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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96화 (296/1,498)

296화 사라진 진남

"수명이…… 다 됐다고요?"

진남은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그는 청룡 성주를 자세히 훑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청룡 성주의 기운은 매우 허약하여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습니까?"

진남이 다급히 말했다.

그는 청룡 성주가 죽는다는 걸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저 한쪽 팔이 사람으로 변한 것이라 사람 형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청룡 성주는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진짜 죽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왼쪽 팔로 변해 너의 체내에 들어가 너와 함께 싸울 것이다."

진남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청룡 성주가 왼쪽 다리를 천천히 꿇었다.

그는 무릎 꿇고 고개를 들어 진남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진남은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

"성주, 성주……."

청룡 성주의 눈에서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쉰 소리로 간청하듯 말했다.

"주인, 나는 죽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이번 생이 끝나 다시 구천에 올 때 나를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하거라. 응?"

쿵!

그 말에 진남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시 구천에 올 때 나를 버리지 말거라……. 왜…… 왜 이 말이…… 이렇게 귀에 익지?'

휘릭!

청룡 성주의 몸에 절로 불이 달려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타올랐다.

불이 지나가는 곳마다 몸이 재로 변해 바람에 흩날렸다.

이내 사람 형상은 사라지고 왼팔만 조용히 허공에 떠 있었다.

* * *

상역, 동주.

문도산은 사대 세력의 하나로 몇백 년 동안 모든 것이 순조롭게 번영했고, 창성했다.

아무도 감히 문도산을 건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쿵!

허공이 별안간 갈라지더니 그림자 네 개가 허공에서 거꾸로 떨어져 큰 산에 부딪혔다.

폐관 수련하던 수많은 강자들이 모두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누구냐!"

"간이 부었구나! 감히 문도산에 쳐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다들 화가 나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다가온 그들은 그림자들 보자 모두 당황했다.

"보긴 뭘 보느냐? 썩 물러가거라."

문도 노조가 자리에서 일어나 피를 토하더니 크게 외쳤다.

강자들은 바로 눈치챘다.

그들은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했지만, 더 묻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청룡 성주가 어떻게 이렇게 강한 힘이 있지?"

문도 노조는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방금 청룡 성주의 한 방은 그의 목숨을 앗아가진 못했지만, 중상을 입혔다.

"종주, 이번 일은 좀 이상하오. 청룡 성주는 신물이 변한 것일 거요. 만약 성주의 실력이 진짜 강대하면 왜 백 년 전에 우리를 죽이지 않았겠소? 그리고 왜 이번에도 우리를 죽이지 않았겠소?"

문도 삼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실로 이상하오."

문도 노조의 눈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

"설마 청룡 성주가 금술을 쓴 걸까?"

금술이란 바로 수명을 태우거나 넋을 바치는 방식으로 짧은 순간 강대한 힘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럴 가능성이 많소."

문도 삼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마땅한 이유가 없소."

"지금 당장 다른 삼대 세력에 전음하시오. 그들이 원하는 차천초가 아직 진남의 손에 있으니 그들이 우리와 연합하려 할 것이오."

문도 노조는 빨리 명령을 내렸다.

그의 눈빛에는 포악함이 가득했다.

'나는 청룡 성주를 몇백 년 동안 노렸다. 수많은 심혈과 정력을 기울였는데 어찌 이대로 포기한단 말인가? 적어도 진상은 정확히 알아봐야 해!'

문도산, 만향루, 분천고국, 상도맹 사대 세력의 거두들이 암암리에 강자를 하역에 파견해 소식을 알아보게 했다.

* * *

그 시각, 하역.

죽음의 바다에 보러 갔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의 종문으로 돌아가 사신대 위에서 진남이 지급 육품 무혼을 드러낸 일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사망대제의 출현, 청룡 성주의 폭주 등에 대해 무인들은 전혀 기억이 없었다.

마치 기억이 지워진 것 같았다.

그럴지라도 하역의 사람들은 놀랐다.

그들은 지급 육품 무혼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놀라있을 때 하역에서 암류가 꿈틀거렸다.

적지 않은 무인들은 하역의 여러 나라, 여러 종문에 낯선 강자들이 많아졌고 다들 죽음의 바다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 * *

그 시각, 하역 홍풍제국.

객잔 안에 있는 여인은 얼굴빛이 끊임없이 변했다.

사나웠다가 살기등등했다.

"죽여버릴 강벽난, 감히 나에게 반항하다니!"

사망대제가 차지한 강벽난이 욕을 퍼부었다.

지난번 청룡 성주가 막아선 후 그는 다시 강벽난의 몸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강벽난에 대한 자신의 통제가 점점 약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상하다. 청룡 성주 그 영감탱이가 왜 나를 놔줬을까?"

사망대제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래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경험으로 보아 청룡 성주의 경지는 무제를 초월할 수 없었다.

아마 어떤 금제를 펼쳐 짧은 순간의 강대한 힘을 바꿨을 것이었다.

다만 시간이 너무 짧아 청룡 성주가 미처 그를 죽이지 못한 것이었을 테다.

'꼭 진남의 몸을 갖고 말겠어.'

사망대제가 속으로 한마디 했다.

이때 그녀의 체내에서 격렬한 반항이 전해왔다.

바로 강벽난의 영혼이었다.

"빌어먹을, 우선 이 천한 것의 영혼부터 연화해야겠구나."

사망대제의 안색이 사나워졌다.

