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묘묘 공주가 다친 건 너 때문이다!
비양성 백 리 밖.
쿵!
허공이 갈라지더니 소중황 등이 일제히 나타났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양 봉주 등은 그들이 나오는 걸 보자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진남을 죽이지 못했습니다."
소중황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고?"
양 봉주와 다른 봉주들은 바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많은 봉주들이 나서고 또 이렇게 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싸움에 참가했는데도 진남을 죽이지 못하다니!'
"진남을 죽이지 못했지만, 그자는 저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습니다."
소중황의 눈이 반짝이더니 뒷짐을 지고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진남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여인, 묘묘 공주라 했나? 그 여인은 저의 혼원 주살술에 걸렸습니다. 설사 청룡 성주라도 그 여인을 살릴 가능성이 아주 적습니다. 살린다 해도 폐물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소중황은 콧방귀를 뀌더니 계속 말했다.
"만일 시간만 충분했다면 저는 틀림없이 진남을 죽였을 겁니다!"
이 말에 양 봉주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남을 죽이지 못했지만, 묘묘 공주를 죽일 수 있고 진남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것도 아주 좋은 성과였다.
즉, 진남이 소중황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충분히 증명되었다.
강벽난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했다.
"봉주 여러분 우리 이 소식을 외부에 알려요. 진남이 소중황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진남을 구하기 위해 죽었다고요. 그러면 그 소문이 전체 하역에 퍼질 테고, 죽음의 바다가 열릴 때 진남에게 엄청난 마음의 압력이 될 거예요."
"좋은 방법이요. 좋은 방법이야!"
그녀의 말에 양 봉주는 바로 기분이 좋아져 큰 소리로 웃었다.
"당장 사람을 보내 소문을 내거라!"
봉주들은 싸움 소식을 듣고 모두 기분이 좋아졌다.
노천강, 주현 등 뛰어난 인재들은 줄곧 침묵하고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
소중황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진남의 상대가 안 되었다.
소중황의 혼원 주살술은 진남에게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소중황이 이렇게 말하는 건 자신에 대한 봉주들의 기대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당장 폐관하러 가겠다. 폐관수행이 끝나면 진남 이 잡것을 짓밟아버릴 것이다."
소중황이 여러 인재들에게 말했다.
그는 거짓말을 했지만 미련하지 않았다.
진남은 전력이 너무 강했다.
만약 그가 진급하지 않으면 죽음의 바다에서 사신대에도 못 오르고 쫓겨날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실력을 높여야 했다.
다른 인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미 소중황과 한배를 탔기에 물러설 길이 없었다.
한참 후 소식이 먼저 비양성에 퍼졌다.
비양성의 수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하하, 소 사형이야말로 진정한 제일 천재구나! 진남은 무슨!"
"만약 청룡 성주가 진남을 봐주지 않았다면 우리 소 사형에게 죽었을 것이야!"
"진남을 몇 달 더 살라고 하지 뭐. 죽음의 바다가 열리면 우리 소 사형이 어떻게 그 자식을 짓밟는지 보자!"
"감히 소 사형과 겨루려 하다니! 우습다!"
"……."
원래부터 비양 성지의 사람이든 아니면 청룡 성지를 배신하고 비양 성지에 가입한 무인들이든 모두 잇달아 말했다.
이번 싸움을 통해 그들은 소중황에게 더없이 탄복했다.
그와 동시에 강벽난의 계획하에 소식은 날개가 달린 것처럼 하역의 여러 나라에 전해졌다.
하역의 모든 무인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뭐라고? 소중황과 진남이 겨루었다고?"
"소중황은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을 이기다니!"
"진남이 한 방에 지다니 의외인데. 사랑하는 여인까지 죽었으니 진남과 소중황의 격차는 작지 않구나!"
"청룡 성지는 이제 완전히 몰락했어. 성주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유일한 성자인 진남도 소중황의 상대가 안 되니!"
"……."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은 좀 전까지 여섯 달 후의 죽음의 바다로 가는 것에 대해 진남에게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기대가 싹 사라졌다.
'경지도 소중황보다 부족한데 죽음의 바다에서는 어떻게 겨룬다는 거야.'
하역에서 진남에 대한 소문이 일고 있었다.
* * *
청룡 성지 안.
진남 등은 큰 웃음소리에 시선이 끌려 고개를 들었다.
용호요종이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용호요종의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마에 난 두 개의 혹은 더 심하게 부어있었다.
마치 이마에 작은 공 두 개를 받들고 있는 것 같았다.
건방진 웃음소리까지 더하니 더욱더 우스웠다.
용호요종은 기분이 엄청 좋았다.
청룡 성지 안의 금지에 용의 오래된 시체가 남아있었다.
혈맥 때문에 단목 봉주는 용호요종을 그곳으로 데려갔고, 또 만약 살리지 못하면 영원히 출관할 수 없다고 위협했다.
용호요종은 매우 화가 났다.
그러나 단목 봉주를 이길 수 없으니 고분고분 용의 시체를 연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드디어 용의 시체를 연화한 것이었다.
그는 용의 시체를 연화하고 경지가 폭등했다.
