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화 강벽난을 패다
"노천강, 주현."
진남은 나서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을 보더니, 발끝으로 땅을 차며 날아올랐다.
"허억!"
노천강과 주현은 안색이 변하더니 신법을 펼쳐 도망쳤다.
"도망치려고? 어림없다!"
진남의 몸에서 봉황지화가 활활 타오르더니 두 개의 커다란 손으로 변했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큰 손은 노천강과 주현을 잡아서 진남의 앞으로 데려왔다.
진남은 손바닥에 수많은 성공지뇌를 감더니 주먹을 쥐고 그들을 힘껏 내리쳤다.
"무혼! 모습을 드러내거라!"
노천강과 주현은 현급 팔품 무혼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들은 무혼에 의지하는 유형이었기에 바로 무혼을 드러냈다.
"취천 일격."
진남은 취천 일격을 사용했다.
봉황지화, 성공지뇌를 주먹 끝에 모아 뇌화지권(雷火之拳)으로 변화시키더니 폭풍우처럼 둘을 힘껏 내리쳤다.
펑! 펑! 펑!
폭발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양대 성지의 성자였던 노천강과 주현은 무혼을 드러냈지만 결국 진남에게 반격도 하지 못하고 맞아 죽은 개처럼 축 늘어졌다.
"이건 내 몫이다."
"이건 묘묘 공주의 몫."
"이건 청룡 성지의 몫이다."
진남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노천강과 주현이 맞아 땅에 떨어지면서 큰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처절한 비명 소리도 계속해서 내리치는 주먹질에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졌다.
주먹을 내리치는 소리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때렸다.
비양 성주와 양 봉주는 얼굴에 경련이 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주먹을 꽉 쥐었고 이마의 핏줄도 튀어나왔다.
진남의 행동은 양대 성자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치욕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청룡 성주와 당청산을 보자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난리를 친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들마저 엮인다면 오랫동안 계획해온 음모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너희를 쉽게 죽게 할 수 없어. 이제부터 폐인으로 살아라."
진남이 칼을 뽑자 엄청난 검기가 터져 나왔다.
노천강과 주현은 경맥과 단전이 잘렸다.
이를 회복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진남은 노천강과 주현을 처리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진남의 시선을 받은 제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뒤로 물러섰다.
양대 성자조차 당했으니 그들은 아예 가망이 없었다.
"만상언, 도파입, 용쌍, 용훤, 육금."
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청룡 성지 예전 예비 성자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진남의 시선을 받자 등골이 서늘했다.
그들은 노천강과 주현처럼 다섯 방향으로 흩어져 도망쳤다.
"하하, 청룡 성지를 배신할 때 당당했잖아? 그런데 지금 도망가려고?"
진남은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등 뒤에서 고검 다섯 자루가 동시에 하늘로 솟아올랐다.
칼마다 엄청난 도의가 뿜어 나왔다.
"백보비공."
진남의 손바닥은 그림자가 되어 고검들을 내리쳤다.
쿵! 쿵! 쿵!
다섯 자루의 고검은 다섯 개의 번개로 변한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무 빨라서 예비 성자들은 미처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검이 그들의 가슴을 뚫고 지나가며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너라."
진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섯 개의 불이 이글거리는 큰 손을 만들어 그들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그는 비도를 던지고 주먹을 쥐더니 다섯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내리쳤다.
"청룡 성지를 배신 한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소중황과 연합하고 그를 도와 나를 공격하다니! 너희들이 사람이냐?"
진남은 화가 폭발했다.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주먹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비양 성주와 여러 봉주는 입꼬리가 더욱 심하게 비틀렸고 이마의 핏줄은 더욱 도드라졌다.
몸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도 보일 듯 말 듯 끊임없이 일렁이었다.
'참아야 한다. 반드시 참아야 한다.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게 될 것이다.'
"종문을 배신한 건 무정한 짓이고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진남의 가슴에 가득했던 화는 주먹을 내리치면서 많이 누그러졌다.
그는 잠시 멈추고 차가운 눈빛으로 다섯 사람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사정없이 고도를 뽑아 다섯 사람의 경맥 등을 모두 잘랐다.
그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통쾌하구나!"
진남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좀 전에 온 힘을 다해 공격하는 바람에 힘이 많이 소모되었지만, 그의 투지는 더욱 높아졌다.
진남이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를 질렀다.
"비양 성지에는 사람이 없느냐? 소중황은 안 나와? 강벽난은 뭐 해! 비양 성지의 예비 성자들은 어디 숨었느냐! 모두 나와 덤비거라. 난 혼자서 너희들을 다 상대할 수 있다."
'건방지구나. 정말 건방져.'
비양 성지의 봉주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두 눈에서 불이라도 뿜을 것 같았다.
'진남이 우리 비양 성지에서 이토록 건방을 떨다니!'
비양 성지의 제자들은 분노했지만 무기력하고 답답한 느낌이 더 많았다.
'진남은 너무 강하다. 아마 소중황 사형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중황 사형은 폐관 수련 중이잖아.'
"진남,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말거라. 오늘 나는 너를 죽이고 말겠다!"
그때 고함이 들렸다.
강벽난이었다.
진남과 청룡 성주 그리고 당청산이 왔을 때, 그녀는 이미 상황을 짐작하고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가 무기를 가져다 진남을 상대하려 했다.
"그래?"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서 차가운 한기가 마구 솟아올랐다.
'강벽난. 드디어 나타났구나.'
