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맹파하에 빠진 진남
'진남이 돌아온다.'
그 말은 마치 마력이 있는 것처럼 묘묘 공주 등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궁양의 말이 맞았다.
진남은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참아야 했다.
묘묘 공주는 기세가 드높고 구불구불한 맹파하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진남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슴이 아파서 주먹을 움켜쥐며 나지막이 외쳤다.
"이만 가자."
궁양 등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명은 빠르게 내하교를 건넜다.
소중황, 양 봉주 등은 물론 묘묘 공주 등은 무려 한 시진이 지나서야 겨우 내하교를 건넜다.
소중황과 양 봉주 등은 묘묘 공주 등의 모습을 보고 조롱하듯 웃었다.
진남이 맹파하에 빠지면서 대세가 이미 정해졌다.
그들은 사신대에 오른 후 청룡 성주를 연화하고 이들을 단단히 혼내줄 작정이었다.
"소중황, 첫 번째로 다리를 건넜으니 도법액을 상품으로 주겠다."
사시관은 묘묘 공주, 궁양 등을 보면서 입술을 핥았다.
그가 큰 손을 한 번 흔들자 몽환적인 보라색 액체가 소중황의 미간에 떨어졌다.
보라색 액체에서 빛이 피어나며 보라색 화염이 되어 미간에 새겨졌다.
소중황은 깜짝 놀랐다.
그의 정신력과 원기가 다시 한번 강해졌다.
"사신대로 가자."
사시관은 눈에 흥분과 열기가 드러났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는 큰 손으로 사람들을 말아 올리고 허공을 찢었다.
* * *
죽음의 바다 밖, 양대 성지가 대치하고 있는 곳.
죽음의 바다에서 방금 이변이 일어났기에 사람들은 혹시나 놓칠까 봐 눈을 깜빡이지 않고 죽음의 바다를 주시했다.
사신대가 나타날 시간이 되었다.
쿵!
아무런 기미도 없이 광활한 칠흑 해면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방원 십 리나 되는 칠흑 같은 동굴이 생겼다.
바닷물은 하늘에 솟구쳐 올라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문도 노조조차 표정이 굳었다.
'사신대가 나타나려는 것이다.'
휙! 휙! 휙!
그림자가 방원 십 리의 칠흑 같은 동굴 주위에 내려왔다.
그림자들은 높이가 열 장에 달했다.
그들은 온몸이 어둡고 용모가 흉악하며 등 뒤에 날개가 두 개 있었다.
마치 전설 속의 악마처럼 보였다.
무려 오십여 명의 그림자가 천지를 가득 메웠다.
웅웅웅.
그들은 살아난 듯 나지막이 읊조렸다.
읊조리는 소리는 그리 크지 않지만 기이한 힘을 갖고 있었다.
소리가 사방으로 퍼지더니 해안가에 있는 수많은 무인들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경건한 마음이 생겼다.
"흥!"
문도 노조는 콧방귀를 뀌었다.
순간 사람들의 경건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쿵!
별안간 방원 수십 리 되는 어두운 동굴에서 빛이 솟구쳐 올라 구름을 뚫고 허공에 꽂혔다.
빛은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두운 동굴에서 어느새 커다란 도장이 떠올랐다.
도장은 네모난 모양으로 방원 팔 리를 차지했다.
높이는 백 장이나 됐고 무척이나 어두웠다.
도장의 동서남북에 구백아흔아홉 개의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을 지나면 바로 도장의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중앙에는 무려 길이가 칠십 장, 폭 열 장인 검은 돌기둥이 솟아 있었다.
검은 돌기둥의 꼭대기에는 신비한 수정관(水晶棺)이 있었다.
관은 부드러운 빛을 발하며 서 있었다.
사람들과 문도 노조는 그 수정관을 보고 일제히 넋을 잃었다.
죽음의 바다는 천 년 전에 사망대제(死亡大帝)가 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사신대는 몇십 번 나타났고, 구경하러 오는 무인들은 그 수정관을 볼 때마다 전설이 떠올랐다.
전설 속에서 수정관 안에 누워 있는 것은 사망대제였다.
사망대제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다.
사람들더러 와서 무예 천부를 시험하라고 하는 것은 무예 천부가 충분하면 사망대제를 완전히 깨워 다시 인간 세상에 나타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전설일 뿐이었다.
문도 노조나 동주의 상도맹 등도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저것 봐, 소중황이야."
"양 봉주 등도 있어."
"소 사형은 기운이 더 강해졌어."
"……."
현장에 있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시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계단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 당청산 등도 함께 쳐다봤다.
그들은 두 번째 관문에서 진남이 어떻게 됐는지 신경 쓰였다.
문도 노조와 당청산 등은 일제히 어리둥절해졌다.
자세히 보고 나서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졌다.
당청산 등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무인들도 신속하게 문제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헛숨을 들이켰다.
"진남이 없어."
사신 삼 관의 두 번째 내하교에서 진남이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
"여러분. 좀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진남이 부주의로 맹파하에 빠졌다고 하오. 이번 천재 대결은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소."
문도 노조는 슬픈 척 탄식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맹파하에 빠졌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부주의로 빠졌다고? 그럴 리가 없어.'
송옥, 육간, 묘어심은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진남이 청룡 성지를 도와 문도 노조와 대립하니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었다.
"맹파하에 빠졌다니……."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은 표정이 굳었다.
'또 맹파하다.'
몇백 년 전에 그들의 사매도 맹파하에 빠졌다.
당청산은 내하교에서 사시관의 흉수(毒手, 잔혹한 수단)에게 당했다.
