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감옥 안에서
쿵!
청룡 성주, 당청산 등과 진남, 묘묘 공주 등이 있는 곳의 방원 오백 리에 이변이 일어났다.
수많은 부적이 쏟아져 내려와 허공에 들어갔다.
부적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그들 모두를 감쌌다.
하늘이 감옥을 내려보내 그들을 가두는 것 같았다.
"이건……."
당청산 등과 묘묘 공주, 궁양 등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예리하게 이 방원 오백 리의 천지가 창람 대륙에서 분리되어 나와 독립된 공간을 이룬 걸 느꼈다.
"하하하, 청룡! 이제 어디로 도망가나 보자!"
이 광경을 본 문도 노조는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처음에 계획했던 것이었다.
문도 삼노, 비양 성주 등을 연합해 천지수롱대진을 펼쳐 청룡 성주를 완전히 잡아둔다.
그리고 시혼화를 얻은 후 시혼화를 대진에 처넣어 청룡 성주를 불태운다.
그러나 진남이 소중황을 격파하여 그는 시혼화를 잃었다.
그는 이번 계획이 완전히 실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진남의 무예 천부가 사망대제를 깨울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사망대제의 도움이 있으면 그는 계획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좋아! 잘했소!"
죽음의 바다 위의 강벽난은 이 광경을 보고 눈을 빛내더니 큰 소리로 칭찬했다.
이 대진은 문도 노조, 문도 삼노, 비양 성주 그리고 양 봉주 등 스무여 명의 봉주가 모든 힘을 다해 펼친 것이었다.
설사 청룡 성주의 경지가 엄청나다고 해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들을 가두면 그녀는 경지를 회복할 시간이 충분했다.
"세 시진만 기다리시오!"
문도 노조 등의 눈길을 느낀 강벽난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세 시진이면 그녀는 죽음의 바다에 모은 힘으로 백 분의 삼의 경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때면 시혼화를 써서 대진을 불태워 청룡 성주를 연화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벽난은 후회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는 시혼화를 일곱 개 지보 속에 넣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랬다면 힘을 회복하는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보가 없었다면 하역의 인재들도 끌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진남……."
강벽난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진남의 절망한 표정을 보고 싶었다.
"성주! 축하드립니다!"
"성주! 대계를 이루신 걸 축하드립니다!"
"……."
대진의 위쪽에서 비양 성주와 여러 봉주들이 연이어 축하했다.
문도 노조는 얼굴이 상기되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직 대계를 완전히 이루지 못했지만, 계획을 실행하는데 자네들이 적지 않게 도움을 줬소. 그러니 이제 내가 자네들에게 약속한 요구를 한꺼번에 실행하겠소!"
비양 성주와 양 봉주 등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문도 노조와 연합하여 청룡 성주를 상대한 건 그가 약속한 이익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네."
죽음의 바다의 옆에서 송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육간과 묘어심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기분이 복잡했다.
잠시 후에 사망대제가 진남을 차지하면 차천초는 사망대제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들이 차천초를 얻으려면 아마 사망대제와 교섭해야 했다.
그때면 매우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른 무인들은 부적으로 이루어진 감방을 보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청룡 성지에서 전설적인 인재라고 불릴 만한 진남이 하루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 * *
대진 안.
"살황경!"
당청산이 소리를 지르더니 손에 쥐고 있던 검은색 칼에서 하늘을 삼킬 것 같은 도망(刀網)이 뿜어 나왔다.
모든 생명을 죽여버릴 것처럼 부적에 칼을 휘둘렀다.
단목 봉주 등도 동시에 최강의 일격을 가했다.
쿵!
커다란 부적 감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들 손을 멈추거라. 이 대진은 풀 수 없다."
청룡 성주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청산 등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사망대제의 경지가 회복되면 우리는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설마, 이대로 죽는 건가?'
"모두들……."
이때 진남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하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모두를 연루시켰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의 눈에 자책감이 드러났다.
만약 그가 사신대를 폭발시켜 사망대제를 깨우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당청산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한탄했다.
"네가 없었더라도 저들이 시혼화를 얻었으니 우리는 마찬가지로 이런 신세가 됐을 거다. 그리고 사망대제는……. 전설이 사실일 줄 아무도 생각 못 했다. 사망대제가 진짜 무예 천부에 의지해 깨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너에게 빚진 거다."
"맞다. 진남아."
단목 봉주 등이 잇달아 말했다.
다들 눈에 미안함이 드러났다.
진남은 원래 모른 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끝내는 그들에게 연루된 것이었다.
진남의 천부로 언젠가는 상역 동주를 휩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망대제가 진남의 뇌겁을 꿰뚫어 진남은 중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사망대제에게 몸을 뺏기게 되었다.
"나는 강벽난 그 천한 것을 물어 죽일 것이다."
용호요종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그는 진남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망대제가 이렇게 진남을 대하는 것이 강벽난의 영향을 받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사람들을 힐끔 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던 진남은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아무도 용호요종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진남도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청룡 성주를 보며 신념을 전했다.
한참 후 청룡 성주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교류를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예상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큰 재난을 입을 것 같습니다."
