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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77화 (277/1,498)

277화 죽음의 문이 열리다

"휴, 진남은 도대체 얼마나 흉포한 사람이야? 혼자서 감히 비양 성지에 쳐들어가다니."

"무섭다, 무섭다. 그러나 소중황이 폐관 수련 중이니 망정이니 아니면 어제 죽은 게 누구였을 지는 모르지!"

"네가 뭘 알아, 막판에 누가 나타났는지 알지? 동주의 사대 세력 중 한 문파의 종주가 왔어. 진남은 그 종주 앞에서 열 몇 명의 예비 성자를 폐인으로 만들고 비양 성주에게도 도발했어!"

"맙소사, 무슨 배짱이야, 정말 미치광이라 불릴 만해."

"아마 예전의 살황도 진남과 비교가 안 될 것이다."

"……."

전 하역의 모든 무인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미치광이 진남이란 칭호가 하역 전체에 전해졌다.

무인들은 육 개월 후의 죽음의 바다에서 진남이 소중황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진심으로 진남을 존경했다.

하역의 무인들 중 진남같은 미치광이가 또 있을까?

분명 한 명도 없을 것이다.

* * *

청룡 성지, 어느 궁전.

용호요종과 사마공 그리고 소경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온화한 웃는 얼굴로 묘묘 공주를 바라보고 있는 이 사내가 단숨에 소중황을 제외한 모든 비양 성지의 인재들을 폐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또 당청산과 청룡 성주가 진남과 함께 그런 미친 짓을 벌였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미치광이들 같으니…….'

세 사람의 마음속에는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진남은 백옥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가 싸우는 동안 묘묘 공주는 많이 회복되었다.

얼굴이 더 이상 창백하지 않고 숨결이 부드러웠다.

다만 묘묘 공주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어 매우 차갑게 느껴졌다.

"진남, 너 대단한 줄 알지? 혼자 비양 성지에 도전하러 가다니. 네가 영웅이라도 되는 줄 알아?"

묘묘 공주는 한참 욕해도 진남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자 이를 악물고 당청산과 청룡 성주를 쳐다보며 화를 냈다.

"둘 다 몇백 년이나 살았잖아. 그런데 진남이 모른다고 당신들도 같이 미친 짓을 하다니 제정신이야?"

청룡 성주와 당청산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어린 소녀에게 혼난 것은 몇백 년 동안 처음이었다.

묘묘 공주는 그들이 어떤 실력인지, 어떤 경지인지 상관없이 한 시진 동안 혼냈다.

"흠, 흠! 진남, 육 개월 후면 죽음의 바다에서 대비가 열린다. 육 개월 동안 실력을 잘 갈고닦거라. 그들은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 반드시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당청산은 진남에게 한마디 건네고 청룡 성주와 함께 빨리 자리를 떴다.

"그럼 나는 수련하러 갈게."

진남은 묘묘 공주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묘묘 공주는 뾰로통해서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진남은 웃으며 용호요종과 사마공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돌아서 떠나갔다.

그는 반드시 빠르게 실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진남은 이번에 소중황을 못 죽였으니 다음에는 반드시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공주……."

용호요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들 나가거라. 조용히 있고 싶다."

용호요종과 사마공 소경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진남이 잘못한 것 같지 않은데 묘묘 공주가 화를 내니 그들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다 가고 나니 큰 방이 조용해졌다.

묘묘 공주는 침대에 누워 옥상을 바라보면서 한참 동안 예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코끝이 찡하고 두 눈이 뿌옇게 물안개가 끼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나쁜 놈……."

* * *

비양성.

지난번 싸움이 있었던 후에 비양성은 분위기가 답답했다.

문도 노조가 직접 나타나서야 비양성의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비양 성주 대전에 문도 노조가 상석에 앉아 여러 사람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진남은 실력이 비범하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우리의 최고급 인재들이 전부 폐인이 되었으니 오늘부터 직접 혈사대법을 실행하여 너희들의 경지를 무황 경지 정상급으로 눌러 죽음의 바다를 속이려고 한다. 이의가 있느냐?"

비양 성주와 봉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빠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음의 바다에 무존 강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며 들어가면 반드시 죽었다.

스스로 경지를 눌렀다 해도 죽음의 바다가 느끼기만 하면 바로 죽었다.

그들 마음속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진남의 실력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게다가 육 개월 동안 실력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소중황 혼자서는 진남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나선다면 무도에 대한 이해와 다년간의 전투 경험으로 진남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무예 경지로 진남을 제압하면 사신대에 올랐을 때 무예 재능을 겨룬다고 해도 소중황이 진남을 이기는 데 문제없었다.

문도 노조는 이들을 바라보며 두 눈에 하찮은 기색이 떠올랐다.

'죽음의 바다의 규칙 때문이 아니라면 벌써 상역에서 사람을 데려왔을 것이다.'

"또, 죽음의 바다가 열리면 다른 삼대 세력도 사람을 보내 구경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비양 성지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행동하라고 알려라."

문도 노조가 말했다.

이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다른 삼대 세력이 모두 사람을 보낸다고?'

상역 동주의 또 다른 삼대 세력은 어떤 사정 때문인지 하역에 참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문도산의 모든 것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죽음의 바다에 가면 나는 청룡 성주를 연화할 것이다."

문도 노조의 눈에 언뜻 섬뜩한 기운이 스쳤다.

* * *

청룡 성지.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주변은 거대한 용맥이었다.

이 용맥은 현령종의 용맥과 달리 길이가 몇천 리고 온통 초록색이고 영지를 갖추고 있어 기세가 사납고 존자 경지까지 이르렀다.

