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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92화 (292/1,498)

292화 뒤바뀐 상황

"내하교!"

강벽난이 소리치며 손을 휘젓자 머나먼 죽음의 바닷속에서 태고의 다리가 허공을 뚫고 날아왔다.

다리가 위세를 내뿜으며 강벽난의 머리 위를 막았다.

삼존 뇌겁은 강한 기운을 느끼고 더 분노했다.

사망대제의 권능은 생전의 백 분의 일, 심지어 천 분의 일도 안 되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경지를 얼마 회복하지 못하다 보니 내하교의 위력을 전부 발휘할 수 없었다.

짧은 순간에 내하교는 밀려나 강벽난의 체내에 들어갔다.

"허억……."

강벽난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예전에 준비했던 수법으로 죽음의 바다가 저장했던 힘을 빨아들여 경지를 겨우 조금이나마 회복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뇌겁에 맞서기 위해 방금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전부 발산하고 심지어 상처까지 입게 되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당했던 적 있지?'

싸움을 일으킨 문도 노조 등은 하늘에서 이 광경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뇌겁이 엄청나게 강한 건가? 아니면 사망대제의 경지가 소문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은 건가?'

문도 노조와 사망대제가 연합한 건 이익이 같기 때문이었다.

만약 사망대제가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일 줄 알았다면 문도 노조는 그와 연합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진남의 눈에 기쁨이 드러났다.

그는 사망대제의 출현이 위험을 가져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 좋게 만들었다.

뇌겁을 소모했을 뿐만 아니라, 사망대제에게 중상도 입혔다.

"진남!"

강벽난이 핏발이 터진 눈으로 진남을 돌아봤다.

태곳적 힘이 강벽난의 몸에서 끊임없이 치솟기 시작했다.

위력이 엄청난 뇌전이 강벽난의 머리 위에서 세 촌 되는 곳까지 떨어졌을 때 태고의 힘이 뿜어내는 기운에 맞아 흩어졌다.

강벽난을 전혀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이때 하늘 위의 당청산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사납게 호통쳤다.

"진남, 빨리 도망가거라! 저자가 미친 것 같다!"

그의 말에 진남은 가슴이 덜컹했다.

설사 예전의 무제가 아니라 해도 미치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었다.

진남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강벽난의 몸에서 엄청난 검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무제의 위압이 연거푸 터지고 호통이 구천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한 고통이 일어났다.

그들은 호통에 식해가 흔들렸다.

하마터면 호통 한 번에 식해가 부서질 뻔했다.

쿵!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드넓고 방대한 죽음의 바다가 깨어난 것처럼 수많은 바닷물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천지를 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원 만 리가 바닷물에 잠겼다.

용왕이 명령을 내려 바다를 움직여 사람들을 죽이려는 것만 같았다.

강벽난은 기세가 엄청났다.

칠흑 같은 바닷물이 미친 듯이 줄어들어 주먹만 해졌다.

바닷물은 보통 바닷물과 달리 엄청나게 시커멨다.

모든 빛을 가리는 칠흑이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그것의 끝과 본질을 볼 수 없었다.

"쳐라!"

강벽난은 온몸의 힘을 다 쓴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손바닥을 들어 바닷물을 힘껏 내리쳤다.

쿵!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칠흑 같은 바닷물은 엄청난 기운으로 하늘로 솟아올랐다.

미친 듯이 내리치던 천둥이 모두 흩어지고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서졌다.

"아차!"

당청산, 묘묘 공주의 안색이 확 변했다.

아래에 서 있던 진남도 머릿속이 흔들렸다.

'최고의 힘으로 억지로 삼존 뇌겁을 깨려는 거구나!'

같은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진 것처럼 강대한 삼존 뇌겁과 위로 솟구쳐오르는 검은색 물방울만 남았다.

쿵!

하늘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칠흑 같은 물방울이 엄청난 권능을 폭발해 삼존 뇌겁에 생으로 구멍을 냈다.

드넓은 뇌운 중앙에 방원 몇십 리 되는 큰 구멍이 생겼다.

