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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80화 (280/1,498)

280화 첫 번째 관문

"가자!"

"우리도 빨리 들어가자."

"저들이 어떻게 대결하는지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어."

"……."

무인들은 흥분해서 모두 죽음의 문으로 몰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해안에 있던 사람 수가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이곳에 남은 사람들 수도 몇만 명은 되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정상급의 대결을 구경하러 온 것이었다.

"진남……."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은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 청룡 성지의 희망은 모두 진남에게 있었다.

청룡 성주나 그들의 사매의 운명도 모두 진남에게 달려 있었다.

그들도 진남이 고작 현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고 무예 천부가 소중황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소중황은 열여덟 봉주가 그를 보호해주고 있고 더 많은 제자들이 도움을 줬다.

청룡 성지 사람들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진남이 기적을 일으킬 거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콜록콜록!"

그때 청룡 성주가 심하게 기침을 했다.

청룡 성주의 기침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는 피를 토했다.

피가 바닥에 떨어지자 강한 부식시키는 힘이 있는 것처럼 땅바닥이 검게 변했다.

무인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송옥과 묘어심, 육간도 눈빛이 반짝였다.

'청룡 성주의 시일이 며칠 안 남은 것 같구나.'

문도 노조는 보라색 보좌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냉소를 지었다.

'이번에 청룡 성주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루 강아지 같은 진남이 청룡 성주의 구세주가 되려고? 꿈 깨!'

"스승님……."

당청산, 단목 봉주 등은 이를 보고 안색이 변했다.

"괜찮다."

청룡 성주는 손을 흔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반나절은 걸려야 저들이 사신대에 오를 거다. 우리 사제(師弟) 다섯이 이렇게 다 모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모여서 대화나 나누자."

당청산 등은 움찔하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들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청룡 성주가 후사를 당부하려는 것 같았다.

* * *

진남과 묘묘 공주 등은 거대한 죽음의 문에 들어서는 순간 한없이 눈부신 빛이 밀려와 눈을 감았다.

그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른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진남은 즉시 사방을 둘러봤다.

그의 아래는 핏빛으로 변한 방원 이백 리가 되는 도장이 있었다.

그 주변은 끝없는 어둠이 펼쳐져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도장의 양쪽에 난 두 큰 길이 가장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첫 번째 큰길은 흰색이고 두 번째 길은 검은색이었다.

모두 어둠 속으로 뻗어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소중황은 도장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열여덟 봉주들과 몇천 명의 무황 강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어 기세가 대단했다.

거기에 비하면 진남 쪽은 네 명밖에 없어서 매우 초라해 보였다.

도장에 있던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진남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휙 하고 허공을 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장에 중년 사내가 한 명 더 나타났다.

중년 사내는 온몸이 칠흑같이 캄캄하고 짙은 죽음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으며 두 눈은 새빨갛고 눈길이 스치는 곳은 사람의 심신을 오싹하게 했다.

'응? 무존 강자인가? 아니야. 무존 경지보다 더 강해. 최소한 반보 무성 경지는 될 거야. 그러나 이 사람의 기운은 좀 특이하다. 체내에 생기가 전혀 없어.'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보다시피 길이 두 개 있다. 하얀 길은 사신대로 가는 길이다. 검은 길은 여러 가지 기우가 있다. 그러나 길이 험악하여 들어가면 아홉은 죽고 한 명만 살아남지. 물론 절세의 전승을 받아서 운명을 개변할 수도 있다. 너희들에게 일 주 향의 시간을 주겠다. 얼른 선택하거라."

중년 사내는 사람들을 훑어보고는 말했다.

"검은 길로 가자!"

"난 이번에 운명을 개변하려고 왔어!"

"……."

무인들이 흥분해서 웅성거렸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결연한 모습으로 검은 길에 들어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 죽음의 바다로 들어온 것이 오직 진남과 소중황의 대결만을 보기 위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도 갑시다!"

소중황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입가에 냉소를 띠며 기세등등한 무리를 이끌고 흰색 큰길로 향했다.

"잠시만요!"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벽난이었다.

강벽난은 진남에게 맞아 폐인이 된 후 얼굴이 수척해졌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다.

"소중황, 가세요. 저는 검은색 길로 갈 거예요."

"네 마음대로 해라!"

소중황은 그녀를 힐끗 훑어보았다.

검은 길은 험악하기 그지없어 강벽난 같은 폐인이 들어가면 죽을 게 뻔했다.

그는 지금 그녀의 생사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봉주들과 무황 강자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

다들 시선이 차가운 것이, 예전의 따뜻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강벽난은 잠깐 숨을 멈추었다.

이내 호흡을 조절하고 소중황의 거대한 무리를 떠나 검은 대로로 천천히 걸어갔다.

진남을 지나칠 때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진남을 몇 번 쳐다본 뒤 얼른 자리를 떴다.

"우리도 가자."

진남은 지금의 강벽난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그녀를 폐인으로 만든 후 그녀에 대한 화가 모두 사라졌다.

"진남!"

그런데 이때,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 본 진남은 소름이 끼쳤다.

늘씬하고 피부가 하얀 여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인의 곁에는 진남과 닮은 두 사내가 있었다.

여인은 큰 사형 조방이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흑수성에 나타났던 '옥나찰'이었다.

조방은 진남을 보더니 무척 흥분했다.

