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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81화 (281/1,498)

281화 몇 개나 들어갔느냐?

"전신의 왼쪽 눈으로 확인해 보자."

진남은 왼쪽 눈으로 혈분들을 일일이 훑어보았다.

이내 다른 점을 발견했다.

소중황이 들어간 무덤은 난해하고 신비한 힘이 있지만, 다른 무덤에는 그런 힘이 없었다.

"그 힘이 있는 것은 살기가 없는 혈분이고, 그 힘이 없는 것이 살기가 있는 혈분이구나."

진남은 팔만 칠천 개의 혈분을 모두 확인한 후 바로 결론을 내리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소중황, 첫 번째 관문은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구나.'

"묘묘 공주, 잘 들어. 동쪽에 있는 오백 개의 혈분이 모두 살기가 없는 거야."

진남은 신속하게 묘묘 공주 등에게 말했다.

물론 그는 조방도 빼놓지 않았다.

십육 봉 대비에서 조방이 그를 한 번 구한 적 있었다.

"진남, 대단하다."

용호요황의 눈이 번쩍였다.

진남을 바라보는 조방의 눈빛도 존경심이 가득했다.

"자, 시간이 없어."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몸을 날려 혈분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곁눈질로 익숙한 그림자가 언뜻 지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기 전에 익숙한 그림자는 사라졌다.

"누구지?"

진남은 의혹이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혈분에 들어갔다.

진남은 첫 번째 혈분에 들어가자 눈앞이 환해졌다.

혈분에는 삼백 개의 원석이 있었다.

"혈분 하나에 원석 삼백 개면, 오백 개 혈분이면……."

진남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혈분 밖.

사시관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광막이 나타나고 그 위에 몇백 개의 이름이 굴러갔다.

일 위는 당연히 소중황이었다.

그리고 이름 뒤에 아흔여덟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아흔여덟 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아흔여덟 개의 정확한 혈분을 찾아내다니!"

"분명 부정행위가 있었을 거야!"

"에이, 부정행위가 어디 있어? 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

"허허, 소중황이 보리심을 얻으면 사신대에 오를 때 무예 천부가 더 뛰어나겠구나."

"……."

혈분에 들어서지 못한 무인들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그들은 의혹을 품은 시선으로 왼쪽을 바라봤다.

양 봉주 등 열여덟 봉주들도 혈분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시관 말에 의하면 들어간 혈분이 열 개 미만이면 다음 관문으로 갈 수 없었다.

'다음 관문으로 가지 않을 거면 열여덟 봉주들은 와서 뭘 하려는 걸까?'

양 봉주 등은 다른 시선을 무시한 채 광막에서 일 위를 달리고 있는 소중황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사시관과 시선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을 쳐다본 사시관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도를 가지고 있으니 소중황이 반드시 보리심을 얻을 것이다. 보리심을 얻으면 그의 무예 천부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거고……."

사시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런데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광막 아래의 몇 개의 이름 뒤에 있는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사람들은 일제히 놀랐다.

"뭐야? 묘묘 공주가 쉰여섯 개야!"

"맙소사, 쉰여덟, 아니 예순 개!"

"용호요종도 오르고 있어!"

"진남은 이미 백 개나 되었어!"

"……."

사시관과 양 봉주 등은 안색이 변하여 일제히 고개를 들어 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소란스러웠던 현장이 조용해졌다.

그들은 모두 눈을 부릅뜨고 일 위 이름을 죽어라 노려보았다.

"이, 이럴 수가!"

* * *

진남은 혈분들 사이로 빠르게 움직였다.

혈분에는 모두 원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약, 공법, 무술 등 모두 값진 보물이 있었다.

진남은 단숨에 사백여 개의 혈분을 훑었다.

그는 대량의 보물들을 보고 흥분했다.

"삼천 개의 원석과 여러 가지 영약들을 얻었다. 시간이 아직 많으니 계속 찾아보자."

진남의 눈빛은 매우 뜨거웠다.

그는 맹렬한 호랑이처럼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진남은 그의 행동이 외부 세계에 큰 충격을 준 것을 전혀 몰랐다.

사시관과 양 봉주 등 그리고 혈분에 들어가지 않은 무인들의 눈빛은 모두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왜냐하면 일 위가 소중황이 아니라 진남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름 뒤에 있는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오백 개!"

"육백 개야. 벌써 육백 개."

"진짜 육백 개야. 어떻게 한 거지?"

"맙소사! 칠백 개! 다른 사람도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어"

"……."

무인들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진남은 벌써 천이백 개를 넘었다.

그의 이름 아래에는 묘묘 공주, 용호요종, 사마공, 조방인데 그들도 이미 오백 개를 넘었다.

묘묘 공주 등도 경지가 엄청나기에 여러 가지 수단으로 혈분의 위험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의 수단이 진남의 왼쪽 눈보다 조금 낮았지만 그래도 대단했다.

이외에도 '영'이라는 신비한 사내가 더 있었다.

조방의 아래 순위인데 이미 사백 개의 혈분을 찾아냈고 계속 늘어났다.

소중황은 칠 위로 밀려났다.

겨우 삼백 개의 혈분을 찾았다.

사시관과 양 봉주 등은 어리둥절했다.

'소중황 같은 절세의 인재가 오 위에도 못 들다니? 진남 등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 * *

같은 시각 죽음의 바다 밖.

비양 성주는 벌떡 일어나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시간으로 미루어 보면 소중황과 진남 등은 흰색 큰길로 들어가 첫 번째 관문인 만혈분을 찾았을 것이오. 마침 나에게 만혈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보물이 있으니 소중황이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함께 봅시다."