뇌겁이 완전히 깨졌다.

"악!"

처참한 비명이 하늘을 찔렀다.

'뇌겁이 깨졌다! 도겁에 실패했다!'

진남의 원영은 커다란 펑 하고 폭발하더니 수많은 금이 생기고 기운이 쇠약해졌다.

끝없는 고통이 거친 파도처럼 진남을 파묻었다.

펑! 펑! 펑!

쉴 새 없는 폭발음이 진남의 몸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의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진남……!"

당청산 일행과 묘묘 공주, 궁양 등은 눈이 바늘처럼 가늘어져 할 말을 잃었다.

무인이 수련할 때 제일 꺼리는 것이 바로 도겁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전에 묘묘 공주가 무황에 진급할 때도 도겁에 실패하여 근원이 중상을 입었었다.

진남은 더 비참했다.

그는 전무후무한 삼존 뇌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문도 노조 등은 모두 헛숨을 들이켰다.

한꺼번에 삼존 뇌겁을 일으키는 것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었다.

'무제는 역시 다르구나. 생전의 백 분의 일, 천분의 일도 안 되어도 여러 가지 수법이나. 무성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구나!'

무인들과 송옥, 육간, 묘어심 삼대 인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진남이 성공적으로 도겁하여 이번 위기를 넘었으면 몇 년 안 돼 상역 동주는 진남 때문에 풍파가 일었을 테다. 그러나 진남은 여전히 그저 절세 인재일 뿐이다. 하필 사망대제를 만났으니 이 고비를 넘을 수 없을 것이다.'

"하하하!"

강벽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방금 초식을 펼치느라 경지가 더 많이 손상되었다.

그럴지라도 그녀의 눈에는 천하를 멸시하는 패기가 드러났다.

"너 같은 하룻강아지가 나를 노리는 거냐?"

무존의 존엄을 모독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강벽난은 진남의 육신이 욕심났지만 강한 공격을 펼쳐 진남의 뇌겁을 부셨다. 진남의 몸을 차지한 후 대가를 지불하고 다시 회복시키면 그만이었다.

"문도 노조, 어서 손을 쓰시오. 내가 회복되는 날이면 저들의 종말이요."

강벽난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몸을 날려 죽음의 바다의 가운데에 떨어졌다.

체내에서 엄청난 흡인력이 폭발해 죽음의 바다에 모여있던 힘을 모두 체내에 빨아들였다.

칠흑 같은 방대한 바다도 점점 깨끗해졌다.

"좋소!"

문도 노조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사망대제의 강력함이 그에게 자신감을 준 것이었다.

'이제 마음껏 싸워보자!'

그는 바로 태고의 법보를 꺼내 신념을 안에 쏟아 넣어 몇백만 리 너머에 있는 상역 동주의 문도산에 보냈다.

청룡 성주와 당청산 등은 문도 노조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눈길은 모두 진남에게 집중되었다.

만약 문도 노조, 비양 성주 등이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진남 옆에 도착했을 것이다.

"진남!"

용호요종과 궁양 등은 연합하여 현묘한 힘을 발휘했다.

진남의 체내에 힘을 밀어 넣어 진남의 기운을 안정시켰다.

묘묘 공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결연한 표정을 하고 새하얀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녀는 본체를 드러내고 근원을 움직여 진남을 구하려 했다.

"공주……!"

용호요종은 이 광경을 보고 말리려 했다.

용호요종은 그녀가 만약 자신의 본체가 구령전선삼이라는 걸 밝히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원래 청룡 성주를 노리던 문도 노조 등이 목표를 바꿔 그녀를 공격하려 할 것이다.

선약이 변한 사람은 세상에서 보기 드물었다.

"공주……. 멈춰……."

이때 진남이 눈을 천천히 뜨고 힘없이 말했다.

"뇌겁이 흩어진 거라 약효로 회복할 수 없어……."

"하지만……."

