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소씨 가문의 피
보라색 천둥 속에서 천둥의 공격에 기운이 쇠락해진 공주의 창백하던 얼굴이 혼원 주살술의 공격을 받자 순식간에 시커메졌다.
온몸의 경지가 파묻힌 것처럼 조금도 방출할 수 없고 그녀의 몸을 감돌던 법보들도 전부 어두워져 땅에 떨어졌다.
보라색 천둥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마치 악마처럼 그녀의 작은 몸을 삼켜버릴 것 같았다.
"공주!"
진남은 눈이 시뻘게졌다.
"진남, 우선 청룡 성지로 돌아가자!"
이때, 큰 외침이 마왕곡의 상공에 울려 퍼졌다.
바로 청룡 성주였다.
청룡 성주가 아래의 허공을 훑어보더니, 손을 내밀어 보라색 천둥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는 소맷자락을 휘저어 진남을 감더니 허공을 넘어 청룡 성지로 돌아왔다.
* * *
청룡 성지 단목봉 위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바로 사마공이었다.
사마공은 이를 부득부득 갈고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청룡 성주 그 늙은이가 나를 작은 나라에 던져버려서 꼬박 사흘을 달려 겨우 청룡 성지로 돌아왔어.'
"진남이 진짜로 청룡 성지에 있다고?"
사마공의 옆에 서 있는 여인이 의심스러운 눈길로 물었다.
만약 진남이 여기에 있다면 틀림없이 알아보았을 것이다.
이 여인은 바로 소경설이었다.
소경설은 현령종을 떠난 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실력이 무왕 경지 삼 단계까지 돌파했다.
그녀는 진남이 소중황과 대결을 한다는 말을 들은 후 그녀는 청룡 성지로 오려고 결심했다.
후에 그녀는 우연히 미친 듯이 길을 재촉하는 사마공을 만났다.
사마공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사마공과 함께 청룡 성지로 왔다.
사마공은 그녀가 진남의 옛 친구란 말을 듣고서 그녀를 데리고 왔던 것이었다.
"……."
사마공의 분노하던 기분이 더욱 우울해졌다.
그는 소경설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오는 내내 진남에 대해서만 묻고 그에게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쿵!
이때, 허공이 갈라지더니 청룡 성주가 강림했다.
비통하고 분하던 사마공은 청룡 성주를 보고는 벌떡 뛰어 일어났다.
성주의 경지를 까맣게 잊고 욕을 퍼부으려 했다.
"성주라는 자가…… 진남? 묘묘 공주?"
반쯤 욕설을 퍼붓던 그는 두 눈이 시뻘건 진남과 기운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묘묘 공주를 보자 저도 모르게 안색이 변했다.
소경설도 그들을 바라보았다.
묘묘 공주를 안고 있는 진남은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고 무서웠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도로 삼켰다.
"정신 차려라!"
청룡 성주가 큰소리로 외쳤다.
진남은 충혈되었던 눈에 핏기가 많이 사라지고 말쑥해졌다.
그러나 고통스런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성주, 그녀를 살려주십시오."
청룡 성주는 묘묘 공주를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진남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자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 여인은 소중황의 혼원 주살술에 걸렸다. 저주가 이미 영혼과 마음까지 퍼졌다. 살리기 힘들 것 같다."
'소중황? 어떻게 된 거지?'
옆에 있던 사마공이 청룡 성주의 말을 듣고 바로 현묘한 술책을 써 묘묘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는 깜짝 놀랐다.
청룡 성주의 말대로 저주의 힘이 이미 묘묘 공주의 영혼에 퍼져 있었다.
묘묘 공주의 하얀 얼굴은 시커메져 있었고, 작은 몸은 끊임없이 덜덜 떨고 있었으며, 한 손은 진남의 옷을 꼭 잡고 있었다.
이번에 그녀가 입은 상처는 혼원 주살술에서 받은 것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구령전선삼으로 무황으로 두겁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두겁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치명적인 저주를 받았다.
심지어 마지막에 청룡 성주가 자운 뇌겁을 흩뜨리면서 그녀의 근원은 다시 상처를 입었다.
근원이 중상을 입고 또 저주까지 걸렸으니 상세가 얼마나 중할지 생각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살려주십시오! 묘묘 공주를 살려만 주신다면 저는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진남이 청룡 성주를 바라보며 쉰 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사마공과 소경설이 옆에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선 정신부터 차리거라!"
청룡 성주의 눈빛이 살짝 차가워져 말했다.
"이 여인은 신분이 특수하다. 첫 번째 대겁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두겁이 끝나기 전에 근원이 상처를 입었다. 이건 너의 혼돈지기로 회복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저주의 힘이 이미 이 여인의 영혼까지 퍼졌다. 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물건이 필요하다."
"무슨 물건입니까?"
그 말에 진남은 희망이라도 본 것처럼 바로 물었다.
"소씨 가문 사람의 피다."
청룡 성주가 말했다.
"반드시 소씨 가문 사람의 피가 있어야 한다. 또 여러 가지 영약을 함께 써야만 저주의 힘을 깨끗이 없앨 수 있다."
"소씨 가문 사람의 피요?"
이 말을 듣자 진남은 바로 큰 사형 조방이 생각났다.
소씨 가문 첫째 아들인 소중황에게서 피를 얻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소홍은 이미 그가 죽여버렸다.
셋째 동생 소비홍은 지금 조방을 사모하고 있었다.
