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76화 (276/1,498)

276화 진남의 배짱

"폐인이 된 기분이 어떤지 알게 될 거다!"

진남은 주먹을 몇백 번 휘두른 뒤 지쳐서 고검을 뽑았다.

그는 도기를 폭발시켜 강벽난과 열 명의 예비 성자를 베어 죽이려고 했다.

"그만하거라!"

하늘 위의 비양 성주와 여러 봉주들은 안색이 변했다.

열 명의 예비 성자와 강벽난이 죽는다면 비양 성지의 천재는 오직 소중황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됐다.

이에 청룡 성주와 당청산은 동시에 눈을 가늘게 뜨고 한기를 뿜어냈다.

비양 성주 등의 몸이 굳어졌다.

진남의 칼은 이들의 경맥과 불과 삼 촌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바로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모두들, 멈추거라!"

고함이 비양성 위에서 터졌다.

엄청난 위압이 하늘 위에서 터져 나와 사람들의 마음에 충격을 주었다.

수많은 제자들은 벌벌 떨었다.

비양성의 사방팔방에 여러 개의 균열이 무섭게 퍼졌다.

휙!

사람의 그림자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림자는 보라색 도포를 입고 네모난 얼굴에 두 가닥의 흰 수염을 길렀으며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금빛 비녀를 꽂아서 도장 같았다.

"종주님!"

"……."

비양 성주와 양 봉주 등은 기쁜 얼굴로 인사했다.

비양 성지의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비양 성주가 이 노인을 종주라고 부를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노인은 누구지?'

"비양 성지의 제자들은 잘 듣거라! 이분은 상역 동주의 사대 세력 중 하나인 문도산의 종주이며 또한 우리 비양 성지의 태상 장로시다."

양 봉주가 고개를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들 안색이 변했다.

'상역 동주!'

'동주의 사대 세력 중 하나인 문도산의 종주라니! 신분이 대단하구나.'

'상역 동주의 세력은 하역 양대 성지는 전혀 비교되지 않는다'

"태상 장로를 뵙습니다!"

"……."

살벌하던 비양 성지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자들은 공손하게 공수하고 인사를 올렸다.

청룡 성주와 당청산은 표정이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진남은 휘두르던 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문도산 종주를 바라보았다.

백 년 음모를 꾸민 장본인이자 청룡 성주를 해하려고 한 자였다.

"네가 진남이냐?"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청룡 성주 등도 외면한 채 진남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받자 진남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진남은 엄청난 힘이 그의 마음을 압박하여 무릎을 꿇고 절을 시키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다만 전신의 왼쪽 눈이 그 힘을 버텨주어 그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깜짝 놀랐다.

그의 눈빛을 견딜 수 있는 천재는 동주 에서도 손꼽힐 정도였다.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진남아, 너는 재능이 뛰어나구나. 그러니 전례를 깨고 너를 문도산의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네가 저지른 모든 죄도 묻지 않겠다. 어떠냐?"

비양 성주와 양봉주 등은 안색이 변하였다.

만약 진남이 문도산의 제자가 된다면 그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성취가 비범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청룡 성지가 진남을 잃으면 죽음의 바다로 가는 일은 비양 성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청룡 성주도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진남은 그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돌려 말하기도 귀찮아 칼을 휘두르며 하던 일을 마저 하려고 했다.

'청룡 성지를 떠나라고? 꿈도 꾸지 마!'

비양 성주와 여러 봉주들은 진남의 행동을 보고는 모두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간이 부었구나. 감히 문도산 종주를 무시하다니!'

"진남!"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

"현재 네 상황을 잘 아느냐?"

진남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보라색 도포를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청룡 성주는 반년 후 수명이 다하여 반드시 죽는다. 네가 죽음의 바다에 있는 보물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그를 구할 수는 없다. 청룡 성주가 죽으면 너를 보호하는 강자도 없는데 하역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비양 성주와 양봉주 등은 냉소를 지었다.

청룡 성주가 여기 있지 않았다면 그들은 진작에 진남을 죽였을 것이었다.

감히 진남이 건방지게 굴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었다.

진남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물론 네가 요행으로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 후로 하역에서는 추격을 당하게 되고 상역에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다. 동주에서 널 죽이려고 하면 넌 반드시 죽어야 해. 널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말투는 담담했지만 패기가 넘쳤다.

'내가 너를 죽이려고 하면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문도산 종주다웠다.

짧은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네 재능을 높이 사서 살길을 주마, 청룡 성지를 떠나고 문도산의 제자가 되어라! 이번 비양성에서 일어난 일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 어떠냐?"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모두가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았다.

청룡 성지에 계속 있으면 좋을 게 없었다.

"관심 없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종주를 상대하기가 귀찮아 고개를 돌렸다.

비양 성주와 모든 봉주들은 표정이 변했다.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배짱이 대단하구나. 어쩜 이렇게 딱 잘라 거절하지? 진남은 종주가 노여워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

'호의를 베풀었는데 첫 번째에는 무시하고 두 번째에는 거절하다니.'