청룡 성지의 당청산 등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예전에는 죽음의 바다가 열릴 때 아무도 첫 번째 관문의 상황을 살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침 비양 성주에게 보물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도 있을까?'

당청산 등은 이내 눈치챘다.

'비양 성지는 어떤 수단으로 소중황이 만혈분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비양 성주는 일부러 사람들에게 첫 번째 관문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첫 번째 관문에서 소중황이 진남보다 훨씬 앞선다면 사람들은 진남이 소중황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한껏 비웃을 것이다.'

당청산과 청룡 성주 등도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의 평정이 깨질 게 분명했다.

강자들끼리 싸울 때는 심경도 무척 중요했다.

만약 당청산 등과 청룡 성주의 심경이 좋지 않다면 상대하기 훨씬 쉬울 것이었다.

묘어심, 송옥, 육간과 무인들은 당연히 그런 속내를 몰랐다.

다만 그들은 비양 성주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얼른 첫 번째 관문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소중황은 적어도 삼백 개의 혈분에 들어갔을 테고, 진남 등은 몇십 개 정도 들어갔겠죠."

비양 성주는 입꼬리를 올려 비웃으며 몰래 문도 노조를 바라보았다.

문도 노조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여러분, 이것은 사망수요. 내가 우연히 얻었는데 첫 번째 관문을 구경하기 딱 좋은 물건이요."

비양 성주는 큰 소리로 말하며 손을 뒤집어 작은 짐승을 꺼냈다.

그 짐승은 두꺼비처럼 생겼는데, 온몸이 시커멨고 두 눈만이 빨갛게 빛났다.

비양 성주가 그 안에 기운을 불어넣자 두꺼비는 마치 살아난 듯 개굴개굴하며 빨간 눈에서 빛을 뿜어 허공에 핏빛 장막을 만들었다.

핏빛 장막을 통해 사람들은 만혈분을 보게 되었다.

그 속에는 사시관과 양 봉주 등이 있었다.

"사시관……."

당청산 등은 그들을 막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고 살폈다.

사시관을 보는 순간 당청산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두 눈에 살기가 이글거렸다.

'백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죽음의 바다에 빠져 죽지 않았구나. 진남이 상황을 돌릴 수 있다면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당청산은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억누르고 핏빛 장막을 자세히 보았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이 다 약속이나 한 듯이 핏빛 장막을 바라봤다.

그들은 사시관이 만들어낸 순위를 살폈다.

비양 성주의 비아냥거리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문도 노조의 담담한 표정도 변했다.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잠깐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더니 곧 시끄러워졌다.

"세상에, 진남이 천오백 개의 혈분에 들어갔어."

"대단해 정말!"

"봤어? 소중황이 칠 위야."

"믿을 수 없어. 묘묘 공주, 용호요종, 사마공, 옥나찰도 대단해! 그런데 영은 누구지?"

"……."

경악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소중황은 지급 일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진남에게 눌린 것도 모자라 다른 다섯 사람들에게도 눌리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하하하!"

안색이 좋지 않던 당청산 등은 크게 웃었다.

비양 성주는 특별히 사망수를 꺼내 첫 번째 관문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소중황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려고 했지만,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비양 성주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성주인 걸 자각해서 침착하지 않았다면 이미 추태를 부렸을 수도 있었다.

문도 노조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너무 일찍 좋아하지 말거라.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건 이번에 청룡 성지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문도 노조는 무언가 생각난 듯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 * *

죽음의 바다, 첫 번째 관문, 만혈분.

한 시진이 금방 지나갔다.

마지막 결과는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진남, 이천백아흔일곱 개의 혈분에 들어감.

묘묘 공주, 천삼백 개 들어감.

사마공, 팔백아흔네 개 들어감.

용호요종, 칠백여든두 개 들어감.

조방, 칠백일흔여섯 개 들어감.

영, 칠백예순세 개 들어감.

소중황, 사백열다섯 개 들어감.

팔만 칠천 개의 혈분 중 살기가 없는 것은 칠천 개밖에 없었다.

진남 등은 오천 칠백여 개의 혈분에 들어갔다.

절반 이상을 청룡 성지 사람들이 찾아냈다.

소중황이 이끄는 비양 성지 사람들은 고작 팔백 개에 들어갔다.

둘은 무려 일곱 배나 차이가 났다.

"하하하!"

용호요종은 활짝 웃었다.

그는 이번에 무척이나 많은 것을 얻었고 힘도 들지 않았다.

묘묘 공주와 사마공, 조방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도합 사천 개의 원석, 그리고 각종 영약……."

진남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는 이내 진정했다. 그리곤 순위에 있던 '영'이라는 자를 생각했다.

신비한 영은 실력으로 칠백여 개의 혈분을 찾아내고 소중황을 뛰어넘었다.

그러니 영도 쉬운 존재는 아니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최소한 하역에서도 정상급 인재일 것인데 왜 들어 본 적이 없을까?'

진남은 익숙한 느낌이 생각나 왼쪽 눈을 움직여 살펴보려고 했다.

이때 의기양양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중황이 의기양양하게 성큼성큼 혈분에서 나왔다.

소중황은 매우 신났다.

비양 성지의 도움과 마지막에 저주 무혼의 도움으로 적지 않은 혈분을 더 찾아내서 사백여 개의 정확한 혈분을 찾아냈다.

예전에 살황은 고작 삼백여 개를 찾아냈다.

이런 성적이면 진남을 손쉽게 깔아뭉갤 수 있을 것이었다.

"하하하, 진남! 너희들이 다 살아 있을 줄은 몰랐다!"

소중황은 대단한 기세로 진남 등을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말했다.

"얼마나 많은 혈분에 들어갔어? 백 개? 이백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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