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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99화 (299/1,498)

299화 음모

범심여가 계속 말했다.

"분천고국에서 유명한 세력은 백여든여덟 개의 성인데 실력에 따라 순위를 정했어요. 제구성에는 두 명의 반보 무존 경지가 있어서 서열 구 위예요. 서열 일 위는 백호성(白虎城)인데 분천고국에서 제일 강한 제국황실과 십대 제후(諸侯), 그리고 상도맹의 본부가 있어요.

"백호성?"

진남의 머릿속에 지도 한 장이 떠올랐다.

지도에는 웅대한 성이 있었는데, 그곳에 실력이 엄청난 인재들이 모여 세상을 좌우지했다.

범심여는 세심하게 이것저것 설명하며 진남을 데리고 공중에서 날아다녔다.

가는 도중에 진남은 적지 않은 마을을 보았다.

마을들은 분천고국에서 편벽한 위치에 있었다.

마을에도 몇몇 무왕 경지의 강자들이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진남은 감탄했다.

임수성에 있는 진씨 가문의 제일 강자 진천은 고작 선천 경지였다.

무왕 경지의 실력이면 낙하왕국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게다가 분천고국의 청년들은 열여덟 살이 되면 백여든여덟 개의 성들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무혼 각성의식을 치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각성한 무혼이 강하면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분천고국이나 동주의 다른 지역의 청년들은 사대 세력에 가입하는 게 꿈이었다.

사대 세력은 문턱이 높았는데, 가입하려면 무혼이 최소 현급 삼품 이상은 되어야 했다.

날아다닌 지 다섯 시진이 지나자 범심여는 하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진남 오라버니, 저기가 제구성이에요."

진남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확인하더니 충격을 받았다.

거대한 성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거의 방원 만 리가 되었다.

초원에서 풍기는 방대한 기운은 비양성 못지않았다.

진남은 성벽에 얼기설기 엉킨 무늬를 발견했다.

무늬는 요귀 그림이었는데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요수의 그림으로 보였다.

"성도지기구나!"

진남은 심호흡했다.

'제구성이 비양성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가?'

범심여는 진남의 의혹을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 오라버니, 분천고국에서는 서열 십 위안에 든 성에 성도지기를 하나씩 내려줘요. 다만 성도지기는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어요."

진남은 감탄했다.

동주의 사대 세력 중 하나인 문도산에는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가 모두 무성 경지였다.

비양 성지와 청룡 성지에도 무성 경지의 강자가 있었다.

그래서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저력에 큰 차이가 있었다.

비양 성지는 비양성 하나가 끝이었다.

그러나 분천제국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열 개의 성도지기가 있었다.

"또 제구성에는 세 개의 세력이 있어요. 성주부, 범씨 가문 그리고 상도맹의 지부예요. 우리 범씨 가문은 제구성의 동쪽에 있고, 성주부는 서쪽에 있고, 상도맹 지부는 중앙에 있어요. 우리 가문은 연단, 연기 등을 주로 해요."

범심여는 진남을 데리고 제구성에 들어서며 계속 설명했다.

진남은 성문 입구에 서서 그 안을 살폈다.

넓은 거리가 길게 뻗어있었고, 길옆에는 궁전과 저택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노점상들이 영약, 단약, 공법 등을 팔고 있었는데, 오가는 무인들도 많아서 북적북적했다.

진남은 대충 훑어봤다.

거리에 있는 무인들 중 적어도 다섯은 무황 경지의 강자였고, 몇십 명의 무종 경지 강자들이 있었으며, 나머지는 무왕 경지들이었다.

선천 경지의 무인은 극히 드물었다.

"진남 오라버니, 도착했어요. 여기가 우리 범씨 저택이에요."

범심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두 청년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집으로 오는 내내 그들은 진남이 기분이 상해서 자신들을 공격할세라 노심초사했다.

진남이 고개를 들어보니 방원 천 리를 차지한 거대한 저택이 보였다.

저택은 각종 진법에 둘러싸여 기운이 강대하고 안을 살필 수 없었다.

"반보 무존 경지 한 명, 무황 경지 정상급 세 명 그리고 무황 경지가 스무 명 남짓이 있군."

진남은 왼쪽 눈을 반짝이더니 범씨 가문의 실력을 대충 알아봤다.

"안으로 드시지요. 저희 아버지에게 모셔다줄게요."

범심여는 진남을 데리고 범씨 저택에 들어섰다.

"아가씨."

"아가씨 오셨어요?"

"……."

범씨 가문의 하인, 제자, 무인들은 공손한 태도로 범심여에게 인사를 하고 진남을 묘하게 쳐다봤다.

범심여가 사내를 집에 데리고 온 건 처음이었다.

진남은 표정이 평온했다.

그는 범심여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범심여는 진남을 데리고 대전 앞에 가더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다녀왔어요, 아버지."

"들어오너라."

대전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범심여는 진남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진남은 앉아있는 중년 사내를 발견했다.

각진 얼굴의 사내는 고민에 잠겨있었다.

중년 사내는 범씨 가문의 가주 범호(範豪)였다.

다른 기운을 느낀 범호는 표정이 굳더니 고개도 들지 않고 엄하게 꾸짖었다.

"심여, 내가 몇 번을 말했느냐? 이상한 사람들을 함부로 집안에 들이지 말라고! 당장 데리고 나가거라."

범심여는 아버지의 발에 얼른 해명했다.

"아버지, 오해예요. 영후과를 따러 갔다가……."

"응? 영후과가 진짜 있다고?"

범호는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내 원래대로 돌아와서 진남을 힐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어찌 되었든, 범씨 저택은 아무 잡상인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얼른 이 자를 데리고 나가거라. 그리고 다시……."