청룡 성지에 큰 변화가 있던 날 그는 임시로 명을 받고 비양 성지에 숨어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옥나찰'로 변해 비양 성지 무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 예쁘다. 진남, 누군데 형님한테도 소개 안 해주느냐?"

용호요종은 옥나찰을 보자 두 눈이 번쩍 뜨여 침을 흘릴 뻔했다.

그는 단목 봉주에게 잡혀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몇 개월이나 수련하느라고 여인은 구경도 하지 못해서 답답한지가 오래였다.

반면 진남과 묘묘 공주, 사마공은 표정이 이상해졌다.

"넌 누구냐?"

조방은 이마에 혹을 두 개 달고 있는 청년이 침을 흘리며 쳐다보자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허, 내 소개를 하겠소. 나는 용호요종이라고 하오. 아 참, 이제 용호요황이요. 혈통이 고귀하고 미래 세계의 왕이 될 자요. 그러니 나를 따르면 이후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소."

용호요황은 얼굴에 오만한 기색이 역력하고 허풍을 떨 때 얼굴이 상기되지도 않고 심장도 심하게 뛰지 않는 것이 이미 허장성세의 최고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우리 먼저 가자."

진남과 묘묘 공주, 사마공은 더 이상 볼 수 없어 흰색 큰길로 곧장 걸어갔다.

"진남, 기다려! 야!"

조방은 진남에게 급히 따라붙었다.

"묘묘 공주도 빼앗아 가고 또 이 미인도 너에게 빼앗기다니! 진남, 난 인정할 수 없다!"

용호요황은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는 반드시 아름다운 여인을 손에 넣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흰색 길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흰색 큰길의 끝에 도착했다.

"이건……."

모두들 충격을 받았다.

눈앞의 어둠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새로운 세상의 하늘은 핏빛이었는데, 초록색 달이 걸려 있었다.

땅은 옅은 검은색이었는데, 마치 불에 그을린 것처럼 적막감을 발산했다.

그리고 그들의 삼 리 밖에는 커다란 무덤들이 있었다.

무덤들은 높이가 삼십여 장, 길이가 몇백 장이었다.

무덤을 덮은 흙은 핏빛이고, 모든 무덤이 이어져 있어 커다란 무덤 벽을 이루어 진남 등이 서 있는 땅을 전부 포위했다.

대충 훑어보니 적어도 몇만 개의 핏빛 무덤이 있었는데 마치 무덤의 바다와 같았다.

"나는 사신대 심사관이다. 나를 사시관이라 불러도 된다!"

중년 사내가 다시 나타나서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입가에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만혈분이다. 모두 팔만 칠천 개의 혈분이 있다. 이들 중 팔만 개의 혈분에는 살기가 있어서 존자가 들어서도 순식간에 죽임을 당한다. 나머지 칠천 개의 혈분에는 살기가 없고 각종 보물들이 있다."

"사신대에 들어가기 전 두 관문이 있었는데 첫 관문이 만혈분이다. 한 시진 동안 너희들은 열 개의 혈분에 들어가야 한다. 정확한 혈분에 더 많이 들어간 사람이 이번 관문의 일 위다. 일 위는 보리심(菩提心)을 하나 얻을 수 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첫 관문부터 이렇게 무섭다니!'

팔만 칠천 개의 혈분 중 칠천 개의 혈분에 살기가 없었다.

즉 열두 개의 무덤 중 하나만 제대로 된 무덤이었다.

게다가 첫 번째 관문은 반드시 열 개 이상의 혈분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보리심?"

묘묘 공주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보리심은 무척 진귀하다. 이걸 먹으면 오성을 높일 수 있고 무예 천부를 제고할 수 있으며……."

"무예 천부를 높인다고?"

진남은 이상한 점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사신대에서 겨뤄야 할 것은 바로 무예 천부였다.

'만약 일 위를 하고 보리심을 먹는다면 사신대에서 무예 재능을 겨룰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살황 선배님이 사시관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보리심도 나타났으니……."

진남은 하늘에 떠 있는 괴상한 미소를 지은 중년 남자를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지금부터 첫 번째 관문을 시작하겠다. 시간은 한 시진이다."

사시관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오묘한 눈빛으로 진남을 훑어봤다.

이어 소중황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마침 그 모습을 목격하고 자신의 짐작에 확신을 더했다.

"하하하, 진남, 첫 관문은 내가 일 위를 할 게 뻔하다. 오히려 넌 첫 번째 관문에서 죽지 않게나 조심하거라."

소중황이 호탕하게 웃으며 기운을 방출했다.

그는 조롱과 무시가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보았다.

뒤에 있던 양 봉주 등도 일제히 냉소를 지었다.

죽음의 바다에 들어가기 전 백여 년간의 조사를 거쳐 그들은 이미 살기가 없는 이백서른 개의 혈분을 알고 있었다.

소중황이 살기가 없는 이백서른 개의 혈분만 찾아도 쉽게 일 위를 할 수 있었다.

소중황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주저하지 않고 파죽지세로 한 혈분에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본 다른 무인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은 모두 미련하지 않았다.

당연히 소중황이 어떤 수단을 써서 정확한 혈분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 관문은 조심해야 해!"

"설마 내가 첫 관문도 못 넘겠어?"

"만약 관문을 못 넘으면 저 둘의 대결을 어떻게 보지?"

"……."

하역 여러 나라에서 온 무인들이 우는 소리를 했다.

그들은 소중황과 진남의 결전을 보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

그런데 첫 번째 관문이 이토록 험하니 진퇴양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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