진남은 용맥 속에서 청룡 용맥의 영기를 흡수하고 수련하여 경지를 높였다.

용호요종, 사마공, 묘묘 공주도 청룡 성지의 수련지에 들어가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하루하루 지나갔다.

떠들썩하던 하역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무인들이 죽음의 바다가 열릴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남과 하역 제일 천재 소중황의 대결을 보고 싶었다.

* * *

다섯 달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죽음의 바다가 열리기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하역의 여러 나라의 무인들은 참지 못하고 일찍부터 죽음의 바다로 몰려왔다.

죽음의 바다가 열리기도 전에 사방이 떠들썩했다.

* * *

청룡 성지

쿵! 쿵! 쿵!

진남의 체내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체내의 원영이 다시 한번 떨리더니 금빛을 뿜어내 서른세 번째의 금빛용 무늬를 이루었다.

그의 기운은 순식간에 엄청 커졌다.

"어찌 된 일이지, 청룡의 용맥을 빌어 서른세 번째 금빛용 무늬를 수련했는데도 천지뇌겁을 불러오지 못했어. 실력은 무황 경지 정상급과 비슷한데도……."

진남은 눈을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에 기쁜 표정이 전혀 없었다.

육 개월 동안 전력이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도겁 하지 못해 그는 기분이 우울했다.

'설마 천지뇌겁을 불러올 수 없고, 원영만 끊임없이 제고해야 하나?'

"믿을 수 없어. 설마 원영이 존자의 경지까지 진급할 수 있는 건가?"

진남은 이를 악물고 강력한 힘을 북돋워 계속 수련하려 했다.

이때 비명이 들렸다.

"진남, 이 나쁜 놈아. 얼른 멈춰. 더 이상 수련하지 말고 썩 꺼져……."

큰 함성을 낸 것은 청룡의 용맥이었다.

청룡 용맥은 과거의 패기가 전혀 없고 몇천 리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이 절반이나 줄었으며 온몸에 반짝이던 영광도 많이 어두워졌다.

청룡 용맥은 답답해서 죽고 싶었다.

당청산이 진남에게 와서 수련하라고 했을 때 진남은 먼저 용맥에게 사과를 했었다.

그의 수련이 용맥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용맥은 이를 아예 무시했었다.

'무왕 경지 정상급 무인이 육 개월을 수련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영기를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러나 용맥은 곧 그것이 터무니없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남은 괴물이었다.

무혼을 동원하지 않고 용맥의 영기를 반이나 흡수했다.

"선배님……."

진남이 난감해서 말했다.

"마지막 열흘 남았는데 열흘만 더 수련하고 가면 안 될까요?"

"진짜지?"

의심스런 눈길을 했던 청룡 용맥은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지막 열흘만 남았다고 하니 열심히 수련하거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남의 눈빛이 매우 날카롭게 변했다.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다섯 개의 금빛이 반짝이더니 전신의 혼이 땅 위에 우뚝 솟았다.

찰나, 천지 사이의 영기가 하나하나의 별이 되어 전부 몰려왔다.

"이것은……."

청룡 용맥은 안색이 변했다.

'농담해? 지급 오품 무혼이었어?'

그는 당황했다.

'지급 오품 무혼이 열흘을 더 수련하면 내 영기를 절반이나 흡수해 가야 하잖아?'

진남은 수련을 시작할 때 전신의 혼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칫하면 청룡 용맥을 전부 흡수할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러나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으니 흡수 속도를 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갔다.

열흘째 되는 날, 거대한 청룡 용맥은 이백여 리로 작아졌다.

하지만 청룡 용맥은 전신의 혼을 보고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눈을 감아버렸다.

"서른세 개의 금문 원영이 한계인 것 같구나. 더 돌파할 수 없어……."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원영이 끝없이 제고된다면 나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원영이 제고될 수 없는 것은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제 계속 쌓아가다 보면 천지뇌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진남의 마음속에는 이번 뇌겁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다가올 것이라는 예감이 어렴풋이 들었다.

"육 개월이 되었다. 드디어 오늘 죽음의 바다가 열리는구나."

진남은 온몸의 기세가 변하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전의가 들끓었다.

'소중황! 드디어 원한을 풀 때가 되었구나.'

* * *

하역, 제일 북쪽.

검은색 바다가 보였다.

사람의 영혼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 숨 막히는 검은색이었다.

검은 바다는 너무 넓어서 멀리 보면 마치 하늘과 연결된 듯 끝이 없었다.

이 바다는 하역의 십대 금지인 죽음의 바다였다.

죽음의 바다에 관한 소문은 엄청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소문은 몇천 년 전 사망대제라는 존재가 적들에게 쫓기다가 이곳에 추락해 바다로 변했다는 설이었다.

쿵!

고요한 바다 위에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삼백 장에 달하는 커다란 문이 바다에서 솟아올랐다.

문은 신비한 기운을 뿜어냈다.

문은 신비로운 힘이 잡아당기는 것처럼 양쪽으로 천천히 벌어지면서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바다와 십 리 떨어진 마을에서 며칠 동안 기다리던 무인들은 그 광경에 깜짝 놀랐다.

"봐! 죽음의 문이 열리고 있어!"

"한 시진 뒤에 죽음의 문이 활짝 열리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난 죽음의 바다에 들어가 무엇을 얻기를 바라진 않아. 청룡 성지와 비양 성지에서 언제 올지 궁금해."

"……."

죽음의 바다는 십대 금지 구역에서 첫 번째였다.

그 안에 수많은 오묘함과 기우가 있었다.

얻기만 하면 단번에 실력이 늘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무인들은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죽음의 바다는 매우 위험해서 들어간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죽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늘 여기에 온 건 진남과 소중황의 대결을 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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