범호는 반보 무존 경지였다.

진남이 대문에 들어서자 그는 바로 상대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진남은 고작 무왕 경지 정상급이었다.

범심여는 성격이 착해서 하역의 적지 않은 무인들을 범씨 저택에 데리고 왔다.

범호는 범심여가 또 무인을 데리고 오자 기분이 나빠져서 대놓고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의 얼굴을 본 범호는 살짝 놀랐다.

'이 녀석을 어디에서 봤더라? 왜 이렇게 낯이 익지?'

범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별안간 보름 전에 백호성에서 보내온 그림이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림 속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범호는 눈을 바늘처럼 가늘게 떴다.

'설마 이 자가 사대 세력이 연합해서 지명 수배하는 하역의 천재 진남인가?'

보름 전, 사대 세력은 지급 육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를 지명 수배한다고 상역을 들썩였다.

분천고국의 제구성도 지명 수배령을 배포했다.

그러나 범씨 가문과 성주부는 곧 있을 봉황영 선발전에 온 힘을 다하다 보니 이 일을 제쳐두었다.

그래서 범심여와 두 청년은 진남을 몰랐다.

'운이 좋구나!'

범호는 호흡이 빨라지고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그는 무척 흥분되었다.

진남의 소식을 사대 세력에게 전하면 문도 노조의 제자가 될 수 있고 성도지기를 네 개 받을 수 있었다.

그 상품들을 받는다면 범씨 가문의 실력은 배로 제고될 게 분명했다.

범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마치 오랜 벗을 보듯 부드러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범심여와 진남은 모두 변화를 눈치채고 얼떨떨했다.

범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심여, 이분은 누구냐? 내게 소개해주겠느냐?"

"아……."

범심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이분은 하역에서 온 진남 오라버니예요. 제가 반보 요황 경지의 요수를 만났는데 오라버니가 구해줬어요. 그 후에는 혈안우를 만나서……."

범심여의 말을 들은 범호는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맞다! 이 자가 바로 진남이야!'

범호는 범심여의 말에 깜짝 놀라서 물었다.

"혈안우왕을 만났다고?"

"네, 진남 오라버니가 혈안우왕을 한 방에 죽였어요."

범심여는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웃었다.

"뭐라?"

범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방에 혈안우왕을 죽이려면 적어도 무황 경지 칠 단계이상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범호는 곧 납득했다.

사대 세력이 진남을 지명 수배하는 걸 봐서는 진남의 실력이 보통이 아닌 게 분명했다.

'소식을 먼저 전하지 말고 좀 더 알아봐야겠어!'

범호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더니 결정을 내렸다.

그의 두 눈에 날카로운 빛이 반짝였다.

쿵!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범호는 엄청난 힘을 담아 진남에게 주먹을 날렸다.

"어?"

진남은 범호가 갑자기 공격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싸움 경력이 많은 진남은 곧 정신을 가다듬고 봉황지화를 활활 태우고 원영을 움직여 엄청난 힘을 실어 똑같이 주먹을 날렸다.

쿵!

두 주먹이 마주치자 엄청난 힘이 사방을 감싸며 대전을 흔들었다.

대전의 금제가 운행되며 힘을 전부 막아냈다.

진남은 주먹을 맞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더니 멈추었다.

"아버지, 뭐 하시는 거예요!"

범심여는 그 모습에 다급히 말렸다.

"범 가주, 제가 밉보일만한 일이 있었습니까? 왜 갑자기 공격하십니까?"

진남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몸 안의 화염이 솟아나고 살기가 폭발했다.

범호는 반보 무존 경지이긴 하지만 존자의 힘도 깨달아서 실력이 대단했다.

진짜 싸운다면 그의 실력으로 승리할 수는 없겠지만, 도망가는 건 가능했다.

"그게……."

범호는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조금 전 날린 한 방에 전력을 실었다. 평범한 무황 경지라면 죽거나 날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고작 세 걸음만 물러섰다고? 실력이 대단하구나. 그러니 사대 세력에서 지명 수배를 내리지. 우리 범씨 가문의 힘으로 이 녀석을 잡는 건 불가능해.'

범호는 머리를 굴렸다.

그의 두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사대 세력까지 나서서 지명 수배를 하는 걸 보면 진남에게 어떤 지보가 있거나 어떤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사대 세력이 욕심내는 그 지보나 비밀을 범씨 가문이 먼저 얻는다면 어떨까? 이 녀석을 우리 가문에 남겨야겠어. 그리고 백호성의 노조에게 연락해서 직접 와서 보라고 해야지. 노조가 직접 오면 진남을 상대하는 건 문제 없을 거야!'

범호는 몰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범심여와 진남의 질문에 두 손을 맞잡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심여의 말을 들으니 자네의 실력을 알아보고 싶었소. 실례를 용서해주시오."

그의 태도에 진남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진남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범호는 진남을 아래위로 살피더니 감탄했다.

"진남 도우, 나이도 어린 친구가 이런 성적을 거두다니 감탄스럽소. 이건 범씨 가문 명예 태상 장로의 영패요. 이 영패가 있으면 범씨 가문에서 지위가 태상 장로급이고,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으며, 행동에 제약이 없소. 고맙소. 자네가 없었다면 내 딸 얼굴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소."

범호의 말은 진심이 가득했다.

범심여는 이상한 점을 못 느끼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진남 오라버니, 받으세요."

"좋습니다."

진남은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 상역에 대해 아는 것이 적었다.

그는 범씨 가문에 머물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보려고 했다.

영패가 있으면 행동하는 데도 훨씬 편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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