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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86화 (286/1,498)

286화 그와 함께하려면……

"무엄하다."

바로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고 위엄이 넘치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광기를 부리던 사령들은 하나같이 몸이 굳어버렸다.

그들은 마치 무서운 것을 만난 듯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머리를 감싸 안고 미친 듯 도망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빼곡하던 사령들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오직 핏빛 강물만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

"익숙한 기운이네……."

* * *

그 시각, 죽음의 바다의 사신대 위.

사시관이 먼 곳의 문도 노조 등을 훑어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높이 외쳤다.

"사신대에는 두 개의 관문이 있다. 첫 번째 관문은 이 구백아흔아홉 개의 계단을 걸어야 한다! 계단을 건너야만 손바닥을 검은 돌기둥에 올려 무혼 등급을 측정할 수 있다!"

그의 외침은 매우 컸다.

바닷가의 모든 무인들도 정확하게 들었다.

"지금부터 시작한다!"

사시관이 명령했다.

소중황이 뒷짐을 지더니 양 봉주 등에 둘러싸여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으로 걸어갔다.

무인들은 거의 동시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지급 일품 무혼이다. 게다가 보리심과 도법액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소중황의 무예 천부가 어떻게 나올까?'

"혹시 무예 천부를 높일 수 있는 영약을 갖고 있습니까?"

궁양이 물었다.

그의 눈에 예리한 빛이 드러났다.

"응?"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 등은 모두 살짝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진남은 아마도 조금 더 있어야 올 것 같습니다."

궁양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전에 제가 소중황을 상대할게요. 소중황은 진남이 손을 쓸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묘묘 공주 등은 살짝 놀랐다.

'무슨 자신감이지? 소중황은 지급 일품 무혼이다!'

사신대 위에 서 있던 사시관이 그 말을 듣고 바로 비웃었다.

"사신대에서는 오직 죽음의 바다에서 얻은 영약만 쓸모 있다. 외부의 무예 천부를 높이는 영약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쓸모없다."

이 말을 듣자 궁양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영약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면 무혼으로 승부를 보자.'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궁양은 몸을 날려 계단 위로 올라가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걸어갔다.

그의 이런 행동은 소중황 등과 무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저자는 누구지?"

"설마 청룡 성지의 새 인재인가?"

"이상하다, 만약 이름 있는 인재라면 우리가 알 건데?"

"……."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는 이 광경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진남을 해결했는데, 왜 또 이런 천재가 나타난 거지?'

사신대 계단 위의 소중황은 궁양의 행동을 보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와 대결하겠다고?"

"그래."

궁양은 싸늘한 눈빛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찬란한 금빛이 그의 등 뒤에서 반짝거렸다.

금빛 속에서 아홉 개의 형상이 엄청난 기운을 드러냈다.

소중황, 사시관 등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죽음의 바다 해안의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 그리고 모든 무인들은 표정이 심하게 흔들렸다.

'금빛이다! 저자의 무혼이 지급 일품이라니?'

* * *

맹파하.

진남은 깊은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는지 눈부신 빛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그는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천천히 떴다.

눈을 뜨자마자 진남은 하늘을 보고 당황했다.

'여기는 어디지? 내가 죽었나?'

그가 의문에 싸여있을 때 담담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울려 퍼졌다.

"깨어났느냐?"

진남은 깜짝 놀라 황급히 고개를 들고 보았다.

그의 삼 장 밖에 한 여인이 돌의자에 앉아 다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여인은 검은 머리가 땅에 드리우고 오관이 반듯하고 평온한 기질을 갖고 있었다.

"당신은……."

진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훑어보았다.

원영이 아직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심장도 힘차게 뛰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 설마 저 여인이 나를 구한 건가?'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진남이 묻기도 전에 여인이 손을 흔들어 영패를 몇 개 꺼내더니 담담하게 물었다.

"너는 당청산과 어떤 사이냐?"

그녀가 꺼낸 영패는 전에 살황, 단목 봉주 등이 그에게 준 것이었다.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

'당청산! 죽음의 바다에서 당청산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지? 바로 몇백 년 전, 당청산, 단목 봉주의 사매다!'

진남은 전에 당청산의 사매가 죽음의 바다에 빠져 사령이 되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이 여인은 조금도 사령 같지 않은데?'

"선배님, 전 청룡 성지의 사람입니다!"

진남이 생각하더니 떠보듯 물었다.

"선배님은 당청산 선배님의 사매가 맞습니까?"

여인은 살짝 당황하더니 얼굴에 뭔가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날의 파란만장한 세월을 회상하는지 아니면 뭘 회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청룡 성지는 지금 어떻게 됐느냐?"

여인은 한참 후 진남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진남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이 여인이 바로 당청산 등의 사매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왜 이런 모습인지는 그녀가 스스로 말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진남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청룡 성지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낱낱이 말했다.

"문도 노조, 사시관, 비양 성주……."

여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솟아올랐다.

"백 년이다! 백 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들이 아직도 양아버지를 노리고 있다니! 아직도 청룡 성지를 노리고 있다니!"

여인의 진노에 천지가 흔들렸다.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이 여인의 기세가 이렇게 강대할 줄 몰랐다.