비양 성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강벽난이 이 상황에서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진남의 실력을 봤으니 강벽난은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들은 전혀 몰랐다.
강벽난은 재능과 지혜가 뛰어나고 정세에 밝고 때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도망가지 않고 맞서서 이 기회에 진남을 완전히 없애버리려 했다.
"비양 성지의 예비 성자들, 저에게 진남을 제거할 방법이 있어요. 모두들 자신이 정통한 무예를 저한테 알려 주세요. 그리고 심령을 열면 제가 대진을 만들어 진남을 죽일 거예요."
강벽난은 예비 성자들에게 말했다.
비양 성지의 예비 성자들은 강벽난의 제안에 바로 승낙했다.
진남이 이대로 비양 성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비양 성지는 체면을 크게 잃을 뿐 아니라 손실도 엄청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성주와 봉주들이 화가 나 예비 성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게 뻔했다.
그럴 바에는 모두 연합하여 진남을 죽이는 게 나았다.
그럼 포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가 연합하면 질 수밖에 없겠지?'
"기심 무혼(嗜心武魂)."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벽난은 소리를 지르며 무혼을 드러냈다.
그녀는 무혼의 능력으로 비양 성지의 예비 성자 열 명을 조종하여 자신의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사방창멸진(四方槍滅陣)."
강벽난은 예비 성자 열 명을 동서남북에 세웠다.
예비 성자들 등 뒤로 빛이 번쩍거리더니 무혼이 드러나고 법보들과 공법들이 전부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강벽난은 손자국을 여러 개 만들었다.
손자국들은 여러 개의 진기를 만들어 예비 성자의 등에 꽂으면서 대진을 그렸다.
웅!
드디어 대진이 만들어졌다.
예비 성자 열 명이 사방지진(四方之陣)을 이루었다.
대진에서 흘러나온 기운은 거대한 창(槍) 모양을 이루었다.
허공에 떠 있는 창은 온통 핏빛을 띠었으며 창끝에선 엄청난 살기가 풍겼다.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비양 성지와 여러 봉주들은 깜짝 놀라더니 희색이 만면했다.
'이 대진은 소중황도 막을 수 없을 테니 진남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겠구나. 게다가 진남은 이미 많은 힘을 소모했다.'
"진남, 죽어!"
강벽난의 눈에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망설임이 스쳤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곧 흥분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진남 때문에 계략이 여러 번 무너져서 여러 번 좌절을 겪었다.
이제 창 대진이 완성됐으니 진남을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쿵!
열 명의 예비 성자들은 동시에 공격을 했다.
대창으로 변한 대진은 위력이 더욱 대단해졌다.
창끝은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더니 진남을 꽁꽁 에워싸고 도망갈 수 없게 포위했다.
비양 성지의 사람들은 속으로 무척 흥분했다.
"성녀는 정말 대단해."
"이번 대진은 위력이 대단하여 무황 경지 사 단계라도 죽을 수밖에 없을 거야."
"진남, 그렇게 건방지게 굴더니 드디어 죽겠구나."
"진남이 죽으면 시신을 비양성에 백 년은 매달아둬야 해."
"……."
진남의 기에 눌려 억울했던 제자들은 상황이 반전되자 비아냥거렸다.
오직 하늘 위에 떠 있는 당청산과 청룡 성주만이 별일 아닌 듯 담담했다.
"고작 창 대진으로 날 죽이려는 거야? 좋아, 하나씩 처리하는 건 성가시니까 한꺼번에 오거라!"
진남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눈에서 전의가 들끓었다.
펑!
진남은 발끝으로 바닥을 찍으며 물러서지 않고 전진했다.
그는 창 대진으로 달려갔다.
"뭐 하려는 거지?"
비양 성주와 봉주들은 놀랐다.
'저놈이 미쳤나? 감히 대진에 달려들다니?'
진남은 왼쪽 눈으로 대진에서 제일 약한 곳이 중앙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입을 벌리자 스물두 마리 금색 용 무늬를 감은 원영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원영은 엄청난 힘으로 대진의 중앙 부분을 눌렀다.
쿵!
원영 속에서 뇌정과 화염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더니 대진 전체를 감싸고 꼼짝 못 하게 했다.
"이건……!"
비양 성주 등의 안색이 변했다.
강벽난은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그들은 진남에게 이렇게 대단한 원영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취천 일격!"
진남은 큰소리로 부르짖으면서 온몸의 화염, 뇌정, 도의, 자신의 의지를 모았다.
그리고 손끝에서 광점을 만들어 대진 속에 힘껏 떨어뜨렸다.
쿵!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엄청난 위력의 대진이 진남의 한 방에 바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았다.
'이, 이럴 수가! 진남에게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힘이 있을 수 있지!'
대진이 산산조각이 나고 예비 성자 열 명은 중상을 입고 하나 둘씩 떨어졌다.
대진을 조종하던 강벽난도 기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진남, 넌 분명 많은 힘을 소모했는데 왜 아직도 엄청난 힘이 있느냐? 이럴 수 없어……."
강벽난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그녀의 음모가 또 한 번 실패했다.
"헛소리 그만하거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고 기운이 약해진 진남이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쥐고 사정없이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
퍽!
거대한 소리가 났다.
강벽난의 코가 부러졌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진남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오히려 더욱 화가 났다.
하역에 들어온 이래로 그녀의 수많은 꿍꿍이에 진남은 뜬금없이 적들이 더 많아졌다.
빡! 빠각!
진남은 멈추지 않고 죽기 살기로 주먹을 내리쳤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