다만 지난번 청룡 성지에 이변이 일어난 후, 조방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좋습니다, 제가 피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진남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성주, 그 전에 성주 원석을 빌려주십시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청룡 성주는 긴말하지 않고 소맷자락을 휘저었다.
팔천 개의 원석이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진남은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팔천 개의 원석을 전부 삼켰다.
모두 서른 개의 혼돈지기가 생겼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서른 개의 혼돈지기를 전부 묘묘 공주의 몸에 밀어 넣었다.
묘묘 공주의 몸이 흔들리더니 사라지던 기운이 빨리 회복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원래보다 더 순수하고 짙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의 시커먼 기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심지어 그녀의 체내에서 죽음의 기운이 조금씩 뿜어 나왔다.
"지금 바로 조방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진남은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칼에 맞은 것처럼 엄청 아팠다.
그는 슬픔을 가라앉히고 돌아서 떠나려 했다.
"진남!"
이때, 익숙한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사마공과 소경설이었다.
소경설을 보자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여기서 그녀를 다시 만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내가 바로 소씨 가문 사람이야. 내 피로 공주를 구할 수 있어."
소경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뿐만 아니라 사마공도 어리둥절했다.
'소경설이 소씨 가문 사람이라니?'
소경설이 설명했다.
"나와 소중황 그들은 이복형제야. 나는 태어날 때 무혼 등급이 황급 팔품밖에 안 되어서 소씨 가문에서 쫓겨나 현령종으로 가게 되었어. 처음에 난 나의 신분에 대해 줄곧 의문이 있었어. 나중에 양부모가 남긴 전갈을 듣고 또 여러 가지로 알아봐서 알게 되었어……."
그녀의 말에 사마공은 눈에 분노가 솟아올랐다.
'소경설이 가볍게 말했지만, 이 짧은 말속에 얼마나 많은 고달픔과 아픔이 담겨 있을까?'
'무혼 등급이 부족하다고 하여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쫓겨나다니? 소씨 가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고 파렴치할까?'
"난……."
진남도 소경설을 다시 만나자마자 이렇게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긴말할 필요 없어. 내가 공주를 구해줄게."
소경설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무도의 세계는 이렇게 잔혹해. 무혼 등급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는지 몰라. 그래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기뻐."
소경설은 현령종에 있을 때, 구양군의 일 때문에 하마터면 진남을 죽일 뻔하여 미안한 마음에 현령종을 떠났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진남을 사랑하게 됐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여러 나라들을 떠돌아다니면서 그녀는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설령 진남이 그녀를 받아들인다 해도 진남은 무황, 무성으로 진급하여 천세까지 장수 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백 살도 안 되어 고골로 변할 것이었다.
후에 그녀는 단념했다.
진남의 옆에 필요한 사람은 인품이 좋고 재능이 뛰어난 여인이어야 했다.
언젠가 그녀가 늙은 후 하역의 사람들이 모두 진남의 용맹함을 논할 때 자신은 한 작은 저택에서 임수성에서 처음 만났던 때를 회고하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한참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안색이 시커멓고 죽은 것 같은 공주를 바라보는 그는 가슴 아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포악하고 무도한 공주가 물방울처럼 한 방울 한 방울씩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고 있었다.
소경설은 긴말하지 않고 손가락을 찔렀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피가 뿜어 나왔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그녀는 온몸의 기운이 현저히 떨어져서 휘청거렸다.
옆에 서 있던 사마공이 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이때, 청룡 성주가 과일을 하나 꺼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신비하기 그지없는 청룡이 과일을 휘감고 있었다.
청룡 성지의 사람들이 여기 있었다면 틀림없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청룡 성과(靑龍 聖果)는 백 년에 한 개씩 열리는 청룡 성지의 성물(聖物)이었다.
청룡 성주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자 청룡 성과가 스스로 녹았다.
피를 안에 감싸 핏빛의 강을 이루어 하늘에서부터 묘묘 공주를 향해 흘러갔다.
피는 천천히 묘묘 공주의 몸 안에 들어갔다.
묘묘 공주의 시커멓던 얼굴이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꼭 감고 있던 두 눈도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언제든 눈을 번쩍 뜰 것만 같았다.
청룡 성주는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됐다. 삼 개월 지나면 회복될 거다. 하나, 이번에 두겁하지 못하고 또 저주를 받았기에 아마 삼 년 내에는 경지를 진급할 수 없을 것이다."
"삼 년……."
진남과 사마공, 소경설은 깜짝 놀랐다.
무도 세계에서 삼 년이란 시간은 손가락 튕기는 것처럼 잠깐인 것 같지만, 또 경지를 엄청 많이 제고할 수 있었다.
묘묘 공주는 목숨은 건졌지만, 손실도 엄청났다.
"괜찮아. 삼 년이면 삼 년이지. 나는 반드시 수많은 영약을 찾아와 네가 다시 진급하고 두겁할 수 있게 할 거야!"
묘묘 공주를 바라보는 진남의 눈길은 확고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살아만 있으면 어떻든 좋았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방대한 기운이 청룡 성지 안에서 꿈틀거리더니 순식간에 폭발했다.
이어 하늘 찢을 듯이 웃음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하하하! 영감탱이! 나는 끝내 성공했어! 이제 나는 열여섯 주봉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 사매나 사저나 모두 나에게 속할……."
한 형상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형상은 용호요종이었다.