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궁양 대 소중황
이만 개의 원석을 삼키자 진남의 체내에는 예순여섯 개의 혼돈지기가 생겼다.
그의 등 뒤의 전신의 혼이 드디어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를 냈다.
쿵!
다섯 개의 금빛 속에서 여섯 번째의 금빛이 다시 펼쳐졌다.
'전신의 혼이 지급 육품까지 진급했다!'
"원영을 진급시키자!"
진남은 바로 서른 개의 혼돈지기를 움직여 원영 속에 주입했다.
원영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폭등했다.
원영을 휘감고 있던 서른세 개의 금색 용 무늬가 천천히 녹더니 하나의 용 무늬를 이루었다.
용 무늬는 더는 금색이 아니고 보라색이었다.
한 쌍의 용 눈은 지혜로운 빛을 반짝이는 것 같았다.
진남이 수련하던 여러 가지 공법이 다시 돌파하여 다른 경지에 도달했다.
"계속하자!"
진남은 여섯 개의 혼돈지기를 다시 내보냈다.
이번의 혼돈지기는 원영에게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진남은 원영이 이미 완전히 배불렀다는 걸 알아차렸다.
"응?"
진남은 눈썹을 실룩거렸다.
그는 원영에게서 뜨거운 느낌이 전해오는 걸 느꼈다.
마치 그의 몸을 떠나려는 것 같았다.
"돌파하려는 거구나!"
진남은 기뻤다.
'드디어 돌파하는구나!'
그는 지난번 청룡 성지에서 도겁한 이후 전력이 무황 경지 정상과 맞먹었지만 아직까지도 돌파할 수 없었다.
진남은 맹강녀를 바라보았다.
용광로 속에 화염은 없고 새까만 칼이 한 자루 놓여 있었다.
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신도구나!"
진남은 눈빛이 흔들렸다.
이 칼은 법보로 가늠할 수 없었다.
윙!
새까만 칼은 흔들리더니 엄청난 도기를 방출해 진남의 몸을 감싸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죽음의 바다, 사신대.
"어떻게 이럴 수가!"
문도 노조가 벌떡 일어섰다.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진남마저도 현급 십품 무혼 밖에 안 되는데, 지급 일품이라니!'
무인들도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지급 일품 무혼이잖아! 하역에 이런 절세 인재가 있다니!"
"와, 이번 대결은 더 엄청나겠는데!"
"이 절세 인재는 청룡 성지 편이다. 의외다, 청룡 성지에 이런 인물이 있다니!"
"……."
무인들은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다들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송옥, 육간, 묘어심은 이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무인들과 달리 생각이 더 깊었다.
'설마 이 신비한 청년이 바로 청룡 성지에서 준비한 비밀의 수인가?'
'진남은 거들 뿐이었나?'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 등이 청룡 성지 쪽을 보았다.
당청산 등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 신비한 청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이 신비한 청년은 그들 편이었다.
* * *
같은 시각, 사신대 위.
궁양이 무혼을 드러내고 소중황 등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자격이 있느냐?"
소중황과 양 봉주 등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진남을 없앴는데 더 엄청난 인재가 나타날 줄이야.
사시관도 표정이 매우 흉악해졌다.
궁양을 보는 눈빛에 살기가 엄청났다.
'어떻게! 어떻게 이 자식이 지급 일품 무혼을 가지고 있지?'
"왜? 설마 나에게 손을 쓸 생각이오?'
궁양이 사시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사시관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방금 죽음의 바다의 벌을 받았다.
사신대가 이미 열렸는데 그가 또 궁양에게 손을 쓴다면 죽음의 바다는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소중황의 기세가 다시 폭등했다.
그가 사납게 외쳤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아직 모른다!"
양 봉주 등은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소중황은 지급 일품 무혼이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보리심, 도법액 이런 영약도 있었다.
"시합 결과는 당연히 확정할 수 없지. 너와 나의 결전은 온 하역이 관심 갖고 있다. 우선 급이 낮은 무인들을 위로 올려보내 사신대를 느껴보도록 하자!"
궁양은 뒷짐을 쥐고 평온한 표정으로 양 봉주 등을 보았다.
"좋아!"
소중황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사신대 아래의 묘묘 공주 등은 이 말을 듣자 바로 궁양이 일부러 시간을 끌어 진남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양 봉주 등은 궁양에게 이런 멸시를 당하자 안색이 매우 흉하게 변했다.
하지만 지금은 쓸데없는 말을 아무리 많이 해 봤자 헛수고이기에 바로 구백아흔아홉 개의 계단을 넘어 검은 돌기둥 아래로 왔다.
"사신대의 대결이 시작됐어!"
"비양 성지의 여러 봉주들이구나!"
"소중황과 저 절세 인재는 왜 싸우지 않는 거지?"
"……."
무인들은 사신대의 광경을 보자 모두 정신이 번쩍 들어 시끄러워졌다.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번 대결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양 봉주의 등 뒤에서 일곱 개의 빛이 반짝이고 무혼이 솟아올랐다.
그는 손을 내밀어 검은 돌기둥을 내리눌렀다.
윙!
검은 돌기둥이 심하게 흔들렸다.
돌기둥 표면에 열세 개의 혈문이 나타나더니 검은 돌기둥을 열세 개 칸으로 나누었다.
이어 흰색 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네 개의 흰색 빛이 나타나서야 멈췄다.
"네 개의 흰색 빛, 사품 천부다!"
사시관이 외쳤다.
쿵!
검은 돌기둥 꼭대기의 수정관에서 빛이 뿜어 나와 양 봉주의 손에 떨어졌다.
머리 숙여 본 양 봉주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극히 보기 드문 단약이었다.
모든 독을 치료할 수 있어서 매우 귀중했다.