"고작 하역의 천재 따위가 감히!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내가 지금 당장 죽여주마!"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살기를 드러내자 천지가 변했다.

"영감탱이. 분신을 강림하고도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드디어 청룡 성주가 입을 열었다.

그는 눈빛이 평온하고 말투가 담담했다.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흠칫하더니 청룡 성주를 살짝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청룡 성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죽어라!"

바로 이때 진남이 큰소리로 외치며 손에 칼을 빼 들었다.

비양 성주와 봉주들은 표정이 다시 변했다.

그들은 진남이 진짜 감히 손을 쓸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남! 감히!"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눈썹을 부들부들 떨며 사납게 소리쳤다.

"네가 손을 쓰면 청룡 성주가 죽은 후 상역에도 하역에도 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게 만들어 주마. 지금 당장 그들을 풀어주고 비양성에서 물러가거라. 그러면 여기서 발생한 모든 것을 따지지 않겠다.

쿵!

온 세상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의 화가 온 세상에 퍼져 천지도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단지 분신만으로도 이렇게 대단하다니,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엄청난 위압이 그들의 심장을 멈추게 하였다.

그들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

비양 성주와 여러 봉주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종주가 직접 입을 열었으니 진남은 틀림없이 강벽난 등을 풀어줄 것이다. 진남은 배짱이 크긴 하지만 계속 멍청한 짓을 하진 않겠지? 상역 문도산 종주를 화나게 하면 보통 사람은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따지지 않겠다니?"

예상외로 진남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따지지 않겠다면 따지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 사람들이 계속 나를 죽이려고 쫓아다니는데 따지지 않는다는 한마디면 됩니까? 영감탱이, 상역 종주면 대단합니까? 못 자르게 해도 나는 오늘 반드시 자를 겁니다."

그는 손에 든 긴 칼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강벽난 등은 순식간에 경맥이 잘려 폐인이 되었다.

비양성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눈동자가 움츠러들더니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말 손을 썼어! 진남이 정말 손을 쓰다니!'

문도산 종주가 된 몇백 년 이래 개미 같은 놈이 그의 말을 거역하고 손을 쓴 건 처음이었다.

비양 성지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진남은 도대체 배짱이 얼마나 큰 거야! 이런 상황에서 감히 손을 쓰다니? 정말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진남은 오히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사나워져 큰소리로 외쳤다.

"소중황 썩 기어 나오지 못할까? 거북이 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

강벽난을 폐인으로 만들고도 진남은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소중황까지 폐인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놈이……."

비양 성주 등은 모두 심장이 떨렸다.

'종주를 거역하고 지금 또 비양 성지에 맞서고 소중황에게 도전을 하겠다니! 종주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

"진남!"

허공에서 커다란 호통 소리가 들렸다.

선인의 풍채와 도사의 품격을 지닌 것 같은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마신으로 변했다.

온몸의 기운이 세상을 진동시켰고, 한 쌍의 짙은 살기를 띤 눈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십 년 동안 처음으로 크게 화를 냈다.

'언제부터 개미도 감히 내 앞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었단 말이냐!'

"문도 노조!"

그때 청룡 성주가 큰소리로 외쳤다.

문도 노조는 바로 보라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었다.

청룡 성주의 생기가 전혀 없는 몸에서 전의가 솟아올랐다.

그는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진남이 오늘 자네들 인재 십여 명을 폐인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요. 진남, 너는 먼저 종문으로 돌아가거라. 청산, 시작하자!"

청룡 성주는 소매를 휘젓더니 묘법을 발휘하여 반항할 새도 없이 진남을 청룡 성지로 돌려보냈다.

성주 아래에 서 있는 당청산은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성주와 존자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폭발하여 비양 성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네들……."

문도 노조와 비양 성주 등은 피를 토할 뻔했다.

'이 두 놈은 싸우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왜 지금 또 싸움을 시작하려는 거야!'

비양 성지에서 처절한 싸움이 벌어졌다.

꼬박 하루 밤낮을 싸워서야 싸움이 멈추었다.

마지막 결과는 청룡 성주가 문도 노조의 분신을 없애고 비양 성주를 중상을 입혔다.

당청산은 실력이 뛰어나서 동급들 사이에 그를 상대할 자가 없었다.

그는 단숨에 여섯 명의 봉주들을 죽였다.

문도 노조가 동주에서 곧 도착한다는 것을 느낀 청룡 성주와 당청산은 그제야 멈추고 청룡 성지로 돌아갔다.

비양 성지는 큰 손해를 입었다.

* * *

다음 날, 하역.

비양 성지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건이 모든 나라들에 전해져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진남은 위세를 떨쳐 비양 성지로 쳐들어가 한 주먹에 성문을 부수고 성자 두 명을 죽였다.

그리고 열여덟 명의 예비 성자들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하역의 최고급 인재들은 전부 진남의 손에서 미래를 잃었다.

청룡 성주와 백 년 만에 나타난 살황, 두 사람은 여섯 명의 봉주를 죽이고 비양 성주에게 중상을 입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