* * *

보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문도산 사대 세력이 파견한 사람들은 진남과 청룡 성주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허공에서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버려서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의 형세로 보아 진남은 어딘가 숨어 상처를 요양하고 있는 게 분명하오! 그리고 청룡 성주는 틀림없이 금술을 쓴 것일 거요!"

문도 노조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가 이토록 확신하는 건 청룡 성주가 눈을 뻔히 뜨고 청룡 성지가 몰락하는 걸 보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주, 우리는 진남을 반드시 찾아야 하오. 진남을 찾으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오."

문도 삼노가 일제히 말했다.

"맞소. 청룡 성주가 진남을 구했으니 실력이 틀림없이 전부 회복되었을 거요. 회복되기만 하면 진남은 반드시 상역 동주로 올 것이오."

문도 노조의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절대 진남이 크도록 내버려 둘 수 없소. 우리 지금 바로 다른 삼대 세력과 연합하여 함께 수배합시다!"

문도 삼노도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들은 그때 자리에 없었지만, 후에 진남이 지급 육품 무혼이고 삼중 뇌겁을 끌어왔다는 걸 들었다.

그런 존재가 만약 지금 청룡 성주 같은 신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매우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분천고국, 만향루, 상도맹의 거두들은 소식을 받은 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진남을 수배하는 걸 선택했다.

한 가지 소식이 동주에서 전해지기 시작했다.

동주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진남이란 자는 누구지? 사대 세력이 연합하여 죽이려 하다니!"

"상품을 봐. 진남의 행방만 알면 문도 노조의 수제자가 될 수 있고 또 성도지기를 네 개 가질 수 있어."

"하하하, 마침 나의 무혼이 사람을 찾는 능력이 강하니 나는 반드시 진남을 찾아낼 거야!"

"맞아, 이 자식을 찾으면 나는 팔자를 고칠 수 있어!"

"……."

수많은 무인들은 진남의 초상화를 보며 출발할 준비를 했다.

그러다 보니 진남의 이름은 사대 세력의 절세 인재보다 더 이름 날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 * *

상역에서 일어난 풍파는 하역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청룡 성주가 비양 성주와 여러 봉주들을 죽인 후 비양 성지도 완전히 쇠락하여 생기가 없었다.

수많은 하역의 강자들은 매우 의심스러웠다.

'죽음의 바다로 갔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그 시각, 청룡 성지.

청룡 성지는 비양 성지보다 더 쇠락했다.

열여섯 개의 산봉우리가 모두 수많은 공격을 받아 크고 작은 웅덩이가 가득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광경이 처참했다.

문도산의 사대 세력은 강자를 하역에 파견했다.

그들은 청룡 성지를 훑어봤지만, 진남의 종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홧김에 청룡 성지를 훼손한 했다.

하지만 사대 세력은 청룡 성지의 깊은 곳에 대해서는 몰랐다.

태고의 거룡이 도사리고 일어났다.

숨을 쉴 때마다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기세가 엄청났다.

거룡의 머리에 한 청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진남이었다.

후!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보름 동안 그는 줄곧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구천이란 두 글자, 청룡 성주가 그의 앞에 무릎 꿇던 광경, 그리고 그가 임수성에서부터 시작한 모든 싸움을 생각했다.

그는 이제야 완전히 깨어난 것이었다.

거룡이 눈을 떴다.

거룡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보름 동안 얼마나 많은 강자의 신식이 청룡 성지를 살폈는지 그는 제대로 휴식할 수 없었다.

"선배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확고함이 드러났다.

보름 동안 방황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 용호산맥의 전신의 왼쪽 눈이 그를 몇천 년 찾았다고 했다. 전신의 왼쪽 팔은 청룡 성주로 변해 그를 삼백 년이나 기다렸다. 그렇다면 혹시 전신의 몸의 다른 부위들도 나를 기다리고, 나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전신은 어떻게 죽었을까? 전신의 혼이 나를 선택한 건 진짜 그저 우연일까?'

"조만간 나는 반드시 이 비밀을 전부 알아낼 것이다."

진남이 중얼거렸다.

그는 문도 노조와 사망대제 등이 생각나 눈에 싸늘함이 드러났다.

청룡 성주는 자신이 이들을 죽이지 않고 진남에게 남겨줘 진남더러 직접 복수하라고 했었다.

"성주,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성주를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저장 주머니에서 전신의 왼쪽 팔을 꺼냈다.

"합쳐져라!"

진남은 손가락 끝을 물어뜯어 전신의 왼쪽 팔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쿵!

순식간에 이변이 일어났다.

전신의 왼쪽 팔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 나왔다.

"이 자식……."

거룡은 기운에 놀라 심하게 욕을 퍼부으려 했다.

그러나 전신의 왼쪽 팔을 보자 욕을 멈추고 마음이 떨렸다.

거룡은 반보 무성 경지에 도달했지만 엄청난 기운이 두려웠다.

휙!

전신의 왼쪽 팔은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위로 솟아올라 진남의 몸 안으로 들어와 진남의 왼쪽 팔과 하나가 되었다.

펑! 펑! 펑!

연이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자신의 왼쪽 팔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용이 자신의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용이 지나가는 곳마다 끊어졌던 경맥이 모두 회복되었다.

"전신의 힘, 원영을 회복시키거라!"

진남이 크게 외쳤다.

그는 온몸의 힘을 다해 왼팔이 가져오는 힘을 원영에 넣었다.

부서졌던 원영이 빨리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원영에서 뿜어 나오는 힘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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