다른 봉주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모두 올라와 무혼을 드러내고 측정을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 한 명이 현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어 다섯 개의 빛을 일으켜 반보성도지기 한 개를 상품으로 얻었다.
돌기둥은 혈문에 의해 열세 개 칸으로 나뉘었는데 십삼품이라고 불렸다.
한 개 품을 움직일 때마다 빛이 하나씩 일었다.
무예 천부가 높을수록 일으키는 빛의 수도 더 많았다.
그에 따라 얻는 상품도 더 많았다.
"네가 얼마나 일으키는지 보자!"
소중황은 큰소리로 외치고는 검은 돌기둥 아래로 내려갔다.
궁양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성큼 검은 돌기둥 아래로 내려갔다.
사신대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내가 먼저 하겠다!"
궁양이 크게 외쳤다.
그는 번개 같은 눈빛으로 손을 뻗어 검은 돌기둥을 덮었다.
쿵!
하늘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점점 더 많은 빛이 반짝이면서 검은 돌기둥은 죽음의 바다에서 태양처럼 죽음의 바다 전체를 밝게 비췄다.
빛이 점점 더 많아지다 아홉 번째 빛을 뿜고 멈췄다.
윙!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온화한 빛을 뿜던 수정관에서 엄청난 빛이 일더니 칠색 빛을 뿜었다.
수정관 주위에 서 있던 마신들이 모두 궁양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아홉 개의 빛, 태고의 관이 놀라 흔들리고 마신이 축하하다니!'
문도 노조, 비양 성주, 사시관 등은 이 광경을 보자 안색이 저도 모르게 확 변했다.
'저놈의 무예 천부가 이렇게 대단하다고? 일반적인 지급 이품 무혼이라도 아홉 개의 빛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아홉 개의 빛!"
"구품 천부다!"
"구품에 달하는 천부는 하역에서 금시초문이야!"
"소중황은 큰일 났네!"
"……."
무인들은 모두 경지가 무종 경지 이상이라 견식이 넓었다.
아홉 개의 빛을 보는 순간, 그들은 저도 모르게 표정이 변했다.
당청산 등도 경악했다.
이 아홉 개의 빛은 소중황을 격파하고 일 위를 차지하여 형세를 돌려놓을 수도 있었다.
수정에서 뿜어 나온 칠색 빛이 허공의 한 곳에 부딪혀 폭발했다.
태고의 보물상자가 천천히 열렸다.
보물상자 안에는 성도지기의 법보, 태고의 신비한 영약 그리고 엄청난 공법이 들어있었다.
도합 열여덟 가지의 매우 진귀한 보물들이었다.
사시관은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사시관으로서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그는 힘겹게 말했다.
"구품 빛이다, 열여덟 개 중에서 두 개를 선택하거라."
사신대의 심사는 일으키는 빛이 많을수록 얻을 수 있는 보물이 더 좋고 또 많았다.
물론 여덟 개 이상의 빛을 일으키고 이번 심사에서 일 위를 하면 사신대는 다시 상품을 줄 것이었다.
문도 노조와 동주의 다른 삼대 세력이 가지고 싶어하던 지보와 영약이 바로 일 위에게 주는 상품 중에 있었다.
"저 두 가지로 하겠소."
궁양이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가 선택한 두 가지 보물이 보물상자에서 떨어져 그의 체내로 들어갔다.
두 가지 보물을 얻었지만, 그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홉 개의 빛은 너무 적다. 아직 소중황에게 기회가 있다…….'
궁양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수련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는 팔 개월 전에 구자 진언 영기를 얻었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자신의 무혼을 지급 일품의 경지까지밖에 높이지 못했다.
만약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그는 구자 진언으로 운명을 바꾸어 무혼 등급을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으니 소중황이 빛을 얼마나 일으키는지 볼 수밖에 없었다.
"네 차례다!"
궁양이 평온한 시선으로 소중황을 바라보았다.
소중황은 몸이 떨리고 눈빛이 조금 불안했다.
'문도 노조와 사시관이 연합해 나를 도와 보리심, 도법액을 얻어 온 것은 내가 아홉 개의 빛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궁양이 아홉 개의 빛을 일으켰다. 만약 내가 아홉 개밖에 일으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승부를 가릴 수 없다.
승부가 나지 않으면 마지막의 지보는 둘 다 고를 수 있고 변수가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해서 나는 반드시 아홉 개의 빛을 초과하여 열 개의 빛을 일으켜야만 형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열 개의 빛은 지급 사품 무혼이라도 해낼 수 없을 것인데……. 어떻게 하지?'
문도 노조, 비양 성주, 송옥, 육간, 묘어심 등도 이 점을 알아채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일단 해 보자!"
소중황이 이를 악물었다.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그는 성큼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검은 돌기둥 위에 올렸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숨을 멈췄다.
찬란한 흰색 빛이 검은 돌기둥 밑에서 위로 솟아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개를 넘었다.
사람들은 심장박동이 더 빨라졌다.
얼마 안 돼 아홉 번째 빛이 반짝이더니 멈췄다.
아홉 개의 빛, 엄청난 성적이었다.
하지만 문도 노조, 비양 성주, 사시관 등과 소중황의 머릿속에는 쿵 하고 소리가 났다.
'아홉 개의 빛, 궁양과 동급이다! 사신대의 마지막 상품은 똑같이 나눠야 한다!'
당청산 등이 어찌 이런 결과일 줄 생각이나 했을까?
그들은 바로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신비한 인재가 소중황을 이기지 못했지만 비겼다는 것 만해도 정말 대단하다! 문도 노조가 계획을 계속 진행하려면 엄청난 저항을 받을 것이다!'
이때 사시관이 미친 듯이 외쳤다.
"난 몇백 년을 기다렸다. 한데, 어찌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