그들의 사매가 당청산을 구하기 위해 사시관들의 습격을 막아낸 덕분에 그가 살아남았다.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은 지난번에 사시관이 규칙을 어겼기에 이번에는 함부로 못 할 줄 알았다.
그들은 사시관이 다시 나설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문도 노조!"
당청산의 눈이 시뻘게졌고 살기가 이글거렸다.
사시관이 그렇게 배짱이 큰 건 분명 문도 노조가 뒤에서 밀어주기 때문이었다.
"당청산, 흥분하지 말거라."
청룡 성주가 별안간 손을 내밀어 당청산의 어깨를 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진남은 우리 청룡 성지의 성자인데 어찌 쉽게 죽었겠느냐? 걱정하지 말거라. 얼마 안 있으면 분명 사신대로 돌아올 것이다."
'사신대로 돌아온다니!'
당청산 등은 눈빛이 떨리고 망연자실했다.
'맹파하인데 진남이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러나 당청산 등은 청룡 성주의 꿋꿋한 눈빛을 보자 침묵했다.
무인들은 그 말을 듣고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장난해? 맹파하에 빠지면 존자라도 돌아올 수 없어.'
"하하하!"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의 눈빛은 허공에서 살짝 마주치더니 불꽃을 튀겼다.
사신대가 시작되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들이 나설 때였다.
* * *
죽음의 바다 두 번째 관문, 내하교.
진남은 몸이 지옥에 추락하는 것을 느꼈고 귓가에는 포효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시관은 온 힘을 다하지 않았구나.'
진남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몸은 날아가고 있었지만 가벼운 부상만 입었을 뿐 힘이 남아있었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본 그는 소름이 끼쳤다.
많은 사령들이 흥분한 채 광기 어린 표정으로 커다란 입을 벌렸다.
그들은 앞다투어 끊임없이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청심당마결!"
진남이 낮게 외치자 큰 종이 나타나 그의 몸을 모두 감쌌다.
사령들이 큰 종에 부딪혀 폭발음이 났다.
종은 심하게 흔들렸다.
"성공지뇌."
진남의 왼쪽 눈에서 수많은 뇌정이 폭발하며 종을 덮어버렸다.
사령이 다가와도 모두 뇌정에 의해 없어졌다.
"안 돼. 맹파하에는 사령이 너무 많아 빨리 나가야겠어."
진남은 아래쪽에 있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짙은 붉은색 강물을 훑어봤다.
이를 악물고 청심당마결을 움직여 종과 뇌정으로 길을 만들어 내하교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사방에서 밀려오는 사령은 점점 더 많아졌다.
사령들이 진남의 몸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서른세 개의 금색 룡문 원영을 움직여도 사령들의 막을 깰 수 없었다.
사령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끝없이 몰려오는 사령들과 부딪히면서 진남의 몸은 천천히 맹파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사방을 둘러보니 핏빛 강물과 사령들만이 있었다.
"빌어먹을……."
진남은 안색이 변하여 성공뇌정을 움직이며 끊임없이 공격했다.
뇌정이 공격하면 십여 명의 사령이 종적 없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러나 사령이 너무 많아서 이런 행동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구리거울!"
진남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식해의 구리거울은 마치 진남의 소리를 듣지 못한 듯 고요했다.
"빌어먹을, 결정적인 순간에 왜 구리거울은 반응이 없는 거야? 지금 이대로라면 힘은 사령에게 모조리 소모될 것이고……."
진남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한참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그때 수많은 사령들 가운데 거대한 두 사령이 시뻘건 눈에 광기 어린 기운으로 진남에게 돌진했다.
"반보 무존 경지의 사령인가?"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가 방금 상대한 사령은 모두 무왕 경지와 무종 경지의 존재였다.
반보 무존 경지가 나타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반존, 반보 무존 경지다!'
"죽어!"
진남은 바로 고함을 지르며 폭노 고검을 뽑았다.
그는 엄청난 도기를 내뿜으며 두 사령과 악착같이 싸웠다.
두 사령은 경지만 있고 공법, 보물, 무예의 지혜는 전혀 사용할 줄 몰랐다.
그들은 진남의 도기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려 스무여 명의 반보 무존 경지 사령들이 다시 몰려와 진남을 죽이려 했다.
"지금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그렇다면 한번 싸워보자."
진남은 이를 악물고 온몸의 전의를 폭발시켰다.
그는 끊임없이 칼을 휘두르며 베어버렸다.
그의 체내에 있던 서른세 개 금룡 무늬의 원영은 끊임없이 싸우면서 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의 몸도 약해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설마 이렇게 죽는 건가……?"
문득 진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문득 그는 당청산이 현령종에서 그에게 무릎을 꿇던 모습 그리고 청룡 성주의 생명이 다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그는 용호요종, 사마공, 궁양이 떠올랐고 마지막에는 묘묘 공주가 생각났다.
'만약 이렇게 죽는다면 나에게 기대를 건 사람들을 어떻게 보지?'
"싸우자!"
진남이 외쳤다.
그는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전의를 드러냈다.
맹파하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계속 싸웠다.
얼마나 오래 칼을 얼마나 휘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기진맥진할 때까지 싸웠다.
사령들이 천지를 뒤덮어 전혀 빛이 보이지 않았다.
"난……."
진남은 입을 벌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피로가 그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그의 몸에서 나온 큰 종, 뇌정도 그 순간 사라졌다.
사령들은 입을 벌려 포효하면서 미친 듯 돌진했다.
그들은 진남을 물어뜯어 산산조각 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