묘묘 공주는 뭔가 말하려다가 진남의 눈길이 차가워진 걸 보고 심신이 떨려 행동을 멈췄다.

뇌겁이 격파되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진남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몇백 개의 얼기설기 엉킨 경맥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엉망진창이 되었다.

원영의 힘도 전할 수 없었다.

체내의 원영은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지만 원영에 모였던 힘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다시 말해 지금의 진남은 폐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원영은 이제 빈 껍데기가 되었다.

지금이라면 쉬체 경지의 존재라도 그를 쉽게 죽일 수 있었다.

진남은 식해의 구리거울과 소통하려 했다.

구리거울은 아무 반응 없었다.

그는 혼돈지기도 움직여 봤지만, 혼돈지기도 그의 상처를 회복시킬 수 없었다.

뇌겁이 부서지면서 그가 받은 상처는 엄청났다.

"우리……."

진남은 아픔을 참으며 말하려 했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쿵!

하늘 위의 방원 십 리의 허공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 갈라졌다.

칠흑 같은 허공에서 세 개의 무서운 기운이 뿜어 나았다.

이어 세 개의 성광이 반짝거리며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당청산 등은 안색이 변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세 개의 성광은 세 명의 노인이었다.

세 노인 중에서 제일 앞에 선 사람은 청색 두루마기를 입고 성광이 파란 기운으로 변해 몸을 휘감고 있었다.

왼쪽에 선 노인은 목에 칠 촌 정도 되는 뱀을 감고 있었다.

오른쪽 노인은 자애로운 얼굴에 선인의 풍채와 도사의 골격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는 모두 엄청난 힘이 꿈틀대고 있었다.

문도 노조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비양 성주를 훨씬 초월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두 무성 강자였다.

"문도 삼노다!"

송옥, 육간, 묘어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문도산에는 네 명의 무성이 있었다.

일 위는 문도 노조고 다른 세 명은 바로 문도 삼노였다.

하역의 네 성주가 모두 모인 것이었다.

이런 광경은 상역 동주에서도 보기 드물었다.

'설마 이게 바로 문도 노조가 준비한 수인가?'

무성이 모두 모이고 대제가 나타났다.

모든 무인들은 오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종문의 모든 힘을 동원한 것이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요? 문도 노조, 나를 너무 대단하게 본 거 아니오?"

당청산 등은 깜짝 놀랐다.

청룡 성주는 고개를 들고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창백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고, 그의 몸에는 죽음의 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

"청룡, 헛소리하지 마시오. 오늘이 바로 자네의 종말이요! 삼노, 나를 도와 천지수롱대진(天地囚籠大陣)을 펼칩시다."

문도 노조 등은 전세를 훑어보고 몸을 날려 허공에 떠올랐다.

그들의 몸에서 무성의 힘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갔다.

하늘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진반(陣盤. 진이 그려진 소반) 나타나거라!"

문도 노조는 손가락을 튕겨 태고 진반을 펼쳤다.

진반 위에서 용들이 꿈틀대며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진반이 온 천지를 환하게 비췄다.

용은 점점 많아지더니 삼천 마리가 되어서야 멈췄다.

삼천 마리의 용은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려 앞에 있는 용의 꼬리를 물었다.

한 마리가 한 마리를 물어 눈 깜짝할 사이에 삼천 마리의 용은 몸이 엉켜 서로를 가리지 않고 대진을 이루었다.

"모든 힘을 진법에 쏟아부어라!"

문도 노조가 크게 외쳤다.

문도 삼노, 비양 성주 그리고 사신대 위의 양 봉주 등은 빨리 정신을 차리고 힘을 쏟아 부었다.

존자의 힘, 무성의 힘이 뿜어 나와 하늘을 찌르는 기운으로 변해 삼천 마리 용이 이룬 대진에 들어갔다.

쿵! 쿵! 쿵!

수많은 용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터뜨렸다.

대진에서 태고의 진기가 솟아올랐다.

문도 노조가 온몸의 경지를 전부 폭발시켜 태고 진기를 아래에 있는 청룡 성주 등에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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