진남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살아서 나가면 어떻게 할 건지나 얘기해봅시다!"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다고……."
용호요종이 눈을 흘겼다.
그러나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묘묘 공주가 그를 걷어찼다.
그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만약 도망쳐 나간다면 나는 동주로 가겠다. 진짜 용을 몇 마리 먹어 나의 천룡뇌호 일맥을 널리 할 것이다. 그리고 창람대륙을 휩쓰는 제일의 강자가 되어 수많은 미녀가 나의 용맹한 기세에 탄복하도록 하여 마누라와 첩을 가득 만들 것이다!"
그는 심취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청산마저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마공은 용호요종에게 멸시하는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못났어. 나는 모든 상도맹을 전부 파괴하여 그들의 물건을 모두 훔치겠소."
사마공의 눈에 차가운 살기가 드러났다.
진남은 사마공의 이런 표정을 처음 봤다.
그러나 사마공의 미간에 찍힌 오 흑인을 생각하자 바로 깨달았다.
사마공과 상도맹 사이에 상상할 수 없는 갈등이 있는 것 같았다.
"조방은?"
진남은 여인으로 변한 옥나찰을 바라봤다.
솔직히 진남은 조 사형을 호되게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많았다.
십육 봉 대비나 이번의 죽음의 바다에서 진남은 그의 세계관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품은 의심할 바 없었다.
"이 예쁜 여인은 당연히 나와 함께 가야지!"
용호요종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조방은 그를 흘겨보더니 진남을 보며 그윽하게 말했다.
"네가 나를 싫어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내가 용양(龍陽, 동성애)의 진리를 깨닫고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용…… 용양의 진리? 그게 뭔데?"
용호요종은 이 말이 귀에 익었다.
그러나 문득 생각나지 않았다.
사마공이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설명해서야 용호요종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헉,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여인이 남자라니! 그럼 내가 지금껏 남자에게 치근덕거리고 추행했단 말인가!'
"하하하!"
진남과 사마공, 궁양 모두 큰소리로 웃었다.
당청산 등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공주는?"
진남은 묘묘 공주를 바라봤다.
"나? 당연히 상역 동주로 가야지."
묘묘 공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사대 세력이 매우 건방지다며? 나는 상역 동주의 목부(穆府)로 가서 몇 가지 물건을 찾아오겠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넌 평생 내 하인이다. 네가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면 나는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묘묘 공주가 위협하듯 진남을 바라봤다.
"흠, 흠……."
진남은 헛기침하며 서둘러 궁양을 바라봤다.
궁양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죽지 않고 다 같이 나갈 것이다. 상역 동주로 가 다시 전설을 만들어야지."
이 말에 용호요종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나간다는 거지?'
"맞아. 우리는 사매를 구했으니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오늘 무사히 떠나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싸울 거다!"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진남은 청룡 성주를 힐끔 보더니 더 말하지 않고 계속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죽음이 다가와서인지 아니면 이렇게 모인 경우가 적어서인지 다들 말이 엄청 많았다.
당청산마저 여러 번 크게 웃었다.
묘묘 공주는 흥이 올라 어디서 빼앗아온 것인지도 모르는 술을 열 몇 병 꺼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네 시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났다.
* * *
죽음의 바다는 이제 완전히 깨끗하고 투명해져 죽음의 기운이 조금도 없었다.
죽음의 바다는 일반적인 바다로 변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강벽난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하하하, 진남! 너의 종말이 왔다!"
큰소리로 웃더니 강벽난은 부적 감옥 위에 강림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듯이 위에서 내려다봤다.
진남 등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은 마치 울타리에 가둬두고 기르며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짐승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주변의 분위기가 굳어졌다.
문도 노조, 문도 삼노, 비양 성주 등과 상역 세 명의 인재, 그리고 모든 무인들이 일제히 진남을 바라봤다.
"죽음의 불!"
강벽난이 입에서 화염을 뿜었다.
화염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마치 구유(九幽)에서 온 것처럼 짙은 살기를 뿜었다.
시혼화는 타기 시작하면 영혼을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불은 시혼화보다 더 대단했다.
죽음의 불은 수명을 불태웠다.
강벽난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죽음의 불을 내보내고 원기를 많이 쓴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죽음의 불을 뿜었다.
하늘 위의 문도 노조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기회를 봐 진기를 휘둘렀다.
부적 감옥 위에 부적으로 이루어진 손바닥이 뻗어 나와 죽음의 불을 잡아 감옥 안으로 끌어들이더니 청룡 성주의 몸에 뿌렸다.
청룡 성주는 소맷자락을 휘둘러 무성의 힘을 폭발해 죽음의 불을 흩뜨리려 했다.
그러나 죽음의 불은 형체가 없는 것처럼 성자의 힘을 무시하고 청룡 성주의 몸에 떨어져 훨훨 타올랐다.
청룡 성주의 방원 삼 장이 칠흑 같은 불바다로 변했다.
청룡 성주는 불길 속에서 빠른 속도로 늙어갔다.
기운이 점점 약해졌다.
"스승님!"
당청산 등은 안색이 변해 공격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