'이 여인은 기세가 사시관을 훨씬 초월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한참 후에야 여인은 기세를 거둬들였다.

그녀는 진남을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난 맹강녀(孟薑女)다. 청룡 성주의 수양딸이자 당청산의 사매다. 물론 모두 지난날의 신분이다. 지금의 나는 이 맹파하의 영혼이다."

제일 마지막의 몇 글자와 함께 온 천지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진남은 무언가 알아차린 듯 안색이 굳어졌다.

고개를 든 진남은 하늘이 시뻘겋게 변하고 강이 흐르는 걸 발견했다.

강물 속에서 수많은 영혼이 꿈틀대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지금 맹파하의 아래쪽에 있었다.

"맹파하의 영혼이요?"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물었다.

"맞다, 죽음의 바다에서는 죽음의 바다든 아니면 만혈분, 내하교, 맹파하, 혹은 묘지든 모두 자신의 독특한 영혼이 있다. 우리는 사시관과 다르다. 사시관은 생전의 사망대제가 직접 지명했지만 우리는 영물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진작에 손을 써서 사시관을 죽였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사시관이 계속 반칙할 수 있었던 건 죽음의 바다에 그를 제재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구나.'

"선배님, 전 나가겠습니다!"

진남이 정중하게 말했다

"사신대로 가서 형세를 뒤집겠습니다!"

"네가 할 수 있느냐?"

맹강녀가 의심스런 눈길로 그를 흘겨보았다.

진남의 말대로라면 소중황은 지급 일품 무혼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사시관의 도움으로 무예 천무가 엄청 대단해졌을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진남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의 등 뒤에서 다섯 개의 금빛이 반짝거리더니 사라졌다.

"이건……!"

맹강녀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앞에 있는 진남이 지급 오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지급 오품 무혼은 상역 동주에서도 천재로 불릴 수 있었다.

"우리 청룡 성지에 너 같은 절세 인재가 나타나다니……."

맹강녀의 눈에 이채가 드러났다.

"한 가지 일을 마친 후 네가 떠나가도록 도와줄게."

"한 가지 일을 마치라고요?"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저장 주머니에 여러 가지 무예 천부를 높일 수 있는 영약이 있다. 또 수련자원도 있다. 모두 가져가거라."

맹강녀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내 몸을 칼로 만들 거다."

말을 마친 맹강녀는 손을 휘저었다.

그녀의 앞에 커다란 용광로가 나타났다.

용광로 주위에 여러 가지 태고의 돌덩이, 쇠붙이가 놓여 있었다.

모두 신비롭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강했다.

모두 신병이기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재료들이었다.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맹강녀가 손을 흔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맹파하의 영혼으로써 죽음의 바다를 떠날 수 없다. 오직 몸을 병기로 만들어야만 감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배님, 그러지 마십시오. 제가 사신대에 올라가기만 하면 중생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선배님을 구해낼 수 있습니다."

진남은 조급해졌다.

그는 이번에 비양 성지를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또 살황의 부탁도 들어줘야 했다.

"중생영이 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맹강녀가 평온하게 말했다.

"이 세상은 매우 잔혹하다. 무혼 등급은 넘을 수 없는 골짜기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갈라놓았다. 강대한 전승을 얻어야만 운명을 바꿀 수 있고, 자신의 무혼을 개변할 수 있다.

난 맹파하의 영혼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당청산의 미래는 온 창람대륙을 휩쓸 것이다. 난 그와 함께하고 싶지만, 무예 천부가 부족하다. 오직 칼이 되어야만……, 그와 함께 세상을 돌며 싸워야만 영원히……."

마지막에 맹강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일었다.

그녀는 몸을 날려 용광로 안으로 들어가 두 손을 저어 여러 가지 재료를 전부 빨아들였다.

그녀가 입을 벌리자 검은 불길이 타올라 그녀의 몸을 감싸고 용광로를 통째로 휘감았다.

불빛 속에서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광경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전에 현령종에서 당청산이 몇백 년 동안 수그리지 않았던 머리를 수그린 것은 오직 한 가닥의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지금 맹강녀는 맹파강에서 백 년을 배회하며 자신의 몸을 신도(神刀)로 만들어 당청산과 평생을 같이하려 했다.

"선배님, 안심하십시오. 사신대에서 저는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진남은 엄숙한 표정으로 맹강녀에게 공수하더니 저장 주머니를 보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저장 주머니 속에는 여러 가지 보물이 산을 이루어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만 육천 개 원석, 두 개의 보리심, 한 방울의 도법액……."

진남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보리심과 도법액은 모두 무예 천부를 높이는 영약이다. 그리고 만 육천 개의 원석에 내가 갖고 있는 원석을 합하면 이만 개나 된다. 이만 개면 혹시 전신의 혼을 진급할 수 있지 않을까?'

"맹강녀 선배님이 칼이 되려면 아마 아직 한 시진 더 있어야 할 거야. 그동안 보물들을 사용하자."

진남은 깊게 숨을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더니 보리심과 도법액을 전부 삼켰다.

두 가지 영약을 삼킨 후 진남은 정신력이 더 강대해진 것을 느꼈다.

"원석을 삼키자!"

진남은 손을 내밀어 원석을 잡더니 끊임없이 입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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