 힘을 다 빨아들인 것이었다.
"계속 흡수하라!"
진남은 멈추지 않고 모든 힘을 폭발했다.
전신의 혼은 태고 곤붕과 같았다.
바다 위를 날며 입을 벌리고 바다를 전부 삼켜버리는 것처럼 힘을 들여 빨아들였다.
벽원정석은 힘을 빼앗기며 심하게 떨렸다.
잠깐 사이에 벽원정석의 힘은 십 분의 삼이나 빨려 들어갔다.
정석의 초록빛마저 어두워졌다.
"이게 대체……."
범심여와 여섯 인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흡수하는 거야. 이건 약탈이나 다름없잖아.'
웅!
벽원정석의 아래에서 거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진이 벽원정석의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걸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진은 제구성의 기영과 연결하여 기영에게서 힘을 뽑아 벽원정석에 보충해주려고 했다.
"좋아."
진남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앞서 기영을 관찰하여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대담하게 힘을 빨아들였다.
쿵! 쿵! 쿵!
그렇게 대진이 운행되어 힘을 보충하고 있었지만, 벽원정석은 잠깐 새에 반으로 줄었다.
진남의 엄청난 흡입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도 서두르자!"
범심여와 다른 여섯 명의 인재는 얼른 무혼을 드러내고 벽원정석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벽원정석은 이미 한계에 이르러서 그들은 힘을 흡수할 수 없었다.
으르렁!
그때 커다란 울음소리가 제구성 상공에서 울려 퍼졌다.
잠자고 있던 기영은 온몸의 힘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자 놀라서 깨어났다.
눈을 뜬 그는 제구성의 아래쪽에 있는 진남을 발견했다.
기영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지급 육품 무혼이다! 제구성 사람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이놈이 벽원정석의 힘을 흡수하게 하다니!'
벽원동천이 일 년에 한 번, 매번 사흘밖에 열리지 않는 이유는 실력이 대단한 천재들이 벽원정석의 힘을 절반 이상 흡수해가면 기영에게도 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으르렁!
기영은 분노하여 몸부림치며 포효했다.
제구성의 무인들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기영이 미쳤나 봐?"
"멀쩡한 기영이 갑자기 왜?"
"파동이 남쪽 거리에서 들려오는 것 같으니 서둘러 가보자!"
"……."
많은 강자들은 남쪽 거리로 달려갔다.
그때 제구성의 기영의 진동 때문에 거리의 수많은 궁전들도 영향을 받고 떨리기 시작했다.
성 전체가 혼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