"엉?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지?"
용호요종은 커다란 성지가 엄청 조용한 걸 발견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청룡 성주와 진남, 그리고 겨우 숨을 쉬는 묘묘 공주를 발견했다.
그는 안색이 확 변하여 소리 질렀다.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묘묘 공주는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야!"
몇 가지 물음을 포탄처럼 내뱉었다.
진남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묘묘 공주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용호, 우리 청룡 성지의 다른 제자들은 이미 모두 배신하고 비양 성지에 가입……."
사마공은 용호가 진남과 함께 온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낱낱이 용호요종에게 설명해줬다.
하지만 묘묘 공주가 왜 상처를 입었는지 그도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그저 소중황에게 맞은 것이라는 정도였다.
용호요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자신이 용의 시체와 씨름하고 있던 그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을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엄청난 분노가 불타올랐다.
"진남!"
용호요종은 눈이 벌게져서 소리쳤다.
"묘묘는 너와 함께 있으면서 매번 너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전에 용호 산맥에서도 그렇고 현령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 또 이 상처를 입게 만들다니! 묘묘의 신분에 너를 따라다닐 필요가 있는 것 같느냐? 그녀가 남은 건 바로 너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용호요종이 화를 낼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가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윙윙 소리가 났다.
"그런데 너는 매번 묘묘를 어떻게 만들었느냐?"
용호요종의 울부짖는 소리가 더 커졌다.
"말해 보거라. 그녀가 상처 입은 것이 매번 너 때문이 아니었느냐?"
사마공은 당황했다.
진남은 그를 보지 않고 묘묘 공주를 보며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이 자신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걸.
지난번에 용호 산맥에서 그가 전신의 왼쪽 눈에 먹혔을 때도 그녀가 자신의 근원을 희생하고 그를 구해주었다.
이번에 그녀가 무황으로 진급하는 건 매우 중요했다.
그녀는 특별히 그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또 그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설령 다시 살아났다 해도 삼 년 내에는 경지를 높일 수 없게 되었다.
'용호요종의 말이 맞아. 줄곧 내가 그녀에게 짐이 되고 있었어…….'
휙!
이때 허공이 갈라지며 당청산이 나타났다.
그는 나타나자 바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묘묘 공주가 살아있는 걸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남,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지금 온 하역에 소중황이 한 방에 너를 격파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설마 너희들 싸웠느냐?"
이 말에 용호요종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진남을 바라보며 멸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한 방에 소중황에게 격파되었느냐? 진남? 그런데도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느냐?"
말을 마친 그는 사납게 울부짖었다.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꺼져라!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아니면 나는 반드시 너를 죽여버릴 것이다!"
용호요종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건 처음이었다.
용호요종은 전에 용호산맥에서 묘묘 공주의 본 모습을 처음 봤고는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묘묘 공주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후에 묘묘 공주가 진남을 구해주자 그는 질투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탄복하기도 했다.
그래서 진남을 도와줬던 것이었다.
나중에 그는 진남이 풍운을 휩쓰는 걸 보고 진남만이 공주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그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상처만 주었다.
그러니 용호요종이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여인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어찌 남자라고 할 수 있단 말이야!'
당청산, 사마공 등은 어리둥절했다.
용호요종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진남은 용호요종을 보지 않고 여전히 침묵한 채 묘묘 공주의 안색이 조금씩 회복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죽어라!"
용호요종은 진남의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도천살기를 펼쳤다.
"멈…… 춰라……."
허약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호요종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묘묘 공주였다.
그녀는 청룡 성과의 약효 덕에 많이 회복하고 천천히 눈을 떴다.
이 광경에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용호……. 너…… 꺼져라……."
묘묘 공주는 용호요종을 보자 약해진 몸으로도 살기를 뿜어냈다.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욕을 퍼부었다.
"너……. 네가 뭔데……. 뭔데 진남을 욕하느냐? 썩 꺼지거라……."
"나는……."
용호요종은 표정이 굳어졌다.
당청산, 사마공, 소경설 등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진남……."
묘묘 공주가 고개를 돌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자책하지 말거라……. 이건 네 탓이 아니다……. 너는 매우 훌륭하다……. 잘하고 있어……. 다들 너를 모함하는 거다……. 분명 네가 한방으로 소중황을……. 그들이 사실을 왜곡한 거다……."
용호요종은 눈을 찌푸리고 진남을 바라봤다.
묘묘 공주를 바라보는 진남은 언제부턴가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너…… 절대…… 절대 미안해하지…… 말거라……."
묘묘 공주는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나는 괜찮다……. 좀 자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나는 너의 주인이잖아……. 엄청 강하다고……. 절대 이렇게 무너지지 않아……. 대답하거라……. 절대 미안해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묘묘 공주는 눈을 감고 깊은 잠이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러나 매우 평온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화를 내던 용호요종도 침묵했다.
한참 후 줄곧 침묵하던 진남이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묘묘 공주를 안아 용호요종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잘 돌보거라."
용호요종은 얼떨결에 묘묘 공주를 받아 들고 어리둥절해 물었다.
"뭐 하려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